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은 죽고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한다
일리스 룬드그렌은 부지런하고 결단력 있는 사람이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스웨덴의 농촌 마을 알름홀트에서 목수로 일했던 그는 테이블을 만들어 현지 가구상에 배달했다. 룬드그렌은 공구를 능숙하게 다루었고 테이블을 정교하게 제작하기로 유명했지만 배달은 다른 문제였다.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테이블을 볼보 왜건의 트렁크에 밀어 넣을 수 없었다. 몇 차례 실패를 거듭한 끝에, 룬드그렌은 마치 젊은이들처럼 신선한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했다. “다리를 떼어보면 어떨까.”
1956년 당시 룬드그렌의 고객은 잉그바르 캄프라드였다. 조숙하고 선견지명이 있었던 젊은 캄프라드는 룬드그렌이 가구 다리를 잘라내는 과감한 시도에서 그의 잠재력을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캄프라드는 여기서 영감을 얻어 진공포장방식을 개발했다. 진공포장 방식 덕분에 커다란 테이블은 작은 운반차량에도 들어갈 수 있었고, 진공포장으로 상품이 차지하는 공간이 줄어들어 운송비용도 크게 줄어들었다. 골치 아픈 문제 두 가지가 한꺼번에 해결되었던 것이다.
이케아를 운영했던 캄프라드는 룬드그렌을 직원으로 채용했다. 그리고 진공포장은 이케아에서 곧 유용한 개념이 되었다. 진공포장으로 운반비가 크게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가구를 배달하고 다시 조립하느라 시간과 비용이 드는 수고로운 일을 소비자에게 교묘히 떠넘길 수 있었다. 룬드그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20세기의 훌륭한 마케팅 책략, 즉 비용을 판매자에게서 구매자에게로 슬쩍 떠넘길 방법의 토대를 마련했던 것이다.
이케아는 공급업체들에게 매년 가격을 낮추길 요구하고, 기존 제품의 업데이트 버전이든 신상품이든 이케아의 디자이너들에게 매년 더 저렴한 제품을 설계하도록 주문한다. 이 글을 쓸 당시에는 훨씬 오래 전에 룬드그렌이 다리를 절단했던 테이블과 똑같은 제품이 소매가격 69달러에 판매되었다. 나는 풍부한 경험을 지닌 가구제조업체에게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이렇게 말했다. 놀라운 일이죠. 그것은 테이블을 제작하기는커녕 테이블 제작에 필요한 목재조차 구입할 수 없는 가격이죠. 그는 이케아가 어떻게 그 가격에 그 제품을 제작하는지 몹시 궁금해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케아를 세계 최대의 가구제조업체로 생각하지만 이는 틀린 생각이다. 이케아는 세계 최대의 가구 소매업체다. 52개국에 흩어져 있는 1,300개 공급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 수만 명이 이케아의 품질을 대변하는 스웨덴산 표시를 새겨 넣는다. 지금은 중국이 이케아 최대의 공급업체이지만 계속 그럴지는 알 수 없다. 중국 근로자들이 더 나은 임금과 복지 혜택, 보호 장치를 요구한다면 이케아는 이미 튼튼한 발판을 닦아놓은 인도나 베트남으로 공급 기지를 옮길 수 있다.
이케아는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점을 인정하고 비영리단체들과 제휴함으로써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운다. 환경단체들이 이케아의 산림 정책에 불만을 제기하자, 이케아는 세계야생생물기금과 그린피스와 제휴 관계를 맺었다. 인권운동가들이 인도, 파키스탄, 베트남, 필리핀에서 불법으로 미성년자를 노동에 동원한다며 이케아를 비난하자, 이케아는 유니세프, 세이브더칠드런과 손을 잡았다. 이케아가 아무런 약속도, 어떤 상세한 설명도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제휴 관계가 사회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마음속에서 이런 제휴 관계는 분명 이케아를 괴롭히는 부정적인 이미지들을 상쇄시킨다.
지속적인 산림 벌채 위협 속에서 베트남은 불법으로 벌채된 목재를 가공하는 남아시아의 주요허브였다. 이케아 공급업체들은 이케아 방식을 따르도록 지시받지만, 베트남에서는 환경 및 인권 관련 법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 베트남 공장들은 일주일에 6일 동안 48시간 노동을 시키고 월 50달러밖에 지불하지 않는다. 미국의 한 비평가는 베트남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선진 경제를 자랑하는 민주주의 국가들은 수억 저임금 근로자들을 일꾼으로 동원하여 임금 인하 효과를 누린다. 바나나 잎 이야기가 이케아 고객들의 발길을 계속 끌 수도 있겠지만 이케아가 베트남과 여타 저임금 국가에 계속 머무는 이유는 값싼 노동과 산림 때문이다.
