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해설 전원생활 현장의 순박한 서정적 진실 --신금자 시집 『황홀한 고백』 김 송 배 (시인. 한국문인협회 전 부이사장) 1. 고백문학과 시적 진실 탐색 현대시가 지향하는 시세계의 현장에는 생활 철학이 깊게 잠재한 그 시인의 진정한 목소리가 우리들의 가슴을 울리는 시법을 많이 대하게 되는데 이는 그 시인이 살아오면서 겪은 오랜 체험들이 고스란히 곰삭아서 진실을 향한 하나의 이미지로 재생되고 그 이미지는 현실의 모든 형태와 융합하면서 새로운 언어로 창출되는 경향을 많이 접할 수 있게 한다. 여기 신금자 시인이 상재하는 시집 『황홀한 고백』의 원고를 살피면서 이러한 정감을 떠올리는 것은 그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끼고 혹은 감내(堪耐)한 정서가 지금 현재 삶의 현장에서 오감(五感)으로 생생하게 재생하여 작품으로 형상화하는 시법을 간과(看過)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금자 시인은 이 시집 제목에서 감(感)을 잡을 수 있듯이 ‘고백’이라는 자신의 내적 또는 외적인 생활 현장을 가감(加減)없이 있는 그대로 밝히는 형태를 문학으로 연결하여 고백문학으로서의 곡진한 그의 사유(思惟)를 표출하고 있어서 우리들을 공감의 장으로 흡인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는 ‘시인의 말’에서 ‘나 고백하리라’라는 담담한 어조(語調)로 ‘얼마나 너를 그리워 하며 / 사랑하는지를’, ‘한 문장도 놓치고 싶지 않아 / 얼마나 조바심하는지를’, ‘네가 세상에 나올 때마다 / 얼마나 행복한지를’ 그리고 ‘네가 누군가의 책꽂이에 꽂혀 / 먼 훗날까지 가슴 속에 남아있기를’이라고 그가 이 시집을 발간하는 이유를 절절한 언어로 표현하고 있어서 그의 진실을 이해하게 한다. 그는 ‘고독이 밀려올 때 / 산은 나에게 말을 걸었네 // 방황의 그림자 드리울 때 / 산은 나에게 어깨를 내주었네 // 사랑과 미움의 갈림길 / 산은 내 편이 되어주었네 // 절망과 소망 앞에 / 산은 내게 길 열어 주었네(「산은 나에게」 전문)‘라고 고독과 방황, 사랑과 미움 그리고 절망과 소망을 문득 산에게서 영감(靈感)을 받게 되는 형상은 상당한 감응력을 포괄하고 있는 것이다. 하고 싶은데 하지 말라 하니 비밀이 생겼어요 미래의 전제이니까요 준비하는 마음으로 만족할 만큼 성취하면 그때는 말할게요 몰래 숨어서 하는 일 난생처음 해보는데 잘 되겠지요, 묻고 싶어요 --「비밀이 생겼어요」 전문 신금자 시인이 고백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실토할 수 없는 비밀이 생겼다. 이것은 자신이 시를 학습하고 창작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 지도록 그 과정을 조심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이는 그가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이지만 아직 만족할만한 성취를 이루지 못했기에 잘 될 것이라는 고백의 일단을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보면 그의 인생에서 사유의 진폭(振幅)이 큰 비밀일 수도 있겠으나 그는 일생 동안 꿈꾸어온 대망(大望)을 실현하려는 노력을 아직까지 비밀에 붙여서 차근히 진행하는 고백임을 이해하게 한다. 