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책벌레였어요.
책 많이 봤다고 티 내기 위해
버리지 않은 책들이
노랗게 변색되어 책장에 꽃혀있어요.
정리에 들어갔습니다.
마누라 빼고 책은 다 버리기로
하이텔 시절
문학 동호회에서 낸 책 세 권이
'나 여기 있지요.' 합니다
1999년 2000년 그리고
2001년에 출간 한 책입니다.
당시 동호회 회원들이
몇 자씩 써서 책을 냈는데
지금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그중 제 글이 하나 있어 옮겨 봅니다
제목 빨간 빤쓰는
그 옛날 하이텔에서 쓰던
나의 아이디(필명)로
당시 하이텔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빨간빤쓰가 유명세를 타자
노랑 빤쓰 파랑 빤쓰
찢어진 빤쓰 등 유사 아이디가
범람하였습지요.
제목 : 빨간 빤쓰의 전설
옛날 그러니까
호랑이가 담배 피다
코레라에 걸렸다던 그 옛날
올드 보이 하나가 있었는데
그놈 별명은 백 대가리.
머릿속이 텅 비어서 붙여진 별명입니다.
백 대가리 당구 300 나 250
적수였지요.
어느 바람 불어 좋은 날
내기 당구를 쳤습니다.
진 놈이 나이트 비용 다 내기로...
졌습니다
깔꼼 하게 내가 졌습니다.
길동에 있는 나이트로 갔지요.
재수가 있었던지 마침
둘 이온 아가씨들과 합석
즉 부킹을 했습니다.
퀸카는 아니었지만
사랑에 굶주린
우리에겐 신이 주신 절호의
구찌(찬스}였습니다.
우리 둘은 누구랄 것도 없이
포효 했씁니다.
" 신이시여. 땡큐. 쿼바디스 땡큐..
아멘 땡큐 땡큐. 으헤헤헤헤 "
입이 귀 바로 아래까지 찢어졌으나
겉으론 뭐 별거 아니라는 듯
표정 관리에 힘을 쏟아야 했습니다.
어설피 까불다
굴러들어 온 떡 체할까 봐
조심 조심 조심
한번 걸린 먹이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
당시 나의 생활 신조였습니다.
3년 가뭄에 단비라. 흐흐흐흐..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스산한 분위기가
나이트 안에 가득 했습니다.
광란에 가까운 몸을 흔들어
대면서도 학창 시절
줄반장을 맡아 놓고 했던 나의
우수한 헤드는
굴러 들어온 떡을 어떻게
요리 해야 할지
다시 말해
몸은 흔들고 있었지만
마음은 콩밭에 있었습니다.
또 흐흐흐흐
화장실에 가 여관비는 충분 한지
해장국 값은 남는지
자금을 정리해 보고
소변 줄기에 힘을 줘
나프탈렌을 쓰리 쿠션으로 돌려도 보고,
상당 기간 사용하지 않아
혹 무기가 녹슬지 않았는지
자체 검열도 했습니다.
제때 발사 가능한지 사전 발사
실험도 해보고 싶었지만
취중에는 조준선 정열의
완성도가 떨어져
자칫 나이트 화장실의
변기를 파괴하는
불상사가 생길까 봐
사전 검열을 대충 마치고,
오랫동안 굶주린 무기의 컨디션이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
이제 결전의 시간만 기다리면 되는
뿌듯한 가슴을 부여안고,
나이트야 빨리 끝나라.!!!!!!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나이트 엔딩곡에 발 맞춰
감자탕 집으로 이동했습니다.
감자탕집에서 입가심
소주를 마시며
우리 넷은
입에 거품을 물고
개똥 철학에 대해 논했습니다.
말이 철학이지 먹이를
잡아먹기 위한 일련의
요식 행위였습니다.
식인종이 먹이를 잡아 놓고 춤을 추는
뭐 그런 거 있잖습니까?
다 아시겠지만
정신 나간 여자가 아닌 다음에야
어떤 여자가 나 잡수 하고
입안으로 쏙 들어 오냐 이겁니다.
