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축제 · 기념일 백과 - 시에나 팔리오[ Festival of Palio in Sien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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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3.11.16. 19:23조회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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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축제 · 기념일 백과
시에나 팔리오
[ Festival of Palio in Siena ]
요약 이탈리아 시에나 시 캄포 광장에서 매년 7월과 8월에 열리는 경마 대회이자 민속 축제
1. 축제 정의
이탈리아에서는 ‘팔리오’(Palio)라는 축제가 여러 곳에서 열린다. 팔리오 축제는 지역 자치구를 일컫는 ‘콘트라다’(Contrada, Contrade(복수형), 중세에 형성된 자치구인 콘트라다는 오늘날 행정적, 군사적 기능은 모두 상실했으며, 각 콘트라다만의 전통과 자부심을 지닌 민중 조직으로 변모했다)가 벌이는 대항전으로, 경마 대회인 팔리오 경주(Corsa Palio)가 축제의 핵심을 이룬다. 이러한 경주는 각 도시에 종교적 또는 행정적 이벤트가 있을 때 기념 행사로 개최되곤 했다.
여러 지역의 팔리오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토스카나(Toscana) 지역의 중세 도시 시에나에서 열리는 팔리오다. 시에나 콘트라다가 주도하는 팔리오 경주는 14세기부터 커다란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고 전해지며, 오늘날처럼 캄포 광장(Piazza del Campo)을 중심으로 개최되는 팔리오는 1656년에 시작됐다. 시에나 팔리오 축제는 시에나의 수호성인인 성모 마리아의 영광을 기리는 경마 경주로, 매년 7월 2일과 8월 16일에 두 차례 개최되고 대회 3일 전부터 축제가 시작된다. ‘시에나의 영혼은 콘트라다의 다양함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열일곱 개 콘트라다는 각 자치구의 명예와 자부심을 걸고, 팔리오 축제를 통해 건전하게 경쟁하고 화합하며 시에나의 전통과 역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시에나 팔리오
팔리오 경주를 흔히 ‘민중의 승리와 화합을 위한 90초, 1년간의 간절한 바람 속에서 승리와 좌절이 교차하는 말 경주’라고 한다.
2. 축제 어원
‘팔리오’(Palio)는 우승자에게 수여하는 ‘깃발’을 의미하며, 이는 자줏빛 비단 망토를 가리키는 중세 라틴어 팔리움(Pallium)에서 유래했다. 중세 자치구 시대에는 황제나 영주들이 하급 신분의 사람들에게 권한을 넘겨줄 때 망토를 양도했는데, 축제에서는 우승 자치구에 승리의 영광을 상징하는 깃발을 포상하는 것으로 변화했다. 이것이 축제를 대표하는 명칭으로 굳어져 ‘팔리오 축제’ 또는 ‘팔리오 경주’라고 불리게 됐다. 팔리오 축제는 경마 경기뿐 아니라 경기 전 준비 과정과 대회 기간 동안 열리는 거리 행렬 등 부대 행사를 포함하면서 점차 큰 축제로 발전했다.
3. 축제 역사
13세기, 이탈리아가 여러 도시 국가로 나뉘어있을 때 시에나는 같은 토스카나 지방의 피렌체와 경쟁 관계에 있었다. 시에나 시민들은 1260년 피렌체 군과 격전을 벌인 몬타페르티(Montaperti) 전투를 앞두고 승리를 기원하는 미사를 드리며 성모 마리아에게 도시의 열쇠를 바쳤다. 시에나는 이제 성모의 것이 되었으니 자신들을 보호해달라는 의미였다. 다음날 벌어진 전투에서 시에나 군은 피렌체 군에게 승리를 거두었고, 시에나 시민들은 팔리오 경주를 개최해 전투에서의 승리를 축하하고 성모 마리아의 영광을 기렸다. 오늘날까지 이어져온 시에나 팔리오 축제는 이렇게 시작됐다.
