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불 때 해리포터도 돌아오고 킹콩도 얼굴을 내민다. 1천만 관객 시대 그 이상을 꿈꾸는 국내외 영화들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접전을 예고한다. 12월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지는 모든 영화를 한 곳에 모았다
<태풍> 감독 곽경택 | 출연 장동건, 이정재, 이미연 | 한국 | 개봉 12월 14일
험난한 여정 뚫고 온 초특급 태풍 곽경택 감독의 머리 속에 <태풍>이 들어 온 건, 벌써 십 수년 전의 일이다. 남북 선수들이 싸우던 TV 권투 중계. 싸움에 넋이 나가 신나하던 곽경택 감독은 그때 TV 경기와 상관없이 눈물을 훔치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다. 1.4 후퇴 때 남으로 내려 온 아버지는 그렇게 고향 땅을 밟지 못한 실향민의 삶을 살아왔다. 한국, 러시아, 타이를 오간 글로벌 프로젝트, 한국영화 최대 규모인 순제작비 150억 원, 한국영화 최대 촬영기간인 9개월, 평균 촬영 회차의 세 배가 넘는 133회 촬영, 36만 자의 필름이 쏟아부어진 작업. 영화계는 <태풍> 의의를 모든 한국영화의 기록을 깨고 남을 기록적 수치에서 찾을지 모르지만, 곽경택 감독은 그 보다 앞서 영화를 통해 실향민의 애닳픔을 기억하려 한다.
영화는 해군 UDT 대위 강세종(이정재)과 해적 신(장동건)의 쫓고 쫓기는 운명적 관계를 그린다. 신은 미국 선박에서 군사 물품을 탈취한 초경계 인물. 어렸을 적 가족과 함께 탈북했던 그는 남한 정부의 입국 거절로 누나 최명주(이미연)와 단 둘이 살아남은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강세종은 복수를 위해 남한에 테러를 감행하는 신을 좇는다. 한편, 동생 신과 헤어져 러시아로 흘러 들어온 최명주는 창녀로 살아가다 약물 중독으로 폐인이 돼 있다. 서로의 자취를 쫓던 두 남자는 명주의 그림자를 찾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모인다.
해적 신을 연기하는 장동건과 UDT 대위 강세종을 연기하는 이정재의 맞대결은 태풍의 핵이다. <친구>에서 장동건과 유오성 두 배우가 일으키는 대결의 마력을 연출해 냈던 곽경택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장동건과 이정재의 카리스마를 십분 활용한다.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았지만 따뜻한 성품을 지닌 신이 불의 이미지라면, 냉철하게 임무 수행을 하는 강세종은 차가운 물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신의 역경을 표현하기 위해 7kg이나 감량해 홀쭉해진 장동건과 <모래시계> 백재희를 연상시키는 과묵한 캐릭터로 분하는 이정재의 대결이 뿜는 에너지가 만만치 않다.
