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날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하고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전년도 경남의 백의종군로를 완료하고 상당한 인터벌이 있었다. 여의치 않은 해상답사를 뒤로 미루고 수군재건로를 전남도에서 고증하고 길을 연결했다는 정보를 받고 자료를 받아 차근차근 준비했다. 로고를 협조 받아 깃발에 사용하도록 허락을 받고 두개를 제작했다. 이배사 통영지부 올해의 사업으로 승인받고 지원을 받게 되었다.♡
수군재건로란 무엇인가. 임진년에 침입한 일본군은 명군의 참전으로 전투가 소강상태에 들어가며 강화협상에 들어간다. 협상이 결렬되고 정유년 대 규모의 병력으로 재침을 하였다. 장군을 제거하기 위한 일본군의 거짓 첩보전에 휘말려 장군은 한양으로 압송되어 고초를 당했다. 하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백의종군을 명(命)받아 권율 휘하로 들어가 종군하였다. 후임 통제사 원균은 조정의 무리한 출전 요구로 조선 수군은 칠천량에서 전멸하고 자신은 춘원포에서 전사 하였다. 다급해진 조정은 백의종군중인 이순신에게 다시 삼도수군통제사에 재수임하고 수군을 통괄하도록 했다. 칠천량에서 괴멸된 수군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는 전라도 밖에 믿을 만 한 곳이 없었다. 일본군을 피하여 내륙으로 군사와 병기, 군량을 확보하기 위하여 다녔던 길이 수군재건로다. 이렇게 모아진 수군으로 명량에서 기적의 승리를 이루고 더욱 힘을 모아 명 수군과 연합하여 승리를 거둔다. 도요토미의 죽음으로 가만 두어도 물러갈 일본군을 한 놈도 살아 돌아가게 할 수 없다고 노량에서 전투를 치루다 전사했다. 장군의 순국과 동시에 전쟁은 끝났다. 여러 과정 중 수군재건로를 답사하며 장군의 명성과 백성들의 신망을 얻은 사항을 느껴보고 직접 걸으며 생각해보기로 했다. ♡
봄에 시작된 수군재건로가 어느듯 막바지에 들었다. 마지막이라니 허전했다. 보성 땅이 이순신에게 무엇인가? 한낮 스쳐지나가는 길목인가? 방진은 얼마나 이곳에서 근무를 했었나? 보성읍 선생안에는 있기나 한지? 전남의 가고 싶은 섬 프로젝트는 알고 있는데 보성의 이순신 프로젝트는 내 생각으로는 뭔가 약해 보였다. 지난10차 답사 때 확인한 조양창터와 양산항의 집 정도다. 물론 이 두 곳은 과거 전혀 조명도 안 되었으며 방치되고 있었다. 조양창터, 양산항의 집, 열선루, 백사정, 군영구미로 이어지는 장군이 거쳐 간 유적지를 조명하고 발굴 확인을 하는 중심에는 열선루님이 계셨다. ♡
열선루는 어디인가? 樓와 亭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비변사인방안 지도와 호남절의록, 고지도, 기타 모든 문서를 조사하여 추적했다. 또한 유구도 다수 나왔다. 기초석과 활주석이 발견되어 군청 앞마당에 전시해 놓았다. 기초석의 크기를 가늠해보니 세병관의 기초석과 거의 같았다. 그만큼 웅장하고 거대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열선루는 객관의 북쪽 취음정 자리에 있었다. 지금의 보성군청과 초등학교 사이 교회 언덕배기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복원은 공원 가장 높은 곳에 세울 것이라 한다. 열선루에서 받은 선조의 유지가 수군을 폐하고 육군에 합류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죽음을 무릅쓰고 금신전선 상유십이로 대변되는 장계를 올리고 밤새도록 참모들과 술을 마시고 대취한다. 당시의 장군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무기와 식량을 말에 실어 보내고 군영구미에서 배설의 배를 인수하기 위하여 길을 떠났다. ♡