이케아의 스토리가 가장 멋지게 포장되는 곳은 바로 카탈로그다. 이케아는 카탈로그 제작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이 육중한 카탈로그는 유럽에서 가장 큰 사진 스튜디오에서 제작된다. 1만 평방미터 규모의 스튜디오에는 사진작가들과 인테리어 디자이너들, 카피라이터들, 제품관리자들의 이야기 소리가 울려 퍼진다. 신형 볼보만큼 고가를 자랑하는 디지털카메라가 모형 부엌, 욕실, 오락실을 찰칵 찰칵 찍어댄다. 모형들은 즐겁고 친근한 가정 같은 분위기를 뿜어내도록 세밀하게 꾸며져 있다. 식물과 꽃, 흰색 머그컵에 꽂혀 있는 수채화 붓이 거실을 돋보이게 하고, 신선한 과일과 쌓여 있는 녹색 야채들, 곡물이 담겨 있는 항아리들, 올리브오일이 담긴 병들은 이 모형 부엌에 아름다움을 더한다. 그리고 구서구석 야드 단위로 전 세계 이케아 매장에서 똑같은 상품들을 판매한다. 그들의 목표는 서로 다른 문화권의 소비자들이 모두 이케아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혹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수백만 이케아 애용자들은 브랜드의 필요에 맞게 자신을 바꾸고 있다. 그들은 불쌍한 빌리 책장이 무너질 정도로 많은 책을 꽂지 않고 책장이 견딜 수 있을 만큼만 꽂는다. 예를 들어 가벼운 책들을 가운데 꽂고 셰익스피어 전집과 화학 교재처럼 무거운 책들은 측면에 꽂는 것이다. 본래 책장이라는 것은 어떤 책을 얼마나 꽂든 버틸 수 있는 튼튼한 가구여야 한다. 그러나 그런 기본적인 기능보다 세련된 외관과 저렴한 가격이 자랑인 이 책장은 책장의 수용 한계에 맞춰 어떤 책들을 얼만 꽂을 것인지 조절해야 한다. 즉, 현실적인 의미에서 빌리는 책장이 아니라 저렴한 책장이다. 이케아의 다른 많은 제품들도 마찬가지다. 이케아의 의자는 훌륭한 의자가 아니라 가격 대비 훌륭한 의자이고, 훌륭한 서랍이 아니라 가격대비 훌륭한서랍이다. 이런 제품들은 무너지거나 휘어져도 이미 그런 일이 얼어나리라 예상했기 때문에 우리는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저렴한 물건들은 관여도가 낮은 상품들이다. 저렴한 상품들은 일반적으로 구매하고 손질하고 보관하는 데 신경이 덜 쓰이는데, 이 점은 저렴한 상품이 가진 매력이기도 하다.
한때 미국인들은 자급자족 능력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들은 직접 물건을 수리하고 땜질했다. 그러나 오늘날 젊은 세대들은 부모 세대가 고장 난 토스터나 세탁기를 낑낑거리며 고쳤던 일을 기억은 하겠지만, 직접 고치려 하지는 않는다. 고장 난 전자오븐, 디지털카메라, 컴퓨터 칩이 내장된 여러 제품과 같은 요즘 가전제품이나 전자제품, 자동차는 해독하기 어렵고 수리가 불가능한 블랙박스다. 제품 케이스를 열어 내부를 들여다보기도 어렵고, 아무리 구입한 제품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케이스를 열어보았다가는 제품보증서에 기록된 각종 혜택을 잃을 수도 있다. 노현한 전문가들도 수리를 점점 힘들어하고 있다. 20년도 안 되어 전문서비스협회에 등록되어 있었던 소형 가전제품상점 및 전자제품 상점 회원들의 3/4이 탈퇴했다.
정치철학자 매튜 B. 크로포드가 목격한 것처럼, 어떻게 제작되었는지를 감추는 공학 문화 때문에 우리가 쓰는 제품들을 직접 조사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그는 우리가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만큼 제품에 대한 관여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발과 전자제품, 가구는 이제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으로 전락하면서 이것을 수리하거나 정교하게 제작하는 장인들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었다. 그리고 장인의 수가 점점 줄어들면서 진정 장인의 솜씨로 제작된 제품들은 더 비싸고 희귀해져 대중이 아닌 부자들만 누릴 수 있게 되었다. 한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누릴 수 있었던 품질의 가치를 겸비한 제품들은 이제 소수만이 누릴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남은 것은 디자인뿐이다.
디자인이 아무리 스마트하고 재미있고 매력적이더라도, 장인의 솜씨로 제작되지 않으면 그 제품은 지속적으로 쓸 수 없다. 지르코늄 약혼반지처럼 장인의 솜씨로 제작되지 않은 디자인은 소비자를 기만할 뿐이다. 아주 반짝이기는 하지만, 그 속에는 금이 들어 있지 않다. 여러분은 갑자기 내리는 비 때문에 노점에서 괜찮아 보이는 5달러짜리 우산을 몇 번이나 사보았는가? 알다시피 그런 우산은 심한 바람이 한 번만 불어도 금방 뒤집혀버린다. 그러면 커다란 손수건으로 간신히 머리 위를 가리는 것처럼 우산의 끄트머리를 손으로 붙잡아 비를 피한다. 금방 고장 아는 이런 우산과 우리의 관계가 바로 일회용 관계다. 기대도, 얻는 것도 없이 우리는 상황에 맞게 임시변통하며 살아간다. 장인의 솜씨도, 그에 대한 기대도 없으며 물질세계와 우리의 관계는 결국 만족스럽지도 않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은 일회용 관계로 전락할 것이다.
