제 164회 차 사랑방시낭송회 스케치
☆ 일시: 2009. 7 . 11. (토). 17:00
☆ 장소: 광화문 라이브 나무카페 나무
☆ 참석 문인: 25 명
사진:카페 목란시마을-시흥 간곡지/이오례 |
이 달의 낭송회에 참가한 분들의 프로필과 낭송 작품을 아래와 같이 소개합니다.
▲ 윤제철 시인의 사회로 막을 열다
그리운 고향
김건일
고향에는 아무도 없지만
고향에는 돌아가신분도 살아계신다
할아버지는 먼당밭에서
괭이로 팔밭을 쫗으시고
아버지는 텃밭에서
고추를 심으신다
월남전에 참전 했던 허동주는
본포 나룻터에서 마신 막걸리가
아직도 덜 깨었는지
양눈이 꼬꾸랑해가지고
아니꼽게 주위를 본다
옆집 박장로님은
감나무가지 꼭대기에 올라
감나무를 정지하고 있다
우리집 강아지는 따뜻한 처마밑에서
눈을 지그시 감고 잠에 취해 있다
아이들 공부를 위해 떠나온 고향
떠난후에는 돌아갈 수 없는 고향
몸은 서울에 살지만
꿈속에서 언제나 나타나는 고향
창숙이 좌웅이 종택이
정병산이 나타나고
우곡사가 나타나고
무점벌이 나타나고
주남저수지가 나타나고
동면 새마을회가 나타나고
새마을지도자인 주기문이 나타나고
동면 새마을회가 1등한 광경이 나타나고
몸은 서울에 살지만
꿈은
그리운 고향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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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김건일 시인 * 그리운 고향 * ▲
[운길산의 봄]
박영석
정적이 조용히 닻을 내린 겨울 골짜기
고요 속에서
서툴게 웃어버린
생강 나무 노란 꽃
솔 향기 그윽한 솔밭 길 따라
아지랑이 앞세운 봄 햇살
비탈에서 졸고 있는 삼월 달 하순
산들바람은
내가 산인 줄 알고 등을 떠밀고
늙은 바위는
검버섯 핀 나를 돌인 줄 알고
쉬었다 가라고 한다
바쁜 길 아니면
여기 앉아, 이끼라도 길러보라 하는데
그럴 수만 있다면
정말 그럴 수만 있다면
이 무거운 멍에를 내려놓는 어느 날
수북한 가랑잎 함께 운길 산에서
솔 향기 맡으며
돌 이끼를 키워가며
이 봄을 그렇게 쉬어도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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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박영석 시인 * 운길산의 봄 * ▲
유월 숲속 아침 산책길
박일소
아침은 새소리로 와서
희뿌연 안개속에
너울을 펼치고 있다
누워 자던 풀잎이
이른 잠에서 깨는 아침
홀로 걷는 산책길에
발위에 이슬이 앉는다
밤새 논을 갈던 머슴새도
휘바람새가 불던 휘파람소리도
딱따구리 나무찍는 소리에 묻혀
G장조로 깊은 산의 정적을 깬다
원시로 돌아가
꿈과 낭만을 추던 애증
아스라한 꿈속으로 밀려 가고
신선한 사랑으로 하나 가득 품은
산의 정기로
신은 자연을 빗질하며 안겨준다
풀잎으로 누워 자던
그리움이여
밤꽃향기에 잠못들던 여인의 옷깃에
이른 아침 숲속은
불나방 앞장 세워
오늘을 또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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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 박일소 시인 * 유월 숲속 아침 산책길 * ▲
고속도로
朴性淳
훤하게 뚫인 고속도로
세속의 정 모두 잊고 신나게 달린다
경부고속도로 대전분기점을 지나
금산 인삼랜드휴게소를 얼마쯤 달리면
산이 산을 안고 강이 산을 안고
금강상류가 굽이쳐 유유히 흐르고 있다
녹음에 쌓인 아름다운 세상이 차창을 스치고 간다
산이 푸르고 (靑)
들이푸르다(綠)
강이 푸르고(碧)
하늘이 풀은 (蒼) 천지간을 속절없이 달리고 있다
계절이가고 계절이 오고 또 가고
세월이 흘러가면 너와 나 모두가 흐른다
같은것 같지만 각각 다른 색갈대로 살다 가는 인생
앞을 다투며 달려가는 어지러운 세상
인생의 고속도로에 푸른 신호등이 깜빡인다
쉬이 가는 인생의 고속도를 달려야 하나
나는 굽이굽이 구경하며 구 도로를 달리고 싶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 처럼 서서히 즐거운
사람의 한 세상을 음미하면서.
