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설
바람이 차다. 날씨가 10월의 맛을 낸다. 그래도 담백한 되장맛이다. 난 개인적으로
이런 날씨 참좋다. 어디 베낭매고 훌훌 갔으면 떠났으면 싶다. 허나 세상사 어디 입맛대로
되는 게 어디있다더냐~! 가세나, 소리마루로, 장단고저의 음율이 있고 선생님이 희노애락이
있는 곳. 소리마루의 밤은 깊어 가나니, 창극의 맛도 깊고 깊어 구수한 된장국 맛,
어서리 맛보고 싶다.
2) 모인이들
종달새, 팔당, 고문님. 회장님. 국장님. 운향, 다래, 상정, 늘봄, 고야.
쉼터, 아짐. 연지, 춘향. 신바람. 구름. 산수, 상효, 파고, 보나. 명재
송이, 남일, 이형규, 들꽃, 스마일, 초대손님 세 분(악사들), 징검.
3) 창극 연습
오늘은 앉아서 진지하게 대본을 중심으로 강선생님의 코치아래 음을 잡아 나간다.
늘봄이 대사의 순서와 분위기의 전반적인 흐름을 잡아준다. 서서 할 때와 앉아서 하니
좀 더 대사가 귀에 잘 들어온다. 붕붕 뜬 기분이 자자한 느낌. 대사가 앉아서 하니
좀 서로 엇박이 나기도 하고, 어른들은 약간 긴장해서인지 신경질적인 모습도 보인다.
그만큼 자기의 대사에 애정과 애착이 강하다는 이야기. 허나 어쩌랴. 모두를 위한
잔치이니 거듭거듭 연습을 할 밖에 뭐 뾰족한 대안을 없으리라.
오늘의 이런 거듭되는 연습의 자리가 있어야만, 12월 11일의 대미가 있으리니
강샘, 으으 속으로 애가 타리라. 어찌되얐던지 1시간 3분은 금방 가번진다. 허허허
4) 공지사항(사무국장)
1) 내일(10월 29일) 오후 7시에 효장공원내 백범회관에서 '백범 김구 판소리'가 있사오니
많은 참석바랍니다. 고수로 선생님이 나오시고, 왕기석, 왕기철형제가
나오는데, 모두 마치고 왕명창께서 막걸리를 대접하신다 하니 어찌 마다하리오.
2) 이번 일요일(10월 31일) 오후 3시까지 소리마루로 오시어서 연습에 꼬옥 동참해 주사이다.
자주 만나서 극의 흐름을 익혀야 전반적인 느낌을 서로 공유할 수 있으며 나의 대사와 타인의
대사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부드러운 맛이 살아납니다.
3) 11월 4일(목) 오후 6시 10분부터 제가(김소리 사무국장) 고법 기초를 지도합니다.
북장단을 알아야 소리의 맛을 따라갈 수 있으니 많은 참여부탁드립니다. 기초반과 중급반
모두에게 해당되오니, 참여의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4) 오늘 선생님은 춘향전 연극때문에 지방을 내려 가시었습니다. 이 점 양해바랍니다.
4) 뒷풀이(우마루)
날씨탓인가. 모두 이구동성으로 감자탕이다. 안주는 그렇고 술의 입맛은 제각각이라.
소주, 막걸리, 맥주, 그리고 소맥이 나온다. 30%(소주) 대 70%(맥주) 이렇게 한 다음
이효리의 춤솜씨로 휘리릭 맥주잔을 쇠젓가락으로 힘차게 당기자 안에서 거품이 운다.
아직 그 소리의 매력은 모르겠으나 분명 아쟁소녀는 알고 있었다. 힘차게 아쟁의 줄을
다루듯이 깊이 넣은 젓가락을 노란 맥주속에 넣어 돌리니, 어허라. 맥주좀 보게~!
저 홀로 돌아가며 흥타령을 부르네.
아직 어린 티가 넘쳐나는 춘향이고, 악사소녀들의 수줍음이 더해지니, 마시는 술잔마다
가을 낙엽의 홍조가 도도하게 짙어가는구나. 강샘에 옆에 앉으사, 어깨를 들썩이니
마시는 술잔마다 취흥이 돋는고나. 아서라 벗님네들. 취흥을 돋우며 쉼터가 나서니
앞에 앉은 남일, 거기에 질쏘냐, 금주의 맹세를 기어이 지키면서 빈 잔이나마
들었다 놓았다. 손운동이 바쁘고나. 허허허
그러나 걱정마시게. 3기 반장 파고가 있다. 하염없이 마셔 보세.
