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空)과 무아(無我)
왜 '나'는 공(空)인가? 연기(緣起)이기 때문에 공이요 무아입니다. 매 순간 그대로가 오온개공(오온개공)의 상태요, '나'가 없는 무아이며, 인연이 화합하여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몸은 색(色)이요 정신은 법신(法身)이라고 이야기 합니다만 이는 반야심경을 잘못 이해한 것입니다. 반야심경에서의 색은 형상있는 모든 것을, 수(受) 상(想) 행(行) 식(識)은 정신을 가리키는 것으로 '색수상행식'이 空한 줄을 알면 일체의 고통에서 벗어 난다는 가르침입니다. 여기에서의 본질은 바로 '공'입니다. 이것을 일러 자성(自性) 또는 법성(法性), 본래면목(本來面目) 등으로 표현 할 수도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의 어떤 존재도 단일로 독립된 것이 아니라 인과 연이 모여서 생겨나는 연기의 법칙으로 존재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 연기의 법칙을 이해하게 되면 불교를 이해하게 되고, 우리의 존재 원리를 이해하게 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현대과학의 이론을 잠시 인용 하겠습니다.
현대과학에서는 60조 개의 세포가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 우리의 몸이라고 하는데, '파이만'이라는 과학자는 자신의 몸이 실제로 60조 개의 세포로 형성된 것을 알고부터는 파격적인 사고의 전환을 일으켰습니다. "단일의 독립된 물체가 아닌 이 몸둥아리! 수억 개의 원자 덩어리 중에서 어느 원자를 '나'라고 할 것이며, 어느 세포를 두고 '나'라고 할 것인가?" 이와 같은 그의 고민은 이 세상 어떤 물체도 단일로 독립된 물체는 없다고 하신 부처님의 말씀과 일치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독립된 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다', '내가 있다'는 그 생각부터가 잘못된 것입니다. 우리가 배워 온 현대물리학은, 분자를 쪼개면 원자로 나누어 지고, 원자를 쪼개면 중성자와 양성자, 전자의 셋으로 나누어 진다고 말합니다.
최근에는 이 보다 훨씬 작은 '쿼크(Quark)'라는 물체가 발견 되었습니다. 쿼크는 이 지구상에서 물체를 생겨나게 하는 최초의 단위로, 머리 카락 굵기의 1조분의 1에 해당하는 최소의 소립자입니다. 그런데 이 쿼크 또한 두 세 가지의 물질이 합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 또한 인연의 화합물이요 연기로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아직 질량화되지 않은 소립자, 다시 말해 물질이 되지 않은 소립자인데, 이것을 과학자들은 '힉스(반 물질)'이라고 이름붙였습니다. 힉스에 대한 기사를 신문에서 보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반야심경에서는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고 말 하지 않습니까? 색이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이 색과 다르지 않으며, 색이 곧 공이요 공이 곧 색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완전한 공이면 절대 색이 아닙니다. 공이라는 것이 완전한 공이 아니라 언젠가 有가 될 수 있는 공인데, 현대물리학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이 공이 바로 '힉스'라는 것입니다. 힉스는 현재는 물질이 아니지만 우주 속에 있는 어떤 에너지를 만나면 곧 물질화되는 것입니다. 스위스 국경지방에서는 현재 1,200여 명이나 되는 세계의 물리학자 들이 모여 힉스가 우주 최초의 물질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연구 중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몇년 안에 이 연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 기사를 보고 혼자서 생각하며 웃었습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1,200여 명의 제자가 법회에 참여 했는데, 그때의 그 제자들이 지금의 과학자들이 아닐까요? 유럽 에서는 이 '힉스'라는 단어가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고 합니다. 사전에는 '반 물질, 아직 물질이 되지 않은 소립자'라고 풀이 하고 있습니다. 이 힉스가 과학적으로 증명된다면 2,600여 년전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일치합니다. "색이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이 색과 다르지 않으며, 색이 곧 공이요 공이 곧 색 이다"라는 부처님 말씀과 일치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하느님이 세상 만물을 창조했다고 가르치는 기독교나 다른 종교에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때 우리 불자님들은 그것이 바로 우리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이라고 말하며, 부처님의 은혜에 더욱 더 감사하며 정진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금이라도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있고 존경을 받고있는 달라이 라마 존자께서 서양인들을 향해 이런 이야기를 해 주시면 아주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본래에 있는 그대로를 보라", "본질을 보라"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입니다. 연기이기 때문에 '공'이요 '무아'라는 것! 이것이 존재의 본질입니다. 만약 '힉스' 등을 통하여 이 세상에는 형상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본질이 있다는 것이 과학적 으로 증명되면 전 세계는 모두 부처님의 나라가 될 것입니다.
우리도 이 본질을 보게 되면 갈등이 없어 집니다. '생야일편부운기 사야일편부운멸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우리의 삶이란 마치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이라. 한 조각 구름을 분해해 보니 한 방울의 수증기 더라. 이럴진데 우리가 집착해야 할 대상이 과연 무엇인가? 괴로움과 번뇌의 근원이 집착이 아닌가! 구름이 걷히면 밝은 해가 나오듯이 구름에 덮여 있어 지혜가 발현되지 못 하는 것이지 구름의 실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번뇌는 사라집니다.
<옮긴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