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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과 도봉산을 완전히 연결한 북한산국립공원 둘레길 70km가 곧 개통된다. 지난해 9월 개통식을 가진 북한산둘레길 북한산 구간 44km에 이어 도봉산 구간 26km를 5월 30일 개통할 예정으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북한산둘레길 70km가 개통되면 도심 속의 새로운 걷기코스로 1000만 워킹(Walking)족들의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산둘레길 조성에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립공원관리공단 공원시설팀 박기연 팀장과 윤대원 차장 등의 안내로 도봉산 구간 26km를 미리 돌아봤다.
우이동 우이령옛길 입구에서 만나 출발했다. 바로 앞에 있는 공영주차장 옆 도로를 따라 조금 올라갔다. 도로엔 ‘북한산둘레길 도봉동 →’ 방향의 이정표가 눈에 띈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향했다. 바로 산자락으로 접어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적 제362호로 지정된 연산군묘가 나왔다. 조선의 왕들 중에 광해군과 함께 묘호(廟號)를 받지 못한 두 명의 왕 중 한 명이다.
연산군묘 옆으로 연산군재실이 있다. 후손들이 매년 양력 4월 2일과 설· 단오· 추석· 동지 등 사명일(四名日)에 제사를 지낸다고 기록하고 있다. 맞은편에는 원당샘과 방학동 은행나무 등이 보인다. 600여 년 전 파평 윤씨 일가가 자연부락인 원당마을에 정착하면서 주민들의 식수로 이용했으며, 마을이름을 본 따 ‘원당샘’으로 명명됐다. 수백 년 동안 생활용수를 공급했고, 일명 ‘피앙우물’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원당샘의 수맥을 먹고 자란 듯한 수령 수백 년은 족히 된 은행나무 한 그루가 그 옆에 우뚝 서 있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며, 서울시 지정보호수 1호인 나무다. 높이 24m, 둘레가 10m에 달한다.
1968년 지정 당시 수령 830년 됐다고 추정했다. 이곳에 불이 날 때마다 나라에 큰 변고가 있었다고 하며, 박정희 대통령 서거 1년 전에도 불이 났다고 한다.
곧 이어 세종의 둘째딸 정의공주묘와 부군인 양효공 안맹담의 묘가 나란히 놓여 있는 곳에 도착했다. 모두 서울의 역사를 대변하는 문화재들이다. 걸으면서 서울의 역사를 즐기는 신선한 기분이다.
산너미길, 전체 둘레길 중에 가장 난코스
올라가면서 숨이 목까지 찬다. 걷는다는 행위 자체는 산이든 길이든 상황과 조건과 상관없이 언제나 숨이 차다. 공단 박 팀장이 헉헉거리며 “도봉산둘레길은 남성적이고, 북한산둘레길은 여성적”이라고 설명했다. 둘레길 전체 구간 중에 가장 가파르게 올라가는 길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오르는 길은 항상 끝이 있기 마련이다. 전망바위에 올라서니 시야가 확 트였다. 지나온 안골계곡의 길이 한눈에 들어왔다. 뿐만 아니라 의정부시가지와 수락산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더욱이 마침 날이 쾌청해 동두천과 포천시내의 산들까지 조망이 가능했다. 힘들게 오른 뒤 주어지는 보상이다. 주변을 조망하며 한숨 돌렸다.
오르는 길이 아직 끝은 아니다. 전망 좋은 바위가 바로 위에 한 곳 더 있다. 어느 곳이든 시야는 확보됐다. 사패산 정상에 기도하는 듯한 바위를 가까이서 쳐다보며 능선길을 따라 잠시 걷다 하산길로 향했다.
이 길도 처음 걷는다. 완벽한 참나무숲길이다. 초봄인 지금은 가지만 앙상하지만 곧 싱싱한 초록의 잎들이 돋아나면서 우거진 녹음을 자랑할 것이다. 전혀 알려지지 않은 길이라 여름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안골능선을 거쳐 상수리나무숲을 지나니 조그만 계곡까지 나왔다. 물이 졸졸졸 흐르고 있다. 걷다가 지친 워킹족들이 발을 담그기 좋은 장소다. 공단에서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릴까 우려하면서도 일부 장소는 탐방객들을 위해 발을 담글 수 있는 시설을 조성하겠다고 한다. 등산객이나 탐방객들에게 대환영을 받겠다.
등산의 맛을 볼 수 있는 안골능선길을 내려와 원각사 갈림길에 도착했다. 원각사를 뒤로한 둘레길은 이제부터 마을을 지나치며 간다. 오른쪽 북쪽으로는 외곽순환도로 터널 입구가 보인다. 잠시 외곽순환도로와 나란히 걸었다. 왼쪽에 군부대를 두고 오른쪽으로 꺾어 길을 따라 내려갔다. 송추 버스정류장이 있다. 서울 불광동과 의정부터미널을 오가는 버스가 정차한다. 다시 송추계곡 방향으로 살짝 돌아 외곽순환도로 밑으로 갔다. 도로 밑은 공단이 임대해서 공영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오봉 쪽으로 향했다. 송추계곡 상가 이주단지 앞으로 지났다. 계곡에서 영업하는 상가 53가구가 이주단지에 정착할 예정이다. 그 앞에는 오봉탐방지원센터가 있다.