드럼장단을 놓으니 이렇수가. 보통의 말솜씨가 아니어라.
정말로 드럼가락을 배운 선수라고 하지않는가. 국장님~! 귀가 번쩍 뜨게 으잉~! 그거이
나도 참말로 배우고 싶은건디... 허허허 흥, 그거 배신이야. 톡쏘는 남일.
어쨌거나 소리마루의 팀들, 참말 술과의 인연은 무시못한다. 가만히 들어보면 거의 매일이다.
연지는 말한다. 히잉 난 그게 너무 어려워. 뭐가? 그거? 아, 뭐시 어려워?
성주푸리... 흐럭.헉. 맞아. 어렵지. 스마일은 말한다. 나도 그거 외울려고 하루종일
옆구리에다 꼽고 500번은 들었을 거란다. 으으 머리에 쥐난다. 아니 허리에도 괜히 쥐가 오른다.
하루종일 뽕을 뽑아버리는 그 심정. 소리를 향한 저 집념. 뉘있드란 말이냐. 방성통곡을 한다.
멀리서 낙엽지는 소리, 더더욱 바람은 차가워지는데 우리네 님들의 취향은 더없이 독특하야
다른데 모임에 갔다가 다시오는 파고, 그리고 명재. 참말 대단한 3기의 저력이다.
뉘있드란 말이냐. 방송통보를 한다. 이렇게 무지하게 소리 여러분을 싸랑한다고~!
고야형님이 여전히 좋아하시고, 팔당형님 기분이 업되시었는지, 떠억 일어나 한 마디
여러분, 내일 모다 모이시오. 엥, 어디로요? 거시기 뭐냐. 으잉 어른이 말씀허니 긴장되는디..
거어기 효장공언...아~, 거기. 후유 놀래라. 난 또 무신 큰일이 나는 줄 알았네
송이 막내가 이 집 저 집 다니며 갹출을 돕고, 회장님은 요새 의젓하게 앉으셔서 옆에 있난
처자들과 중생들의 민심을 듣고 계신다. 그렇구나. 저렇게 극의 인물에 몰입을 하시며
소리의 장단을 매기시는구나. 역시 귀감이라고. 펼쳐지는 시간상, 구름이 말한다.
자신의 박자개념에 대하여, 얼마나 귀가 아프도록 이어폰을 들으며 지내왔는지, 이어폰을 하나만
남기고 하나는 꽉 잘라 버린 다음, 몇 날 며칠을 청음을 하면서 회사 사람들이 속으로 미쳤다고
할 정도로 열정적인 세월을 살았다한다. 그러니 옆에 있는 스마일 맞장구를 치지. 맞어요. 맞어
내가 깔렸소. 깔려, 되얐소, 되야~! 하하하
머시냐. 나가 소리하다거 맥히면 구름님이 어찌나 정확하게 소리를 맥이는지
'아하~ 저렇게 하는구나'하고 감을 잡는다고 합디다. 구름님. 너무 오해마시쇼잉^^
옆에 스마일이 가까이 가는 이유는 그 박자가 유죄라오. 허허허. 그래도 헛헛하게 웃으면서
반기우는 구름. 이 사나이의 매력은 이거다. 낙엽구르는 소리의 매력.
김소리님, 고향잔치에 참석하시어 멋지게 사철가를 할라고 나섰더니마는, 아 글씨. 퉁소를 부는
총각이 올라와설랑은 이산 저산 하고 불러도 가만히 있고, 꽃이 피니~ 그래도 가만히 있어
그냥 무시하고 혼자서 신나게 불렀다합니다. 허참 고생마이 하겼네다. ㅋㅋㅋ
허나저나 내일 가야헐텐디 다들 바빠서 큰일이네요. 고야형님은 어디 시골가시오니
어렵다하고, 파고님은 음 직책이 막중한 자리라 힘이 들지만, 모두 다
파장인가 파고인가 확 내버리고 온다합디다. ㅎㅎㅎ
사실 내 안웃고 글을 쓸려고 해도 사실 지가 조금 소설식으로 쓰다보니,
당사자님들께 좀 미안하기도 하고 그리고 사실 그거이 이 야밤에 너무 웃겨서요.