팔리오 경주를 주도한 이들은 각 지역 자치구였다. 도시 국가 간의 경쟁이 격화되던 당시 시에나에서는 교구별로 군사를 모집했고, 이에 따라 콘트라다(Contrada)라는 자치구가 형성됐다. 초기에 콘트라다는 군사적 성격을 강하게 띠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시에나 고유의 전통을 간직한 민중 조직으로 변화했다.
각 콘트라다는 저마다 독자적인 문장과 동물 상징, 복장 등을 지니며, 각 조직을 지켜주는 수호성인도 다르다. 단순히 행정구역을 넘어서 독립된 공동체로 자리 잡은 콘트라다는 공동체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세례식, 장례식, 결혼식 등 생활 의례와 의식도 다르게 행한다. 또한 ‘다른 지방 사람과는 결혼을 허락할지언정 다른 콘트라다 사람과는 결혼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오늘날까지도 완고한 집단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축제 때는 팔리오 경마 대회에 출전하는 기수는 물론, 이들을 응원하는 관람객과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 모두 자기가 속한 콘트라다의 색깔로 옷을 입고 고유 문양이 그려진 깃발을 든다.
자신이 속한 콘트라다의 깃발을 든 행렬단
시에나의 17개 콘트라다는 각각을 상징하는 문장과 색상, 상징물은 물론 생활 의례까지 서로 다르다.
자신이 속한 콘트라다의 의상을 입고 북을 치며 입장하는 행렬단
‘시에나의 영혼은 콘트라다의 다양함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콘트라다들은 각자의 명예와 자부심을 걸고 팔리오 축제에 참가하며 시에나의 전통과 역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콘트라다가 내부 단결을 강조하는 만큼 콘트라다끼리 벌이는 경쟁은 대단히 치열하다. 시에나가 성장하면서 콘트라다 간 경쟁이 심화됐고, 경마 경기의 형식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화했다. 오늘날과 유사한 경마 대항전이 자리 잡은 것은 14세기 무렵이라고 한다. 또한 초창기에는 ‘팔리오 알라 룽가’(Palio alla lunga)라고 하며 도시를 가로지르는 직선 경주였는데, 1656년에 ‘복되신 동정 마리아 방문(Visitation) 축일’ 축제 기간인 7월 2일에 개최된 대회에서 오늘날처럼 D자 모양의 캄포 광장을 세 바퀴 도는 원형 경주(Palio alla tonda, 팔리오 알라 톤다)로 바뀌었다.
시에나 캄포 광장
시에나 시의 중심에 있는 캄포 광장은 13~14세기에 조성된 아름다운 중세 광장이다. 평소 한가로운 광장은 축제 당일 만자 탑의 종이 울릴 무렵 수많은 인파의 환호성에 휩싸인다.
7월 2일에 개최되는 팔리오를 ‘팔리오 디 프로벤차노’(Palio di Provenzano)라고 하는데, 이는 시에나의 산타 마리아 디 프로벤차노 교회(Chiesa di Santa Maria di Provenzano)에 있는 프로벤차노의 성모에게 바치는 팔리오 경주라는 의미다. 프로벤차노의 성모는 테라코타 흉상으로 시에나의 수호성인인 마리아를 대표하는 성상이며 시에나인들은 프로벤차노의 성모가 자신들을 보호하고 치유의 힘을 발휘한다고 믿는다.
1701년에는 성모 승천 대축일 축제의 일환으로 8월 16일 팔리오 경주가 추가됐다. 이는 성모 승천을 기념하는 경주라는 의미로 ‘팔리오 델 아순타’(Palio dell’Assunta)라고 불린다. 시에나 팔리오 경주는 이탈리아 전역으로 생중계된다.
캄포 광장
팔리오 경주 당일, D자형 광장은 물론 광장을 둘러싼 건물, 상점 등의 창가, 발코니, 로지아 등에 관람객이 빼곡히 들어찬다.
