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결혼식
강헌모
같은 성당에 다니는 교우의 아들이 결혼을 한다. 장소는 울산인데 초대를 받아 차에 올랐다. 생각했던 것보다 적은 교우들이 탔다. 가다가 타는 사람이 있는가 보다. 큰 차안에 자리가 많이 남아있다.
안면이 있는 교우들과 가면서 담소를 나누었다. 밤새 경비원 일을 마치고 차에 탄 교우가 있어 피곤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퇴직하면 경비원을 하고 싶었다. 해서 경비원에대해 물어보며 관심을 가졌다. 60세 넘어서 딱히 할 만한 직업이 없는 듯해서 경비원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울산에 도착하여 축의금을 내고 예식장으로 가지 않고 식사를 하러갔다. 다양한 음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먹고 싶은 것을 골라 먹는 게 뷔페의 매력이다. 식당은 컸다.
혼주는 평소에 떨어져 살아온 사람들이다. 형제님의 아내는 제주도에 산다. 부부가 오래간만에 만난 듯싶다. 서로가 다른 생활을 해 왔지만 아들의 혼인에 참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리라.
예식장에서 식사를 마치고 대왕암으로 갔다. 버스에서 내려 걸어서 얼마 안 되는 거리다. 전에 여행을 갔던 곳이다. 잠시 대왕암을 보고 바다를 보니 시원해진 듯 했다.
울산에서 혼주의 친척과 가족들과 함께 차를 타고 왔다. 가깝다고 할 수 없는 거리를 왔다. 그러기에 청주에 도착하는 시간이 짧지 않다. 해서 잔치 집에 갔다 오는 길이니 술과 음식을 먹고 노래도 해야 했다.
혼주의 친척 가족들은 신나게 노래하며 놀았다. 그동안 힘들었던 마음의 응어리들을 풀기에 안성맞춤이다. 아니 그런 것만도 아니다. 결혼식을 마쳤으니 좋은 일에 노는 것도 되리라. 하객으로 참석한 사람들도 대부분 노래를 불렀다. 나만 안 한 것 같다. 내게는 노래를 시키는 사람이 없었던 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술을 먹었다. 헌데 나는 술을 끊었기에 그것을 먹지 않았다. 그러니 나는 재미없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다. 해서 그런지 나를 꺼리 는 듯 했다. 나는 노래를 안 했으니 마음도 졸였다. 술을 안 먹어도 축하한다고 하며 마이크를 잡고 흥겹게 노래를 불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꿔다놓은 보리자루처럼. 노래를 불러볼까 하는 마음은 조금은 있었다. 누가 시키기 전에 자발적으로 일어나서 노래를 불러야 즐거운 잔칫날에 맞게 기분이 생길 텐데 말이다. 안타깝다. 누가 나한테 말없는 사도라고 한 사람이 있다. 그게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내가 생각하길 나는 여러 사람이 이야기를 나눌 때 다른 사람들은 그런대로 말을 잘 하는데, 나는 유난히 말이 없을 때가 있다. 그게 성장과정에서 오는 부족 현상인지, 신앙생활에서 오는 완고함 내지 무뚝뚝한 현상인지 모르겠다. 하여튼 나는 매일같이 성당에 다니다 시피하며 성경도 매일 읽다시피 한다. 예전처럼 많이 읽지는 못하지만 성경에서 생기를 얻는다. 그 영향 때문에 말에 득도 되지만, 완전치 못할 때가 있는 듯하다.
혼주 친척과 가족 중에 노래들을 잘 하였다. 그중에 ‘꼬마인형’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특별히 나의 눈과 귀에 들어왔다. 나는 그 노래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생각되지만 알게 모르게 들어본 듯도 하다.
남의 말을 해서 그런데 부부가 헤어져서 산다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사정이야 어찌되었든 부부가 다시 합쳐 노년의 삶을 풍요롭게 살아 후회 없어야겠다. 남남이 만난 것이 부부인데, 사는 동안 왜 어려움이 없겠는가?
서로가 부족한 건 이해하고 용서할 일이 있으면 그렇게 하고 한 세상 짧은 기간 동안에 잘 살아볼 일이다. 하지만 부부가 달리 살아왔어도 오늘 같은 경사에 부부가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
지난날의 좋지 못한 일은 흐르는 강물에 던지고, 희망을 가지고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기쁘게 살았으면 한다. 이렇게 글을 쓰는 나도 허물이 많은 사람이다. 해서 누구에게 충고할 자격이 없다. 나이가 들면서 부부의 소중함을 더 진하게 느끼는 것 같아 적어보니 이해했으면 한다. 부부가 헤어져 따로 살다가 함께 결혼식에 오는 사람도 있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도 있을 거다. 성당에 다니는 형제님은 헤어져서 지냈어도 결혼식에 함께 한 모습이 아름답다. 혼인식이 끝나서 모든 일을 정리하고 친척가족을 다 보내고 나면 그 부부도 또 따로 살아야겠지만 혼인 준비서부터 혼인잔치하며 하객 음식 준비 등에 신경 썼을 일을 생각하면 훌륭한 일을 해냈다. 더군다나 따로따로 살다가 그렇게 힘을 합쳐 어렵다고 할 수 있는 잔치를 마무리하기가 쉽지 않을 터이다. 나는 오늘 혼주 되는 부부와 가족과 친척들이 함께 힘을 모아 차 안에서 즐겁게 노래하며 노는 모습을 보며 본받을 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을 하며 정말 좋은 기억으로 남고 싶다. 부부의 인연도 끈끈하게 다시 결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설령 그렇게 되지 못하더라도 아들은 부모의 마음을 알리라.
오늘 나는 버스 안에서 노래도 부르지 않고 술도 한 방울도 먹지 않아서 견디기 괴로웠다. 하지만 술 먹는 사람들에 대해 적개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 같다. 혼주 가족과 친척들이 똘똘 뭉쳐 힘을 발휘한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해서 그들이 부럽고 부럽다. 이것 하나만을 생각하더라도 나는 큰 재산을 얻은 듯해서 기뻤다.
나는 차안에서 형제님과 떨어져 사는 아내 되는 사람에게 눈길이 자주 갔다. 인품이 있는 분 같고 부부가 헤어져 사는 것에 대해 여러 생각들이 마음을 편치 못하게 했다. 얼마 안 되어 청주에 도착하면 서로가 또 떨어져야 하는 것이 더 마음을 아프게 했다. 제주로 가는 비행기 표를 예매해놨다니. 나는 그 형제님이 사는 집도 방문한 적이 있다. 근래에는 그를 볼 수가 없다. 연락이 안 된단다. 걱정이 된다. 한 때 성당에서 내 이름을 부르며 반기는 그의 모습을 외면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다정하게 다가가 손이라도 잡아주었을걸 하는 반성이 간다.
사실 아는 분으로부터 결혼식 연락을 받았을 때 울산까지 갈까 말까 망설여졌다.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가기로 결정하고 마음을 다잡고 갔다 왔다. 후회 없는 혼인식 잔치에 갔다 왔다는 보람을 느끼면서.
2020.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