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청주고예비고3인 지망생 62기♡입니다.
오늘 당했을 지도 모를 변을 무사히 넘기고 여러분도 밤길 조심하시라는 의미에서 오늘 있었던 일을 올리겠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생도사진을 붙인 책상이 있는 독서실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새벽 1시가 되어서야 집으로 발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늘 다니던 가로등 몇 없는 골목길로 들어섰습니다.
역시 아무도 없이 조용했습니다. 이런데서 뿌듯함을 느끼곤 했는데 이젠 뿌듯함보다 두려움이네요ㅠ
아무튼 골목길에 들어서서 한 5분 정도 걸었는데 4갈래로 갈린 골목길중 오른쪽 골목에서 한 사람이 나왔습니다.
제가 의심이 많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골목에서 사람 한명만 나와도 별 생각을 다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랐습니다.
중년으로 보이는 남자가 오른쪽 골목길에서 걸어나와 4갈래로 갈려진 골목길 가운데에 갑자기 멈추어 서서 담배를 물고
한 골목, 한 골목... 둘러보고... 저를 몇 초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까지만 해도 그 남자와는 좀 떨어진 거리여서
큰 긴장은 하지 않았습니다... 약간 의심스러워 졌을 뿐... 그 의심에 천천히 남자를 둘러보는데...모자를 썼고....
순간 머리가 '휑~' 해지더군요.
오른손에 신문지로 말아놓은 긴 물건이 보였습니다... 순간 놀라 다시 오른손을 봤는데 거리가 조금 가까워져서 그런지 신문지 끝
에 빛이 반사되어오더군요. 정확히는 보이진 않았지만 금속성을 띤 물체였습니다... 그걸 본 직후 목이 딱딱하게 굳어졌습니다...
너무 긴장을 한 탓이겠죠..
그 남자와의 거리는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고, 제 머릿속은 모든게 다 엉키고 있었습니다. 안그래도 요즘 '강호순'으로 사회분위
기가 살벌한데.. 그 동안 이슈가 됬던 사건사고들이 생각나고요...
그때 갑자기 그 남자가 폭이 얼마되지 않는 골목길에서 제가 있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분명 길의 방향은 그 쪽이 아닌데말이죠.....
점점 몸은 굳어지고 걷는 모습도 확실히 안정되지 않았을 겁니다. 두려움에 누가 없나 주위를 살폈습니다. 뒤를 돌아봤는데
제가 걸어온 쪽의 골목 끝에서 2명이 막 나타났습니다. 약간의 거리는 있었지만 무슨 일이 있는지 분간은 될 거리였기에 다시 앞
을 보며 신문지를 말아쥔 남자를 보았습니다. 그 남자도 저쪽에서 오는 사람을 봤는지 방향을 제가 있는 쪽에서 길의 올바른 방향
으로 몸을 틀더군요. 거기서 그 사람이 분명 날 해치려는 의도를 가졌을 것이라고 확신을 해서인지 안정되지 않고 더 떨리더군요.
마침내 몇시간 같던 몇 초가 지나고, 그 남자를 지나쳐서 뒷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고개를 숙였지만 지나치는 순간 눈이 마주친
듯했는데 기분이..묘하던데요... 제 앞, 시야에서 사라진 그 남자를 살피면서 발걸음을 빨리 하고 골목길을 빠져나와 바로 옆에 있
는 편의점에 들어갔습니다.
지각을 면하려고 달린 자전거에서 막 내린 것 처럼 다리가 휙~ 풀렸습니다. 편의점에 들어온 김에 빵과 우유를 사려고 빵을 드는
데 손이 심하게 떨렸습니다. 계산을 할 때도 무척이나 떨어서 그 종업원이 이상하게 보았을 겁니다.
편의점에서 나와 익숙한 청주고 교문이 보이고 옆의 비교적 밝은 골목을 빠른 걸음으로 통과해서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집에 오니 조금은 안정이 되더군요... 할머니께서 맞아주셨는데 태연한 척하려 했지만...더듬는 말과 손은 어쩔수 없더군요..;
할머니도 알아보시고 무슨 일이냐고 대뜸 물으시고요...처음에는 아무일 없다고 했지만 계속 캐물으셔서 위에서 있었던 일을 말씀
드렸죠. 말씀드리니까 '괜히 말했구나..;' 후회되더군요. 새벽1시에 밖으로 제 마중을 나오신다고 해서요...;;
그래서 '사람 많은 충대 정문으로 다니면 되요.'하고 말렸습니다만, 어찌될진....; '부모님(진천에 계심)껜 말씀드리지 말아야지. '
편의점에서 떨리는 손으로 사온 빵을 상앞에 놓고 TV를 켜자마자 나오는 채널을 그냥 봤습니다... 그냥... 초점은 TV에 있지 않았
습니다. 그렇게 30분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그럴 기분은 아니었지만 기다려왔던 가입교2주차 동영상 업데이트될 시간이
지났기에 컴퓨터를 켜고 가입교 동영상을 봤습니다. 1년후의 예비선배분들이 입은 군복을 보니 문득 다른 군인이나 공군파일
럿 분들께서 실제 작전을 수행할 때 짊어져야할 짐을 조금은 실감했습니다. 또 제가 왠지 나약해보이더라고요. '나중에 내가 그런
일을 할 수있을까?' 하고요.. 뭔지도 모를 금속에 그렇게 긴장을 했으니 말이죠...상황이 상황이기도 했지만...
