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二十八 章 刺客之路의 끝, 그러나...
내실(內室),
이곳은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깨끗하면서도 소박함을 풍기는 여인의 규방이었다.
[여...여보! 흐윽!]
지금 이 내실의 한쪽에 놓인 나무 침상 위에서는
한 쌍의 남녀가 벌거벗은 나신으로 뒤엉켜 있었다.
흐드러진 풍만한 몸매의 중년여인과
온몸이 근육으로 뭉쳐진 청년의 육신이 하나가 되어
열락에 몰입하고 있는 것이다.
사내의 구리빛 동체가 힘차게 움직일 때마다
그 아래 깔린 중년여인은 짐승 같은 신음성을 토했다.
일순 사내의 동체가 무섭게 빨라졌다.
악문 입술, 거칠게 뿜어지 는 숨결,
근육으로 뭉친 사내의 하체는 세차게 여인의 흐드러진 하체를
압박해대었다.
[하악!]
갑자기 격렬해진 사내의 행위에
여인은 두 눈을 하얗게 치뜨며 숨가쁜 비음을 토해내었다.
자신의 깊은 균열을 그득 메운 채 격렬하게 출입하는 정인의 몸
가락이 너무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그녀였다.
그 격렬한 마찰에 몸의 열기가 급격히 뜨거워지고
여인은 자신이 머금은 정인의 일부가
터지기 직전의 풍선처럼 팽창하는 것을 느꼈다.
눈앞이 아찔해지고 오색의 불꽃이 찬연하게 명멸했다.
여체의 동굴은 뜨거운 꿀물을 흠신 토해내며
정인의 맥동하는 일부를 마구 휘감아 조여 대었다.
그와 함께 박속같이 희고 흐드러진 중년여인의 사지가
자신을 짓누른 사내의 육체에 꽃뱀처럼 감겨들었다.
온몸의 신경이 예민해지다 못해 가닥 가닥 끊겨버리는 것 같았다.
등골을 쩌르르 울리며 훑고 지나는 그 격렬한 쾌감의 질주에
여인은 눈앞이 흐릿해졌다.
다시 한 번 여인은 정인의 사랑을 견디다 못해
아득한 혼절의 나락으로 떨어져내렸다.
그와 함께 여인은 비몽사몽간에 자신의 자궁 깊은 곳에서 터지는
뜨거운 폭류(瀑流)를 느낄 수가 있었다.
마침내 자신의 육체로 정인을 만족시켰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여인은 한없는 희열에 몸을 떨었다.
아득했던 정신이 다시 돌아왔다.
흠신 땀에 젖은 여인의 풍만한 육체는
아직도 희열의 여진이 남아있어서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십여 살이나 차이가 나는 두 남녀는
그래서 한층 더 서로에게 잘 어울렸다.
손부인은 여자로서의 욕구가 가장 왕성한 삼십대 중반의
나이고, 반면 담사는 양기가 절정에 이른 이십대 중반의 나이다.
게다가 한없이 헌신적이고 착하며
또한 육감적인 관능을 지닌손부인의 육체는 담사로 하여금 아무리 안아도 질리게 하는 법이 없었다.
오늘밤에만 해도 손부인은 담사의 절륜하면서도 집요한 욕정에
벌써 몇 번인가 혼절했었다.
쾌감을 견디다 못한 그녀의 몸은
온통땀에 젖어 물먹은 솜처럼 축 늘어졌다.
그런 그녀의 넉넉한 육체를 역시 땀에 젖은 사내의 몸이
푸근하게 끌어안고 있었다.
사내의 손은 여인의 큼직한 유실을 말없이 어루만지고 있었다.
하지만 천정을 보는 그의 눈빛은
방금전 쾌락을 맛본 사내 답지 않게 우울한 빛을 띄우고 있었다.
(떠나야하는데...!
정(情) 따위를 남기면 우리 모두에게 불행해질 뿐인데...!)
사내의 입가로 소리없는 한숨이 흘렀다.
그것을 알 리 없는 여인은 한동안 거친 숨을 몰아
쉬어 숨을 고르더니 가만히 일어나 사내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사랑하는 사내에게 흠뻑 사랑을 받은 그녀의 얼굴은
포만감에 젖어 고혹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사내는 바로 담사(潭邪)였고,
중년여인은 그의 정부(情夫)인 손부인(孫婦人)이었다.