4. 축제 주요 행사
1) 코르테오 스토리코(Corteo Storico)
경주 당일 아침 8시, 시에나 시 청사 오른편에 마련된 예배당에서 대주교가 기수들을 위해 미사를 집전한다. 그리고 경주에 참여하는 각 구역의 기수들은 마지막으로 연습 경기에 참가한다. 오전 10시 30분이 되면 시청에서는 시장이 주도하는 기수 임명식이 거행되며, 이후에는 기수를 교체할 수 없다.
이 행사 이후 본격적인 경마 대회가 시작되기 직전에 코르테오 스토리코라는 화려한 가장행렬이 펼쳐져 축제 분위기를 돋우고 열기를 고조시킨다. 도시에서 가장 높은 만자 탑(Torre di Mangia)에서 종을 울리면 구역별 기수들은 해당 콘트라다의 전통 의상을 입고 행진을 준비한다.
오후 4시경부터 경주에 참여하는 콘트라다마다 기수를 필두로 중세풍 복장을 한 가장행렬단이 소속 콘트라다의 깃발을 앞세우고 나선다. 행진에는 각 콘트라다를 상징하는 나팔수와 북 치는 사람, 공작, 두 명의 군인, 두 명의 기수, 그리고 무장한 말을 타고 그 뒤를 따르는 판티노(Fantino)와 마부, 말이 참여한다. 이들 외에도 중세 공화정을 상징하는 자치도시 위원들, 시청사의 군악대, 각종 조합 위원 등도 함께 행진에 나선다.
행렬 준비가 완료되면 경주에 참여하는 말과 주민들이 지역 교회에서 말과 기수를 위해 기도를 하고, 모두 함께 살림베니(Salimbeni) 광장부터 키지-사라치니(Chigi-Saracini) 저택을 지나 두오모(Duomo) 광장을 통과한 뒤 캄포 광장으로 정식 입장한다. 행진 도중에 서로 경쟁하는 콘드라데의 행렬과 마주치면 상당한 기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행렬이 캄포 광장에 입장하는 시간은 오후 5시 전후가 된다.
코르테오 스토리코(Corteo Storico)
경마 대회가 시작되기 직전, 콘트라다마다 자신들을 상징하는 중세풍 복장을 차려입고 캄포 광장의 트랙을 행진하며 축제 분위기를 돋우고 열기를 고조시킨다.
2) 팔리오 경주
팔리오 축제는 통상 나흘간 진행되는데, 건기인 여름에 열리지만 드물게 폭우가 내리는 경우 취소되기도 한다. 축제에 앞서 5월 31일과 6월 1일에는 7월과 8월의 팔리오 경주에 출전할 참가단 추첨 행사가 열린다. 팔리오 경주에는 전체 17개 콘트라다 중 10개 콘트라다만 참여하는데, 전년도 대회에 참여하지 못했던 일곱 콘트라다는 자동으로 출전하고 남은 세 자리는 전년도 대회에 참여한 열 곳 가운데 추첨으로 출전 자격을 부여한다.
경주 나흘 전, 캄포 광장에는 흙을 두껍게 깔아서 경주용 트랙을 마련한다. 트랙 주위와 광장 주변의 건물, 상점 등의 창가, 발코니, 로지아 등에 설치되는 관람석은 모두 3만 3천 석 정도로, 이들 좌석은 사전에 예약이 끝나버린다. 광장 중앙에 2만 8천여 명이 서서 경주를 구경할 수 있지만, 이들을 모두 합쳐도 경주를 보러 몰려드는 사람들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경주 당일이 되면 광장이 바라다보이는 집과 건물의 지붕, 탑, 옥상 등에도 관람객이 빼곡히 들어찬다.