백사정, 군영구미로 가는 길은 봇재를 넘는다. 봇재는 과거 보부상들이 봇짐을 지고 고개를 넘나들던 곳이다. 도로를 두고 임도를 택했다. 임도로 가는 길은 사전에 조사를 하여 약간 긴장하며 찾아갔다. 다행히 잘 도착하여 올랐다. 임도는 한창 개발 중에 있으며 편백숲도 있었다. 보성은 녹차 밭으로 유명하다. 고온 다습한 기온으로 일제강점기 때부터 녹차를 심고 생산했다. 하동, 제주, 보성이 각각의 특색을 자랑하며 발전하고 있다. 편백 숲을 지나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차 박물관과 세계 차나무 박물관이 있다. 빛 축제를 위하여 나무란 나무에는 죄다 꼬마전구를 감았다. 야간에는 화려하게 빛날 것이나 나무에게는 고통일 것이다. 너무 인간의 잣대로만 사는 게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봇재 가든에 미리 예약을 하여 들어가 꼬막 비빔밥을 먹었는데 계산을 열선루님이 했다. 이러시면 안 되는데……. 남명손서님이 어렵게 구하여 공수한 동래산성 막걸리는 꿀맛 이었다.저물어 가는 태양의 윤슬은 영천 저수지와 멀리 바다에까지 반짝이고 녹색 융단이 깔린 겨울의 녹차 밭은 과히 절경이었다. ♡
꼬불꼬불 고갯길을 걸어서 율포 해변으로 왔다. 여기는 녹차해수탕이 유명하다는데 ……. 솔밭해수욕장에는 커다란 닭 모양의 구조물이 있다. 아마도 빛 축제 관련 조형물일 것이다. 명교마을 백사정으로 이동했다. 명교마을은 오랜 역사가 있는 마을임이 지표조사에서 확인 되었다. 단단한 백사장과 수량이 풍부한 우물은 말을 쉬게 할 필요충분조건이 되었다. 추운날씨와 오랜 걸음으로 지쳤다. 군영구미로 가는 거리는 점점 줄어드는데 체력도 함께 고갈되었다. 개울을 건너 질러가고 싶은 판단에 둔치로 들어섰지만 다리가 없다. 나무 아래에 원형이 잘 보존된 고인돌을 보았다. ♡
날이 어둑어둑해질 때 군학마을에 들어섰다. 이 마을은 지표조사를 할 때 많은 옛 지명이 이름도 모르고 쓰고 있었다고 했다. 잔존 성벽도 있었으며 성끝, 진두, 사장, 휘리포등의 지명이 남아있다. 이 마을의 노거수는 수령이 제각각이다. 820년, 520년, 480년 등이다. 일기를 살펴보자. 《8월 17일 맑음 아침식사를 하고나서 백사정에 이르니 말을 먹였음. 점심을 먹은 뒤 군영구미에 이르니 일대가 모두 무인지경이 되었다. 수사 배설은 내가 탈 배를 보내지 않았다. 장흥의 감관과 색리가 군량을 마음대로 손은 대서 잡아다가 호되게 곤장을 쳤다. 거기서 잤다. 배설이 약속을 어김 》일기에 나타난 군영구미는 군량창고가 있는 해안가 진성이었다. 감관과 색리가 근무하는 관청이 있었으며 제법 규모가 있는 진성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은 군영구미에서 배를 타고 회령포로 이동했는지 아니면 육로로 이동했는지 의문이 든다. 다음날 일기를 살펴보면 《8월 18일 맑음 늦은 아침에 곧장 회령포로 갔음. 경상수사 배설이 멀미를 핑계로 나오지 않음. 회령포 관사에서 잤음.》으로 기록했다. 장군이 군영구미에서 향선을 타고 이동했는지 육로로 이동했는지 이 일기 한 줄로는 추정하기 힘들다. 전남도에서는 향선을 타고 이동했다고 고증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하신지? ♡
마지막 안내판에 섰다. 감회가 남달랐다. 오랫동안 감흥을 느끼고 싶었다. 막걸리라도 한잔 놓고 회포를 풀고 싶었다.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나만 그런 감정인가? 날이 어둑해지고 돌아갈 길이 바빠 이런 감정은 사치인가? 서운하기도 하고 시원섭섭하기도 하며 아무튼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한편으로 내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었으며 준비하고 계획하고 실천하는 희열을 느낀 수군재건로였다. 걸어서 만난 충무공은 나의 머리에, 나의 가슴에, 나의 두 발에 각인 되었다. 이 프로젝트가 무사히 완료되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협조해준 이배사 통영지부에 그 공을 돌린다. 매 회 힘을 실어주신 고상안 회장과 통제사, 멀리서 참석하신 부산지부장 남명손서님과 일휴당님, 경기지부의 동래부사님과 주논개님, 마지막 걸음을 함께한 열선루님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그 외 후기를 응원해주신 카페회원님들 모두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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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10 이배사 통영지부 당포 올림.
첫댓글 멋진 후기와 사진 잘 보았습니다. 그동안 노력의 결실을 축하드립니다.
격군님이 이렇게 칭찬해 주시니 감개가 무량 합니다.