-할인, 그리고 불만
할인점들은 우리가 자주 구매하는 제품들, 즉 비 브랜드 휴지, 야채, 통조림, 세제 등의 가격을 낮춰 평균 시장바구니 가격을 낮춘다. 할인점에서는 그런 작은 혜택들이 중요하다. 케첩 한 병에 5센트를 할인하면 고객들을 유혹할 수 있다. 특히 핫도그와 키친타월 같은 관련 품목들을 함께 5센트 할인하면 더욱 그렇다. 따라서 할인점들은 그처럼 부피가 크고 가격이 싼 품목들을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해 놓는다. 이 품목들을 구매하도록 고객들을 설득할 뿐 아니라, 고객들이 매장의 모든 물건이 싸다는 생각으로 매장을 나설 수 있도록 말이다. 우리들 대부분이 키친타월을 필요로 하고 케첩과 핫도그를 함께 구매하기 때문에, 이렇게 보면 할인점들이 우리에게 비용 절감 효과를 안겨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미끼다. 상점을 이용하지 않는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마련된 미끼 제품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할인점들은 전통적인 상점만큼 특정 범주에 속한 제품들을 다양하게 공급하지 않는다. 어느 유기농식품 조사에서 선도적인 유기농 판매업체인 월마트가 가장 저렴한 가격에 유기농제품을 공급하고 있었지만 제품이 매우 한정되어 있어 다른 상점들과의 비교가 거의 불가능했다. 조사자들은 이렇게 결론 내렸다. 월마트에서는 선전하기 위해 몇 가지 유기농제품만 판매한다. 그러나 월마트는 유기농산업에서 그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월마트는 저가의 유기농제품들을 대량 판매했지만 우유와 같은 품목 하나가 판매량 대부분을 차지했다.
최근 미국의 대형 할인점들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무서운 전망으로부터 소비자를 지키는 파수꾼으로 환영받는다. 2002년 비즈니스위크에서는 이렇게 보도했다. 유럽 중앙은행보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인플레이션을 덜 걱정하는 이유 중 하나는 보다 경쟁력 있는 미국 소매 환경의 디플레이션 효과 때문이다. 실제로 월마트, 달러 스토어, 빅 라츠, 그 외 할인점들은 인플레이션 억제에 한몫하며, 이는 정말로 고무적인 현상처럼 보인다.
소득 증가율이 필수품의 가격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는 국민들이 저렴한 소비재를 고집하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으로 효율성이 향상된 덕에 우리는 세계시장에서 원하는 물건을 가장 저렴한 값에 구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우리 사회의 임금은 낮아졌다. 소매점 근로자들은 일반적으로 최저임금보다 많이 받지만 중산층에 포함될 만한 임금은 아니다. 하지만 가난하게 생활하는 미국인 노동자들의 약 1/3이 소매 산업에 종사한다.
미국인들의 경제가 바닥을 칠 때, 할인점은 가장 많은 이익을 올린다는 연구보고서가 있다.
월마트는 열심히 로비를 벌여가며 노동조합을 견제하는 것이 고객들에게 계속 저렴하게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얼마 전까지 월마트가 열심히 로비를 벌여가며 근로자들 뿐 아니라 고객들에게도 이익을 가져다줄 국민보건개혁 및 기타 보호 장치에 반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하원의원과 UN대사를 역임했고 월마트 대변인으로 일하는 앤드류 영이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한 것 같다. 그는 미국에서 가난은 막대한 시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할인산업이 가난한 사람들을 이롭게 한다기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이 할인산업을 이롭게 한다고 할 수 있겠다.
-값싼 식량
감자는 항상 가격이 쌌지만 그만큼 환영받지는 못했다. 감자의 원산지는 본래 남미의 고원지대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신세계를 정복하고 의기양양하게 고국으로 돌아가 감자를 유럽에 소개했다. 유럽인들은 흙이 잔뜩 묻은 울퉁불퉁한 감자를 의심스럽게 쳐다보았다. 그것은 감자의 꽃이 가지과 유독식물의 꽃과 매우 흡사했고, 거칠거칠하고 지저분한 감자껍질은 마치 나병과 매독 같은 피부병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프랑스, 벨기에, 오스트리아, 독일에서는 감자가 색욕을 일으키는 유해한 작물이라며 무시했다. 이탈리아와 영국에서는 감자를 일종의 처벌 수단으로 여겨 돼지나 죄수에게 주는 음식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아일랜드 사람들은 감자를 다르게 보았다.
실용적인 아일랜드 농부들 덕분이었다. 밀은 제분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귀리는 갈거나 빻아야 하지만 감자는 그저 굽거나 끓이기만 해도 감칠맛을 느낄 수 있었다. 영양이 풍부하고 속이 알차며 운반하기 편리한 감자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식량이었다. 아일랜드 실업가들과 지주들은 감자가 농부들을 위해 하늘에서 내린 식량이라고 칭송할 정도였다.
우리는 감자에 대한 그런 병적인 애착이 어떤 비극적인 결과를 불렀는지 잘 알고 있다. 1845년 유럽 남부에서 불어온 강풍을 타고 감자마름병을 일으키는 역병균이 아일랜드 땅에 착륙했다. 이 역병균도 감자처럼 번식하기 좋은 비옥한 땅으로 아일랜드를 선택했다. 몇 세기에 걸쳐 남미 사람들은 역병이 닥쳐도 여러 품종 중 한 가지 이상 품종은 역병을 이겨낼 수 있도록 유전적으로 다른 여러 종류의 감자를 심었다. 하지만 아일랜드는 이런 침략자들에 대해 무방비 상태에 있었다.
감자 한 포기가 역병에 걸리면 단 며칠 만에 다른 감자 수천 포기로 역병이 감염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일랜드의 주 식량은 악취가 풍기는 끈적끈적한 이물질로 바뀌었다. 아일랜드의 감자 기근은 탐욕스런 지주들과 힘없는 농부들에게 단일 작물 재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역사적 사건으로 남게 되었다.
아무튼 우리는 이런 경험을 통해 단일 작물 재배가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단일 품종들이 부유균이나 세균의 공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어렵게 배웠다. 하지만 여전히 식량가격이 더 저렴해야 한다는 생각은 떨쳐버리지 못했다. 이런 생각이 불행한 결과를 초래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2008년 9월 UN에서는 7,500만 명이 세계 기아 명부에 추가 등록되어 세계적으로 약 9억 2,500만 명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고 보고했다.
