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차시 공지]
- 책 :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 은유
- 이번주 과제 없습니다~ 썼던 글 퇴고해서 올리세요. 인터뷰 글 준비하세욤!
- 과제 기한 : 3/31(일) 자정까지
- 과제 분량 : A4용지 1장 반 이내 (폰트 10, 200자 원고지 15매 이내)
- 다음주는 책 나눔 + 인터뷰 강의
***12회차는 인터뷰글 발표 (전원 발표)합니다. 미리 섭외, 준비하세요!
* 발표자는 발표글 출력 25부, 간식 준비해주세요.
* 과제를 안 내기보다는 초고라도 올리세요~!
[10차시 기록]
한 주 책 읽고, 글쓰는 게 힘든가요? (격주로 쓰고, 발표는 매주하면 좋겠다.) 미완성, 초고도 내라 하는데요. 사르트르가 미완성 원고가 그렇게 많았대요. 사르트르는 글쓰기 자체에 목적을 뒀다. (사르트르니까 미완성에 목적을.. 웃음) 여러분들이 글쓰기 수업에 와서 흥미를 읽을까 봐 걱정이다. (매번 올라간다, 못 쓸 뿐) 글쓰기가 뭐가 됐든 계속 써야 하고. 데이비스 <형식과 영향력>을 읽으면서. 저는 <불안의 병>이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을 읽으며 느낀 게 메모를 열심히 하더라. 중요한 건 그분은 이 글을 누가 보든 안 보든 계속 퇴고한다. 저도 블로그에 올려놓고 방문자도 없는데 계속 고쳤다. 글이 나아지는 걸 보는 게 좋았다. 제대로 표현되는 상태를 감각하는 걸 키우는 게 너무 중요하다. 타인이 잣대가 되어버리면 글쓰기에 흥미를 느끼기 어렵다. 독자에게 사랑받고 안 받고는 내가 선택할 수 없다. 나는 내가 쓸 수 있는 글을 계속 쓰고, 거기에 즐거움을 느껴야 계속 쓸 수 있다. 늘 자기에서 출발해야 나만 쓸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고. 글은 기술로 쓰는 게 아니라 존재 자체로 쓴다는 것. 내 삶이 나아져야 글도 나아진다는 것.
숨 : 그게 자신감이 없다. 교육 관련된 경험을 다른 데서 썼는데, 이게 무슨 의미이지? 다른 사람이 더 교육 전문가이거나 잘 쓴 글을 볼 때 내가 써서 무슨 의미이지?
은유 : 숨한테 의미가 있잖아요. 내가 내 교육 경험을 정리하는 게 의미잖아요. (그게 잘 안 와닿아요. 왠지 모르겠어요.) 저도 그런 생각을 하는데, 내가 여성학자도 아니고 여성의 현실을 쓰는 게 너무 시시해 보이고 푸념이지 생각을 하긴 했어요. 하지만 나한테는 정리가 되고, 쓰다 보면 내 글이 깊어지는 시기가 있다. 관찰력이 있어서 쓰는 게 아니라, 쓰다 보면 보인다. 한겨레 칼럼 연재할 때 다른 칼럼도 보는데, 한창 젊은 청년 필자들이 많이 왔는데, 관심있게 보다 보면 처음에는 다 못 쓴다. 6개월 정도 지나면 다 잘 쓴다. 잘 써서 계속 쓰는 게 아니라 계속 쓰다 보면 나아진다.
선우 : 저는 쓰면 쓸수록 왜 이거밖에 못 쓰지 생각해서요.
은유 : 그 생각은 저도 맨날 해요. 그걸 떨치기 어렵죠. 우리가 기대하는 게 있으니까. 내 삶의 반려 행동으로 두는 걸. 그 자체가 보상이다. 정리하고 의미 부여하고 길을 잃지 않고 괴물이 되지 않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쓰지 않으면 생각을 안 하게 되더라.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고통은 피하고 싶은 일이지만, 고통받지 않으면 생각하지 않고 타인의 아픔을 모른다. 그러면 너무 좁고 이기적인 사람이 된다. 글쓸 때 나만 제일 힘들어 하면 당연히 외면당한다. 글쓰기를 하는 건 나를 객관화하는 거고, 책을 읽어야 이런 걸 배울 수 있다.
요즘 뉴스가 뉴스를 덮으니까 큰 사건에 대해서는 시간과 마음을 내서 공부해야 한다. 거기서 우리가 배우지 못하면 사회가 나아질 수 없는 거죠.
세월호 유가족들이 가장 돌아가고 싶어하는 게 평범한 일상이었다. 곧 세월호 10주기라서 유가족 인터뷰가 올라오는데, 한 분이 제일 싫은 말은 “시간이 약이다.”라고 했다. 시간이 지난다고 그 아픔이 약해지지 않는 거. 누군가 힘들어 할 때 “기운내”, “산 사람은 살아야지” 당분간은 쓰지 말자. 우리가 슬픔에 공감하고 옆에 있어줄 수 있는 말을 많이 만드는 게 좋은 거 같다. 때론 침묵이 도움이 되기도 하고. (워딩보다는 진심이 중요한 거 같다.) 남을 위로할 수 있다는 게 살면서 중요한 능력이고 삶의 기술.