탐방지원센터 오른쪽으로 능선 숲속으로 다시 진입이다. 오봉과 여성봉 가는 길이 왼쪽으로 있다. 길에는 참나무 낙엽이 무성하고 사람 발자국조차 찾기 쉽지 않다. 딱따구리 나무 쪼는 소리가 들리고 겨우살이도 모습을 보인다. 도봉산에서 처음 보는 장면이다. 그만큼 나무들이 오래 됐고, 숲 전체가 오염이 덜 됐다는 증거다. 낙엽이 많으니 당연히 길은 푹신했다.
오염이 덜 된 것은 인근에 군부대가 있어 사람 접근을 차단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군 철조망 사이로 도봉산의 다섯 봉우리, 즉 오봉이 길게 늘어선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그 옆에 여성봉도 솟아 있다.
군부대 입구로 내려섰다. 올림픽부대 간판이 보인다. 송추마을로 접어들었다. 전형적인 시골마을의 냄새가 그대로 풍겼다. 거름냄새가 나고 소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제 교현리 우이령 입구가 얼마 남지 않았다. 공단은 도로와 마을길로 이어지는 3km 남짓 되는 거리 양쪽에 자전거를 무료 대여하는 방안을 긍정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자전거에 공단 표시를 해놓고 한쪽 방향에서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이용객이 양쪽 끝에서 이용 후 반납하는 방안이다. 이도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받을 것 같다.
마침내 교현리 우이령길 입구에 도착했다. 드디어 도봉산둘레길 26km 끝지점이다. 공단 박기연 팀장은 “북한산둘레길은 40~50대 직장인들이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걸을 만한 길”이라며 “오는 6월 중순 완공될 도봉산 청소년수련원과 함께 자연 속에서 가족 단위로 걷고 생태체험을 즐길 수 있는 여가문화를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해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탐방가이드
도봉산둘레길 전체 8구간은 각각 나름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등산하는 맛을 느껴보려면 ‘산너미길’로, 연산군 등 묘역을 보기 위해선 ‘왕실묘역길’을, 호국과 역사의 현장을 보기 위해선 ‘보루길’ 등으로 각각 선택해서 가면 된다. 또 남들이 가보지 않은 호젓한 오솔길을 원하면 ‘도봉옛길’이나 ‘산너미길’로, 시골 전원풍경을 즐기고 싶다면 ‘송추마을길’로 가면 된다. 전체 26km를 다 걷고 싶다면 이틀이나 사흘 정도로 나눠서 둘러보면 된다.
아직 공단에서 접근방법이나 볼거리에 대한 안내서나 책자, 팸플릿을 제작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둘레길 전체 정보가 부족한 상태다. 따라서 가고자 하는 구간을 정해 놓고, 그에 대한 정보를 챙기면 쉽게 접근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둘레길 전 코스 어디든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가능하지만 꼭 승용차를 가지고 가길 원한다면 둘레길이 지나치는 길 주변의 대형주차장 두 곳을 이용하면 된다. 우이동 우이령길 입구에 강북 공영주차장이, 송추계곡 입구 외곽순환도로 밑에 공단에서 운영하는 대형 공영주차장이 있다. 그 외 도봉산역 등 지하철역 부근에도 몇 군데 있다. 군데군데 공터는 있지만 공식 주차장은 아니다.
교통
도봉산둘레길 출발지인 우이동 우이령길 입구까지 가려면 지하철 7호선 노원역에서 내려 1144번 버스를 타고 우이동 입구에서 내리면 된다. 또 4호선 수유역에서 120번· 153번 버스를 타고 도선사 입구에서 하차, 3분 정도 걸으면 출발지에 도착한다. 버스 정류장 부근 공영주차장에 승용차를 주차할 수 있으며, 주차료는 10분당 400원이다.
정의공주묘는 지하철 7호선 노원역(3번 출구)에서 내려 1144번 버스를 타거나 4호선 창동역(1번 출구)에서 내려 1161번, 수유역(3번 출구)에서 130· 1144번 버스를 타면 된다.
무수골탐방지원센터는 지하철 1호선 도봉역(1번 출구)에서 내려 약 40분 걸어 올라가야 한다. 버스도 100· 141· 150· 106· 107번 등을 타고 도봉역에서 내려 걸어가야 한다.
도봉탐방지원센터는 지하철 1· 7호선 도봉산역에서 내려 약 20분 걸어서 접근해야 한다. 버스노선은 무수골탐방지원센터와 마찬가지다.
다락원공원지킴터는 지하철 1· 7호선 도봉산역에서 내려 걸어서 20분가량 올라가야 한다. 버스는 서울버스 106· 107· 1018· 1048번과 경기버스 5· 6· 7· 10번 등 다락원 입구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원도봉탐방지원센터는 지하철 1호선 망월사역(3번 출구)에서 내려 도봉산 방향으로 20여 분 걸어가면 된다. 버스는 다락원공원지킴터와 똑 같은 노선을 타면 되고, 마을버스 202· 203번도 접근한다.
안골공원지킴터는 지하철 1호선 회룡역(2번 출구)에서 경기버스 1· 2· 3· 5· 133번으로 갈아타고 안골정류장에서 내려 약 20분 걸어가야 한다.
원각사 입구와 오봉탐방지원센터· 우이령입구 교현탐방지원센터는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1번 출구)에서 34· 704번 버스를 타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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