'수군재건로를 걸으며 충무공을 만나다'
사계절 동안 기획하고 사전조사, 인솔하여 행군 마무리 지으심에 박수 보냅니다.^^
숨이 차서 헉헉거려도 길에서 나눈 충무공 공부는 저희들 자부심이기도 할 것입니다.
군학마을 김명립은 수군재건에 드러난 흔적이없고, 마지막 군영구미 간판에서도 오자를 발견한 저는 숙제를 안고 왔고..
통영지부회원님들을 만날때마다 사람의 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부산 막걸리 몇잔, 그 맛이 그립구요..
당포님,통영회원님들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수군재건로를 걸으며 충무공을 만나다" 멋진 제목 입니다. 온몸으로 느낀 충무공 정신은 내가 남은 생에 실천해야 할 길이라 생각 합니다. 두발로 걸으며 많은 생각을 했으며 또한 많은 의문도 가졌습니다. 풀리지 않는 의문은 학자들의 몫이라 생각하고 그뜻은 변하지 않으리라 생각 합니다.
각자 맡은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포진한 이배사 카페에서 충무공을 배우는것이 영광입니다. 수군재건로 마지막 구간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겁니다.
먼길을 힘들었을건데 내색않고 열정적으로 설명해 주시고 끝까지 함께해주시어 고마웠습니다. 궁금증에 대한 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알고있다는 것이 행운 입니다.
나머지 구간은 차후에 다시 도전해 보겠습니다. 의미있는 길을 만들고 고증해 주시어 고맙습니다.
여러분들의 자부심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모두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봄부터 진행된 수군재건로가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변변찮은 후기를 읽어주시어 감사 합니다.
당포대장님 참! 수고 많으셨습니다.
마지막 답사를 끝내고 뒷풀이를 못해드려 발걸음이 안 떨어졌습니다.
열선루님께도 신세만 지고 해서 ....
저의 불찰입니다. 사전에 금정산 막걸리라도 더 준비해 그날 밤은 장군님처럼 대취하며 회포를 풀고
조금의 위로도 해 드려야 하는것을... 생각 날때마다 후회스럽습니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하여튼 백의종군로부터 몸으로 체험하며 그 흔적을 더듬은 시간이 가장 값진 공부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또다른 계획을 추진하시면 당연히 적극 따르겠습니다.
먼길 마다 않고 달려와주신 부산지부 남명손서님과 일휴당님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여러명이 움직이다 보니 모두다 만족할 수는 없을겁니다. 뭔가 아쉬움이 남아야 여운이 있지요. 저는 약간 멍~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안도감, 아쉬움 그런것 같아요.
산성막걸리 정말 좋았습니다. 기회가 되면 또뵙겠습니다.
매월 준비하고 달려주신
당포님께 수고했다고
감사하다고 박수를 보냅니다
한 칼 이스마 하신 통제사 영감님 덕분 입니다. 매번 답사시 배낭에 먹을걸 잔뜩 짊어지시고 부하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느꼈습니다.
이글을 읽는 저도 눈물이 핑! 돕니다.
백 번을 공부하면 뭐 합니까?
한 번이라도 몸으로 직접 겪어야 하는 것을...
"라싸"에 가기 위해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의 심정이 떠오릅니다.
프로젝트를 구상하고..실천하고..
당포님이 존경스럽습니다.
신년회 때 뵈옵기를요..
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
몸으로 느끼고자 한 답사가 마무리되니 시원섭섭 합니다. 부회장님의 성원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감사요~~~♡♡♡
감동입니다.몸이 안좋아서 참여를 못했지만 마음은 함께했습니다.
이배사는 멍추면 안됩니다.항상 전진해야죠.ㅎ
참여하신 모든 분들께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약포님 건강 조심하이소.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요.
사랑합니데이~~~♡♡♡
답사기 뭉클한 마음으로 ,수군재건 로 를 걸어면 충무공을 만나다,완죤 감동감명입니다,
그동안 수고 많이하셨고 덕분으로 많은 공부 잘했습니다,감사합니다,
충무공을 만난 수군재건로에서 저의 살아갈 날의 지표로 삼겠습니다. 아울러 우수사님의 삶도 본받고 싶습니다.
감사 합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마워요.
눈빛만 봐도 통하는 통영지부 입니다.
존경합니다.
병신년을 멋지게 장식하셨군요.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정유년이 빨리오기를 학수고대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통영식구들과 함께했던 답사길이 아련히 떠오르네요...
이번에는 제 사정상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다음에 꼭 함께하기를 소망하옵니다.
그 길과 통영식구들을 공히 사모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