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ABC(안나푸로나베이스캠프) 트랙킹 1

[산돌(전제훈)]

ABC(4130) 트랙킹(인천에서 고레파니까지)

2016/04/01-2016/04/03

인천-카트만두(1박)-경비행기로 포카라-버스로 나야폴(트랙킹시작)-비레탄티(1050-점심)-팅게퉁가 롯지(1박)-울레리(1960)-가파른 돌계단으로 오르기반탄티(2210-점심)-능선길로 푼힐전망대가 있는 고레파니(2860-1박)

히말라야를 향해 베낭을 꾸립니다. 12일의 여정으로 안나푸로나 베이스 캠프를 반환점으로 100여킬로미터의 산악 트랙킹 길은 멀고 힘겨울 게지만, 갈 수 있을 때 길을 나섭니다. 인천에서 카트만두까지 8시간 비행후 저녁 무렵 내리자마자 호텔로 향합니다. 홀로 여행이라 인천에서 오신 분과 룸메이트가 형성되고 인사를 하다보니 7년이나 연장인 산악 선배와 동행하게 된 건 참 큰 행운입니다.

12일간의 내 일상의 짐 80리터 카고백과 작은 베낭

아침 호텔 앞 전신주의 엉킨 전신주의 전선처럼 카트만두는 지진의 여파에서 혼란스럽습니다. 아침부터 서둘러 네팔 국내선 공항으로 가서 포카라행 경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데 상황이 예측을 불허합니다.  포카라 현지의 사정으로 예정보다 세시간 여를 기다린 후에 출발합니다. 운무로 앞을 분간 할 수 없는 상황이나, 포카라에 다가가면서 서서히 창밖으로 히말라야의 위용이 줄을 섭니다.

호텔 앞 풍경

포카라로 가는 경비행기 앞에서

경비행기 기내 풍경(짧은 시간이나 과자 한점과 커피 한잔을)

창밖으로 늘어서는 히말라야 설산들

세계의 산악인들이 대부분 거쳐가는 포카라 공항은 시골 시외 버스 터미널 만큼만입니다. 경비행기에서 내린 짐은 버스 위에 차곡차곡 싣고  현지 가이드 두명이 함께 동승하여 트랙킹의 기점인 나야폴로 갑니다. '주리에'라는 가이더는 한국에서 13년 동안 생활해서 한국말에 능통하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부자가 되었다고 자랑합니다. 길은 구비구비를 돌고, 고도 2600까지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1000여 고지로 쑥 내려 나야폴에서 90여분의 여정 끝에 우리는 트랙킹 대 군단을 만납니다. 포터 12명과 합류하여 우리 일행 21명과 모두 35명이 함께 트랙킹길에 오릅니다. 나야폴은 안나푸로나의 대문 구실을 하는 곳이라 산중의 도시로 발달한 듯하여 꽤 시장 활동과 교통 수단인 차량이 활발한 요충지입니다. 짐은 포터들이 지고 우리는 작은 베낭에 하루 트랙킹에 필요한  가벼운 용품만 가지고 길을 나섭니다. 포터 한 사람이 지는 짐은 아마 40여킬로그램이 되지 않을까 어림되지만.

포카라 공항 주건물

21명의 짐이 버스 지붕에 쌓이고.

나야폴을 지나면서 재봉틀 하나로 한두평 남짓한 상점을 운영하는 억척스레 보이는 여인이 옛 가난한 시절의 우리네 어머니의 상을 떠 올립니다. 재봉틀 하나로 동네의 모든 옷가지를 매만지며 가족의 생계를 짊어진 그 시절 어머니는 얼마나 강했는가? 그러나 풍요로운 세상을 만날 즈음 아무 원망도 없이 자식들 밑거름을 사그라진 눈물이 지금 네팔의 골짜기에 재현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재봉틀을 굴리는 여인

트랙킹 길은 비교적 순탄하여 비레탄티에 닿으니 또하나의 트랙킹동료들이 점심을 지어놓고 기다립니다. 일명 쿡커 군단 9명이 합류하여 우리는 모두 44명으로 늘어납니다. 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한국음식 요리 솜씨가 뛰어나 트랙킹 하는 동안 한끼도 똑 같은 메뉴를 내놓지 않아 비빔밥, 카레, 김치찌개, 냉면, 수제비, 닭백숙, 국수 등 다양한 음식을 먹습니다.