흠칫 눈치 보며 끝자리에 앉는다 나이 많은 게 무슨 죄인가 젊은 청춘은 언제였던가 고개 숙이고 볼펜만 굴린다 점심시간 “같이 오세요” 하는 말 뒤로 하고 빵 한 조각, 물 한 모금 먹고 남편의 전화에 서러움이 왈칵 나이는 숫자일 뿐이야 마음 다잡고 강의실에 앉아 다시 한번 용기를 내보는 거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전문 신금자 시인은 ‘나이는 숫자일 뿐이야’라고 힘차게 용기를 내어 모든 일에 도전을 하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것도 그가 ‘마음 다잡고 강의실에 앉아’서도 나이 많음과 청춘을 성찰하면서 무엇인가를 성취하려는 확고한 결심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가 대망을 염두에 두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각오가 넘치는 시법이 우리들을 숙연하게 유로(流露)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다시 작품 「가을 속으로」 전문에서도 ‘가을 길 따라 / 세월의 소리가 들린다 // 단풍잎 바람 소리 따라 / 깊은 가을 속으로 들어가 보니 / 너와 나 인생길이 닮았구나 // 샛노란 얼굴 감추고 / 돌아서 제 자리에 왔구나 // 내 영혼 흔들어 깨우며 / 마른 가지 빈 둥지만 춥다 한다’는 어조로 세월과 인생길의 성숙에서 가을과 교감하면서 ‘내 영혼’의 고고(孤高)한 고백을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2. 현실에서 획득한 생활 철학 신금자 시인은 고희를 넘긴 전형적인 농부 시인이다. 그는 농사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시에서 실시하는 시창작 교실에서 공부를 하여 『화백문학』에 시로 등단하고 현재 서산들꽃시 동아리와 한국문인협회 서산시지부 회원으로서 시집 『하루살이 인생도 괜찮아요』와 『초록 바람』을 상재하고 현재는 동양화도 그리는 화가로서 활동하는 재원이기도 하다. 이러한 농촌 생활을 통해서 획득한 생활 철학이 그의 강렬한 의지와 동시에 잔잔한 심성으로 작품이 창작되고 있어서 그에게 내재된 농촌과 농부들의 애환이 적나라하게 작품으로 형상화하는 모습은 우리 농촌의 현재 실상에서 그가 감지하는 순정적인 메시지는 많은 연민(憐憫)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멧돼지가 헤집고 간 자리 여름내 기다리다가 땅 갈라지는 소리 가을이 영그는 소리 고구마밭 호미로 캐보니 고구마는 달리지 않고 뿌리만 뽑힌다 가을 곳간 빈자리 한숨만 쟁여놓고 줄기라도 잘라서 말려야지 발부리 끝에 걸린 돌멩이만 애꿎게 걷어찬다 --「빈 곳간」 전문 그렇다. 지금 농촌에서는 여름 내내 애써서 가꾸어 놓은 농작물을 멧돼지들이 헤집어놓아서 가을 수확기가 되어도 곳간은 텅 비어있고 ‘한숨만 쟁여놓고’ 허탈에 빠져 있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보았듯이 멧돼지 포획을 위해서 전문 포수들이 출동해서 온산을 뒤지면서 멧돼지를 잡는 광경이 인상적이었는데 신금자 시인은 직접 당한 체험을 ‘빈 곳간’이란 제재로 명민(明敏)하게 표출하고 있어서 안타가운 농촌의 실정(實情)에 위무(慰撫)의 정의(情誼)를 보내게 된다. 노모 떠난 빈집 텃밭은 묵정밭 되어 개망초꽃이 무성하게 피었다 어머니 무명 저고리 입고 지금도 자식들 기다리듯 하얀 수건 쓰고 밭에 서 있다 육신은 떠났지만 묵정밭에 떠난 임 그리워 개망초꽃이 되어 피어있다 하얀 묵정밭 그림자만 서녘 노을에 길게 누웠다 --「묵정밭」 전문 신금자 시인은 다시 모두들 도시로 떠나고 텅 비어있는 농촌의 실상(實相)이 아주 을씨년스럽게 묘사되어 있다. 이는 현재 우리 농촌의 인구가 노인들만 어쩔 수 없이 상주(常住)하는 현실에서 자주 대할 수 있는 ‘묵정밭’의 실황(實況)을 그는 정감적으로 잘 창출해내고 있다. 