항주를 떠난 담사는 무림맹과 전륜교의 추적을 피해
멀리 사천(四川) 지방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북상하여 장안(長安)으로 갔었다.
장안에서 배를 타고 이곳 제남으로 돌아온 지 벌써 세 달째,
그동안 그는 달리 하는 일 없이 손부인을 도와 다점을 돌보기만 했다.
손부인과 그녀의 딸 손아유만 만나보고
그녀들이 자신이 없어도 살아 갈 수 있도록 조치한 뒤에
영원히 중원에서 떠나버리려고 결심했던 담사였다.
하지만 하루가 열흘이 되고 열흘이 석달이 되었다.
담사가 자신들 모녀를 영영 버리려고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이 없는 손씨 모녀는 그의 귀향을 얼마나 기뻐하고
반가워하는지...!
담사는 자신을 친 아버지처럼 따르는 손아유와
그를 정말 남편인 듯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손부인을
차마 매정하게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매일 밤 이제는 얘기를 해야 한다고 다짐하면서도
뜨겁게 휘감겨드는 손부인의 격정에 반응하다 보면
또 기회를 잃곤 하는 그였다.
무릇 자객을 업으로 삼는 자는
사람에 대해서 정(情)을 품으면 안된다.
오직 살상과 이용의 대상인 인간을
자신과 똑같이 뜨거운피가 흐르는 인간으로 여기게 되면
살인에 망설이게 되고 결행에주저하게 되는 때문이다.
그 작은 망설임과 주저가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지 누구보다도 잘 아는 담사다.
하지만 범천대공 연대강을 암살 한 것으로
스스로 자객의 길에서 떠났다고 믿은 탓인지
담사의 결단력은 예전만 못해져 있었다.
예전의 그였다면 아예 이곳으로 돌아오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설령 돌아왔다고 해도 냉혹비정하게 손씨 모녀를 살해하여
자신의 흔적을 완전히 지워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그렇게 하지 못했고,
오히려 자신이 이 착한모녀와의
평범하나 아늑한 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문득 깨닫고 쓴웃음을 짓곤 했다.
그가 지금껏 맛보지 못한 가족(家族)이란 존재가
그들 모녀에게는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떠날 때가 되었다!
떠나지 않는다면 비극적인 결과만이 있을 뿐이다!
그의 직감(直感)은 그렇게 불길한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무림맹의 총단에서 멀지 않은 이곳 제남은
결코 오래 머물 곳이 못된다.
비록 그의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은 없으나,
무림맹은 절대 그를 찾기 전에는 추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거기다가, 살인을 청부했던 자들마저 그를 쫓고 있다.
이제 중원은 결코 안심할 수는 없는 곳이다
. 담사는 수삼 일 내로 남해(南海)로 갈 것을 결심했다.
{저... 드릴 말씀이 있어요.}
담사의 몸위에 올라탄 채
그의 넓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던 손부인이
상체를 일으키며 촉촉한 눈빛으로 연하(年下)의 남편을 응시했다.
무엇 때문인지 그녀의 표정이 일순 부끄러움에 눈을 내리 깔았다.
눈앞에서 출렁이는, 오늘 따라 유달리 풍만하고 팽팽해
보이는 한쌍의 젖무덤을 어루만지며
담사는 무슨 말이냐는 듯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의 시선을 접한 손부인의 달덩이 같은 얼굴이 한층
더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한손으로 자신의 아랫배를 만지며 수줍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제가 아이를... 가졌는가 봐요.}
순간 담사의 온몸이 나무토막처럼 굳어졌다.
그는 흡사 망치로 뒤통수를 맞기라도 한 듯
아연한 표정이 되어 손부인을 올려다보았다.
[죄...죄송해요!]
경악과 불신으로 두 눈을 부릅뜬 채 자신을 바라보는
담사의 시선을 느낀 손부인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주르르!
영문을 알 수 없는 격한 감정이 북받쳐
그녀의 두 눈에서 뜨거운 이슬이 굴러 담사의
가슴 팍에 떨어졌다.