동영상을 보고 조금 정신을 차렸는지 경찰생각이 그때서야 나더군요. 그래서 112를 통해서 제보를 했습니다. 원래 그런건지..아니
면 요새 무슨일이 또 있는지 경찰관님도 놀라시면서 코치코치 물으셨습니다. 그리고 이거 쓰면서도 벌써 경찰에게 4번이나 전화
가 왔네요...; 덩달아 저도 긴장을 또 하게 됬어요...;
흠......
지금은 글을 쓰면서 다 가라앉았네요...근데 지금..시간이 4시?!?! 가라앉은게 아닌가봐요...ㅎㅎ 이시간에 깨어있다니요..
그런데 혹시 제가 너무 오버한건 아니겠죠? 이래뵈도 제가 남자지만 (닉넴에 ♡가 있어서 여자라 오인을 하시는 분도 계시더군요)
전형적인 A형의 성격을 가진 탓에 걱정이 됩니다. 너무 오버한 건 아닌지..?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누구라도 그 상황이었으면 오버는 아닐거에요.... 그쵸? 맞다고 해주세요!! 창피하지 않게...
아아아! 본래 의도로 돌아가서...
아까 일을 겪으면서 생각난 건데...저와 같은 수상한 상황이 벌어지면 핸드폰으로 경찰에 전화를 걸어서 양해를 구하고 골목을 통
과할때 까지 끊지 않는 방법도 좋을 것 같은데... 업무에 지장이 갈까요?? 그러면 페인팅으로라도요...ㅎㅎ
오늘따라 네이버 뉴스에 뜨는 '호신용품 열풍' 에 눈길이 가네요...ㅎ
//공사모에 가입한지 1년여가 됬는데... 그 수상한 남자 덕분에 처음으로 긴 글을 쓰네요ㅎㅎ
//뒤에 나타난 두 분때문이라도 공부...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오늘은 병 받고 약도 받는것 같네요...
//몇 시간 자고 나면 일어나기 힘든 아침이 오겠군요 ㅠ..ㅠ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나 주신 골목끝의 두 분에게 감사한 마음을 보내면서....!
//여러분, 모두 밤길 조심하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러게요..! 그 바바리놈이나 요즘 이상한 사람들이 부쩍 늘었네요. 아아! 오늘 할머니가 뉴스에서 청주에사는 연쇄살인범이 또 잡혔다고하네요... 바로 어제요! 그거 듣고 흠칫! ;; 이것때문에 제보받으신 경찰분이 놀라신듯...
참으로 다행이군요. 우리는 아이들이 학원이나 학교에서 늦게 오던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 나와 아버님께서 하나씩 맡아 매일 집에 데리고 왔었는데............ 조심해서 잘 다녀요.
예, 알겠습니다. 이제..사람 많은 길로 다닐게요.^^;
올라오는 글을 모두 꼼꼼이 읽어보지 못하는데...학생의 글을 천천히 보았습니다. 무사하다니 다행이고, 과거 주변에 당한 사례를 많이 봐온 터이라 학생의 밤길이 걱정되네요...부디 사람이 많은 길을 택해주시고, 아님 좀 기다려 다른 분과 함께 골목길을 지났으면 합니다. 경제가 어려우니 사건이 더욱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사람많은 길로 다녀야죠! ㅎ
끊임없는 경계가 자유를 보장한다 헤밍웨이 말이랍니다.
끊임없는 경계..! 머리에 박아두겠습니다! ㅎㅎ
와.... 정말 놀랍습니다!! 혹시... 개인용 호신무기를 사서 가지고 다니시는게 어떨련지..ㅋㅋㅋㅋ
심각히 고려해봐야죠 ㅋㅋㅋㅋ
어휴~다행이네...항상 조심해요. 나도 울아들 한테 항상 일러주지 "네몸은 국가 재산이니까 조심히 다뤄라"고...
네, 다행이죠? 항상 조심하겠습니다~
호연인 3단인디 ㅎㅎㅎ
난 겨우 1단인데 ㅎㅎ
요새 너무 무서워요ㅠ0ㅠ 우리 모두 조심합시다~!!
글 중에 충대 정문으로 가면 되요가 왠지 눈에 띄는군요... 저랑 같은 대전에 살고 있습니까..? 어디쯤이 그런 일이 발생합니까..? 누나가 충대생인데 아주 잘 다니는거 같은데...;; 전 전에 길을 걷다가 어떤 사람이 멱살 잡고 위협하기도 하더라고여... 멱살 잡고 바로 놔줘서 무슨 의도인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제가 그 날 다닌 길은 충대 정문에서 동쪽방향 길에있는 골목길이에요...ㅎㅎ 멱살 잡다놓은 건 순간 술이 깬거 아니었을까요??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충고 감사합니다^^ 꼭 머릿 속에 담아둘게요
난 삥뜯겼소 밤길조심하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