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평론 2023년 8월 칼럼
제목 : 수능 킬러 문항 논란
저자 : 안재오
수능 킬러 문항 논란
1. 대통령의 수능 불호령
최근 윤석렬 대통령은 교육 개혁을 한다면서 수능 시험의 개혁을 요구했다. 즉 수능 시험의 극히 어려운 문제인 소위 킬러문항을 없애라고 명령을 내리고 이를 조장하는 집단, 소위 입시를 통한 이권 카르텔 운운 하면서 이를 적발하고 분쇄할 것을 요구하여 대학 입시 관련 정부 기관들과 학원 및 소위 일타 강사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이를 옹호하고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수능 시험을 5개월 앞두고 갑작스런 수능 개혁은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가져온다는 비판도 들끓고 있는 상태이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사교육 업체 뿐만 아니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까지 갑자기 공포로 몰아 넣고 있는 상황이다.
"이권 카르텔" 지목된 교육부…26조 사교육 시장 잡을 특단 대책 나올까
윤석열 대통령이 공교육에서 벗어난 수능 문제를 지적한 지 하루 만에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이 경질됐다. 정부는 대통령 지시 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책임을 묻겠다며 수능 출제를 담당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대한 감사도 예고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3.06.16.)
이런 대통령의 교육 관련 고위직 공무원 경질은 소위 킬러 문항 출제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
킬러 문항 사라지는 수능…변별력 확보 쉽지 않을 듯 '물수능' 우려 증폭…수험생들, 준킬러 문항에 집중
교육부가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이른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출제하지 않기로 하자, 수능 변별력 확보가 가능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26일 사교육 경감대책을 발표하며 지난 3년 치 수능과 올해 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 출제된 킬러 문항 26개를 지목했다. 이 장관은 "공교육 내에서 다루지 않은 문항들, 학생·학부모 입장에서 공정하지 않은 문항들"이라고 지적하는 한편 "최소한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사교육 유발의 정점에 있는 문제를 제거하겠다"면서 킬러 문항들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되는 킬러 문항을 배제하겠다는 의도지만, 결과적으로는 시험의 난도 자체가 낮아지는 만큼 ‘물수능’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교육계 안팎에 팽배하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결코 변별력 확보라는 중요한 수능의 역할을 약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아시아경제 2023-06-28)
수능 시험 출제에 대해서 대통령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형국이다. 이는 윤석렬 대통령이 우리 나라 교육의 문제를 어느 집단이나 개인의 범죄 행위와 같이 본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는 이 문제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벌써 최소 70년 이상 아니 1000년 이상 지속된 학벌주의 교육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이는 범죄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이다. 수능 카르텔 운운 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인식의 정도를 알 수 있다. 그는 검사 출신이다. 모든 사회의 부조리를 범죄의 결과하고 보는 경향이 있다. 이 사교육 문제는 막강한 권력자였던 박정희 대통령도 한 때 서슬 시퍼렇던 전두환 대통령도 풀지 못한 문제였다. 거기다가 교육 개혁, 입시 개혁, 사교육 축소 등의 행정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사교육 업체만 더 키워왔다. 킬러 문항 금지로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지면 수험생들은 정시에서 수시로 몰릴 것이고 그러면 이제는 내신 과외 혹은 학생부, 생기부 과외가 극성을 부릴 것이다. 이미 조국 사태 등을 통해서 수시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그래서 솔찍이 말해서 현 체제 내에서는 교육 개혁을 안 하는게 더 낫다.
2. 대통령과 정부의 인식부족
앞에서 필자가 지적한 바 한국의 입시와 사교육 등의 문제는 범죄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악 (the evil of structure) 의 문제이다. 어떤 사람은 “교육이 만악의 근본이다” 라고 할 정도로 한국의 교육 문제, 사교육 문제는 뿌리 깊은 질병이다. 소위 킬러 문항 문제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니 그보다 수능 시험 자체가 모두 엄청나게 어렵다! 가령 영어 시험의 경우 대학의 영문학 교수를 데려와도 1등급은 절대 못 받는다. 심지어는 미국인들도 거의 풀지 못한다.