{아... 아이를 가졌단 말이오?}
가슴에 떨어진 손부인의 눈물에 퍼뜩 정신을 차린 담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둔 눈을 부릅든 그의 표정은
엄청난 충격으로 창백해졌다.
손부인은 그런 그의 표정을 훔쳐보며
불안한 눈빛으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당신은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하지 않았소?}
담사는 믿을 수가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저...저도 그런 줄만 알았어요.]
손부인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자신이 불임(不姙)이 된 처절한 이유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삼 년 전, 녹림도들의 산채로 끌려간 손부인은
하루에도 수십 명의 산적들에게 겁탈을 당해야만 했었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몇 번이고 임신을 하게 되었다.
물론 아이의 아버지가 누군지 알 수도 없는 일이었다.
당연히 손부인은 아이를 지우려고 했고
, 사실 그녀가 지우지 않아도 아이는 그녀의 뱃속에서 오래
자라지를 못했다.
그녀가 임신을 했건 말건 산적들은
그녀를 서슴없이 겁탈하여 욕정을 풀었기 때문이다.
산적들이 인정사정없이 겁탈을 하는 바람에
자연히 뱃속의 아이는 유산될 수밖에 없었고,
몇 차례인가 그런 과정이 반복되자
언제부터인가부터는 아예 임신되는 일 조차 없어졌다.
지나친 폭행과 반복되는 유산으로 그녀 육체는
임신할 능력을 잃어버린 때문이다.
헌데 천만 뜻밖에도 그녀는 삼년이 지난 지금
담사의 아이를 갖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녀의 몸매는 담사가 떠나기 전과
다소 달라보였다.
좀 더 살이 올라 풍만해졌고 특히 임신으로 유선(乳線)이 확장된
듯 젖가슴이 더 커지고 팽팽해져 있었다.
담사는 손부인의 변한 모습에도
단지 그녀가 그동안 살이 좀 쪘구나하고 생각했었다.
[대...대체 언제...!]
[돌아오신 그날 밤... 수태된 것 같아요!]
담사의 물음에 손부인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담사가 돌아온 날밤에도 두사람은 당연히 격렬한 관계를 깃었었다.
만일 그때 수태를 했다면 이미 임신 삼개월 이상이 되었다.
임신했다는 것을 알아서인지
그러고 보니 손부인의 아랫배는 상당히 불러보이기까지 했다.
[당신이 떠나신 후에 백운사(白雲寺)에 들렸다가
노스님으로부터 약을 얻어먹었는데...
그게 수태를 도와준 모양이예요!]
손부인은 행복한 표정으로 자신의 제법 불룩해진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백운사의 늙은 중이라니?]
담사가 당혹해하며 묻자 손부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날 당신과 함께 백운사 연화동(蓮花洞)을 구경 갔을 때
만났던 스님말이예요.}
그녀의 말에 담사도 이내 그 추례한 노승을 떠올렸다.
(아! 그때 십팔연화문을 보고 있던 노승이 있었지!)
새삼 기이한 분위기를 풍기던 노승의 모습이 선명하게 담사의
뇌리에 떠올랐다.
그 노승에게서는 왠지 담사 자신과는
아주 대조적인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던가?
손부인은 담사가 잠시 아무 말이 없자 입술을 꼬옥 깨물었다.
자신이 아이를 가진 것을
담사가 탐탁치 않게 여긴다고 지레 생각한 것이다.
{죄...죄송해요. 당신이 아이를 원하지 않는 줄 알았으면
굳이 약 까지 먹지는 않았을 텐데...!}
주르르!
고개를 떨군 손부인의 두눈에서 다시 눈물이 비오듯 쏟아졌다.
새삼 자신의 신세가 서글퍼지는 그녀였다.
자신은 숱한 사내들의 노리개가 되었던 더러운 몸!
어떤 사내가 그런 자신이 아이를 낳아주는 것을 바라겠는가?
하지만 그 순간 담사는 흠칫 놀라며 황망히 말했다.
{아.. 아니오.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고...
당신이 나의 아이를 갖다니!}
담사는 감희어린 눈으로 그녀를 껴안았다.
[고맙소 부인! 정말 고맙소!]
[당...당신...!]
담사가 진심으로 기뻐하며 끌어안자
눈물로 얼룩져있던 손부인의 옥용이 달덩이같이 환해졌다.
