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꽃 나도 꽃
꽃들의 축제인 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순천으로 산악회에서 갔다. 도착하니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관광버스와 자가용, 봉고차까지 수십 대가 입장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 주차장에 도착했다. 산악회장이 점심 후 입장하는 시간을 알려주며 시간 엄수를 강조한다. 그리고 주위에 식당 이 있다는 안내를 듣고 그니와 나는 식당을 찾아 나섰다. 그곳도 긴 줄이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혼자 같으면 가방에 둔 초콜릿, 과일, 물, 버스 안에서 준 찰떡, 이거면 한 끼 식사로 충분한데 그니는 끄트머리 줄에 가서 선다.
점심을 먹고, 꽃구경 맘껏 하고 향기로운 에너지 받으려고 밖으로 나가 산악회 일행들과 합류했다. 드디어 입장하였다. 눈은 황홀한데 꽃향기는 없었다.
꽃 무리에 모인 사람들은 사진찍기에 바쁘다. 우리나라 꽃보다 외국에서 온 꽃이 많았다. 멀고 먼 유럽에서 왔다는 이름까지 생소한 꽃. 이꽃 저꽃 기웃거려봐도 내 눈은 건성건성 가슴으로 느끼는 정서는 나약하기만 했다. 오히려 구경나온 할머니 할아버지 꽃, 중년 아줌마 아저씨 꽃, 남녀연인 꽃, 어린이 꽃, 아가 꽃이 멋진 모자를 쓰고 화려하게 차려입은 얼굴엔 생기가 있어 보여서 더 아름답게 보였다.
초록색으로 둘러싸인 호수 안의 정원으로 갔다. 파란 하늘이 내려와 호수에 잠겨있고 찰랑찰랑 잔물결이 인다. 정원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멀리 박람회장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나는 앉았다.
아름다운 풍경은 사진 한 방이면 된다고 하는데, 사진찍기보단 내 가슴안으로 풍경을 모아 담는다. 그래야만 그곳을 다녀온 이웃들과 대화를 나눌 때 가슴 안에 새겨둔 사진첩을 금방 꺼내 이야기꽃을 피워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젠 새롭고 화려함보다는 눈에 익숙한 것이 좋고, 여럿이 몰려다니는 것보다는 혼자 즐기는 시간이 좋아졌다.
색색의 수국이 만발하였다. 같은 꽃인데도 종류가 많아서 어떤 수국이 예쁘다고 가름하긴 어렵지만, 내 눈에 익숙한 소담스럽게 피어있는 하얀 수국이 가장 예뻐 보였다. 하얀 꽃잎에 꽃술이 주홍빛인 백합은 유년 시절 친정집 화단에서 피던 꽃이었다. 자세를 낮추고 향기를 맡아보니 은은했던 향기는 사라져서 아쉬웠다.
화단을 옮겨가며 구경을 하다가 소박하기 그지없는 꽃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두 눈 크게 뜨고서야 볼 수 있는 아주 자그마한 꽃을 보며 나는 웃고 말았다. 내 웃음소리에 꽃잎은 새초롬히 ‘나도 꽃이야.’ 하는 거 같다. ‘그래 너도 꽃, 어여쁜 꽃이란다.’ 여린 잎을 살짝 만져 보았다.
큰 꽃에 치여 햇빛을 받지 못하니까 여릴 수밖에 없었겠지만, 생명력만큼은 꽤 강해 보였다. 이 화단에 심겨있던 꽃 중에 어느 꽃씨가 떨어져 발아되어서 그나마 살아남은 게 아닐까. 비록 정체성도 없고 사람 눈길은 끌지 못하더라도 혼란 속에 당혹스러워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만의 평화로운 자유를 맘껏 누리고 있었다.
어느덧 중천에 있던 해도 기울어간다. 박람회장을 빠져나오며 나는 뒤돌아서서 온종일 눈요기를 시켜줘서 고마웠던 꽃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너도 꽃, 나도 꽃, 빠이빠이~~’
첫댓글 ㅎㅎ하느님 눈에는 우리 모두 각자가 다 한 송이 꽃으로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한반도가 꽃잔치네요! 참 좋은 나라에 삽니다~우리는! ^^
네
그렇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