따라서 몸에 좋은 여러 가지 말로
여자의
판단력과 자제력을 흐려 놔야
전투장까지 이동이 쉽고
또한 목적을
달성하는데 차질이
생기지 않지
잘못 부작용이라도 생기면
다된 밥 콧물 떨어뜨리는 아주
재수 없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소주에다 콜라를 타면
소크라테스라는 칵텔이 되고,
막걸리에 사이다를
타면 필리핀에서 제일 인기가 있다는
막사이사이라는 술이 된다는 둥
비록 가난하게 살더라도
사랑 많은 진실되게 하는 것이
이 시대 젊은이의 마지막
자존심이니
우리도 뽀땃하게 사랑 한번 해보자는 둥,
시간이 갈수록 침 튀는 양은 많아지고
토크 내용도 점점 현실 쪽으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난 자유를 사랑한다.
자유가 뭐냐.
자유란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고로 난 내가
한 행동에 대해 죽을 때까지 책임을 진다.
그러니 이쯤에서 대충 끝내고
빨리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나의 주장이 감자탕집 흙벽을
레지 마우시로 두 바퀴 돌고
천정의 백열등에 부딪쳐
히네루가 거꾸로 먹으면서
공허한 메아리로
내 귓전을 때린 것 까진 알겠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셋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작전에는 먹잇감에게
술을 디립따 퍼 먹여
긴급 사태 발생 시
대응력을 약화시켜
공격의 주도권을 확보하도록
프로그램이 설정 되어있었는데
이런 젠장할
주체가 먼저 푹 젖어 버렸으니.....
술울 넘 많이 잡수신 탓에
그동안 준비했던
화려한 꿈은 일장춘몽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아주 슬픈 일이 발생했던 거지요.
몹시 아니 환장할 정도로
아쉬웠지만 어쩝니까,
그놈의 술이 웬수지.
손 안의 먹이를 놓친 것은
내 인생의 마지막
수치로 기록되었습니다.
난 머니만 날리고 봉이 되었는데
백 대가리는 한건 올렸습니다.
바로 그날 그 나이트에서 만난
백 대가리의 짝 이름은 김 미숙
둘은 그 뒤로 한층 더
가까워졌습니다.
곰은 재주가 넘고 돈은
되놈이 챙긴다더니
난 그날 돈만 날리고
백 대가리는
여자 하나를 챙겼습니다.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백 대가리가 심각한 표정으로
그 여자에 대해 상의할 게 있다고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당시 여자와 연애에 대해
해박한 지식이 있던 터라
기꺼이 내 친구의
고민을 풀어 주리라...
백 대가리 녀석 소주 몇 잔
들이켜더니 불쑥 한다는 말.
"야 갸 있잖냐. 이상하게
빨간 빤쓰만 입냐. 부라자도..."
백 대가리의 고민을 요약해 보면,
앞으로 그 여자와 결혼할 것이고
여러번 가불을 했는데
가불이 뭔지 아시죠.
결혼 하기 전에 하는 그 행사
덜 다 해보셨을걸요.
우얀둥
그때마다 빨간 빤쓰를 입는다는 거지요.
그것이 영 마음에 걸린다고 하면서
그것 그러니까
왜 빨간 빤쓰만 입는지
알아봐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 했지요.
" 니가 알아봐 섀꺄.
별 거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네.
개시키 소시키 말시키"
욕을 세숫대야로 퍼붓었습니다
그래도 분이 안 풀려
"니 한 번만 더 그딴 소리 하면 아가리를 확
조사 뿐다이. 개시키 소시키 말시키."
세숫대야로 안 풀려
다라이로 퍼붓었습니다.
왜냐
참 그게 이상하죠
내가 백 대가리 보다
잘 생기고 키도 크고
똘똘하고 얌전하고
격조 있고 품위 있고 교양 있고..
우얀둥
백 대가리한테 밀리는게
단 한군데도 없는데
여자들이 백 대가리만 좋아해요
사실 그때 난 솔로 였어요.
그 자식은 애인 비슷한 게 있었거든요
그란디
그놈 한테 또 여자가 생긴 거예요.
그러니 열 안 받겠어요.
염장 지르는 것도 아니고
그 뒤로
미숙 씨의 닉 네임은
빨간 빤쓰가 되었습니다.
둘 은 한참 뒤에 결혼을 했습니다.