그는 ‘노모가 떠난 빈 집’과 개망초꽃만 무성한 묵정밭, 그 밭에는 지금도 떠나간 자식들 기다리는 어머니 등의 이미지는 보편적인 향수에서뿐만 아니라, 어머니를 비롯한 전 가족들의 지나간 애환들이 이 묵정밭에 그 림자들만 ‘서녘 노을에 길게 누웠다’는 어조로 사모(思母)의 정한(情恨)과 가족애 그리고 한 줄기의 추억으로 남아 있는 체험이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있어서 우리들의 정감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신금자 시인의 애절한 정감은 작품 「감말랭이」 「총각무」 「무를 뽑으며」 「김장밭 애벌레」 「서리 호박」 「떫은 감」 「생강을 캐면서」 「마늘 겨울잠」 등에서 그가 현장에서 경험한 일상들이 그의 뇌리(腦裏)에서 불망(不忘)으로 남아서 이제 신선한 작품으로 창조되고 있어서 그의 작품은 훈훈한 메시지를 우리들의 심금(心琴)을 울려주고 있는 것이다. 3. 순박한 기원 의식의 형상화 신금자 시인에게는 가슴 깊이 간직한 순박한 기원이 있다. 그는 ‘명예도 싫소 / 돈도 싫소 // 철부지 여자로 / 한평생 살려 하오 // 들꽃처럼 소박하게 / 바람에 풀잎 날리듯 // 아침이슬 머금고 / 철없는 여인으로 살고 싶소 // 당신이 내 곁에만 있으면(「철부지 여자」 전문)‘과 같이 명예와 돈 다 뿌리치고 한평생을 들꽃처럼 순박하게 살고 싶다는 기원의 의식이 그에게 잠재해 있다. 가슴속에는 무엇이 숨어 있을까? 숨어 본들 호수에 비친 당신 마음 바닥까지 보이니 당신 마음 훔치려 물속 깊이와 그림자 호수의 둘레까지 알고 싶어 당신 미음도 나처럼 깊이가 같을까? 같은 생각으로 그 길 걷고 싶어요 --「깊이」 전문 그는 ‘가슴 속에는 무엇이/ 숨어 있을까?’라는 의문으로 상황을 설정하고 당신의 깊은 마음을 ‘물속 깊이와 그림자 / 호수의 둘레까지 알고 싶어’라는 어조로 작품을 전개하지만 더욱 의문은 깊어지고 있는데 그는 결론에서 ‘당신 미음도 나처럼 / 깊이가 같을까? // 같은 생각으로 /그 길 걷고 싶어요’라는 ‘......싶어요’라는 문법상의 접미사로 그는 간절한 여망의 심려(心慮)를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대체로 시인들은 애절하게 희망하는 기원이나 여망 등은 ‘싶다’라는 접미사로 어떤 문제를 해석하고 이를 위한 갈망(渴望)의 의지를 나타내개 되는데 신금자 시인도 작품의 형성과 전개에서 이러한 해법으로 문장을 완성하는 특징이 있다. 그는 ‘지난해 무겁던 마음 / 첫 마음 1월을 연다 // 2021년 올해는 내 나라 / 내 가정 모든 이웃 // 마스크 벗어 던지고 / 사람 꽃으로 만발하여 // 함박웃음 지으며 / 새해를 맞이했으면 좋겠어(「첫 마음」 전문)‘와 같이 ’좋겠어‘라는 어미(語尾)가 암묵적(暗黙的)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하나의 기원의 영역에서 작품을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가슴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요? 호수에 비친 당신 마음 숨어 있는 그 마음 훔치려고 바닥까지 내려가요 물속 깊이와 그림자 둘레까지 알고 싶어요 당신도 나처럼 깊이가 있을까요? 같은 생각으로 그 길 걷고 싶어요 --「당신 마음」 전문 신금자 시인의 기원의식은 지극히 순박하다. 원대한 고도(高度)의 지성적인 여망이나 이상적이거나 또한 몽상의 광대한 유토피아도 아니다. 그의 소박하고 순정적인 감성의 인생관이 순조롭게 순리대로 안정된 생활이 영위되고 거기에서 자신만이 안분지족(安分知足)할 수 있는 작은 소망이 그의 심저(心底)에 넘치고 있다. 그는 ‘물속 깊이와 그림자 / 둘레까지 알고 싶’고 당신도 ‘같은 생각으로 / 그 길 걷고 싶’다는 단순하면서도 평상심이 깃든 인생행로의 평탄한 여정(旅情)을 바라는 동심과 같은 기원이다. 