<태극기 휘날리며>를 가능하게 한 한국영화의 인재들의 참여 역시 <태풍>을 기대하게 만든다. 대규모 김블 장치가 구축된 수조 세트,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의 위용을 사실감 있게 그린 CG 장면이야말로 <태풍>의 새로운 시도. 지난해 11월 크랭크인 해 9개월간, 턱 밑까지 치고 들어온 쓰나미를 피해 간신히 살아 나왔던 타이 크라비 로케이션, 화재로 50억 원짜리 세트 중 일부를 재로 만들었던 전남 고흥 현장, 제목처럼 강력한 재앙을 뚫고 탄생한 영화다. "해보니까 오히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는 곽경택 감독의 말은 분명 과시 이상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
<킹콩 King Kong> 감독 피터 잭슨 | 출연 잭 블랙, 애드리언 브로디, 나오미 와츠, 앤디 서키스 | 미국 | 개봉 12월 14일
테크놀로지로 부활한 킹콩 피터 잭슨의 오랜 숙원의 프로젝트 <킹콩>이 드디어 실체를 드러낸다. 역대 킹콩 시리즈 중 피터 잭슨이 원작으로 삼은 작품은 1933년판 오리지널 <킹콩>. 이야기 골격에 있어서의 리메이크뿐 아니라 영화 배경으로 설정된 1933년이 오리지널 <킹콩> 개봉 해이며 나오미 와츠가 쓴 모자가 원작에서 페이 레이가 쓴 모자로, 군데군데 오리지널 <킹콩>에 대한 오마주도 담겨 있다. 1933년 ‘콩’이라 불리는 거대 고릴라를 조사하기 위해 영화 제작자 칼 덴햄(잭 블랙), 극작가 잭 드리스콜(애드리언 브로디), 여배우 앤 대로(나오미 와츠)는 전설의 해골섬에 도착한다. 그 곳에서 고대 공룡 시대의 잔인한 공룡과 싸우는 킹콩을 보고 바로 그들이 찾는 전설 속의 콩이 실재함을 확인한다. 아름다운 앤에 반한 킹콩은 앤이 원주민에 의해 제물로 바쳐질 위기의 순간, 앤을 보호하러 나선다. 덴햄은 킹콩을 돈벌이로 이용할 요량으로 뉴욕에 데려오지만 도시에 적응하지 못하는 킹콩은 포효하기 시작한다. 결국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최후를 맞는다.
화면 속의 거대한 킹콩은 실제 46cm의 모형에 불과하다. 현대의 테크놀로지가 집약된 킹콩은 촬영 트릭과 매트 페인팅, 미니어처 배경들로 인해 거대 킹콩으로 거듭났다. 이뿐 아니다. 울창한 해골섬의 광경, 포효하는 킹콩, 파괴되는 뉴욕 도심 등이 디지털로 재현됐다. 좀 더 세심한 표정과 몸짓을 위해 <반지의 제왕>의 골룸을 연기한 앤디 서키스가 킹콩의 동작 모델이 되었다. 최대한 자연스러운 고릴라 동작을 익혀나간 앤디 서키스의 움직임에 디지털 컴퓨터로 고릴라 뼈대가 입혀졌다. 이는 1933년 원작에서 표현해내기 어려웠던 킹콩과 앤의 비극적인 로맨스를 표현하는 데 큰 장점이 됐다. 최대한 원작에 충실하겠다는 피터 잭슨의 의도는 일정 정도 성공한 듯하다. 오히려 찬란한 테크놀로지의 옷을 입혀 더 업그레이드된 역대 최고의 킹콩을 만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해리포터와 불의 잔 Harry Potter And The Goblet Of Fire> 감독 마이크 뉴웰ㅣ출연 대니얼 래드클리프, 엠마 왓슨, 루퍼트 그린트ㅣ미국ㅣ개봉 12월 1일
어른과 아이의 경계선에 선 해리 올 연말, 또 하나의 해리포터 시리즈를 기다리고 있는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 들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해리포터와 불의 잔>은 조앤 K. 롤링의 원작 시리즈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성과 오락성을 인정받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해리포터와 불의 잔>은 해리 포터(대니얼 래드클리프)가 ‘불의 잔’의 지목을 받아 트리위저드 대회에 출전하게 되고, 여기서 어둠의 제왕 볼드모트(랠프 파인즈)와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는다. 주인공들이 성장하면서 달라지는 것은 신장만이 아니다. 해리포터 네 번째 시리즈는 3편에서 예고됐던 해리포터의 성장통을 보다 본격적으로 다루게 되는데, 여기에는 해리의 사랑 이야기와 보다 어른스러운 고민들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아이와 어른의 경계선에 서 있는 해리포터의 주인공들이 겪게 될 통과 의례란 과연 무엇일까. 기다림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The Chronicles of Narnia:The Lion, the Witch and Wardrobe> 감독 앤드류 애덤슨 l 출연 조지 헨리, 윌리엄 모즐리, 스캔다 케이니스 l 미국 l 개봉 12월 29일
판타지 고전으로의 여행 <반지의 제왕>에 버금가는 판타지 소설의 고전이자, 출간 후 50년 동안 전 세계 29개 언어로 번역돼 9천만 부 이상 판매된 바로 그 <나니아 연대기>가 드디어 영화로 만들어졌다. 제작사 디즈니는 부진했던 올 해 성과를 이 영화로 모두 만회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을 만큼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 2차 세계대전 중의 영국, 네 남매는 공습을 피해 디고리 교수의 시골 별장으로 내려가는데 이 곳에서 마법의 옷장을 통해 신비한 나라 나니아에 가게 된다. 말하는 동물들, 켄타우로스, 거인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던 나니아는 사악한 마녀 제이디스에 의해 겨울의 나라가 된 지 오래다. 네 남매 루시(조지 헨리), 피터(윌리엄 모즐리), 에드먼드 (스캔나 케이니스), 수전(안나 팝플웰)는 사자 이슬란과 함께 나니아의 주문을 깨는 모험을 시작한다.