▲ 04. 朴性淳 시인 * 고속도로 * ▲
불량 찐드기
정다운
휴일이 휴일은 아니다
쉬는건 쉬는게 아니다
꼼짝 달싹 못하게 하는
불량 찐드기
기어 오르는걸
떼어 낸다
달라 붙는걸
털어 낸다
벽에 붙은걸
살며시 내려 놓는다
*<하루종일 어린이 방에서 놀던 아이 휴일날 엄마랑 함께 있으면
착 달라 붙어 꼼짝달싹을 못하게 하는 유아와 엄마의
우리 사무실 여사원 이서윤씨와 귀염둥이 아들 정원이와의 껌딱지
떼어내기의 한판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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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 정다운 시인 * 불량 찐드기 * ▲
일탈
최영애
저기, 벚꽃 길을 걷는 사람아
오늘은 꼭 오늘만큼은
거꾸로 걸어볼 일이야
호주머니를 빠져 나온 동전쯤은
멀리멀리 굴러가도록 놓아주거라
그리하여 한 그루 벚나무 되어
가장 낮은 곳의 소리를 들어보렴
우듬지까지 수액을 끌어올리는
뿌리의 수고로움
미소로 화답하는 벚꽃들의 세상
하늘은 자꾸만 높아지고
그대는 점점 작아지고 그래서 서러워져도
지상의 마지막 시간인 듯
달음박 치던 생에게 악수 한번 하자
오늘은 꼭 오늘만큼은
긴 여정의 발에게 꽃을 보여주자
혹여 바람을 만나
눈웃음 흘려도 모른 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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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 최영애 시인 * 일탈 * ▲
비 갠 날의 오후
노선관
이제는
평온한 얼굴로 마주해도 좋을
당신,
당신을 기다리고 서서
상큼한 하늘 냄새를
안고 오는
당신,
당신의 길목을 지키고 서서
꽃들의 웃음소리 묻어나는
청청한 길모퉁이에
당당히 버티고 서서
실핏줄 구석구석까지
소스라치게 몰려오는 박동은
오랜 세월을 삭힌 우리들
사랑의 환희인가 봅니다
그리움으로 얼룩진 밤마다
당신의 베개 맡을 향하여
달려가다 달려가다
하얗게 날이 밝아오면
다시 캄캄한 밤으로
도망치듯 숨어버리던
그 숱한 나날을 넘어서
이제는
싱싱한 얼굴로 마주쳐도 좋을
비 갠 날의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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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 노선관 시인 * 비 갠 날의 오후 * ▲
사진 찍기
朴 水 鎭
웃으면 경박스럽고
입 다물면 무뚝뚝하고
바로 쳐다보면 눈동자 섬뜩하고
먼 곳을 바라보면 초점 흐려 아득하다
흐드러진 꽃들과는 거리가 멀고
건물이나 길거리와도 어울리지 않지만
수십 년 도회의 안락에 길들여진 탓에
태어나 자란 물빛이나 바람결은 물론
나무와 바위나 따뜻한 황토까지도
먼 섬처럼 동떠서 낯설기만 하다
천생 이목구비 뚜렷하지 못하고
몸짓 어줍은 줄은 알았지만
살아온 날 어지러워인가
쓸 만한 사진 한 장 남기는 일이
이토록 어렵다
걱정하노니
내 떠나온 곳으로 돌아갈 때
환한 꽃은 아니라도 좋으니
수수한 나무와 바위와 황토와
봐줄 만한 어울림이 될지 어떨지
렌즈 앞에 앉아 생각에 젖는 동안
쓸쓸한 생각 담긴 얼굴 한 컷
제 본래의 모습인 양
사진기 속에 저장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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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 朴水鎭 시인 * 사진 찍기 * ▲
시인의 사랑
포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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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쪽에 쭈그리고 앉아
얼굴이 누렇게 떠가는 어린 나무를 보면
시인의 눈길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물이라도 한 바가지 퍼서 목마름을 달래주던지
용기를 잃지 말라고 어깨를 두드려 주던지
시인의 손길은 그냥 접어 놓을 수 없다
몸집이 너무 가늘고 허약하여
위로도 옆으로도 가지 칠 수 없겠는데
거친 세파를 어떻게 타고 넘을까?