(나에게도 아이가 생기다니...! 바로 내 아이가...!)
손부인을 굳게 끌어안은 담사는
무언가 표현하지 못할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오직 증오와 비정만을 배우며 살아온 그가 아닌가?
철이 들었을 때부터 그는 언제나 혼자였다.
아무도 그를 돌보지 않았고, 누구도 그를 따뜻이 대해준 적은 없다.
심지어는 낳아준 부모마저 그를 버렸었다.
굶주린 야수, 담사는 바로 황야의 고독한 야수였다.
그런데, 그런 자신에게 아이가 생겼다니...!
담사는 가슴 속에서뜨거운 감격과 열기가 치밀어 올랐다.
(나의 아이가...! 나의 아이가 생겼단 말이지!
오오 하늘이시여...!)
그는 치밀어 오르는 희열과 격동을 누르기에 안간힘을 썼다.
야수에게도 어쩔 수 없이 부정(父情)은 있는 것인가?
아니 그토록 삶이 고독했기에, 외로웠기에
더욱 더 자신의 피붙이가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이의 어머니가 여러 사내들의 노리개가 되었던
손부인이란 사실도 그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상처를 지닌 손부인이기에 자신의 아이를
낳아줄 자격이 있는지도 모른다.
또 담사 자신도 자신의 이세를 낳아줄 여인으로
손부인 외에는 상상을 할 수도 없었다.
지금 이 순간 담사는 자신이 이 가엾고
무한히 헌신적인 이 여인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너무도 강렬하게 느끼고 있었다.
손부인을 보듬어 안은 담사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그래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이 가엾은 여인을 팽개쳐두고 떠날 수는 없는 일!
이렇게 되면 함께 여길 뜨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어야 한다.)
그는 재빨리 생각을 하면서 손부인에게 말했다.
{나는 멀리 남해(南海)로 가서 살고 싶은데
당신의 생각은 어떻소?}
손부인은 흠칫 놀랐다.
{남해로 가다니요?}
{내겐 제법 모아둔 돈이 좀 있소. 사실 이런 이야기는 하려고 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하지 못했는데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하루라도 더 지체할 필요는 없을 것 같소.}
손부인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그를 응시했다.
{그 동안 장사를 하면서 본의 아니게 어떤 사람과
원수를 맺게 되었소.
언젠가 그 자가 찾아올 줄 모르니
저 멀리 남해나 동해 쪽으로 가서 살았으면 하오.}
손부인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다만 행복한 표정으로 웃을 뿐이었다.
{당신이 가는 곳이라면 전 어디든지 따라 가겠어요.}
[고맙소!]
담사는 힘주어 그녀를 안았다.
{내일 전표(錢票)를 줄 테니
그것을 소액전표와 금은(金銀)으로 바꾸어
필요한 물건들을 사놓도록 하시오.
그 사이에 나는 배편을 알아보러 선착장에 갔다 오겠소.}
{그렇게 빨리...?}
손부인이 놀란 듯이 말하자
담사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갈 길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가는 것이 좋지 않겠소?}
담사는 말과 동시에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아이... 또.!.}
그녀는 짐짓 도리질하는 척 했으나
막상 담사의 혀가 자신의 입술을 헤집고 들어오자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의 목을 마주 끌어당겼다.
손부인의 임신이 계기가 되어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한 두 남녀의 육신은
급격히 달아올랐다.
손부인의 살오른 계곡은 다시 뜨거운 홍수를 일으켰고
담사의순양지물도 이미 철주(鐵柱)처럼 단단해져있었다.
허벅지 안쪽에 닿는 정인의 뜨거운 실체를 느낀 손부인은
뜨거운 비음을 토하며 한껏 하체를 벌려 세웠다.
그녀의 깊은 중심부는
원색의 파동을 일으키며
낭군의 강인한 몸가락을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 손부인의 몸안으로
자신의 불덩이같은 일부를 진입시키려던 담사는
갑자기 멈칫 몸을 멈추었다.
[하아... 왜...?]
몸이 달아오를대로 달아오른 손부인이
신음하며 담사를 올려다보았다.
담사는 그런 그녀의 제법 불룩한 아랫배를
손으로 어루만져보았다.
[내 욕심에 이놈에게 너무 부담을 주었군!
