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헝가리-부다페스트- Part 2

[수라]

눈을 떴다. 조용하다. 

글을 쓰기 위해 컴퓨터를 켜고 책상에 앉았다.

검은 구름으로 덮여 있었고 비가 내렸다.

빛을 잃은 도시는 깊은 심연으로 가라앉는 느낌이다.

수수하고, 흐릿한 색감, 백색의 배경.

도시의 여름을 잠깐 식히는 시간이다.

숙소에서 길을 나섰다. 부다페스트의 날씨는 오늘 한국의 날씨와 비슷했다.

어제의 화려한 국회의사당을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트램을 타고 국회의사당으로 향했다.

'국회의사당'

1904년에 네오 고딕 양식으로 완공되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절 위상을 알 수 있다.

내부 관람은 투어로만 가능하고, 개인은 국회도서관만 볼 수 있다.

국회의사당을 주변을 둘러보았다.

1956이란 숫자와 총알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조형물을 보았다.

그래서 1956년에 헝가리를 구글링을 했다.

역시나.

1956년 10월 23일 헝가리에서는 혁명이 일어났다.

학생, 노동자 등 시민들은 스탈린주의 관료집단과 폭압통치에 항거하며

반정부 집회를 열였다.

복수정당제, 소련군 철수, 표현과 사상의 자유, 정치범 석방 등을

요구하며 억눌려 있던 민주화의 열망을 폭발시켰다.

 10월 24일 공산당은 개혁파인 임레 너지를 수상으로 임명하고

정치범 석방, 비밀경찰 폐지 등 시민들의 요구에 부합하게 된다.

하지만 '소련으로부터 이탈'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소련은 11월 4일 헝가리에 탱크 1,000대와 군사 15만 명을 투입한다.

결과는?

사망자 및 실종자 수는 3,000여 명.

부상자 수는 12,000명에서 20,000명으로 추산.

민간인 희생자는 1,500여 명.

사망자의 50% 이상이 노동자 신분이었고,

사상자의 절반 이상은 30살 미만이었다.

결국 너지 정부는 붕괴되고,

너지는 1958년 부다페스트 감옥에서 처형된다.

모든 혁명의 역사는 미완성이다.

실패하고, 실패하고, 실패해도

다시 혁명은 일어난다.

호혜와 존중을 기반으로 한 사회 구성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말해도 좋지 않을까?

그리고 혁명을 위해 통합된 힘은 언제나 그다음 날에 분열한다.

"누구에게 권력을 이양할 것인가?"

칸트는 '엄밀한 의미에서 민주주의는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매우 공감한다.

현시대를 사는 모든 인류는

과거의 열망을 이어받아

끊임없이 민주주의를 위해 앞으로 나가야 한다.

1968년 프랑스 68혁명의 구호처럼

시민들은 '불가능한 일'을 요구해야 한다.

특정 위정자를 내세우지 말고

상상력에게 자신의 권력을 맡겨야 한다.

2016년 한국에서 시작된 사회정의에 대한

바람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질 것이다.

모든 시민이 만족할 수 있는 정의가 실현되기까지

인간에 대한 존중과 관용을 바탕으로

지치지 않고 모두 함께 걸어가길 바란다.

'부다 궁 푸니쿨라' -상단, 왼쪽-

'부다 궁에서 본 다뉴브강' -상단 오른쪽, 하단-

세체니 다리를 건너면 부다 궁을 올라갈 수 있는

푸니쿨라가 보인다.

'켈레르트 언덕에서 본 다뉴브강' -상단-

'시타델라 요새의 자유의 여신상' -하단-

부다 궁에서 버스를 타고 시타델라 요새를 갔다.

구름에 덮인 회색의 하늘도 푸른 하늘 못지않게 아름답다.

오히려 을씨년스러운 날씨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체니 다리' -상단-

'어부의 요새 아치형 창에서 본 국회의사당' -하단 왼쪽-

'유람선에서 본 부다 궁' -하단 오른쪽-

해가 진 뒤 야경을 보기 위해 세체니 다리를 건넜다.

어부의 요새는 언덕에 위치하고 있어 오르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도 꿋꿋이 어부의 요새에 가기 위해 걸었다.

어부의 요새에는 아치형 창 사이에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핫스팟이 있다.

'세체니 다리' -상단-

'국회의사당' -중단-

'(연인과 함께) 국회의사당' -하단-

어제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오늘도 유람선을 승선했다.

어제와는 다르게 해가 진 후에 탔다.

다른 유람선은 모르겠지만

10번 선착장 티켓은 이틀 동안 무제한으로 탑승할 수 있다.

