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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반도 여행(1)
충남에 살면서 여름하면 태안을, 그리고 또 안면도를 생각하게 된다. 서쪽으로 제일 끝 동네이면서 해수욕장이 많은 해변이 있기 때문이다. 해안선을 따라가 보면 크고 작은 해수욕장이 31개나 나타난다. 탁 터진 푸른 바다와 해송밭이 리아스식 해안선을 따라 펼쳐져 낭만이 깃 든 피서지가 된다. 얼마동안 이곳에 살면서 태안반도 전지역을 방랑객이 되어 탐방을 하였다. 이 여름철 그리고 피서철에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 여행안내를 하려 한다. 함께 태안반도를 누비고 다녀 보자 !
우선 태안읍에 들어서면 북쪽으로 보이는 산이 백화산이다. 백화산(白華山)은 둥근 바위가 사방에 장승처럼 산을 지키고 있다. 해송과 함께 어우러져 산을 돋보이게 한다. 이 바위들은 밤에도 달빛에 반사되어 환하게 빛난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백화산이다. 산의 높이는 284미터다. 산의 좌측 뒤편(교육청 뒤)에는 정상가까이 오를 수 있는 차 길이 있다. 정상 아래는 태을암이라는 절이 있으며 절 위로는 태안 마애삼존불이 보존되어 있다. 정상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넓은 뜰과 함께 서산AB지구가 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로는 만리포 방향으로 요철이 심한 리아스식 해안을 위에서 내려다보게 된다. 동쪽으로는 서산 팔봉산 봉우리가 우뚝 솟아 보인다. 그리고 저녁에는 황홀해지는 저녁놀을 장엄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태안읍사무소 울안에는 과거 " 관아 " 건물(목애당)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그 뒤로는 향교가 창연하게 낡은 기와를 머리에 이고 있다. 주변에는 돌담과 함께 고목이 된 은행나무들이 자리하고 있다. 읍사무소 앞에는 선비들을 맞이하던 경이정이라는 정자가 입구에 있다. 이러한 분위기로 보아 이조시대에 와 있는 기분이 든다. 이제 바다로 나가 보자.
태안읍에서 바라보면 태안반도 여행코스는 5갈래가 된다. 왼쪽 손바닥을 펴 보면 다섯 개의 손가락이 있고 각각의 손가락이 태안반도 여행코스로 생각하여 설명해 가기로 한다.
- 왼쪽 손바닥에 들어있는 태안반도 여행코스 1, 엄지 : 안면도 방향 2. 검지 : 안흥항 방향 3. 중지 : 만리포 방향 4. 약지 : 학암포 방향 5. 말지 : 만대 방향
위 순서대로 한 코스씩 따라가 보자. 주로 해수욕장을 따라 가면서 그 지역의 특징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1. 엄지 : 안면도 방향 ( 남면, 안면읍 )
태안하면 안면도를 연상할 정도로 태안군의 절반을 차지한다. 안면도 방향에는 남면과 안면읍을 만난다. 남면의 서편에는 해수욕장이 4개있다. 동편으로는 서산 A B 지구로 알려져 있는 A지구를 접하고 있다. 현대의 정주영 신화가 담겨 있는 바다 물막이 공사를 기억할 것이다. 폐선을 끌어다가 유속을 차단하여 방조제를 완성시킨 일화가 지금도 종종 회자되고 있다. 이렇게 하여 넓은 간척지(3,082만평)와 호수가 생겨났다. 이 때 만들어진 호수를 부남호라 한다. 서산시 부석면과 태안군 남면 사이에 생겨난 호수라서 머릿글자를 따서 부남저수지라 하였다. B지구 호수는 간월호라한다. 그리고 넓게 조성된 논에는 늦가을과 겨울에 기러기, 가창오리, 청동오리, 고니, 검독수리, 여름철새로 황새, 호사도요, 장다리물떼새, 노랑부리백로 등 철새가 날아와 철새도래지로 잘 알려져 있다. 버드 존(bird - zone)에 날아오는 철새는 178종에 50만마리가 다녀간다. 오전 10시경과 오후 4시경에는 철새 떼들이 비상을 하므로 장관을 이룬다. 하늘에 구름이 떠다니 듯이 새떼가 하늘을 가리고 지나간다. 저녁에는 잠자리를 위하여 해송밭 숲으로 들어가고, 또 오전에는 다시 들로 나오기 때문에 이러한 장관을 이루는 장면을 볼 수 있다.