그만 참고 자도록 하겠소!]
담사는 미소를 지으며 손부인의 배를 다독거렸다.
[당신...!]
순간 손부인의 두눈이 감격으로 물들었다.
자신의 배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담사가 그녀는 더할 수 없이고마웠다.
그 같은 관심과 애정은 손아유를 갖었을 때
첫 남편에게서도 받아보지 못한 것이었다.
가슴 벅찬 감격과 행복이 그녀를 대담하게 만들었다.
[참..참으실 필요 없어요!]
손부인은 뜨거운 숨결을 토하며 몸을 일으켰다.
[이렇게라면...아기에게도 무리가 가지 않을 거예요!]
이어 손부인은 얼굴을 모닥불같이 붉히며 담사에게 등을 보이더 니
무릎과 두 손으로 침상 바닥을 짚고 엎드리는 것이 아닌가?
순간 담사의 몸으로 부르르 경련이 스쳐갔다.
자신에게 등을 보인 채 네발로 엎드린 손부인의 자태는
실로 도발적인 것이었다.
물론 담사가 반강제적으로 뒤에서 안은 적은 있지만
손부인이 자진해서 그같은 도발적인 체위를 취한 적은
이제껏 없었다.
[어...어서...!]
손부인이 부끄러움과 흥분으로 할딱이며 담사를 재촉했다.
눈앞에서 출렁이는
달덩이같이 흐드러진 손부인의 둔부를 바라보는 사이
담사의 욕망의 상징도 다시 뜨겁게 충혈되어있었다.
담사는 흥분으로 몸을 떨며 손부인의 뒤쪽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두손으로 그녀의 살 오른 허리를 끌어안고
자신의 용트림하는 실체를
달덩이같은 손부인의 둔부 사이로 밀어붙여갔다.
손부인의 온몸이 지진이 난 대지처럼 요동치고 신음했다.
너무도깊고 강렬한 그 진입의 감촉에
손부인은 한껏 머리를 치켜든 채
원색의 신음을 토해내었다.
정인의 뜨겁게 맥동하는 몸가락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환희의 극치를 맛볼 수 있엇다.
이윽고 끝이 없을 듯한 진입이 끝나고
담사의 육체가 뒤로부터
손부인의 육체와 한치의 틈도 없이 결합되었다.
손부인의 육체의 동굴은
아우성을 치며 침입자를 옥죄고 흡입해대었다.
담사는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허리를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다.
그의 부드러운 율동에 따라 손부인의 쪽을 푼 검은 머릿결이
물결같이 춤추었고
가슴에 무겁게 매달린 한쌍의 육봉은 탄력 있게 출렁거렸다.
어느 새 손부인의 온몸도
뒤로부터 압박하는 담사의 움직임에
뜨겁게 보조를 맞추고 있었다.
손부인은 실로 뜨거운 몸을 지닌 여인이었다.
애정과 쾌락이 녹아드는 밤의 열기는
끝이 없을 듯이 계속되었다.
무림맹의 제일중지(第一重地) 불령각(佛靈閣)!
이곳은 우내삼기(宇內三奇)의 첫째이고
사실상 무림앵의 맹주인철불(鐵佛) 혜천대사(慧天禪師)의 거처다.
무림맹 내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이곳은
평소에는 아무도 근처에 범접하지 않는다.
혜천대사는 소림사에서 파문(波門)을 당한 후에도
언제나 회색의 승복을 입고 다녔다.
또한 무림맹이 창립된 후 어언 삼십 년이 지났지만,
혜천대사는 불령각에 은신하다시피 하여 무림맹의 대소사에는
일체 간섭하지 않았다.
오시(午時) 무렵,
스읏!
하나의 빛살 같은 인영이 소리 없이 불령각 안쪽으로 사라졌다.
불령각을 지키는 경비무사들도 다만 희끗한 그림자만 보았을 뿐
아무도 그것이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인간이라면 저렇게 빠를 수는 없을 테니까,
사방 오 장 가량의 불전(佛殿)같은 방,
정면의 단상 위에는 부처님의 좌상이 모셔져 있고
사방의 벽에는 몇 폭의 탱화가 걸려 있었다.