'국회의사당 정면' -상단-

'엘리제베트 다리' -하단-

낮부터 촉촉이 내리던 비는

저녁이 되자 퍼붓기 시작했다.

내가 타고 있는 유람선 2층에는 지붕이 없다.

2층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1층으로 내려가 비를 피했다.

나는 비가 내 몸을 적시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2층에서 홀로 사진을 촬영했다.

유람선에서 내리자 다행히 비는 잦아들었다.

이미 내 몸은 흠뻑 젖었지만.

(흔들리는 배 위에서 야경을 촬영하는 일은

스마트폰으로도 쉽지 않았다.)

'다뉴브 강가의 신발들'

유대인은 2,000년 동안 유럽의 이방인으로 존재했다.

억압받고, 천대받고, 경멸의 대상으로 유대인들은 살아왔다.

제국주의와 전체주의가 시류가 되던 2차세계대전 당시

민중들의 갈 곳 잃은 분노는 유대인을 향한 광기로 나타나게 된다.

사진 속의 장소가

1944년 12월부터 1945년 1월에

유대인 2만여 명의 신발을 벗겨

총살 후 다뉴브강에 버려진 장소이다.

당시에 피로 붉은색을 띠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지금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게

자행하는 학살(폭격)을 보면

현재의 이스라엘을 동정할 생각은 없다.

가자지구와 웨스트뱅크의 분리장벽을 보면 정상이 아니다.

수평폭력을 조장하는 집단광기에

누구나 도취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여야 한다.

평범한 사람들도 분노의 대상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면

약자들에게 쉽게 폭력을 행사한다.

사회에서 가장 약한 집단이 희생을 강요당한다.

폭력은 항상 힘없는 집단을 우선하여 배제한다.

혐오와 증오가 정당화되는 사회에서는

언제나 희생은 약한 곳으로 흐른다.

반일 감정이 심화되는 지금, 한국에서

도덕적 우월성에 심취해 타인을 멸시하는 광기는 경계해야 한다.

반일이 아니라 평화와 공존이라는 정의를 위해

불매운동에 동참해야 한다.

장기간의 여행에서는 빨래를 해야 한다. 

그래서 부다페스트에서는 호텔을 이용하지 않고

세탁기가 구비되어 있는 B&B를 숙소로 정했다.

그 외 음료수와 와인까지 무료로 제공받았다.

괜찮은 선택이었다.

그리고 전설 속에만 존재하던 교통권 검사원을 만났다.

시타델라 요새로 가는 버스 안에서 누군가 다가와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캔 유 쇼 미 더 티켓?]

워낙 작은 목소리여서 처음에는 몰랐다. 그러자 다시 한번 조금 큰 소리로 반복했다.

내게 말을 건 사람을 쳐다보았다. 인상이... 좀.... 험상궂다. 하지만 목에 신분증으로 보이는 걸 걸고 있었다.

'아, 말로만 듣던 검사원이구나'

[보여줄게]라고 말하고 당당히(?) 24시간권을 보여 주었다.

간단하게 확인하고 다음 승객을 향해 지나갔다.

다음 검표 대상도 '에이지안'이었다.

그 아시아인은 뭐가 문제인지 내가 내리는 정차역에서 같이 내렸다.

티켓을 보여주는 걸로 봐서 일부러 무임승차를 한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펀칭(승인)을 안 했던지, 티켓 유효시간이 지났던지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착각이든 실수든 무임승차로 벌금을 내야 한다.

티켓 꼭 사자. 1회권이든 24시간권이든 반드시 펀칭을 확인하자. 벌금내기 싫으면.

도시마다 다르지만 벌금은 약 50유로 정도 한다.

숙소에 돌아와서부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물은 석회질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판매하는 생수 종류가 매우 많다.

탄산 많은 것, 탄산 적은 것, 탄산 없는 것으로 대분할 수 있고, 브랜드 별로 매우 다양하다.

여러 가지 고심 끝에 적당한 생수를 사 먹었는데 이게 탈이 났다.

복통과 배탈로 새벽에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생수라 해도 약간의 석회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후에 알았다.

이 날도 어김없이 밤 11시가 넘어서 숙소에 도착했다.

피곤함과 동시에 밤새 화장실과 씨름하며 탈수증을 막기 위해 물을 지속적으로 먹었다.

내일 부다페스트를 떠날 수 있을까?

[하루나]

저도 그 많은 사람 중에
저만 꼭 집어서 표를 검사하더라는...

[수라]

아무래도 여행객 위주로 검사하는 것 같아요.

[91기 뽀미]

물... 타지서 고생많았넹...토닥토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