이 눔이 나쁜 건
미숙 씨랑 결혼하면서
저랑 사귀던 애인 언니
나에게 인수인계 할 줄 알았는데
입 싹 닦더라고요.
"미숙 씨 저놈 애인 있어요." 라고
꼬질르려다 말았습니다.
집들이 때 우리는 무엇을
선물할까 고민하다
" 빨간 빤쓰로 하자" 해서
빨간 빤쓰 사러 여러 속옷
가게를 기웃거렸지만
목표량 50매를 채우지 못해
분홍 주황 등등 빨간색 비슷한
걸로 50매를 선물했지요.
며칠 전 백 대가리에게
전화를 했는데
그 빨간 빤쓰가 받더만요.
그땐 휴대 전화라는게 없었습니다.
나 : 빨간 빤쓰 안녕하슈.
오늘도 빨간빤쓰 입었슈.
빨간 빤쓰 : ( 한참 웃더니) 아니요
오늘은 노 팬티이네요.
펜티 하나 사 주세요."
나이트에서 만날 때만 해도
요조숙녀였는데
아 둘 낳더니 많이 변했습니다.
어디 하늘보다 더 높은(夫)
신랑 친구 앞에서
노 팬티란 말을 할 수 있나.
그리고
지 신랑 보고 사달래지
나가 빤쓰 사주는 사람이여.
백 대가리에게 한마디 했죠.
"야이 자슥아 니 마누라 노 빤쓰란다.
빤쓰 좀 사다 입혀라."
친구와 턱이 빠지도록 웃었습니다.
끝
첫댓글 과연 기대를 저 버리지 않는다능....
젊었을 적 거의 비슷한 전과가 있다는 것에
몰입하며 나에게도 그 많았던 킹카들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타요...ㅎ
한창때 어울렸던 그녀들이 요조 숙녀 인 양
결혼한다고 할 때의 황당함!!.. ㅋ
핫핫핫 핫
여기는 이스탄불
입니다.
돈이 없어서 로밍을 못 하고
공항에서 주는 1시간 짜리 공짜 와이 파이로
늘 감사 합니다
어쩜 요레 잼나게
묘사하는 단어들이 찰질까요
착착 감기는 맛
넘나 맛있게 쓰십니다
휘날리는 필력을
읽게 해주심에 무한 감사
감 사드리겠습니다 ^^
누리 언니 지금 잘 시간 이쥬.
이스탄불에서 그리스 가는비행기 기다리는 짬에. .
감자탕에 소주 한병 잊지 않겠습니다
@옷벗은 하마 그럼요
그리스 하얀마을
풍경도 포스팅 부탁요
👍
👍
최고
재미있는 옛날 얘기 잘 읽었습니다.
하하하하
한때 심이 좋았는데 연세 드니께 말빨도 글빨도 떨어지네요
사방이 조용한 새벽
웃음 참으며 ㅎㅎ
읽어 내려 왔어요
은제인가 기회되면
책빌려 주세요 ㅎ
그려유
버릴렸는데
잘 두었다가 그냥 드릴께요
저도
책 꽂아놓고
지적허영을 ~~ㅎ
이젠 단독 출간도 ? 하시지요.
남자들의 생각은
앉으나 서나 자나 깨나
오직 하나
학씨리 여자들 보단
진화가 덜된 동물 본능이 더 강해요..ㅎ
있는ㄴ이 더 하다고
요즘도
그 빨간빤쮸 여인의 남편님은
여인들로 중첩에 쌓여 계실라나요? ㅎ
ㅋㅋㅋ
수컷들은 다 그려랴
인류 학자의 말을 빌리자면
그래서 인류가 이렇게 번성 했다고.
아니면 말구요
아주 그냥 ,그냥,
단숨에 홀릭하며,
봄날 달콤한 영화관속 손잡고 먹는 팝콘처럼..^^
달달히 웃습니다.
아따 안나 언니 칭찬에
글 올린당게라.
좀 더 야한 글 올려도 되까라
야한글 올렸다 짤릴까봐.?
@옷벗은 하마 여기까지 ~
지금처럼
딱 좋은 👍
짤리믄 클나니께 ㅠ
즐거운 수호천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