다시 그는 ‘꼬인 생각 끝에 / 답답하여 / 냉수 한 잔 들이킨다 // 마음 가다듬으며 / 큰 그릇만 쓸모가 있는가? / 작은 종자기도 용도가 있듯이 // 나무를 보라 / 처음부터 대들보더냐 / 작은 나무 큰 나무 되듯// 가다 보면 / 희망의 빛도 보이겠지(「복잡한 생각」 전문)‘라는 기대와 동시에 복잡다단한 현실적인 허욕(虛慾)의 고뇌(苦惱)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정심(淨心)을 탐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앙상한 나뭇가지에 / 계절이 몸부림친다 // 세월 곱씹으며 / 허전한 마음 허공에 날린다 // 누런 가랑잎 / 지독한 외로움에 / 발발 떠는데 // 차라리 / 눈이라도 펑펑 쏟아져 / 하얗게 하얗게 / 온 세상 덮어버렸으면(「계절의 몸부림」 전문)‘하고 ’허전한 마음‘과 ’지독한 외로움‘ 등의 심적인 번민(煩悶)도 ’계절의 몸부림‘으로 비유하여 온 세상을 눈으로 하얗게 덮어버렸으면 하는 단정적인 심려도 이 시대의 갈증이나 현실의 불합리 등에서 궁극적으로 해방하거나 화해하는 신성한 갈망의 진실을 엿보게 하고 있는 것이다. 4. 자연의 원형적인 서정 시법 신금자 시인은 자연 서정에 심취하고 있다. 그는 ‘들녘에 /물안개 피어오르고 / 산 아래 개울 / 개구리를 깨운다 // 사계절 자리 잡아 놓고서 / 들꽃 되어 / 내 안의 그대를 본다(「들꽃 되어」 중에서)‘는 그의 진솔한 심정에서 그가 자연에 동화(同化)하고 만유(萬有)의 자연 사물과의 교감을 통한 서정성이 우리들과 호흡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때로는 보랏빛 향기로 / 잎새에 부는 바람 / 생명을 지탱해주는 / 이정표 되어 / 아침 이슬에 세수를 한다‘는 결론은 그가 착목(着目)하는 외적 사물에 대한 시각적, 청각적인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이미저리(imagery)를 형성하여 공감각적인 효과를 상승시키고 있어서 그의 시적인 감응(感應)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흐르는 강 멈추지 말라 하고 바위는 말을 아끼라 한다 자연은 울타리도 치지 않는다 마음 가는 대로 앉아서 숨을 돌리자 웃음도 울음도 침묵으로 답한다 하늘과 땅 사이에 숲이 있기에 진심이 숨어 있는 자연은 글방, 공부방이다 --「자연은 학교다」 전문 그렇다. 한 마디로 ‘자연은 학교’이다. 흐르는 강과 묵언(黙言)의 바위는 울타리 없는 자연의 광장에선 하늘과 땅 그 사이에 있는 숲들은 ‘진심이 숨어 있는 자연은 글방, 공부방이다’라는 진정한 그의 고차원의 가치관을 추적할 수 있는 단정이다. 이러한 정황(情況-situation)은 계절이라는 시간성과 분리될 수 없는데 ‘무화과나무 / 계절의 변화 앞에서 / 나는 너에게 / 너는 나에게 / 마른나무가 되어 바라본다--중략--하늘엔 기러기 한 떼 / 새 터 찾아 날아간다(「계절의 변화」 중에서)’는 친환경적인 사유는 그가 구현하고자하는 시적인 실체라고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언덕길 오르는데 뒤따라오던 바람이 말을 걸더라 여름앓이 주름진 얼굴 어루만지며 가을바람이 말을 하더라 고운 단풍잎 한 장 손에 들려주고 같이 걷자며 가을바람이 말을 걸더라 가을바람이 굽이굽이 인생길 쉬어가라 하더라 --「바람이 말을」 전문 다시 그는 무형(無形)의 ‘바람’이라는 자연 현상에서 언어를 교감하고 있다. 그는 언덕길을 오르면서 ‘바람이 말을 걸’어 ‘여름앓이 / 주름진 얼굴 어루만지’거나 ‘고운 단풍잎 한 장 / 손에 들려주고 같이 걷자며’ 이젠 ‘굽이굽이 인생길 / 쉬어가라’고 전언(傳言)하는 바람의 자연 동화는 신금자 시인만의 특수한 청력(聽力)으로 작품을 완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작품 「노을길」 「그물 울타리」 「눈 위에 발자국」 「논둑길을 걸으며」 「달빛 소나타」 「봄비 오는 날」 「완두콩 열리며」 「봄기운」 「단풍잎 시심」 「겨울 숲」 등등에서 자연의 원형적(原型的) 심상에서 발흥하는 친화의 정감적인 메시지를 읽을 수 있게 하고 있는 것이다. 5. ‘시인의 정원’과 ‘마음의 부자’ 신금자 시인의 시집 읽기를 마무리해야겠다. 