실내에 은은히 감도는 단향 , 그리고 몇 권의 불경(佛經) 등은
흡사 절간의 대웅전을 축소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불상 앞에 앉아 금강경(金剛經)을 낭송하는 노승이 한명 있었다.
칠순 전후로 보이는 이 노승은 나이답지 않게 건장한 몸에
회색빛가사를 입고 있는데
목에 걸린 백팔염주가 따뜻한 햇살 아래 은은히 묵광을 발한다.
각진 얼굴에 보통사람보다 휠씬 큰 두 귀,
그리고 어린 아이의 그것 같은 붉으레한 동안(童顔)에 수려한 오관,
한쌍의 두 눈은 맑고도 고요하게 착 가라앉아 있었다.
-혜천대사(慧天大師)!
삼십 년 전, 소림이 전륜교에 의해 참화를 당하자
비분을 참지 못해 속세에 뛰어들어 무림맹을 창립하여 전륜교를
이 땅에서 멸망시킨 인물!
지금 금강경을 외우고 있는 이 인물이
바로 우내삼기의 수좌이자 무림맹 삼태상의 첫째로 보통 철불(鐵佛)이라고 불리우는 혜천대사였다.
스르륵_
문득 창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그와 함께 한줄기 지독한 술냄새가 풍기며
이제 팔순도 더 되어 보이는 늙은 노화자(老化子)가
방안으로 들어섰다.
그 노화자의 등에는 한 명의 여인이 축 즐어진 채 업혀져 있었다.
노화자, 즉 늙은 거지의 몰골은 실로 가관이었다.
파뿌리 같은 머리는 산발한 채 아무렇게나 흘러내려와 있고
더덕더덕 수십 번씩 기운 옷은 원래 황색인 것 같았으나
지금은 때에 절어 검은빛이 번들번들하다.
조그만 얼굴에 전체를 다 차지한 것 같은 큰 납작코는
주독이 올라 붉게 변해 있고,
작달만한 체구에 꼭 원숭이를 연상케 하는 거지노인이었다.
소리 없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 늙은 거지의 몸은
흡사 연기처럼 가벼운 것 같았다.
그는 들어서자마자 투덜거렸다.
{제기랄, 이 나이에 내가 다리가 부르트도록
천하각지를 돌아다녀야 하다니..
에그 늙으면 그저 빨리 죽는 게 복인데...}
연신 투덜대면서 신세타령 하는 것이
그대로 두면 끝이 없을 것 같았다.
{아미타불... 동(董)시주 어서 오시오.}
철불 혜천대사는 늙은 거지가 나타나자
담담한 표정으로 두 손을 합장했다.
하지만 거지노인은 무엇이 그리 못마땅한지
인상을 연신 찌푸렸다.
{어서오시오 좋아한다. 이 땡추야 이걸 좀 봐다오.}
거지노인은 투덜대며 등에 업고 있던 여인을 내려놓았다.
백삼나의를 입은 그 여인은 옷은 비록 더러워져 있고
얼굴은 먼지가 잔뜩 묻어 제대로 표정을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분명 적용화련(狄容華蓮)이었다.
담사에게 겁탈당하고 모용천위에 의해 전륜교의 비밀
총단으로 보내졌던 그녀가 어떻게 이 거지노인에게 업혀온 것일까?
혜천대사는 흠칫한 표정으로 적용화련의 상태를 살폈다.
{아미타불...동시주 어떻게 된 일입니까?}
{에그...그저 늙으면 죽어야 한다니까.}
거지노인이 조롱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 땡초야, 내가 친구 하나 잘못 둔 죄로 풍상을 무릅쓰고
마교인지 마귀인지 하는 놈들을 감시하는 것은 좋다고 치자.
그런데...}
거지노인은 문득 눈빛을 야릇하게 빛내며 혜천대사를 주시했다.
혜천대사는 그의 뜻이 실린 눈길에 담담히 웃었다.
{웃어?}
거지노인은 분통이 터지는지 버럭 고함을 질렀다.
{그래 이 땡초야,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그렇지,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의 마누라가 나를 죽이려고 설치니 이 무슨 개 같은
경우가 다 있느냐?}
순간 혜천대사의 표정이 밀랍같이 창백해지고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마치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을 받기라도 한 듯이..!