국어도 마찬가지이다. 킬러 문항의 경우 주로 국어 비문학에서 심각한 모순이 드러난다. 철학에 물리학에 온갖 첨단 학문의 신이론이 다 나온다. 문학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시(詩)가 출제 되었는데 문제는 그 시를 쓴 시인도 자기 시와 연관된 문제를 전혀 못 푼다는 것이었다. 이게 한국의 수능 시험이다! 원저자도 자신의 작품과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요는 킬러 문항이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무슨 이익을 보자고 이런 어려운 시험을 냈을까? 물론 그런 과정에서 자신의 신분을 이용하여 사교육 기관에 들어가서 상당한 이익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태산명동의 서일필에 불과하다.
영어의 경우 빈칸 추론이란 문제 형식이 있다. 이 역시 보통의 영어 실력으로는 못 푼다. 가령 다음의 올해 6월 고3 영어 모의고사 문제를 한번 보자. 사물을 보는 과학자와 예술가의 차이점을 논하고 있다. 이런 것을 어떻게 학교에서 배울 수 있을까? 필자와 같이 철학 박사 정도의 학위가 있으면 이 문제의 논점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고 3 학력으로 어떻게 이 문제의 논점을 이해 할 수 있을까?
도저히 불가능하다. 이런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어릴 때부터 수능 영어에 특화된 교육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게 바로 강남 스타일이다. 벌써 4살 때부터 영어의 기초를 배우고 초등학교에서는 수능 영어 상위권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윤석렬의 학교 수업 운운은 정말 너무 물정 모르고 하는 소리에 불과하다.
생후 28개월 딸이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러 간 어느 날이었다. 어린이집 원장님이 매일 활동 사진을 보내주시는데, 요 며칠 딸 아이의 같은 반 친구 하나가 계속 안 보이길래 지나가는 말로 안부를 물었다. 원장님한테서 돌아온 이야기는 뜻밖이었다.
아직 기저귀도 못 떼고 우리말도 이제 떠듬떠듬 조금씩 하기 시작한 아이가 벌써 영어유치원이라니. 놀랐다. 너무한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우리 나이로 네 살도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다닐 수 있는 건가?’ ‘내가 너무 무지몽매한 엄마인가?’ 싶은 생각에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다.
출처 : 베이비뉴스 20.02.06 (https://www.ibabynews.com)
다시 말해서 수능 영어 시험 제대로 풀려면 4살부터 영어를 배워야 한다. 우리 말도 제대로 못하는 시기에 이미 영어를 배워야 비로소 수능 2 등급 이상 받을 수 있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게 보통의 경우이다. 이런 사교육 받지 않고 그냥 유치원 다니고 초•중•고 때 동네 학원 좀 다녀서는 영어 2등급은 거의 불가능하다.
최근의 기사를 보니 4살 - 실은 만 2살 - 먹은 애들이 손에 힘이 없어 연필도 제대로 못 잡는데 원어민 교사의 손을 잡고 영어 알파벳 쓰기를 -이를 트레이싱(tracing) 이라고 한다- 한다고 울며 따라간다는 것을 읽었다.
"옆 학원에서는 원어민 선생님이 4살 아이 손을 잡고 알파벳 트레이싱(따라 쓰기)만 하루 종일 한다고 하더라고요. 애기들이잖아요, 4세 아이들은 악력이 없으니까 손목을 잡고 트레이싱 연습을 10번씩 울면서, 울면서 한대요"
마냥 뛰어놀아야 할 나이라고만 생각했던 4살배기가, 하루 종일 앉아 한글도 아닌 영어 공부를 강제로 한다니. 상상도 해보지 못한 현실이었다. (노컷 뉴스 23.06.20)
이런 상황에서 학교에서 배운 문제만 출제하라는 대통령의 말은 소귀에 경읽기에 불과하다. 가령 수학의 경우 교과 과정에서는 미적분의 기본 개념과 몇 가지 연습 문제만 나온다. 그렇다면 여기서만 출제해야 할까? 아니다 응용문제라고 얼마든지 어려운 문제를 낼 수 있다. 또 그렇지 않으면 모두 100점 받아서 변별력이 전혀 없는 시험이 되고 만다.