<왕의 남자> 감독 이준익 l 출연 감우성, 정진영, 이준기, 강성연 l 한국 l 개봉 12월 29일
신명나는 놀이에 숨어든 화려한 비극 연산(정진영) 치하 조선시대. 왕을 풍자하는 광대 놀이로 장안 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장생(감우성)과 공길(이준기)의 놀이패는 ‘왕을 가지고 놀았다’는 죄목으로 의금부에 끌려간다. 그리고 그 곳에서 ‘왕을 웃기라’는 목숨을 건 과제를 받고 연산 앞에서 공연을 한다. 얼음 같이 차가운 표정의 연산. 공연이 끝나갈 때까지 얼어붙어 있던 연산은 마지막 순간 파안대소하고 장생과 공길은 자잣거리 스타에서 졸지에 왕을 위한 전용 광대로 운명이 바뀐다. 연산은 이들을 위한 전용 숙소 희락원까지 궁 안에 만들어 주고 수시로 연회를 여는데, 그 때마다 극의 내용과 관련된 자들이 하나둘씩 연산의 손에 죽어나간다. 그리고 피를 부르는 공연을 계속하는 장생과 공길에게도 자꾸만 핏빛 예감이 다가온다.
<왕의 남자> 원작은 연극 <爾>. 조선시대 왕이 신하를 높여 부르는 명칭 ‘이(爾)’를 제목으로 한 연극은 왕의 사랑을 받았던 공길에 초점을 맞춰 놀이판을 그린 작품으로 2000년 초연 이래 한국연극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 5, 2001년 한국평론가협회 선정 베스트 3, 2001 동아연극상 작품상 등 연극계의 굵직한 상을 휩쓸었다. <황산벌>로 사극의 영역을 확대했던 이준익 감독은 공길이라는 인물에 카리스마 있는 놀이패의 리더 장생 캐릭터를 살려, 강렬한 느낌의 사극으로 만들어냈다. 감우성, 이준기 등 배우들이 실감 나는 광대 역을 하기 위해 직접 줄타기를 사사받는 등 고된 훈련을 거쳤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배우들의 노력이 배어 있는 연기와 우리 문화의 숨결이 담긴 '때깔' 좋은 소품들, 고증된 화려한 궁궐 곳곳을 감상하는 것은 영화의 또 다른 묘미다.
<6월의 일기> 감독 임경수 | 출연 신은경, 김윤진, 문정혁 | 한국 | 개봉 12월 1일
예고된 살인 시나리오 이 살인은 특별하다. 시나리오가 존재하는 완전 지능형 살인사건이다. 정작 문제는 사건 진행을 맡은 형사들이다. 일기에 기록된 대로 살인이 진행되는데도 범인의 윤곽조차 잡지 못하고 있으니 죽을 맛이 따로 없다. 범인 검거에 청춘을 바친 베테랑 형사 자영(신은경)이 쩔쩔매니 '가오' 때문에 형사가 된 동욱(문정혁)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학교를 배경으로 납치와 살인의 코드를 가져온 <6월의 일기>는 <투캅스> 유의 코믹 수사물과는 완전히 별개로 한층 무거운 기조를 띤다. 사건의 진실은 한 조각, 한 조각 드러나지만 끝을 맞추어 보지 않고선 짐작조차 어려운 퍼즐이다. 임경수 감독은 이 치밀한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까지 매 장면 관객들을 적극 개입시킨다. 상상도 못했던 반전의 쾌감을 관객에게 주려는 의도다. '신화'의 에릭을 벗고 배우로 변신한 문정혁의 연기가 사건의 해결만큼 시원한 이 영화의 쾌감이다.