150년 전 아일랜드에서 기근이 발생했을 때는 실질적인 식량 부족 탓이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2008년 세계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식량이 풍부해졌다. 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모두에게 돌아가고도 남을 만큼 식량이 풍부해졌다. 하지만 풍부해지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아이티, 미얀마, 에티오피아, 수단 사람들은 그들이 재배하고 수확한 식량들이 다른 이들에게 공급되는 바람에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 일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1984~1985년 사이에도 에티오피아는 영국에 콩을 지속적으로 수출했지만, 에티오피아인 100만 명은 기근으로 죽었다. 또한 수단은 1989년 지속적인 기근 위협에도 수수 40만 톤을 EC에 동물 사료로 팔았다. 오늘날 지속적인 식량 부족에도 여전히 많은 최상급 농지들이 에티오피아에서는 커피 재배에 쓰이고 수단에서는 목화 재배에 쓰인다.
수출품과 환금 작물들이 그들 경제에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무론 그런 작물들은 그들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수출품 생산을 늘리기 위해 단일 작물 재배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식량 안보를 크게 위협하는 일이다. 200년 전 아일랜드처럼 말이다. 보다 저렴한 식량에 대한 세계인의 수요가 가장 힘없는 사람들, 즉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니 끔찍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공장화된 현대식 농장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농장이 아니라 공장임을 알 것이다. 오늘날 농장은 농기업들과 여기에 동력을 공급하는 기술 덕분에 평범한 농부들이 이뤄낼 수 있는 것 이상으로 효율성을 향상시킨다. 연구소에서 유전자가 조작되고, 감금된 채로 옥수수와 성장 호르몬을 먹어 살이 찌고, 지속적으로 항생제를 주사 맞은 가축이 새로운 동물 표본으로 부상했다. 과학적으로 최적화된 종자에서 싹을 틔워 화학비료와 제초제를 듬뿍 뿌려 키운 작물 역시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미국뿐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식량은 극히 저렴한 가격에 공급된다. 1974~2005년에 세계시장에서는 식량가격이 3/4가량 떨어졌다. 이는 1970년대보다 2005년에 식량이 훨씬 더 저렴하게 공급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식량가격이 떨어진 이유는 기술 발전에 따른 효율성의 향상과 대규모 농가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 및 보호정책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에서는 1995~2006년에 농가 보조금으로 1,776억 달러를 지출했고, 그중 3/4이 전체 수혜자의 단 10%에 집중적으로 제공되었다. 보조금의 최대 수혜자는 세계 최대 쌀 제분 및 판매업체인 아칸소 주 슈투트가르트의 라이스랜드푸즈였다. 라이스랜드의 쌀은 직장이나 학교의 카페테리아 혹은 레스토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 재료다. 지방 슈퍼마켓들의 자체 브랜드 쌀 역시 라이스랜드의 쌀일 가능성이 높다. 라이스랜드는 미국 전체 작물의 1/3을 책임지고 있으며 유럽, 사우디아라비아, 멕시코, 쿠바로 쌀을 수출한다. 그러나 라이스랜드는 정부보조금에 크게 의존한다. 1995~2006년까지 라이스랜드는 정부로부터 5억 5,434만 3,039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보조금을 받았고 이 때문에 저가로 작물을 공급할 수 있었다. 2005년 세계시장의 쌀 가격이 미국 농가의 평균 재배비용보다 20~34%낮을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캔자스에서 5대째 농사를 짓는 래리 매틀록은 영세 농업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국 로비 기관인 미국농업운동의 회장으로 활동한다. 그는 정부보조금을 지지하지 않는다. 매틀록은 정부보조금이 기업으로 농사를 짓는 세계 모든 농업인들의 피를 빨아먹는다고 말했다. 이 말을 입증할 수 있는 실질적인 증거는 없지만, 가업으로 농사를 짓는 미국의 독립 영농인 대부분이 오래전 농사를 포기했고, 일부는 유기농 작물과 가축 같은 고급 상품들을 키우거나 생산물을 다각화함으로써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다. 무론 미국과 유럽 농업인들은 특별한 치즈나 훈제 고기 같은 고부가가치 상품들로도 활동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의 영세농업인들은 이런 특권을 누릴 수 없다. 게다가 미국인들의 저가 식품 선호 트랜드가 가장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 곳이 바로 이런 개발도상국들이다.
아이티는 한때 쌀을 수출했던 국가였다. 하지만 오늘날의 아이티 국민들의 식탁 위에 오르는 살의 3/4은 미국에서 수입한 것이다. 아이티 국민들이 농업을 등한시 하는 동안, 아이티의 전통적인 영농 관행 및 기술들은 약화되었고 결과적으로 수입 식량에 대한 현지 수요는 점점 증가했다. 이곳 소비자들은 쌀과 같은 수입품을 구매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 돈을 벌려면 보통 선진공업국이 원하는 목재, 광물, 커피 같은 원료나 대량생산되는 저렴한 상품을 생산하는 일자리를 얻어야 한다. 그래서 아이티 농업인들은 농지를 버리고 일자리를 찾아 광산으로, 콩장으로 떠나고 있으며, 현지의 식량 생산량은 더욱 줄어들었다. 토지가 없거나 아주 적은 농지를 보유하고 있었던 농업인 중 아직 일자리를 찾지 못한 이들은 가장 가난한 사람들로 전락했다. 미국으로 도망치는 사람들도 점점 증가했는데, 2007년 미국 이민자가 3,700만 명을 넘어선 기록을 세운 것도 부분적으로 이 때문이었다.