비레탄티 앞의 다리

산악인 엄홍길 재단이 세운 학교 안내판

산간 오지마다 학교를 짓고 있는 산악인의 마음은 아마 큰 산이 우리에게 선사한 너거러움과 끝없는 사랑이 낳는 열매가 아닌가 나름의 생각을 해 봅니다. 험한 산악에 다랭이 밭을 일구며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꽤 많은 다랭이가 필요한 사람들이라 집이 드문드문 있고 이웃간의 시간적 거리가 멀어 학교를 염두도 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꼬깃 꼬깃 시장에서 물건을 싸온 종이를 펴서 잘 나지 않은 연필을 입에 물고 연필심을 침에 불려 글씨를 쓰던 우리네 어린 시절의 호롱불이 갑자기 생각나는 것은 옛날의 향수가 아니라 지금 네팔의 오지를 가면서 그 시절에 다시 선 것입니다.

비레탄티 초등학교 전경

점심을 먹고 비레탄티를 떠나는 길목에 노인의 노점에는 관광객을 상대로 파는 기념품이 정답습니다. 한국인이 많이 오는 탓인지 만나는 사람마다 간단하게 한국말로 인사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있고 간혹 도로에서 한국에서 생산되는 차가 질주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이곳 차량은 좌측 통행이고 운전대는 오른 쪽에 있어서 출입문을 착각하기 일수입니다. 나는 가슴에 손을 모으며 그들에게 진심으로 화답합니다. "나마스테" 라고.

노점상

천진하게 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포터의 짐

비레탄티를 떠나는 일행 옆의 소녀들

길가는 도중 만난 삼단 폭포

모녀들이 진 짐

포터와 쿡커들의 휴식

길은 어디에나 소통의 수단으로 끊이지 않고

고라파니로 가는 트랙킹 이정표 아래 희고 붉은 표시가 길을 안내함.

소통을 막는 협곡을 이어주는 출렁다리는 세상을 넘나드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다랭이 밭이 작은 집을 중심으로 산 아래 위로 길게 늘어서 있고 감자나 보리, 채소, 마늘들이 재배되고 있습니다.

다랭이 중심의 촌락

다랭이 밭과 짚가리는 가축 먹이

타박타박 시골길 나들이 가듯

길가에 학교 설립 모금함을 두고 있는 모녀가 있어 작은 성금을 보태니 목에다 고맙다는 베를 걸어 준다.

오르막은 역시 힘드는 건 모두 마찬가지

드디어 약 다섯시간 이상을 걸어 오늘의 숙소인 팅게퉁가 롯지에 옵니다. 트랙킹 첫날이라 가벼운 워밍엎으로 마치고 들어 온 숙소는 침대만 당그라니 두개 놓여 있는 작은 방입니다. 쿡커들은 롯지가 제공하는 부엌에서 우리네 식사를 준비합니다. 트랙킹 내내 음식에 적응하지 못할까봐 순 한식을 제공하니 오히려 여행 온 분위기가 가라앉는 단점도 있습니다. 허나 트랙킹을 위한 게니 1500여 고지의 밤에는 건너 앞산에 별처럼 박힌 산골 집의 불빛을 보며 잠이듭니다.

팅게퉁가 숙소

아침은 운무가 아래 세상에서 피워 올리는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굴뚝의 연기처럼 자꾸만 피어 올라옵니다. 식사를 마치고 서정적인 풍경에 취해 사방을 둘러 보아도 운무는 몇발 앞의 풍경만 내 줍니다. 오늘은 본격적인 트랙킹으로 7시간 여를 1000 고지 이상을 올라야 합니다.