<작업의 정석> 감독 오기환 I 출연 손예진, 송일국, 노주현, 현영, 안선영 I 한국 I 개봉 12월 22일
작업의 끝에 로맨스가 있더라 작업의 진검 승부, 작업의 우열을 확실하게 가린다. 잘나가는 펀드 매니저 지원(손예진)과 건축설계사 민준(송일국)이 만났다. 펀드 관리나 주택 설계보다 이 둘이 더 잘하는 것은 바로 '연애 작업'. 세상에서 가장 센 창과 칼이 만나면 대책 안 설 일이지만, 작업 잘하는 남녀가 만나니 연애 케미스트리 지수 만빵이다. 눈물의 영화 <선물>을 연출한 오기환 감독은 5년만에 전혀 생뚱맞은 작품으로 관객을 찾는다. 남녀가 만나 티격태격하다 결국에는 사랑하는 뻔한 멜로 대신 다른 방식, 다른 이야기의 로맨틱 코미디를 꿈꾼다. '눈물의 여왕' 손예진, '젠틀맨' 송일국을 작업맨으로 캐스팅한 의외성이나, 특수 효과가 난무하는 설정 등이야 말로 오기환 감독의 굳은 의지다. 여기에 TV 드라마 <안녕! 프란체스카> 신정구 작가의 시나리오가 감칠맛을 더한다. 황당한 시작, 새로운 웃음, 확실한 로맨틱의 기운이 스리 스텝, 단계별로 담긴다.
<청연> 감독 윤종찬ㅣ출연 장진영, 김주혁ㅣ한국ㅣ개봉 12월 29일
날아라 푸른 제비야! 무려 100억 원의 제작비에 영화 준비 10년, 촬영 기간 10개월, 후반 작업 6개월이라는 천문학적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청연>이 드디어 개봉한다. 조선 최초의 여성 비행사 박경원의 삶을 그린 <청연>은 크랭크인 당시만 해도 2004년 크리스마스 개봉이 목표였다. 최배달과 역도산 등 다른 실존 인물들이 일찌감치 영화로 되살아나고 관객들의 평가까지 끝난 후에도 박경원은 좀처럼 그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다. 늘어나는 제작비와 제작 기간에 급기야 감독이 쓰러졌다는 소문까지 돌게 한 대작 영화 <청연>은 완벽에 가까운 마무리 공정으로 ‘기존 한국영화에서 한번도 볼 수 없었던 그림’을 완성했다는 후문이다. 어릴 적부터 하늘을 나는 것이 꿈이었던 경원(장진영)은 언덕에서 커다란 새(비행기)를 처음 보던 날, 비행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경원은 비행사가 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비행 학교를 다니게 되고,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택시 운전을 하면서 돈을 번다. 그러던 어느 날 경원은 우연히 택시 손님으로 태운 한국인 유학생 지혁(김주혁)을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의 운명은 실타래처럼 얽히기 시작한다. <청연>은 <소름>으로 그 누구보다 인상 깊은 신고식을 치른 윤종찬 감독의 두 번째 작품. 데뷔작 <소름>을 통해 미술에 대한 관심과 집중을 드러낸 바 있는 윤종찬 감독은 <청연>에서 많은 시간이 들어간 만큼 완벽에 가까운 스타일과 완성도를 보여 줄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소름>의 여주인공을 연기하면서 비로소 배우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장진영이 윤종찬 감독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춰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 박경원의 삶과 사랑, 그 영광을 스크린 위에 멋지게 투사한다.