- 남면의 해수욕장(4) → 몽산포, 달산포, 청포대, 마검포
몽산포해수욕장은 해변에 소나무 밭이 일품이다. 해송(海松) 아래 그늘이 괜찮다. 그 대신 백사장 모래는 약간 흙이 섞여 있다. 바닷가에서는 호미를 파는 분들을 만나게 되는 데, 이것은 가족들이 함께 바다로 나가 조개를 캘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는 직접 조개를 채취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 된다. 가끔 조개채취 이벤트 행사가 열린다. 백사장의 길이는 10리가 족히 된다. 그리고 연이어 달산포해수욕장, 청포대해수욕장, 마검포해수욕장으로 연결 된다. 이른 봄 3월 중순에는 마검포에서 실치를 즐길 수 있다. 싱싱한 실치를 양념에 버무려 숫갈로 떠 마신다. 마치 냉면을 넘기는 것 같은 기분이다. 약간 비린 맛을 느끼면서 채소를 썰어 넣은 양념 맛 덕에 상큼해진다. 게다가 소주잔을 털어 넣으면 그 비린 맛은 사라진다.
백합시험장이 청포대해수욕장을 지나서 길가에 있다.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도 입은 것이 이 꽃(백합) 하나만 같지 못하였다고 했다. 백합은 외화(外花)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여러분들은 산에 있는 참나리를 알 것이다. 요즘 7월에 산에서 날렵하게 피는 주황 바탕에 검은 점이 알록달록 있는 꽃을 기억할 것이다. " 산나리 "라고도 하는 데 결국 백합과에 속한다. 백합은 말대로 하면 흰 꽃이지만 주황색의 참나리가 더 아름답다. 다양한 색깔의 백합을 개발하여 육종하고 있다. 평소 보기 힘든 백합이 종묘장 마다 다양한 색깔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언제든지 들려서 그 우아한 색소를 지닌 백합을 관람할 수 있다.
안면도는 원래 반도였다. 섬이 아니라 팔을 길게 뻗은 것처럼 대천 앞 바다까지 나가는 반도였다. 그런데 홍성에서 생산되는 특산물을 인천으로 실어가려면 천수만을 돌아나가 안면도 끝 영목을 돌아 서해로 해서 인천으로 가야 하였다. 뱃길로 100리를 더 가야하므로, 이 우회 뱃길을 단축시키기 위해 운하를 파기로 하였다. 폭이 가장 좁은 지역을 찾아 반도의 허리를 자르는 공사에 착수하였다. 이조 시대 태종 때 추진이 되었다지만 이 운하공사는 훨씬 뒤에야 완성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뱃길을 내기 위하여 강제로 반도를 섬으로 만들었다. 오직 인력과 수작업에 의존하던 시대에 암반을 깨트리는 작업은 더디고 힘들었다. 조선시대에는 국가에서 추진해야 하는 국책사업이었다. 그 덕에 지금은 연육교가 놓였고 그 아래는 바닷물이 출렁거린다. 밀물 때에는 배가 다리 밑을 통과하게 된다.
- 안면읍 해수욕장(12) → 백사장, 삼봉, 기지포, 안면, 두여, 밧개, 방포, 꽃지, 샛별, 장삼, 장돌, 바람아래
안면도에서 처음 만나는 해수욕장이 백사장해수욕장이다. 이름이 좀 특이하다. 해수욕장은 당연히 백사장이 있어야 한다. 백사장해수욕장에 있는 백사장은 어떻게 말해야 하는 것인 지 ? 그 말이 그 말 아닌가. 앞에도 백사장, 뒤에도 백사장. 그 바람에 이곳은 먼가 독특한 게 있다. 다른 어느 해수욕장보다도 백사장 모래가 더 곱고 희다. 마치 떡가루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이 해수욕장에 백사장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된 이유다. 이곳에는 항구가 옆에 있어서 어선들을 100여 척 볼 수 있다. 항구를 마주보고 횟집과 식당들이 50여 채 눈에 띈다. 대하(왕새우)의 산지이다. 9월경에 대하가 출하되기 시작한다. 11월까지 자연산 대하를 직접 만날 수 있다. 홍성 남당리 대하는 원래 백사장해수욕장에서 잡아 넘어간 것이다. 지금은 남당리 대하가 더 알려져 있다. 내륙에서 가까이 갈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안면읍소재지에서 가까운 꽃지해수욕장을 들려 보자. 다른 말로는 화지(花地)해수욕장이라고도 한다. 이름이 그런 탓에 2002년 국제꽃박람회(4.26 - 5.19)가 개최되었다. 24일동안 관람객은 당초 70만명을 예상하였는 데, 실제 입장객은 150만 명으로 50억의 흑자를 냈다. 박람회장에는 10군데의 주전시장에 1억송이나 되는 꽃이 진열되었다. 1꽃과 새문명관, 2무궁화관(한국관), 3코스모스관(세계관), 4금강초롱관(해외교류관), 5야생화관, 6농협관, 7삼성관, 8이벤트광장, 9평화의 뜰, 10분재원 등이 주전시장이었다. 