쓰린 마음 너무 아파
시인의 마음은 그냥 닫아 놓을 수 없다
초록의 잎새라도 바람에 펄럭이기를
작지만 향기 있는 꽃이라도 피우기를
부실한 열매라도 몇 톨 거두기를
시인의 사랑은 그냥 저만치 묶어 둘 수 없다
시인은, 생년월일시
손가락 하나 하나 짚어보고 가던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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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포공영 시인 /통신으로 시낭송 하심* 시인의 사랑 * ▲
동촌(東村)
천낙열
동촌(東村)에 가면
중년부부가 앳된 내외로 산다.
오르고 내리는 길손을 맞이하며
조금은 열적은 얼굴로 웃음이 지나간다.
창호지 발라놓은 창가에 앉아
점심으로 보리밥 한 그릇 시킨다.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
향기로운 나물무침
배추김치, 열무김치에
동동주 반 주전자 받아 큰 사발에 가득 부어 놓으면
어린 소나무가 훌쩍 자란 노송이 되고
그 솔가지에 앉아 파랑새 한 쌍 갸웃하며 논다.
동동구루무, 동동구루무
어머님의 동동구루무
바람이 문풍지에 울고가는 밤이면
동동구루무, 동동구루무
추억의 동동구루무
달빛이 처마 끝에 울고가는 밤이면
눈시울 적시며 서러웠던 어머니
남한산성이 떠나가라고
무명가수 남편이 노래를 불러대지만
듣고 싶지 않단다. 아내는
아내는 남편의 노래가 뜨지도 못했고
옛날 노래 뽕짝을 틀어 놓으면 손님이 들지 않는다나
동촌(東村)에 들어서면
흥겨운 노래들이 하늘을 날고
남한산성 북문을 바라보다 보면
하루 해가 짧지만 긴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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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천낙열 시인 * 동촌(東村) * ▲
이름없는 꽃
김종빈
아주 작은 생生 하나
손끝으로도 가리워지는 꽃으로
땅끝에서 이름없는 들꽃이 되었구나
하늘 가까이 무덤위의 꽃보다
나즉히 먼 하늘 바라보는 작은 꽃으로
헤픈 진실 바라는 바보는 아니었구나
돌아오지 않는 이름하나 잊고
순명대로 깨끗한 작은 꽃으로
묵묵히 기다리는 꽃이 되어
아, 아픈 영혼이었구나
살아 가신 별의 눈물이 산산이 부서져
이름없는 들꽃이 되었구나
살아 있는 그리움 그얼굴
깨끗한 별꽃을 닮고 싶다
이름없는 꽃으로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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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김종빈 시인 * 이름없는 꽃 * ▲
목련꽃 사연
류금선
아지랑이도 술 취한 봄날
그대가 보내준 고운 햇살로
하얀 꿈 꾸었습니다
진액같은
속 깊은 순정으로
그대에게 다가가는 날
꽃 구름
흐드러진 웃음으로
새록새록
가슴 훤히 열겠습니다
행복한 순간은
별도 달도 숨고
바람도 눈을 감았습니다
불붙던 사랑의 꽃불
그건
전생애에 감춰진
춤사위었습니다.
|
▲ 12. 류금선 시인 * 목련꽃 사연 * ▲
빨랫줄
이순정
세탁기 통속에 밀어 넣는다
굳어진 껍질과 무디어 빛바랜 속곳
시간과 어그러져 응어리를 만들고
거무딛틱 그을린 하루가
거품을 토해낸다
겹겹의 엉켜진 고리
퍼즐 맞추듯 털면
빨랫줄 그 위로
반쯤감은 햇살
집게로 물려놓는다
흔들리는 눈빛
비를 부르는 바람
더 이상 읽어 낼 수 없는
댓글을 쓰다
빨랫줄에 널어놓은 속내가 젖는다
|
▲ 13. 이순정 시인 * 빨랫줄* ▲
닮은꼴
허민숙
살아계실 때
산천을 바라보시던 모습
손잡은 막내딸은 마냥 즐거웠다
“저 하늘과 산천은 보는 사람이 주인이란다”
마흔에 이르고서야
기쁨도 슬픔도 아닌 몸짓으로
바라보시던 내 아버지를 느낀다
내게 남겨주신 큰 유산
하늘과 산천의 주인으로
닮은꼴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그립고 그리워 바라보니
하늘과 산천이 아버지가 되어
내게로 다가온다
아버지가 몸서리치도록 그리운 날에
|
▲ 14. 허민숙 시인 * 닯은꼴 * ▲
시냇물의 여행길
노지숙
나지막히 흐르는
시냇물의 여행길
돌틈사이로 흐르는 물은
물풀의 흔들림 속에
잠잠히 노래부른다.