그가 지금 현재 행복해 하는 ‘시인의 정원’에는 무수(無數)한 사물들의 형상이 그의 눈길을 기다리고 있고 무변(無邊)의 사유와 이미지가 그에게 취택(取擇)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부모님 뒷바라지 하랴 농사지으랴 뒤늦게 시작한 늦깎이 공부 와! 나는 책상 부자다 컴퓨터 책상 글 쓰는 책상 그림 그리는 책상 남편이 사 온 책상 너무 좋아 여보! 고마워요 아이처럼 방안을 빙빙 --「책상 부자」 전문 그는 우선 ‘뒤늦게 시작한 / 늦깎이 공부’에 감사하면서 책상에 쌓인 책들에게 부자라고 외치고 있다. 그는 부모님 모시고 농사를 지으며 컴퓨터도 하고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리는 책상에서 부자라고 함성을 지르고 있다. 그는 다시 ‘가난이 숙명이라 생각하며 / 한 조각의 빵을 얻기 위해 / 하루를 열어가는 사람들 // 내 안의 울타리 / 부러 할 세상도 없고 / 좋은 집도 필요 없고 / 내 한 몸 눕히면 되는걸/ / 채워놓은 자리 분수 지키며 / 낮은 곳을 볼 줄 아는 사람이 / 마음 부자로 사는 삶이 아닐까(「마음 부자」 전문)‘라는 어조로 외적으로 보이는 책뿐만 아니라, 내적인 ’마음의 부자‘로 그의 삶은 더욱 윤택해지고 있음을 실감하면서 이제야 삶에 대한 향기를 만끽(滿喫)하는 것이다. 하늘 문이 열리면 구름이 말을 하네요 뜰 안 작약꽃 안아주며 말벗 되어주고는 여름에 또 온다며 그때 문을 열어달라 하네요 일 년에 네 번만 시인의 정원에 손님으로 대문으로 들어와 꽃밭에서 놀다 가겠다 하네요 --「시인의 정원」 전문 신금자 시인은 그가 손수 잘 꾸민 ‘시인의 정원’에서 그동안의 고뇌와 갈등들을 화해시키고 있다. 여기에서 세상 만물과 대화하고 교감하면서 자신만이 누릴 수 있는 열락(悅樂)의 생애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는 다시 ‘가슴은 널뛰기 / 문학상 받으러 가던 날 / 문학상 받았습니다 / 세월에 감사하고 / 삶이 고맙고 // 꽃다발 힘껏 안았다 / 산에 핀 꽃들도 향기 전하고 / 집으로 돌아오던 길 / 걸음조차 가볍다(「문학상 받던 날」 중에서)‘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문학상‘을 받은 기쁨에 넘쳐 있다. 이러한 일들이 그의 생애에서 가장 보람된 일로써 앞으로의 여생(餘生)을 꾸려나가는데 활력소의 운명으로 수긍하는 행복의 현장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일찍이 영국의 시인 셸 리가 말했듯이 시는 최상의 행복, 최선의 정신, 최고로 행복한 순간의 기록이란 명언은 바로 신금자 시인을 두고 한 말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신금자 시인의 며느리 양유진 님이 사랑이 가득 넘실거리는 다음의 글을 시어머님에께 드리면서 시집 읽기를 마무리 한다. 시집 발간을 축하한다. 어머님께서는 며느리인 제게 가르쳐달라 겸손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머님처럼 제 글을 쓰고 모으고 엮을 용기가 없었습니다. 밭에서, 일하다가 부엌에서 그릇을 만지다가 떠오른 글들을 적어 놓으신 메모지 뭉치를 보고 저는 감동과 질투에 어쩔 줄 몰랐습니다. 우리 어머니 신금자 여사님은 아름답고 멋지고 지혜로우신 분입니다. 글을 쓰시고 글을 사랑하시는 배꽃 같은 여성이 내 하나뿐인 시어머니여서 참 행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