역사는 농부들에게 친절했던 적이 거의 없었다. 농사는 농부들에게 만족감의 원천이 되어주지도, 풍요로운 삶의 원천이 되어주지도 못했다. 오늘날 팔거나 거래할 수 있는 잉여 농산물이 없는 영세한 자급농민은 세계 빈자의 75%를 차지한다. 그들은 농사만으로는 충분한 생계비를 벌 수 없다. 마찬가지로, 농산물이나 가축을 농가 유지에 거의 다 써서 잉여 농산물이 없는 자급농업은 최상의 환경에서도 일정 면적의 토지로는 점점 늘어나는 가족들을 부양할 수 없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일자리가 될 수 없다.
가난한 시골 사람들에게 농사는 다각화된 노동 생활을 구성하는 한 가지 요소일 뿐이다. 비록 ‘귀족 농민’ 개념이 점점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이는 중세 못지않게 지금도 비현실적이다. 개발도상국 농민에게는 자비롭지 않은 지구에서 가까스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그들은 사람들이 원치 않는 그런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시장의 수요와 다국적기업들의 영향력 때문에 제3세계 농업인들이 과거처럼 자립적인 삶을 꾸려나가는 것, 그리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실천해나가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워졌다. 2000년대 초, 식량가격이 폭등했을 때 영세 농업인들은 이에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상당수의 농업인들이 우리처럼 그저 당혹스러워했다.
식량가격이 폭등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우선 농기계와 운송에 필요한 연료들과 화학비료 제조에 쓰이는 화석연료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그리고 바이오 열풍으로 옥수수와 콩, 기타 곡물들의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또한 오스트리아, 러시아, 그 외 식량 수출국의 정치 상황이 불안정해졌고, 달러의 지속적인 가치 하락 때문에 해지 수단으로 상품 선물투자가 증가했다. 그리고 개발도상국들의 부 증가로 고기와 낙농제품처럼 비싼 식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식량가격은 폭등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식량가격이 올라도 개발도상국들의 부가 증가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식량가격이 오르면 농업인들의 소득이 증가하고 여기서 보다 부유해진 이들은 더 비싼 값을 주고 식량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현실은 그렇게 전개되지 않았다.
2001년 이전, 곡물 가격은 약 1세기 동안 떨어졌다가 멈추기를 반복했고 1980년대 이후에는 꾸준히 하락했다. 스탠포드대학 경제학자이자 세계적인 농산물시장 전문가인 피터 티머는 가격이 너무 떨어졌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 설명했다. 농업부문은 그동안 생산성을 올리고 빈곤을 퇴치하는 핵심적 역할로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폭락하면서 정부와 기부단체들, 그리고 연구기관들은 농업 부문에 쏟았던 관심을 줄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가격 하락으로 정부 정책의 초점이 식량 생산 증대와 농업 지원이 아니라, 과잉공급 축소에 맞춰졌다. 식량이 너무 싸고 풍부해서 많은 양을 비축해둘 이유도, 재배와 수확에서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이유도 없어 보였다. 국가들이 적시 공급 방식에 의존하게 되면서 비축량은 점점 줄어 들었다. 정부는 티셔츠나 DVD 플레이어처럼 식량도 항상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상품처럼 생각했다.
티머는 이렇게 말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걸쳐 농업과 농촌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감소하고 생산성이 더 이상 향상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 식량 생산 성장률이 식량 소비 성장률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식량 부족 현상이 다시 나타났고, 식량의 시장가격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한마디로, 2007년 말과 2008년 초 세계적인 식량위기는 농업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한 결과였죠.
농업 부문에 대한 투자는 항상 적절했던 것도, 항상 호의적이었던 것도 아니었다. 몬산토, 아처대니얼미들랜드, 카길처럼 미국을 본거지로 삼은 대규모의 다국적 농기업들은 유전자변형 종자와 화학비료, 제초제와 같은 생산 요소들을 생산과정에 투입함으로써 오랫동안 생산을 증대시켜왔다. 그 결과 효율성 향상으로 굶주림에 허덕이던 세계인들이 이익을 얻게 되었지만, 소규모 농장들의 합병이 가속화되면서 한계 생산자들, 특히 영세 농민들은 땅을 잃고 농촌을 떠나게 되었다. 모리스는 이렇게 설명했다. 농장들의 합병으로 보다, 저렴한 가격에 훨씬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게 되면서, 생산비용은 줄고 생산량은 증가했습니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식량가격 하락에 기여할 수 있지만, 대형 농기업들이 갑자기 경로를 바꿔 가령 바이오 연료에 투자하기로 결심하면 단기적으로 식량시장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식량 수출국이기 때문에 세계 식량정책에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식량가격을 낮추려는 광적인 노력 속에서 미국은 식량 수입 의존율이 점점 높아졌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세계 식량시장들도 다른 자유 시장들과 마찬가지로 최저가 경쟁에 뛰어들 것이다. 보조금과 규모의 경제 때문에 곡식과 곡식을 먹는 동물을 포함한 모든 제품들이 점점 저렴해지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는 모든 이들이 식량 소비를 줄이기보다 적은 돈으로 많이 구매하려 노력하게 된다. 2009년 초, 식품가격 인상과 경기 침체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인들은 신선한 과일과 야채 소비를 줄이고 패스트푸드 소비를 늘렸다.