어제 북토크했는데 편지를 받았다. 두 개가 반성문이었다. 제 책을 읽기 전까지는 사회 문제도 몰랐고, 한 분은 능력주의에 빠져서 비정규직에 대한 그런 생각도 했었다는 반성문이 있었다. 그런 독자의 피드백을 받으면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어떤 계기가 주어져서 알면.. 올바른 정보가 중요하구나. 그러면 움직일 거란 생각.
저는 이태원에 갔던 게 유가족들이 무언가 할 때 사람이 있어야 할 거 같아서였다. 의무감으로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이후 행사 같은 곳에 가보면 달라진 게 있다. 우리가 누리는 것들에 죽음에 빚진 게 있다. 내가 당연하게 누리는 것이 누군가의 죽음과 고통에 빚졌다고 생각하면 가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세월호 유민 아버지 이야기) 용균이 어머니도 비슷한 말을 했다. 내가 먹고 살기 바빴고, 그래서 노동자들이 데모하는 데 관심 갖지 못했다. 세네카 문장도 떠오른다. 누구에게나 일어난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극한의 고통을 겪고 나면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그러면 철학자가 되는 거 같다. 유가족이 쓴 책을 보면 항상 느끼는 것도 많고, 이걸 몰랐으면 어쩔 뻔 했나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같이 읽어보고 싶었다. 과제가 안 올라오는 걸 보면서 ‘참사’로 글쓰기가 쉽지 않았겠다 싶었다. 참사라는 것이 내 일상과 얼마나 떨어져 있나 생각하는 것 자체도 의미 있는 공백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합평]
르미
- 공감이 갔다. 혐오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뭘 더 하지는 않는 게 비슷해서 공감이 갔다.
- “거지 같은 기사에 응원의 힘을 달면” -> 거지 같은 기사에 “싫어요”를 누르면서 응원의 힘을 달면
- “도덕성에 금을 가게 했고, 자기 자책을 수없이 하게 했다” 이 과정이 어땠는지?
- “도덕서엥 금을 가게 했고“ 여기서 전에는 어땠는지? 궁금해지니 이전의 나에 대한 이야기 넣기
- 필요한 정보만 쓰는 것. 짧아서 간결한 게 아니라 필요하고 적절한 정보만 줬을 때 간결하게 느껴지는 것. 이 문장이 꼭 있어야 하는지 생각하면서 퇴고한다.
- 오토바이 사고가 앞에 오고, 이태원 참사 이야기로 가도 괜찮을 거 같다.
- 첫 문단이 좋았다. 그런 중요한 일이 있었던 날 나는 친구들과 일상을 보낸 걸로 보여준 게 좋았다.
- 여행에서 왜 사고를 찾아보지 않았는지, 돌아와서 돌아보면 어땠을까. (큰 사고인지 몰랐던 거.)
- ”목이 꺾여있는 사고 현장을 보고 차를 멈추고 사진을 찍고.“ 오해되는 문장이니 과정을 다시 복기해서 쓰는 것으로.
- 왜 가증스럽고 역겹다고 느꼈는지? 글쓰기는 내가 왜 그렇게 했을까 대화해보고 그 과정을 촘촘히 써보면서 경험을 객관화하는 과정. 여기서 필자가 답을 정해놓은 거 같다. 읽는 사람마다 역겹다고 느낄 수도 있고, 이렇게 할 수 있지 않아 생각할 수 있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지 생각해볼 수도 있다.
- ”방관도 가해의 일종“이라고 독자를 설득하면 좋았겠다. 우리가 방관도 가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DP에서도 마지막 시리즈가 방관. 이걸 풀어서 설득하면 좋겠다.
- 정보의 공백이 있다. 자기가 가진 고유한 경험을 동원해야 유니크한 글이 된다. 아니면 옳은 말을 하는 글이 된다.
- 르미가 이야기한 사례(상담할 때 학생들한테 해주는 이야기)가 들어가면 방관이라는 게 왜 문제인지 드러날 것.
- 글이 전체적으로 문장이 길다. 짧은 문장을 섞어서 쓰고, 중요한 건 길게. 글에서는 같은 단어가 반복되지 않는 게 좋다. 같은 단어가 계속 나오면 문장의 구분이 흐려진다.
- 글 쓸 때는 판단보다는 팩트를 쓰고, 이게 왜 나에게 글감이 됐는지 객관화시켜 보면서 의미를 도출해야 한다.
노마드
- 말 못하는 거랑 안부 전화하는 거랑 나눠주면 좋겠다. 다른 글감.
- 같은 단어(안부 전화, 오빠, 용건 없이 등)가 많이 들어가서 그것만 덜어내도 재밌고 따뜻한 글이다.
- 단어를 경제적으로 사용하는 훈련을 하자. 우리가 스토리를 풀어내는 훈련을 했다면, 퇴고할 때는 문장을 간결하게. 그러면 하고 싶은 말도 잘 드러나고, 채워야 할 부분도 드러난다.
- 중복은 안 되지만, 반복은 좋다. ”그러면 됐다고 했다“같은 반복은 좋은 것.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은 반복을 통해 리듬을 만들고 독자에게 각인시키면 좋다. 리듬이 있는 글을 우리는 아름답게 느낀다.
- 내가 달변이 아니면, 말에 대한 자료를 모을 수 있다. 영화 캐릭터라든가, 책에서 찾든가, 철학자 중에 말 못하는 사람이 있었든가. 그 사례를 지금부터 모아보자. 지금은 반 페이지지만 그걸로 책도 쓸 수 있다.
- 무엇이 내 고유한 경험인가. 무엇에 꽂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