팅가퉁게의 아침

보리밭 앞에서

롯지의 주방을 엿보고

팅가퉁게에서 올레리까지는 그래도 비교적 완만한 길이지만 올레리에서 반탄티까지 2시간여는 가파른 돌 게단이 끝이 없을 듯 합니다. 운무가 온 천지를 다 감추어 위도 아래도 없는 세상이지만 숨은 거칠어지기만 합니다.

잠시 작은 시야가 열리고

다시 가파른 계단 어린 소녀가 어디를 가는지 어른보다 잰 걸음으로

다시 숨을 한번 고르고 주위를 둘러 보지만

구들장같은 얄팍한 돌로 만든 계단은 고대 로마의 도싯길을 연상하게 합니다. 두께가 거의 비슷한 돌들로 이미 오래전부터 천연 자료의 포장된 도로가 이어지고 울이 되고 집의 벽이 되고 지붕으로도 사용되어 온 것입니다. 사람들이 주어진 자연의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이 빼어나 자연이 ㅈ는 자원을 요모조모로 잘 이용합니다.

잘 정비된 돌 계단

가파른 계단은 끝이 없는 듯 하더니 2시간여 가깝게 가쁜 숨 몰아쉬다가 2300고지의 반탄티에 닿으니 점심 준비가 한창입니다. 고도는 높아도 아열대의 건기라 탁트인 시야를 기대했지만 하늘은 멀리 풍경을 닫아 걸고 좀처럼 내어주지 않습니다. 야외 식탁에 느긋하게 앉아 점심을 먹고 능선을 오르내리는 열대림에 빠져들어 갑니다. 

반탄티 롯지의 살점 앞에서 

야외 식탁 앞에 앉아

원시림 사이의 길은  

간혹 볼거리로 폭포도 내어주고

무거운 짐을 진 포터들

이름모를 나무가 빼곡하게 들어 차 트랙킹 길은 터널이 되고

작은 마을도 지나고  오지의 길 옆은 언제나 사람들의 자취가 따라옵니다

머리를 감싼 포터들의 휴식

작은 상점의 여주인과 아기는 밀레가 그린 서정적인 그림 한폭

휴식처는 짐을 진 사람들이 짐을 내려놓고 지고 가기 쉽도록 높은 단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저절로 힐링이 되는 숲길

극히 자연스러운 숲길에서

네팔의 국화인 랄리구라스가 온통 산을 불타게 만드는 계절이기에 걸음걸음이 꽃에 잠깁니다.

드디어 7시간 넘는 걸음을 마무리하는 고라파니에 도착하니 환영 글귀가 개선문처럼 커 보입니다.

숙소 배정을 받고 열려야 할 하늘은 시치미를 떼고 돌아 눕기에 우리도 맥주한잔에 피로를  잠재우고 내일을 기대하며 잠자리에 듭니다.

롯지의 2인실

차츰 힘겨운 일정으로 변해 가지만 큰 설산이 줄 감동의 기대로 스스로의 꿈을 만듭니다. 설산에 비칠 빛의 마술이나, 순백이 줄 무념 무상의 마음의 그림, 티없이 맑을 파란 하늘에 박힐 별들의 흐름이 눈 가까이로 다가 오기에 하루하루 힘든 걸 잊습니다. 운송의 주 수단으로 쓰이는 말이나 당나귀도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그들이 울리는 워낭 소리가 참 평화스럽습니다.

귀가하는 말과 당나귀 무리

고라파니에서 설산에 비칠 노을 빛을 기대했으나

건기에 빗방울을 던지며 설산을 구름 속에 감추어

일출을 기대하며 잠이 듭니다. 

2016/04/20

경북 문경 아침도시의 산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