인기 있는 데니스 레스토랑 체인은 베이컨 세 겹, 소시지 세 개, 달걀 두 개, 해시브라운, 팬케이크 세 개로 구성된 메뉴 익스트림 그랜드 슬램 스렉퍼스트를 자랑스레 선보였다. 그 식사는 1,270 칼로리와 77그램의 지방을 포함한다. 감자를 제외하고는 모든 재료가 곡물을 함유하고 있거나 곡물을 먹고 자란 것이다. 이 식사에는 토마토도, 과일 샐러드도, 심지어는 오렌지주스도 없다. 인간은 최소한의 에너지 소비로 최대의 식량을 찾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저가 음식을 대량 소비하는 것은 일리 있는 것이다. 그러나 푸드 세계에서 이 전략은 보이는 것만큼 단순하지도, 장기적으로 안전하지도 않은 전략이다.
공장형 사육은 효율적이지만 마모의 흔적도 보여준다. 축사는 오물 때문에 숨이 막히는 슬럼에 비유할 수 있다. 이런 축사에 갇혀 스트레스를 받는 가축들은 갖가지 병원균의 표적이 되기 쉽다. 항생제와 약물로 이런 병원균들의 공격에 대응하기는 하지만, 병원균들은 종종 잔인하고 혹독한 대가를 요구한다. 2000년 미국 농무부에서 돼지 농장 895곳의 질병 상태를 조사했다. 그들은 가축 수가 2,000마리가 안 되는 농장과 1만 마리가 넘는 농장을 비교했다. 농장이 클수록 가축들의 건강에 이로우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지만, 소규모 농장들에 비해 대형 농장들에서 비정상형 폐렴 발생률이 세 배, 돼지 독감 발생률이 6배, 새로운 변형 독감 발생률이 29배 높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환경 아래 어린 돼지들이 죽는다는 것은 작은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돼지들이 식탁에 오를 때까지 오랫동안 생존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이렇듯 짧고 비참한 삶을 사는 가축들은 그들의 고기를 통해 인간에게 복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축들은 배설물을 통해서도 인간에게 복수한다. 전통적인 농업인들은 식물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이익을 주는 가축들의 배설물로 옥수수와 알파파 경작지를 비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공장형 가축 농장들, 커다란 콘크리트 바닥 축사에 수십만 마리의 가축을 밀어 넣어 키우는 대형 농장들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배설물을 쏟아내고 있다.
소는 풀보다 곡물을 먹여 키워야 살이 더 빨리 찌고 비용이 더 적게 든다. 하지만 곡물을 먹여 키우면 대장균과 세균들이 소의 대장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리고 대장 속에서 증식한 세균은 배설물을 통해 가축으리 몸 밖으로 빠져나온다. 보통 대장균은 배설물 속에서 90일까지 생존할 수 있으며, 배설물 속에 남아 있는 대장균 대문에 축사는 감염의 온상이 되어버린다. 공장형 가축 농장에서는 한꺼번에 소 10만 마리 이상이 한 축사에 살며 막대한 양의 배설물을 배출한다. 예를 들어 콜로라도 주 그릴리 외곽에 위치한 축사 두 곳에서 내놓는 배설물 양은 애틀랜타, 보스톤, 덴버, 세인트루이스 네 곳에서 내놓는 배설물 양보다 더 많다. 이런 배설물들을 트럭을 실어 나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대규모 축산업체들은 보통 배설물을 용액으로 만들어 공기 중에 뿌린다. 배설물 액체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 나무 위에도 내려앉고, 모든 것 위에 내려앉는다.
또 다른 처리 방법은 배설물 구덩이인 라군(lagoon)을 만들어 쌓아두는 것이다. 이 방법도 문제점이 있다. 폭풍우가 심하게 불면 라군에서 배설물이 스며 나와 우물과 강물, 지하수, 관개용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 또한 라군은 호흡기 및 신경계 질환의 원인인 황화수소와 암모니아 가스를 배출한다. 그리고 카드뮴, 구리, 아연, 기타 중금속의 농도를 높인다. 이런 중금속들은 흙으로 스며들고 뿌리를 통해 작물에 흡수되어 결국 우리 몸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냄새 역시 문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이익을 올리는 돼지고기 가공업체 스미스필드푸즈는 연간 돼지고기 포장육 60억 파운드를 생산한다. 우연히 이 회사의 라군에 들른 한 방문객은 그곳을 이렇게 묘사했다. 살면서 그보다 더 역한 냄새는 맡아본 적이 없습니다. 바로 구역질이 날 뿐 아니라 시간이 흐른 뒤에도 메슥거리는 그런 냄새였어요.
2007년 7월 중국은 오염을 이유로 미국 공장에서 키운 돼지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정말 확실한 근거가 있는 조치였는지, 아니면 중국의 가공식품을 거부한 것에 대한 단순한 보복 조치였는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 가공식품에 대해 우려를 제기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해 9월 식품 단속반이 식품 공장 180곳이 문을 닫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경찰 단속으로 사탕, 피클, 크래커, 해산물 가공 과정에 공업용 화학제품, 불법 색소, 포름알데히드가 사용된 사실도 밝혀졌고, 그 결과 취해진 조치 중 하나가 폐업 조치였다. 중국의 품질감독 총국 국장인 한 이를 인터뷰했던 리포터는 이렇게 보도했다. 한은 그런 조치들이 별개의 문제가 아님을 시인했습니다. 이는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과거 감독총국에서는 일부 공격적인 공장들에서만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중국의 이번 조치는 수십억 중국 식품 수출품들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인들은 안전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식품의 경우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안전은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에 따르는 비용을 부담하려고 하지 않는다. 육류 및 가금류 검역을 책임지는 미국 농무부는 전체 수입품의 16%만 검사한다. 과일과 야채, 그 외 대부분의 다른 식품 검사를 책임지는 식약청은 전체 수입품의 1% 미만만을 검사한다. 1992년에 8%를 검사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떨어진 수치다. 이런 데이터를 보면 대부분의 수입품들이 검사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미국인의 식탁 위에 오르고 있음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수출업자 탓으로 돌리는 것은 우리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우리가 더 신선하고 안전한 제품을 요구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기꺼이 부담한다면, 오염된 수입품에서 유발되는 위협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중국인들은 이 점을 이해한다. 2007년 중국 관료들은 미국 수입업체들에게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제시해 주고, 저렴한 가격만 강조하지 말고 그 너머를 보아줄 것을 부탁했다.