애잔한 고요함 속에
주위를 떠돌던
하루살이의 기도는
봄하늘에 평온을 선물하고
꽃바람따라
저만치 보이는 산기슭은
나의 허기진 배를 채운다.
|
▲ 15. 노지숙 시인 * 시냇물의 여행길 * ▲
빗물 사이로
시: 김영식 / 낭송 이경애
창문 너머로
슬픔의 눈물이
그렇게 세월의 아픔을
간직 한 채로 내리고 있다
또 다른 슬픈 눈물의
빗방울은 지나온 세월의
아픔을 말해 주기라도 하는 듯
방울들 사이로 지나가고 있다
빗물의 슬픈 추억과
눈물의 기억 저편에
오늘 또다시
아픔이라는 단어와
슬픔의 낱말이 하나 되어
그렇게 슬픈 연가로
말없이 나를 울리고 있다.
삶의 질책이라도 하려는듯...
|
▲ 16. 낭송 이경애 * 빗물 사이로 * ▲
아버지의 보따리
유혜숙
남들은 시골에 다녀오면
쌀이랑 콩이랑 바리바리 정 풀어 놓는데
오는 길 내 손엔 꼬기작꼬기작 아버지 보따리
외로움의 비듬이 허옇게 떨리는 겨울 담요
버리지도 못하고 끌어안은
코 풀린 낡은 아버지 스웨터 보따리
무거운 어깨 짓누르고
홀로 맞으신 밥상이
말 못하는 눈에 어른거리고
손 한번 가지 못한 비듬처럼 허옇게 곰핀 젓갈
수없이 오르락내리락 애꿎은 수고를 한다
정 나눌 이 없어 닫으신지 오래인 아버지 입에서 내물려진 밥상 위
툭
툭
등 굽은 남편과 내 떨어지는 눈물
남겨진 이의 외로움과 떠나오는 민망함이
보퉁이에 둘둘 말려
서둘러 몸 감춘다
|
▲ 17. 유혜숙 시인 * 아버지의 보따리 * ▲
빗소리
木蘭 이오례
슬픔을 뒤척인다
외로움의 통로에서
묻어둔 아픔,
한꺼번에 쏟아놓는 소리
어둠으로 채워가는
허공의 고독이
지상으로
긴 울음 되어 내려온다.
|
▲ 18. 이오례 시인 * 빗소리 * ▲
장날
최홍규 一村
이 처지라도 부자라면 좋겠지
이 골짝 저 꼴짝 불던 바람
이젠 다 내어놓고 나니
아아 이 오일장이
너무도 정겨웁구나
민들레 나물이면 어떻고
남새밭 부추라면 어떠랴
막걸리 한 사발이면
모든 시름 다 도망가리니
도라지 더덕에 상추쌈이면
파장무렵 떨이도
한참 무공해로 남겠지
오일만에 우리 삶의 이웃이
함박 웃음꽃으로 피구나
날마다 변해가는 인심에
내 마음의 이웃이 있다면
부자가 되기 싫을까
우리 삶의 이웃을 반기는 날
|
▲ 19. 최홍규 시인 * 장날 * ▲
신발
김재현
발에 꼭 맞는 신발은
신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풍덩 큰 신발을 신으시다니요
영생으로 안내하는 전도자
신 신는 시간까지 아끼는 마음
불편한 평생의 걸음에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
문득
예수님은 어떤 신을 신으셨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제자들 발을 씻기실 때도
세상을 감싸는
상처투성이 발이셨겠지요
당신의 귀한 뜻을 따라
옹졸했던 마음 벗고
큰마음을 따라 신는 일
하늘 참 소망을 이루는
신을 신겠습니다
|
▲ 20. 김재현 시인 * 신발 * ▲
무정한 세월
최기종
내 어린시절에는 순사(巡査)와 호랑이가 제일 무서웠다.
세상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었으니
어른들은 아이가 울 때마다 “순사 온다.”, “호랑이 온다.”
하면서 재치 있게 아이들의 울음을 달래곤 했다.