<저스트 라이크 헤븐 Just Like Heaven > 감독 마크 워터스 | 출연 리즈 위더스푼, 마크 러팔로 | 미국 | 개봉 12월 1일
할리우드판 <귀신이 산다> <퀸카로 살아남는 법> <프리키 프라이데이>의 마크 워터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금발이 너무해>로 헐리우드의 로맨틱 코미디의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입지를 굳힌 리즈 위더스푼이 귀신으로 등장한다. 자신의 집에 사는 영혼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상대역은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 <콜래트럴>의 마크 러팔로. 할리우드판 <귀신이 산다>로 미국 개봉 첫 주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샌프란시스코의 건축가 데이빗(마크 러팔로)이 새 아파트를 구한 첫날밤, 느닷없이 나타난 엘리자베스(리즈 위더스푼)가 자신의 아파트라고 주장하며 옥신각신한다. 하지만 엘리자베스가 데이빗을 도둑으로 신고하려 하나 전화기가 잡히지 않는다. 귀신과 엉뚱한 동거를 시작한 데이빗이 엘리자베스와 그녀의 기억을 찾아 나선다. 우연히 식당에서 환자를 구해낸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바로 의사였으며 사고로 혼수 상태에 빠졌음을 알게 된다. 엘리자베스가 안락사되기 전에 엘리자베스를 구해야 할 데이빗. 과연, 그들에게 사랑의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
<굿 우먼 A Good Woman> 감독 마이크 베이커ㅣ출연 헬렌 헌트, 스칼렛 요한슨, 밀레나 부코닉ㅣ룩셈부르크, 미국,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ㅣ개봉 12월 1일
<굿 우먼>은 오스카 와일드의 연극 <윈더미어 부인의 부채>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제작자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하워드 스멀스테인은 관객들의 이해를 돕도록 비교적 근현대에 해당하는 30년대로 시대 설정을 변경하고, 아름다운 배경의 이탈리아로 무대를 옮기는 등 시공간의 변화를 통해 더욱 현대적이고 직접적인 느낌을 주는 데 주력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왓 위민 원트>의 헬렌 헌트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아일랜드>의 스칼렛 요한슨이 만나 연기 대결을 펼친다.
<둠 Doom> 감독 안드레이 바르코비악 | 출연 칼 어번, 더 락, 로잘먼드 파이크, 데오비아 오파레이 | 미국, 체코 | 개봉 12월 2일
1993년 출시 이후, 전 세계 수백만 팬을 확보하고 있는 비디오 게임 ‘둠’이 SF 호러영화로 거듭났다. 화성의 올듀바이 연구 기지에서 근원을 알 수 없는 괴생명체가 쏟아져 나와 인간을 무차별 공격한다. 지구에까지 괴생명체가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투입된 긴급 대응 전술 부대의 임무는 사고 지점에서 아무도 살아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 총 7천만 달러의 제작비로 먼 미래의 지옥도가 그려진다.
<도쿄 데카당스 Tokyo Decadance> 감독 무라카미 류 | 출연 니카이도 미호, 아마노 사요꼬, 시마다 마사히코 | 일본 | 개봉 12월 2일
일본의 대표적인 소설가 무라카미 류가 자신의 소설 ‘토파즈’를 직접 영화화한 작품. SM 클럽에서 일하는 여성과 클럽을 찾는 남성들의 피학, 가학적인 관계로 국내에서 몇 년간 심의 통과를 못했다. 도쿄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현대 사회의 뒤틀린 성적 욕망과 그 안에서 희생당하는 젊은 여성들의 고독과 좌절감이 섬세한 심리 묘사와 충격적 영상으로 루이치 사카모토의 절묘한 음악과 어우러져 그려진다.