20세기 말 선진국에서는 영양 부족보다 과체중이 더 심각한 건강 문제로 대두되었다. 점점 늘어나는 비만에 대한 우려는 저렴해지는 식품 가격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저렴한 식품 그 자체가 약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작가인 마이클 폴란과 슬로푸드 단체는 더 많은 돈을 내고 더 적은 양의 더 우수한 식량을 구매하도록 소비자들을 독려한다. 그러나 식품가격이 상승하자 이것이 축하할 일어거나 무시해도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람들이 먹는 식품은 실험실에서 과학자들이 합성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장 저렴한 식품도 재배되고 수확되고 가공되어야 한다. 따라서 미국에서 저렴한 식품은 정부보조금의 덕을 보는 제품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곡물과 이 곡물을 먹고 자라는 가축들이 저렴한 식품인 것이다.
저렴한 식품은 우리를 보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 식품가격이 미국인들의 소득에서 절반을 차지했던 몇 년 전에는 이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미국은 전환기를 맞이했다. 저렴한 식품은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을 증진시키기보다 감소시켰다. 가공된 곡물들과 이를 먹고 자란 가축들, 예를 들어 서브웨이 제품들과 애그 맥머핀에 들어 있는 재료들은 이제 사람들에게 그리 이롭지 않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안다고 해서 우리가 더 이상 저렴한 식품을 찾지 않거나 소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은 저렴한 식품들 때문에 미국의 다음 세대들은 부모 세대보다 더 빨리 죽는 첫 세대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식품 선호 성향을 결정짓는 것은 가격이 아니라 기호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근거가 불확실하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특정 식품들에 노출되면서 그에 대한 기호가 생겨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 대부분은 자연 상태의 식품을 맛볼 기회가 거의 없다. 운 좋게도 자연에서 자란 돼지고기를 먹어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그런 돼지고기와 공장에서 생산된 돼지고기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것이다. 자연에서 자란 돼지고기는 육즙이 풍부하고 육질이 단단하며 풍미가 있고 달콤하다. 비록 최상의 들판이 아니라 해도 적어도 들판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자란 돼지에게서 얻을 수 있는 그런 고기다. 공장에서 자라는 돼지는 기름기가 적다. 너무 기름기가 없을 경우 사육업체들은 맛을 좋게 하기 위해 돼지에 염류 용액을 주입한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돼지는 스트레스를 받아 산성화되어 고기 빛깔이 희고 육질이 무르며 육즙이 밖으로 빠져나온다. 돈육산업에서는 이런 고기를 PSE라고 부르며, 광고에서는 또 다른 백색육으로 선전한다. 이는 돼지고기가 암 등을 유발하는 적색육으로 인식되는 기존의 선입견을 깨고 몸에 좋은 백색육으로 포지셔닝하여 돼지고기의 품질을 알리고 호감도를 증진시키기 위함이다.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슈퍼마켓 육류 냉동고에서 찾을 수 있는 상표 없는 값싼 고기, 그리고 사람들 대부분이 돼지고기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이 PSE다.
마찬가지로, 자연에서 잡은 바다 새우나 민물 새우를 먹어본 사람들은 자연산 새우와 공장 양식 새우가 전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안다. 자연산 새우는 깨끗한 곳에서 생활한 탓에 육질이 단단하고 상큼한 짠맛이 난다. 항생제나 살충제 잔여물도 묻어 있지 않고, 잔인한 인간의 흔적도 남아 있지 않다. 오염된 비좁은 양식지에서 태어난 새우는 미끌미끌하고 진흙까지 배어 있다. 마치 새우의 과거를 인간 모두가 알아야 한다고 시위하듯이, 양식 새우에서는 진흙 맛이 난다. 그러나 바로 이 새우가 우리들 대부분이 새우라고 부르는 것이다.
농업은 과거에도, 지금도 위험이 따르는 힘든 비즈니스다. 가뭄, 폭풍, 해충, 그리고 불운 수천 년 동안 농부들을 괴롭혀왔다. 몇 세대 전만 해도 미국에서는 단순히 농사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농업인은 거의 없었다. 농업인들은 도시에서 부업을 해서 부족한 소득을 보충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몇 년 전에는 그런 부업들이 괜찮은 임금과 복리후생비를 제공하는 포장공장의 노동적이었다면, 지금은 식료품을 쇼핑백에 담거나 진열대에 진열하는 저임금의 서비스직이라는 것이다. 도시 거주민들이 이런 불안정한 저임금 서비스직으로는 가족들을 부양할 수 없는 것처럼, 농업인들도 그런 일자리로는 부족한 영농 소득을 메울 수 없었다. 농업인들은 정부의 지원을 필요로 하고, 이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 그러나 연방 정부의 영농보조금과 납세자들의 세금 상당 부분이 소규모로 과수 및 야채를 재배하는 영세한 영농인이나 낙농업자들이 아니라, 대규모로 곡물과 육류와 우유를 생산하는 거대 농기업들의 손으로 들어간다.