팔리오 경주 관람객들
각자 소속된 콘트라다의 깃발을 들고 응원을 펼치던 관람객들이 흥분해 싸움을 벌이는 일도 빈번하다.
축제 첫날에는 콘트라다 별로 한 마리씩 대회에 참가할 말 열 마리를 고르고, 둘째 날에는 고른 말의 상태를 점검하는 시범 경기가 열린다. 셋째 날에는 광장에서 콘트라다마다 승리를 기원하는 전야제를 열어 밤늦게까지 노래하며 먹고 마신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 본격적인 경주가 열린다.
경주 당일에는 기수(Barbaresco, 바르바레스코)들이 말(Barbero, 바르베로)을 타고 시청사의 뜰에 입장한다. 이 자리에는 기수와 마부, 대표단을 포함한 30명과 말 10마리만 들어갈 수 있다. 경찰이 신호하면 기수들이 말을 타고 뜰에서 나간다. 문밖에서 기수 10명은 도시순찰대 위원이 건네는 공식 채찍을 받고 출발선까지 가게 된다. 출발선에 입장하는 순서도 이색적인데, 참가 콘트라다의 전통 문양이 그려진 구슬이 병에서 나오는 순서대로 들어서는 것이다.
축제를 준비하고 경주를 기다리는 데 걸리는 시간에 비해 경주 시간은 90여 초밖에 되지 않는다. 짧은 순간 벌어지는 경기인 만큼 콘트라다의 자존심을 걸고 벌이는 경주는 다소 공격적이어도 묵인되며, 안장 없이 말에 올라타 달리기 때문에 기수가 낙마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광장의 경주로를 세 바퀴 돌고 기수와 상관없이 말이 결승선을 들어오는 것을 기준으로 우승이 결정되며, 기수를 잃고 말이 혼자 돌아와 우승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일단 말이 달리기 시작하면 광장은 한 순간에 폭발하는 사람들의 열기와 환호로 절정에 이른다. 지나친 흥분 때문에 경주 후에 콘트라다끼리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경찰은 개입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이러한 난장 또한 축제의 오랜 전통이기 때문이다.
경주가 끝나면 우승한 기수는 직사각형 모양의 천에 성모 마리아 상이 장식된 우승 깃발(팔리오)을 수여받고, 그 기수가 속한 콘트라다의 주민들은 아기 우유병에 포도주를 넣어 마시면서 성모 마리아에게 축복을 기원하며 시가행진을 벌인다. 우승한 콘트라다는 다른 콘트라다에게 위로금을 나누어주고, 우승하지 못한 콘트라다의 주민들은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승리한 콘트라다 주민에게 선물을 건넨다.
팔리오 경주는 연 2회 열리는 정기 경주 외에도 국가적 차원에서 기념할 일이 있을 때 특별 경주를 개최한다. 1961년에는 이탈리아 통일 1백 주년, 1969년에는 인류의 달 착륙, 2000년에는 두 번째 밀레니엄을 기념해 콘트라다 간의 합의를 거쳐 한 번씩의 대회를 더 개최했다.
3) 승리의 만찬
우승자를 기념하는 만찬은 축제의 모든 공식 행사가 끝난 뒤 9월에 열린다. 경마 경주와는 시간차가 있지만 이날 또한 팔리오 축제에 해당된다. 경주에 참여한 콘트라다 주민들이 뜻을 모아 궁극적으로 통합과 단결을 도모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만찬이 열리는 구역의 거리에 식탁이 줄지어 서고 좌석 수천 개가 마련된다. 이날의 주인공은 경주에서 승리한 말이다. 우승한 말에게는 설탕과 여물을 푸짐하게 먹이고 시민들은 흥겨운 음악이 연주되는 가운데 화려한 만찬을 즐긴다. 이 만찬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콘트라다는 평소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축제를 통해 삶의 활력을 얻고, 콘트라다 안에서나 밖에서나 소속감과 가족애를 확인하는 데 팔리오 축제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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