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국에 다녀간 '방지거 교황' 아시나요
세례명·법명
장면(張勉·1899~1966) 전 총리의 일기를 엮은 책 '장면 시대를 기록하다'(샘터)엔 4남 장익(張益) 주교(전 춘천교구장)가 사제품을 받는 대목이 나온다. 그런데 '요왕'이란 단어가 낯설다. 가톨릭사전은 '사도 요한의 옛말'이라 설명한다. 장익 주교의 세례명인 것. 한국 천주교 초기 신자들은 중국을 통해 성경과 서적들을 받아들였다.그러다 보니 많은 용어가 중국식 한자로 음차(音借)됐다. 성인(聖人) 이름도 베네딕도는 '분도', 바오로는 '보록', 토마스는 '도마'로 불렸다. 작년 한국을 다녀간 프란치스코 교황은 옛날 식으로 표기하면 '방지거 교황'이다.
천주교 세례명은 세례를 받고 새 이름을 가짐으로써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 태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신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성인의 이름을 골라 정하며, 평생 그 성인을 수호자로 공경하며 덕행을 본받으려 애쓴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개신교 신자는 세례를 받아도 세례명이 없다. 신자라면 누구나 중개인 없이 하나님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만인제사장(萬人祭司長) 주의와 같은 맥락에서다.
불교엔 '법명(法名)'이 있다. 출가자 혹은 재가자로서 계(戒)를 지키겠다고 다짐한 불자(佛子)에게 주는 이름이다. 천주교 세례명을 당사자가 직접 고른다면, 불교 법명은 스님이 골라준다. '암(庵)' '법(法)' 등이 자주 쓰이고 '돌림자'도 있다.
근대 한국 불교 중흥조인 경허(鏡虛·1846~1912) 스님은 제자들에게 '월(月)'을 줬다. 수월(水月) 혜월(慧月) 월면(月面) 등이다.성철(性徹) 스님은 제자들에게 '둥글 원(圓)'자를 돌림자로 줬다. 성철 스님을 스승이자 형님처럼 모셨던 전 조계종 종정 법전(法傳·1925~2014) 스님도 자신의 상좌들에게 '원(圓)'을 돌림자로 줬다. '한집안'임을 이름으로 보여준 셈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성철 스님 상좌가 아니어도 성철 스님에게 법명을 받고 싶어 하는 경우가 늘었나 보다. 충남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장 비구니 구과(九果) 스님이 들려준 이야기. "석남사로 출가해 수행하다 법명을 받게 될 무렵, 스승님은 저희 12명을 데리고 해인사로 갔지요. 삼천배 올리고 뵀더니 성철 스님은 '자, 하나씩 가져라'하며 미리 법명을 적어둔 종이를 나눠주셨어요. 그때 받아든 이름이 '구과'였지요."
김한수 종교 전문기자
첫댓글 세례명과 볍명의 어원을 잘 알았다.고맙다.
세레명은 내가 선택하고 법명은 스님이 지어 주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