요즘엔 초등학교 동창회에 나가다보면
세월이 제일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의 곱디고운 옛 모습은 오간데 없고 돋보기안경에 대머리 또는
반백(半白)의 사람으로 나타나니
“오래간만이야?”하면서 다가와도 “잘 몰라보겠는데,
누구지?”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반문을 하게 될 밖에
학창시절 날렵하게 춤 잘 추고 노래도 잘 부르던 친구들,
왕성했던 청춘의 기운은 다 어디로 가고
훌쩍 지나가는 시간을 찬찬히 고르며 제 맡은 자리에서
구순히 가라앉고 있으니
날마다 소리 없이 다가드는 무정한 세월아
어지간하면 친구의 옛 모습 알아볼 수 있게 이제 그만
그 자리에서 멈추어 주렴아
|
▲ 21. 최기종 시인 * 무정한 세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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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조觀照
하 은
혼자도 모자라
안으로 기어드는 시간
좁은 속에
두루뭉술한 화두를 가두다
새싹이 어떻게
단단한 피부를 이기고
여린 미소를 내는지
최소한의 의미로
압축된 봉오리 속에서
호탕한 웃음은
해마다 꽃으로 피어나는지
은혜를 칭송하는
세상은 연일 분분한데
바람 한 겹 이생의 허울
언어의 난립위에
고요한 마음 올려놓고
새봄을 관찰하는
나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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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하 은 시인 * 관조觀照 * ▲
아카시아 그늘에서
전용숙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어
그렇게 살 수는 없을까?
향기 만으로
내일을 거는 손가락
그런 사람으로 살 수 없을까
닮아가는 시간이 헛되지 않은
진한 향을가진
잊고 살다가도 창을열면
오롯이 코 끝을 간질이는
불면의 꽃무리
하늘의 여백을 즐기는
여름의 교태
우리는 손 잡고 새벽을 방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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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전용숙 시인 * 아카시아 그늘에서 * ▲
강철가면
송동현
세상을 향해 너무 너무 차가운 더 찬 표정
흔들림 없는 나무 더 깊은 슬픔 떨어지는 낙엽 하나
바ㅇ위가 되어가는 눈빛 꽃이 있어야 하는 투병한 병 빈병
장맛비 내리는 하늘 번쩍이는 표정 밥을 찾는 금붕어
널따란 지느러미 하얀 자동차 앞서가는 검은 차
작은 세상에 더 작은 마음 더 작은 눈물 바다를 향해
포로포로록 움직이는 눈물 흘릴 수 없는 몸짓 그들
눈동자의 끊임없는 호흡 금빛 반짝이는 갑옷 자음 모음
무의미한 나열 뿌려진 자관 기워진 기호 금빛 황동 목걸이
다이어를 닮은 귀고리 이미테이션 사랑 끓는 물을 부어 삼분
화장을 한다 새 히얀 얼굴 빨간 코 커다란 입술 되찾은 미소
사그라지는 불빛 비되어 내리는 강철가면 파란 눔물
지워지는 표정 눈꺼풀이 없는 그의 깊은 밤 깊어가는 밤
내일을 가로막은 투명한 벽 끼어있는 이끼 초록 세상
진실 내일 삶 현실 어제 죽음 꿈 거짓 오늘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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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송동현 시인 * 강철 가면 * ▲
알뜰한 여생(餘生)
윤제철
말로는 지난 세월을
틈이 나면 자주 꺼내 까발리면서
살아갈 앞날만 눈에 보이는
벅찬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있다
남은 시간 하루가 아까운 금 조각들인데
물 쓰듯 마구 버리지 말고
이승에서 해야 할 일 실속 있게 챙겨
당장 오늘 내가 숨 쉬고 살날을 보내더라도
빚을 지고 나 몰라라 달아나는 일 없게
알뜰히 살뜰히 꾸리며 살라한다
|
▲ 25. 윤제철 시인 * 알뜰한 여생(餘生) * ▲
사랑방시낭송회 까페(cafe.daum.net/loveroom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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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오례 시인님! 수고하셨습니다. 화이팅!!!
컴이 서툴러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하다 보면 좀 더 빨리 할 수 있을거에요. 그동안 시낭송 스케치 하시느라 선생님께선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이오례 선생님, 항상 수고하심에 그열정 거듭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힘찬 하루 되셔요.
김종빈 시인님 고맙습니다. 장마철에 건강 유의하시고 행복한 날 되세요.^^
수고 하셨습니다. 무서워서 이제야 컴에 들어 왔어요. (김영식시인의시 부인 이경애 낭송) 했으면 어떨까 함 행각해 봤습니다.ㅎㅎㅎ
이경애님 시낭송 잘하시던데요~박일소 선생님 장마철에 건강 유의하시어요.^^
이경애^^아니라 이경희 입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이오례 시인님 ! 또 수고하셨네요 ! 감사와 고마움 함께 보냅니다.
선생님 장마철에 건강 유의하시어요.^^
수고 하셨습니다. 이오례 시인님^*^
오랜만에 김시인님 뵈니 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