3. 결론 : 무경쟁 교육 사회를 향하여
이제는 이런 사교육과 수능 시험의 문제가 단순히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저출산 문제로 나타난다. 이런 강남 스타일의 교육을 할 수 있는 국민은 소수이다. 청년들이 결혼을 못하는 이유도 다 이것이다. 교육 내지 사교육에 자신을 잃은 까닭이다.
"저출생은 자업자득... 박탈감·불안 키운 무한경쟁·양극화 해소해야“
"무한 경쟁·양극화가 키운 박탈감·불안에 아이 안 낳아“
최="요즘 세대는 불안을 느끼는 정도와 깊이가 달라졌다는 걸 정부에서 알았으면 좋겠다. 젊은 여성들에겐 미세먼지와 기후위기도 출산을 기피하는 요인이다. 불안을 감당할 수 있는 역량도 과거 세대보다 약해졌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커질수록 아이를 낳지 않게 된다. 1997년 IMF 금융위기 여파가 지속된 2000년대 초, 그리고 '헬조선' '각자도생' 담론이 퍼진 2015년 이후에 출생률이 크게 꺾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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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교육수준이 높아지고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결혼과 출산의 기회비용이 빠른 속도로 높아진 데 반해 양육과 돌봄 부담을 덜어주는 정부 투자는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 공고히 퍼진 가부장 문화, 가족친화적이지 못한 기업문화, 입시부터 취업까지 과열된 무한 경쟁, 그리고 아동과 공동체에 대한 사회적 가치가 경제 논리에 밀려 소홀히 다뤄진 점도 원인이다." (한국일보 23.07.03)
무한 경쟁 그것은 실은 교육의 무한경쟁이다. 아직 기저귀도 떼지 못한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영어 따라쓰기를 시켜야 비로소 학벌 경쟁에 도전할 수 있는 사회는 이처럼 교육의 패배자를 양산하고 드디어는 교육 패배자가 없는 세상 즉 교육 하위 90%는 사라지는 세상으로 간다. 그들만의 리그 현상이다. 교육의 흙수저 2세를 생산하느니 차라리 외로워도 홀로 살겠다는 수동적 비혼족이 늘고 있다.
그런에 더 큰 비극은 하위 90%가 교육 경쟁을 포기하더라도 경쟁이 약화되지 않고 다시 도진다는 것이다. 결국 인구가 완전히 사라질 정도로 경쟁은 지속된다는 것이다. 이는 출산이 출어 들어도 사교육비는 더 늘었다는 통계에서 짐작할 수 있는 추론이다.
애 키우기 힘들어 결혼이 싫다 혹은 못한다는 말이 보편적이다. 자기처럼 지방대학 갈 애들은 더 이상 낳지 않겠다는 것이 MZ세대의 보편적인 부르짖음이다. 명문대는 차치하고 최소한 인서울 대학도 상위 10% 안에 들어야 한다. 한 반에 3등 안에 들어야 한다. 그럼 나머지는 어디? 지방잡대라고 불리는 지방대학이나 전문대학 내지 특성화고등학교이다.
교육 개혁, 사회 개혁이 시급하다. 무슨 수능 시험 개혁 등으로 될 문제가 아니다. 공부 잘하면 출세한다, 돈 많이 번다는 학벌주의 제도를 타도하고 초중고의 교육은 오직 자기 개발 즉 지식과 기술을 통한 자기 발견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독일과 북유럽의 무경쟁 교육의 도입이 시급하다. 이런 의미에서 필자는 교육공화당(edupublic,kr)의 창당을 시도하는 중이다. 교육, 사교육의 문제는 심각하지만, 이제 문제는 이생망 – 이번 생애는 망했다 – 이라는 청년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자녀 교육이 두려워 결혼을 하지 못하고 고양이나 키우는 사람들이 많다. 연봉 5000을 받아도 결혼은 커녕 소개팅 나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모두 교육 문제이다. 교육이 어려운 것이다.
이런 학벌주의는 현 체제 내에서는 결코 근절될 수가 없다. 헌법을 바꾸어 교육의 평등과 자유가 확보되어야 비로소 치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