<애인> 감독 김태은 l 출연 성현아, 조동혁 l 한국 l 개봉 12월 8일
숨어 있는 애인 발견 7년 사귄 연인과 결혼을 앞두고 있는 여자(성현아)는 우연히 낯선 남자(조동혁)을 만나게 된다. 거듭되는 우연 끝에 여자와 남자는 하루 동안 연인이 되었다가 다시 헤어진다. 헤이리 문화예술인 마을의 아기자기한 풍광을 배경으로 둘은 만나서 가까워지고 깊어지며 다시 멀어지는 사랑의 전 과정을 하루 동안에 모두 겪는다. 결혼을 앞둔 여자의 다른 남자와의 하루 동안의 사랑이 과연 아름다울 수 있을까. 영화는 남녀 주인공의 이름을 정하지 않고 그냥 남자와 여자로만 표현한다. 고유 명사가 아닌 보통 명사를 함으로써 영화는 ‘또 다른 애인’의 존재를 보편적으로 긍정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하긴 기혼 여성의 63%가 남성과 사귀고 싶어 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도 있었다니 지탄받을 일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김태은 감독의 야심적인 데뷔작.
<브로큰 플라워 Broken Flower> 감독 짐 자무시ㅣ출연 빌 머레이, 샤론 스톤, 제시카 랭, 줄리 델피ㅣ미국 l 개봉 12월 8일
독신으로 살고 있는 돈(빌 머레이)는 애인(줄리 델피)에게 차이던 날, 열아홉 살 아들이 있다는 분홍색 편지를 받는다. 이름도 발신처도 없는 편지의 주인을 찾기 위해 과거 자신의 연인들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여행이 진행될수록 아들의 어머니를 찾겠다는 목표는 점점 멀어져만 가지만 그 과정만으로도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는 성찰이 느껴진다. 짐 자무시의 아이러니한 세상 속에 던져진 빌 머레이의 무표정한 연기는 유쾌함을 전한다.
<프라임 러브 Prime> 감독 벤 영거ㅣ출연 우마 서먼, 브라이언 그린버그, 메릴 스트립ㅣ미국ㅣ12월 8일
연상 연하 커플의 로맨스는 연애 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다. <프라임 러브>는 이 같은 연상연하 커플을 둘러싼 주위의 시선을 재미있게 다룬 로맨틱 코미디영화다. <킬빌>의 복수 화신 브라이드가 14세 연하남과 사랑에 빠지는 유쾌한 캐리어 우먼으로 변신했다. ‘돌아온 브라이드’ 우마 서먼과 설명이 필요 없는 명배우 메릴 스트립이 주연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미국 개봉 시 박스오피스 3위에 오른 바 있다.
<연애> 감독 오석근 | 출연 전미선, 장현성, 김지숙 | 한국 | 개봉 12월 9일
낭만 혹은 치명적인 연애의 상상 <결혼은 미친 짓이다><싱글즈><연애의 목적> 등 충무로에서 새로운 멜로영화의 계보를 만들어가고 있는 싸이더스에서 또 하나의 연애담을 내놓았다. <백한번째 프로포즈>(1993) 이후 무려 12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오석근 감독의 <연애>가 그것. 무미건조하게 살고 있는 어진(전미선)은 전화방 아르바이트 중 알게 된 한 남자와 통화를 하면서 외로움을 달랜다. 그러던 중 곤경에 처한 그녀를 도와준 김여사(김지숙)의 소개로 유흥업의 길에 들어서게 되고, 남다른 매너로 그녀에게 다가오는 민수(장현성)를 만나게 된다. 나이만 먹은 연애초보 어진의 순박하고 담백한 연애 이야기를 들려준다.
<크리스마스 건너뛰기 Christmas With The Kranks> 감독 조 로스 | 출연 팀 앨런, 제이미 리 커티스 | 미국 | 개봉 12월 9일
<산타클로스>, <산타클로스2>의 산타클로스 역할로 유명해진 팀 앨런이 다시 크리스마스 시즌용 영화로 돌아온다. 이번에는 존 그리샴의 베스트셀러 원작에 바탕을 둔 <크리스마스 건너뛰기>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루터(팀 앨런)와 그의 아내 노라(제이미 리 커티스)는 연중 행사처럼 치러오던 트리 만들기, 집 꾸미기 등을 건너뛰려 한다. 하지만 봉사 활동을 떠난 딸이 일찍 돌아온다는 소식에 두 부부는 전전긍긍하기 시작한다. 가족들이 함께 보기 좋은 크리스마스용 영화.
