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은 뭘 쓰고 있는 것도 없고, 그냥 어영부영 지내고 있습니다.
근황은, 사진 한 장으로만 대신하겠습니다.
가끔이나마 끼적일 때 쓰는 펜 세 자루와, 여러분들, 뭔지 보이시나요?
예. 제가 뭐에 씌었는지는 모르지만, 뭘 꾸미는 걸 좋아하지 않는 제가 며칠 전 일 좀 한번 저질렀습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티니핑이 왜 그리 좋아졌는지, 이렇게 됐습니다.
스마트폰부터 음향기기 전부, 스티커를 다 붙여놓았습니다.
가끔은 창피한 느낌도 있지만, 좋은 걸 어쩌겠습니까.
그저 사람이 이렇게도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번 일요일, 어린이날이었지요.
2024 KBS 창작동요대회가 방송됐던 날이었습니다.
그날 근무를 해야 했던 터라 다시보기로 시청하고, 유튜브에 올라온 캡처 영상을 줄창 보고 있습니다.
참가곡 명단과 짧은 감상평을 참가 순서대로 올립니다(작사ㆍ작곡자 성명 생략).
1. 엉뚱한 상상 상자
뭔가 다정한 느낌이 있다고 할까요.
넣고 싶은 소중한 것들을 넣어뒀다 필요할 때 꺼내서 쓸 수 있다면, 무얼 넣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현금을 넣고 싶은데, 있는대로 쓰는 탓에 가족 경조사를 신경쓰지 못하는 불상사를 피하고 싶어서입니다.
이유는, 넘어가겠습니다.
2. 길잡이별
내 마음에 길잡이가 되는 별 같은 사람이나 가치를 생각해보게 하는 곡입니다.
여러분께도 그런 존재가 하나씩은 있으시겠지요?
3. 슈퍼히어로
내가 필요할 때, 원할 때 도와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동안 스쳐갔던 사람들이 나에게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도움을 받는 것보다 도움을 주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4. 씨앗라떼
제목을 처음 보고 응? 싶었는데, 밝고 명랑한 봄 노래입니다.
구름 우유, 흰 눈 얼음, 꽃가루 꿀, 진달래 휘핑크림...
이런 라떼가 정말 있다면, 마실 때마다 봄 기운을 가득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 다가가 보니
겨울나무에 맺힌 꽃눈이 꿈이라, 정말 절묘한 표현입니다.
그 수많은 꽃들이 추운 겨울을 이기고 피어나는 것처럼, 우리의 꿈도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6. 까칠 뾰족 사춘기
누구나 한 번씩 거쳐가는 시기지만, 그 시기를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사춘기를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재미있는 표현이 좋은 노래입니다.
7. 알쏭달쏭 속담 비틀기(최우수 노랫말상)
고정관념을 깨게 하면서, 재미있고 왠지 흐뭇한 노래입니다.
'아, 이렇게도 될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특히 '귀한 아이 왜 매로 키워 사랑으로 키워야지'하는 가사에선 잠깐 긴장했다 풀어지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사랑하고 폭력은 절대 공존할 수 없다는 당연한 이치와, 인간 사회에서 야만은 어떻게든 하나둘 사라진다는 믿음과 그 경과를 생각하게 됩니다.
어쨌든 속담을 비틀면 다른 의미가 그려지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노래입니다.
8. 도서관 나들이
안 가본 지 꽤 된 곳이지만, 몇 년 전 국립중앙도서관에 자주 왔다갔다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책의 주제를 다양한 맛으로 표현한 게 정말 참신했던 노래입니다.
9. 우리 동네 순찰 야옹이
고양이가 동네를 돌아다니는 모양을 재미있게 표현한 노래입니다.
우리 주위를 생각해보게 하는, 뭔가 묘한 노래입니다.
10. 수박씨를 퉤퉤퉤(인기상)
여름 저녁 또는 밤, 온가족이 모여 수박을 먹으며 수박씨를 서로의 얼굴에 뱉는 장난이 떠오릅니다.
글쎄, 곡은 재미있지만, 받아들이기 나름일 것 같습니다.
11. 엄마, 엄마(최우수 작곡상)
아, 이건 말을 하려면 입이 떨어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전주부터 어느새 눈물이 맺히고, 결국 흘러내립니다.
엄마가 엄마의 엄마, 즉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꽃잠을 잔다는 표현은, 엄마가 스스로를 위로하는 표현이라고 하는데, 그걸 생각하면 사람은 저마다 제 안식처를 찾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살아왔던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슬프면서도 따뜻한 노래입니다.
12. 내 시간 어디 갔어(대상)
그런 느낌이 있지요.
하기 싫거나 귀찮은 일을 할 때는 시간이 더디 가고, 좋아하는 걸 할 때는 시간이 휙 가는 느낌.
여기선 후자를 노래했는데, 그럴 때면 정말 시간이 너무 없죠.
그래서 시간을 고무줄처럼, 치즈처럼 늘였으면 좋겠다는 표현이 나타나는데, 공감가시죠?
또 노래 전체에 '띠띠카포 치치카포'라는 주문이 반복되는데, 밥솥의 추가 돌아가는 모양을 의성어로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사진은 거의 없이 이렇게까지 길게 작성해본 건 처음입니다.
나중에 책자가 나와서 노랫말 필사를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그냥 내키는 대로 천천히 하겠습니다.
아, 누가누가 잘하나 유튜브 계정에 참가곡들 영상이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찾아보세요.
가정의 달도 이제 초반이 지나갑니다.
모두 따뜻한 5월 보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서울 올라와서 든 생각이 길거리에 교복입은 학생들이 안보이더라고요. 학교 앞을 지나가면 학부모들이 실어나르기 바쁘더군요.
..좀 사는 동네에야 어린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이 보이고, 후미진 골목에서는 혼자나 단둘이 노는 애들을 보면..씁슬합니다.
그렇죠.
결국 아이들이 이렇게 시들어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 씁쓸함을 넘어 끔찍한 생각도 듭니다.
이미 그 끔찍함이 점점 더 많이 구현되고 있기도 하고요.
귀한 생각을 해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 요즘도 동요가 만들어지고 있군요!
TV나 유투브나 인스타나 아주 어린 아이들조차 어른(?)들의 노래 부르는 게 믾이 나오길래 ‘요새도 동요가 나오나? 동요를 부르나?’ 하는 생각 잠시 해본 적 있거든요.
공유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창작동요를 좋아해서요.
사실 방송사 주관 대회는 이게 유일하고, 나머지는 지역 방송사 내지 지역 대회들이 많지만, 그나마 챙겨보고 듣는 대회라 한번 감상평을 올려봤습니다.
궁금하시면 한번 찾아보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