헌데, 둘도 없는 친구의 마누라라는 것이
설마 혜천선사의 자신 아내를 뜻하기라도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팔십 평생을 엄격한 계율 속에서 살아온
이 일세신승이 설마 파계를 했단 말인가?
거지노인은 혜천선사의 표정을 훔쳐보면서 씨부렁거렸다.
{이놈아, 이곳을 봐라.
그 무슨 혈마지(血魔指)인가 지랄지인가는모르지만
내가 삼십 년 동안을 입어온 이 소중한 옷에 구멍을 내었으니 이놈 땡초야, 네가 물어내라.}
거지노인이 가리키는 그의 어깨 쪽에
손가락만한 두 개의 구멍이나 있었다.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혜천대사는 침중히 불호를 외웠다.
허나 그의 표정은 점점 희다 못해 회백색으로 변해갔다.
아! 실로 믿지 못할 일이 아닌가?
거지노인의 말대로라면 혜천대사에게 마누라가 있는 것이
확실하지 않은가?
그리고 혈마지(血魔指)라면
태행산(太行山) 천학봉(天鶴峰學)에서 전륜교의 교주로 불리우던 혈의중년부인이 시전하던 지법이다.
그렇다면 이 거지노인이 바로 태행산 전륜교의 폐허에서 사라진
의문의 인물이었다는 말이 아닌가?
그렇다.
이 괴상망칙하게 생긴 늙은 거지가 바로 개방의 전대장로(前代長老)인 무영신개(無影神 ) 동추평(董秋平)이었다.
일생을 풍진 속에서 해학과 술, 그리고 정의를 위해 싸워온
동추평은 악을 원수처럼 미워하고 세상을 장난처럼 살아온
풍진기인이었다.
특히 경신술에 조예가 깊은 그를 따라잡을 신법의 소유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불령각을 지키던 무림맹의 경비무사들이 그가 들고나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동시주... 정말 그녀였는가?}
혜천대사는 불호를 그치고
고뇌어린 눈길로 동추평을 주시했다.
{내가 언제 자네를 속였나?}
동추평은 퉁명스럽게 대답을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의 눈빛은 애처럽게 변했다.
(이놈아. 내가 왜 너의 마음을 모르겠나.
하지만 이제 그들이 복수를 위해 강호에 나왔으니.)
동추평은 내심 친구의 불행에 가슴이 아팠다.
허나 그의 말은 마음과는 반대로 퉁명스럽기만 했다.
{그녀의 아들놈도 보았는데 천엽인가 천위인가는 모르겠지만,
땡중 네놈보다는 휠씬 잘 생겨 먹었더군.}
헤천대사의 눈에 일순 애틋한 빛이 스쳤다.
{아미타불..그래 이 여시주는 누구인가?}
잠시 후, 혜천대사는 동추평의 관심을 돌리려는 듯
동추평이 업고 온 적용화련을 돌아보며 물었다.
동추평은 무어라고 더 말을 하려다가
고개를 저으며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하기야 네놈도 그녀의 말을 자꾸만 들으면 괴롭겠지.)
내심 안스러움을 느끼며 힐끗 적용화련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지금까지 바닥에 누운 채 눈을 꼬옥 감고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마교와 무슨 관계가 있는 것 같은데,
네가 마곡(魔谷)을 조사하러 갔을 때 이 아이가 자살을 하려고
그러는지 갑자기 절벽에서 뛰어 내리더군.}
동추평은 입맛을 다시면서 말을 이었다.
{그때 마침 내가 절벽 아래로 지나는 터라 겨우 살리기는 했는데
상처가 중해서 어쩔 수 없이 이리로 데려 왔네.}
혜천대사는 가만히 적용화련의 섬섬옥수를 잡고 진맥을 했다.
{아미타불... 아이까지 가졌군.}
그는 약간 놀라운 눈으로 자세히 적용화련을 살폈다.
한눈에 적용화련의 몸에 태기(胎氣)가 있는 것을 알아본
것이다.
과연 적용화련의 아랫배는 상당히 불룩해보였다.
물론 그녀가 갖은 아이의 아버지가 누군지는
물론 자명한 일이었다.
운명의 장난이라고나 할까?
담사는 대략 한 달을 사이에 두고 두 여인에게 자신의 아이를
잉태시킨 것이다.