지구상에는 60억 명이 넘는 인구가 존재하며, 20세기의 첨단 식량 시스템 덕에 향후 몇십억 명이 더 증가할 것이다. 화학비료, 살충제, 선진 관개 시스템, 현대적인 가축 사육 방식이 없었다면 전 세계는 훨씬 더 심한 기아로 지금보다는 인구가 적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세계의 인구를 먹이려면 막대한 식량을 재배하고 가공할 대규모 농장이 필요하다. 그리고 좋든 싫든 고기에 대한 세계인들의 수요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공장형 사육자에서 생산되는 식량은 커다란 대가를 요구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직접적으로는 생산에 투입되는 자본이라는 대가를 요구하고, 간접적으로는 건강과 환경과 인간애의 장기적 파괴라는 대가를 요구한다. 우리는 그런 대가에 보다 정직해져야 하고, 용감하게 감당해야 한다. 외부 요인 탓으로 돌리거나 우리 후손들에게 전가해사도 안 되고, 국내외 가난한 사람들이 그 대가를 치르게 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영세 농업인들이 살아남을 수 있고 번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나가야 한다.
최근 식품가격의 폭등은 일종의 경종이다. 오늘날 녹색혁명의 막대한 성공으로 우리는 기술이 세계의 모든 식량 문제를 해결하리라 믿게 되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그것은 해결책의 일부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곡물가격이 오르는 것을 보면서 축산업자들이 돼지고기 및 소고기를 상대적으로 싸게 팔면서 어떻게 상대적으로 높은 이익을 올리는지 궁금해해야 한다. 그들은 어떤 단합을 하기에, 어떤 방법으로 비용을 절감하기에 고기를 싸게 팔면서 높은 이익을 올리는 것인가? 여기서 가격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다른 많은 중요한 요소들이 있다. 예를 들면, 규제, 리서치, 장기투자 같은 것들이다. 사람들에게 곡물과 그것을 먹고 자란 가축의 가공 제품들 외에 기본적인 것들을 구입할 여유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생산물 가격을 일정 수준 보장해주는 전통적인 가격지지제도의 부활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가격지지제도는 농업인들에게 작물 재배를 다각화하도록 독려해, 잠재적으로 과일과 야채의 가격을 내려 수입품이 덜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곡물에 대한 보조금을 줄임으로써 미국 정부는 현금을 대용하는 상환권이나 식량카드를 발급해 보다 넉넉하게 소비자들을 보조할 수 있었고 모든 이들에게 생계를 보다 강력히 책임질 수 있는 힘을 제공할 수 있었다.
식품에서 국제무역은 매우 중요하다. 수입 커피와 바나나가 없다면, 미국인들은 삶에서 커다란 즐거움이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많은 국가들이 미국의 수출품들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곡물 수출 국가에 다량의 곡물을 아주 싸게 팔거나 저렴한 태국 새우를 플로리다에 투매하는 것을 불합리한 일이다. 글로벌 식량배급 시스템은 조절을 필요로 한다. 개발도상국 시장에 저렴한 식량을 과대 공급하여 현지인들의 식량 재배 및 가공 의욕을 꺾기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적당한 가격에 현지 식량이든, 수입 식량이든 구매할 수 있도록 직접적인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현지 정부들과 세계 개발기구들은 현지 농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함으로써 농업인들이 생산물에 높은 가격을 매길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변화가 일어난다면, 그것은 소비자들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구스만의 마늘을 예로 들어보자. 1990년대 이래, 캘리포니아 농업인들은 미국 시장에 값싼 중국산 마늘이 범람하는 것에 커다란 불만을 드러냈다. 환경주의자들 역시 중국산 마늘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과 캘리포니아 마늘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을 비교했을 때, 중국산 마늘이 분진의 경우 30배,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6배 더 크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중국 마늘이 더 싸기 때문에, 미국 시장은 미국산 마늘만큼 중국산 마늘을 많이 비축한다. 그리고 가정에서도 중국산 마늘을 더 많이 구매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최근 요리사들이 알고 있는 사실, 즉 중국산 마늘이 미국산 마늘보다 강렬함이 약해 요리할 때 더 많이 넣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한편 중국산 마늘을 캘리포니아로 수입하는 데 소요되는 연료비용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위와 같은 주장은 점점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미국인들은 값싼 마늘에 대한 그들의 기호를 재고할지는 알 수 없지만, 재고해볼 이유는 분명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근 나는 친구들과 생일 축하를 위해 레스토랑을 찾은 적이 있다. 메뉴를 살펴본 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나는 스페인 소시지와 새우 요리를 먹을 생각이었다. 웨이트리스는 그 메뉴가 레스토랑의 대표 음식이라고 자랑했다. 귀가 솔깃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새우의 원산지가 어디인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질문에 웨이트리스는 당황하는 듯 하더니 이내 당당하게 이렇게 말했다.
멕시코 만의 새우를 기대하신 것이라면 그것은 손님께서 현실을 모르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요즘은 아무도 멕시코 만의 새우를 쓰지 않습니다. 이 식당에서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아시아 산 냉동 새우를 쓰고 있습니다. 나는 설명해주어 고맙다고 말하고 닭고기 요리를 시켰다. 친구들은 아시아 산 냉동 새우 요리를 주문했고, 그 요리를 재빨리 먹어치우고는 여태까지 먹어본 새우 요리 중 최고였다고 말했다. 물론 그 가격에 먹어본 새우 요리 중 최고였다는 뜻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