태안군민들에게는 국제적인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루게 되어 자부심과 긍지로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꽃지해수욕장 앞에는 할미 - 할아비바위가 마주보고 있다. 한 때 일단의 여인들과 그 바위들을 바라보며 노천 식당에서 음식을 즐긴 적이 있다. 아나고를 구워 소주를 곁들여 먹으면서 지는 해 즉 저녁놀을 아련히 바라보며 인생 무상을 논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해수욕장 중간에는 롯데오션케슬 호텔이 있다. 호텔 정원에서는 생맥주를 마시면서 라이브 무대에서 들려오는 필리핀 젊은이들의 재즈 생음악을 자정까지 듣기도 하였다. 깊어 가는 여름밤과 부드러운 해풍 그리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이 대로 마지막 순간이 되어도 괜찮다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안면도 제일 끝 해수욕장은 바람아래해수욕장이다. 그 이름의 유래는 무엇일까 ? 말이 해수욕장이지 백사장은 불과 30미터 가량이고 넓은 자갈밭이 주류를 이룬다. 바닥이 물에 잠겨 있다가도 썰물 때는 섬까지 자갈밭이 연결된다. 아마도 바람이 많아 백사장 모래는 어디론가 날려가고, 자갈만 남아 " 바람아래해수욕장 "이라고 하였나보다. 앞에 보이는 섬들은 태안군에 속한 섬들이 아니라 보령시에 속한 섬들이라고 한다. 거의 대천 앞 바다까지 내려 왔다는 얘기다.
영목은 안면도의 끝동네다. 항구보다 작은 선착장을 포구라고 한다. 영목은 규모가 포구라고 해야 맞다. 20척 가량의 배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저만큼 원산도가 잡힐 듯 보인다. 섬에 있는 집들도 보인다. 원산도는 안면도에서 더 가깝지만 보령시에 속한 섬이다. 영목에는 집들이 100여호 있고 주로 식당들이 포구를 둘러싸고 자리잡고 있다. 우리는 지금 안면도의 끝에 와서 대천을 저 멀리 바라보면서도 더 이상 육로로는 갈 수 없어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가야 한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영목에서 대천해수욕장까지 대교를 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면 서해 대교(7.3km)보다 더 긴 최장의 다리(약10 km)가 놓인다는 말이다. 그 때는 이렇게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지 않아도 되리라. 오늘 여행은 여기서 마치기로 한다. 다음에는 2번 코스를 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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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꽃 예찬 !
아직 더위는 별로지만 중복이 방금 지나갔으니 금년 여름의 가운데 자리에 와 있는 셈이다.
주위를 살펴 보는 것이 취미인지라 요즘 무슨 꽃들이 피었는 지 둘러보기로 한다.
야생수로 " 자귀나무 "가지 위에 꽃이 피어 있다. 마치 공작새의 날개깃을 닮은 꽃이 가만히 피어 시선을 끈다. 화단에 옮겨 심은 탓에 가까이에서도 볼 수 있다.
문간이나 담장 너머로 " 능소화 "가 황홀한 자태를 드러낸다. 나팔꽃 모양이지만 훨씬 크고 주황색깔이 귀부인의 화려한 차림새를 닮았다.
한 번 피기 시작하면 100일을 핀다는 " 백일홍 " 역시 분홍색의 순진한 모습을 내 보이고 있다. 태안의 안면도 가는 길 양편으로 백일홍이 연이어 피어 길손을 반긴다.
산이나 들에는 " 달맞이꽃 "이 순노랑색을 내비친다. 신기하게도 저녁에 피어 다음날 아침이면 시든다.
" 백합화 " 역시 제 철을 만나 한창 피기 시작하였다. 순 백합 보다는 변종인 산나리가 더 아름다워 시선을 끈다.
도로변 노견 옆으로 " 부용화 "가 큰 얼굴을 흔든다. 마치 무궁화를 닮았으나 열 배는 더 커 보인다.
그 외에도 이름 모르는 꽃들이 이 여름을 맞아 힘이 나는 지, 저마다의 멋을 한껏 뽑내며 벗기를 좋아 하는 이 계절에 일조를 하고 있다.
괜스레 여름 꽃들을 바라보며 마음이 동요되어, 어디론가 막 달려가고 픈 충동에 휩싸인다 ! 2003.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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