임신한 기간은 적용화련 이 손부인보다 한 달쯤 빨라 대략
사 개월 전후였다.
적용화련은 담사에게 겁탈당한 충격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자신이 그 늑대같은 자의 씨를 잉태한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그 엄청난 충격과 수치를 떨쳐버리지 못한 적용화련은
자살을 기도했었는데 마침 그녀가 몸을 던진 절벽 아래를 지나던
무영신개 동추평이 그녀를 구해낸 것이다.
곧 혜천대사의 손이 스치듯이 적용화련의 몸을 위를 스치며
삼십육중혈(三十六重穴)을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빠르게
추궁과혈을 했다.
한순간 기식이 엄엄하던 적용화련의 안색이 불그스름
해지고 호흡소리가 고르게 변했다.
{이제 보니 땡추의 무예가 이미 화경에 달했군!}
동추평이 비꼬는 듯이 말했으나 그 내면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혜천대사는 차분히 말했다.
{이 여시주는 육체의 상처도 그렇지만 마음의 상처가
더 큰 것 같군. 한 달 정도는 요양을 해야 되겠어.}
{땡초야, 지금은 그것이 문제가 아니야.
혈옥잠(血玉簪)이 나타났으니
마교의 출현은 기정사실이고
천마산수에 죽은 자까지 나타났으니
이 일을 어떻게 할 셈이냐?}
동추평이 싸늘히 외쳤다.
{이게 다 네놈이 저질러 놓은 일이니 네가 책임을
지고 해결을 해야 돼. 그러나 그 와중에 또 얼마나 수많은
생명이 사라질지...}
동추평은 생각도 하기 싫은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아미타불... 마교의 천마산수는 나의 금강복마수(金剛伏魔手)로막을 수는 있지만...
만약 천마비(天魔匕) 마저 그들의 손에 들어간다면
아무도 그들을 막을 수 없을 것이네.}
혜천대사는 침중이 말했다.
{이런 때에 법공(法空) 사숙조 어른을 만나 뵐 수만 있다면...}
{아니, 그 분 법공 노대사께서 아직도 살아 계신단 말인가?
그게 정말이라면 벌써 세수 일백오십 세가 넘으셨을 텐데...!}
혜천선사의 말에 동추평이 놀라운 목소리로 물었다.
헌데 자타가 공인하는 정파제일기인인 철불 혜천선사에게도
사숙조 뻘이 되는 인물이 현존한단 말인가?
{아미타불... 십 년 전 그 분을 제남(齊南)에서 보았다는
사람이 있었네만...}
혜천대사는 망연히 창밖을 주시했다.
{법공사숙조께서는 이미 속세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분,
그 분이 원치 않는다면 아무도 그 분을 만날 수 없다네.}
동추평은 쓰디쓴 고소를 지었다.
{젠장, 염병할 노릇이군.}
그는 벌떡 일어섰다.
{그래, 강아를 암살한 놈의 소식은 아직 아무런 연락이 없나?}
혜천대사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별다른 소식은 없는 것 같네.}
{쓸모없는 놈들, 내가 바쁘지만 않아도 벌써 잡았을 것인데..
. 헌데 그놈이 천마비를 가지고 있다면서?}
동추평은 갑자기 생각난 듯 물었다.
{그렇다고 들었네만 확실한 것은 아니니...
동시주는 마교의 동태만 살펴 주게.}
혜천서산의 말에 동추평은 고소를 지었다.
{제기럴, 네놈 때문에 내가 이 무슨 고생이냐?}
화난 듯이 투덜거리며 발끝을 차자 그의 몸은 연기처럼
허공에 떠올라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아미타불...}
불호를 외우는 혜천대사의 표정은 고뇌에 가득차 있었다.
동추평과 혜천대사의 밀담에 담긴 뜻은 과연 무엇인가?
혜천선사는 마교의 신물인 혈옥잠(血玉簪)을 지닌 혈의 여인과
깊은 관계가 있는 듯 하지 않은가?
그리고 전대의 기승(奇僧)
범천신불(梵天神佛) 법공(法空)대사의법명(法名)이 나오고,
비운의 여인 적용화련의 앞날은 또 어찌 될 것인지..?
그리고 강호는 바야흐로 마교(魔敎)의 출현으로 인해
난세로 접어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