푸- - 하하하~ 아 아 아 하~
잉~! 맞어, 진정을 해야 합니다요. 진~정....후
이거 오늘 글이 너무 웃겨서 못쓰것네이. 자꾸 또 혼내키는 강샘의 눈빛이 무섭고
그리고 슬쩍 웃으면서 머라카는 늘봄님이 생각나서요.
실은 오늘 어쩐줄 아세요. 늘봄이 자꾸 고문님한테 또 하라고 하니, 고문이 삐져가지고
'내가 이거 또 해야 디야'. 허허 아까 했자나.... 난 바로 옆에서 끽소리 못하고 옆눈치로 보니
고문님. 입이 실룩 시루룩...ㅎㅎㅎ 옆에 계시던 종달새고문님. 옆구리를 찌르시며
어어, 다시 히여. 다시~!(아주 쬐매난 소리로하심.) 하이고, 난 그 때 우수워 죽는 줄 알았삼.
우리 어르신들 고집도 있거니와 아이들처럼 얼매나 재미있던지. 여기까지는 우리 어르신들이
보시지 않을거라는 확신에서 씀. 소문내기 없기. (비밀)
이렇게 저렇게 시간이 지나, 우마루를 나와 집에 가려는데 보나가 잡는다.
오빵~@ 왜? 나 데려다 조~잉. 으잉 알았어. 우리 둘이는 다정하게 지하철을 탄다.
분당에 사는 촌놈이라 종로 3가가 어디인지, 종각이 어디인지 YMCA가
어디 붙었는지 모르는 건, 당연지사라. 둘이 종각에 내려 꼭 보듬고(추버서리)
으스스 떨며 5000-1번이 오기를 기다리는 디, 와이리 더디노, 이놈의 버스
어잉, 마침 일반버스가 와서...우리앞에 선다. 상정형님이 타고 있다.
야야. 느그 거서 뭐하노? ㅋㅋㅋ. 부러운 눈초리로 다시 내릴려고 하는 행님
이렇쿵저렇굼, 말을 노닐다가 행님은 다시 떠나고, 보나와 난 어지간히 헤맨다.
산수하고 들꽃에게 전화를 한다. 아~ 글씨 이녁들이 아무도 안받네그랴.
조금 초조해지는 보나. 아들에게서 전화가 온다. 응, 엄마야.
지금 시내인데 집에 갈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거든, 조금있다 한가해지면
다시 전화할께,
보신각 쪽으로 갔다가 아니네, 다시 서울극장 쪽으로 갔다가 아무리 눈뒤집어 봐도
5000-1번이 서는 자리는 없다. 으잉, 우짜냐. 다른 버스는 앵간이 있는디. 다시 우린
종각 쪽으로 가면서 120번 안내를 찾아 묻는다. 안내아가씨 안내하기를
종로 2가에서 3분만 기다리면, 온단다. 뭐 지금 5000-1번 버스가 서울역에 있다나?
할 수 없이 12시가 거의 넘어가는 시계의 초침을 들으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보나, 갑자기 외친다. 오빠~! 저거 가. 가는 버스야. 1005번인가. 1005-1인가.
아냐, 보냐야. '5자'가 빠졌는디. 야야~! 다섯개나 빠졌어, 참어~!
으짜스까. 보나가 인자사 취기가 올라오나 보네, 이거 보나 책임질라면 큰일났네.
어잉,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차. 보나 휘리릭 버스에 오르며
"어 맞어, 이거 집앞에 가는거야."
참말 묘한 세상이야. 5자가 없어도 간다고? 하여튼 보나마나 그녀는 떠나고
난 종로에 개털이 되어 종로 3가를 향하여 털래털래 바람빠진 풍선맹키로
이리저리 휘날리며 가고 있는디, 주머니 속 벨이 울린다.
그럼 그렇지. 신바람인가? 이 시간에는 분명이 그렇거여~!
헌데 보나다. 오빠, 고마워, 이거 생각해보니 집앞은 아니고, 집근처 가는 거야.
만만치 않지. 보나야. 맞아.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한 거야. 난 잘가라는 인사와 함께
마지막 지하철을 탄다. 그래도 다행이다. 막차를 잡았으니. 이렇게
소리마루 목요통신 소식의 하루는 접기로 한다.
첫댓글 기다리고다린, 따끈한 신간 소리마루 목요 단편소설이 나왔습니다. 어서 어서 보시고 독후감을 댓글로 다세요~ 징검다리님 참말로 감사허요~ 얼씨구 잘헌다!
징검옵빠~~부럽사옵니다~~일필휘지라~~~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