<나이트 워치 Nochnoy Dozor> 감독 티무어 베크맘베토브 | 출연 콘스탄틴 카벤스키, 블라디미르 멘쇼프, 발레리 졸로투킨 | 러시아 | 개봉 12월 9일
빛과 어둠의 지리한 싸움이 계속되던 중세. 어둠의 세력을 저지하려는 안톤(콘스탄틴 카벤스키)의 처절한 사투. '나이트 워치'는 어둠의 세력을 감시하는 특별한 존재로 안톤의 능력을 일깨워주는 매개다. 빛과 어둠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사용한 만큼, 영화는 독특한 시각적 비주얼과 내러티브를 선보인다. 러시아에서는 개봉 당시 <반지의 제왕>을 누르고 제작비의 8배가 넘는 수익을 올린 화제작이다.
<처칠 Churchill: The Hollywood Years> 감독 피터 리차드슨 | 출연 크리스찬 슬레이터, 니브 캠벨 | 영국 | 개봉 12월 9일
1940년대 영국 런던, 처칠은 맥주와 미녀를 좋아하는 미국 청년이고 절친한 친구는 아이젠하워다. 히틀러는 영국을 손아귀에 넣기 위해 엘리자베스 공주와의 음모 결혼을 준비한다. 2차 세계대전과 이름만 빌려 왔을 뿐, <처칠>의 이야기는 허구로 가득차 있고 갖가지 할리우드식 패러디가 줄을 잇는다. 하지만 영화 곳곳에는 영국 귀족주의에 대한 조롱과 미국 애국주의에 대한 비판이 신랄하게 드러나있기도 하다. 언뜻 보면 평범한 패러디 영화처럼 보이나 크리스찬 슬레이터와 니브 캠벨의 이름을 확인하면 도대체 어떤 영화인지 더욱 궁금해져만 간다.
<우리, 사랑해도 되나요? The Family Stone> 감독 톰 베주커 | 출연 사라 제시카 파커, 다이앤 키튼, 루크 윌슨, 레이첼 맥애덤스, 클레어 데인즈 | 미국 | 개봉 12월 15일
콩가루 가정 방문기 문화적 충돌로 인해 우여곡절을 겪는 커플 이야기야 세상에 많다. 그러나 <우리, 사랑해도 되나요?>에서 뻔한 웃음은 일체 사절이다. 히피 가족과 세련된 뉴요커 예비 며느리의 만남. 충돌은 따논 당상이다.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 없다. 영화의 중심 인물이자, 무대이자, 이야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은 다름 아닌 히피 가족 스톤 일가다. 아들 에버렛(더못 멀로니)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신부감 메리디스(사라 제시카 파커)를 집으로 데려오면서부터 이질적인 만남은 극에 달한다. 다이앤 키튼, 루크 윌슨, 더못 멀로니, 클레어 데인즈가 연기하는 대책 안 서는 히피 가족 그리고 뉴요커의 전형으로 한 치의 손색이 없는 사라 제시카 파커의 출연에 눈길이 가지 않고 못 배긴다. '우리, 크리스마스를 유쾌하게 보내도 되나요?'하고 물으신다면 이 영화를 적극 추천한다.
<파랑주의보> 감독 전윤수 | 출연 송혜교, 차태현, 이순재, 김해숙 | 한국 | 개봉 12월 22일
어느 날 폭풍우처럼 카타야마 쿄이치의 소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바탕으로 첫사랑의 열병을 그려낸 영화. 교내 모든 남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인 수은(송혜교)은 어느 날 어리숙한 수호(차태현)가 좋아지기 시작한다. 수호에게 남다른 관심을 내비치나 정작 당사자 수호만은 수은의 마음을 알아채지 못한다. 드디어 수호를 위해 먼저 사랑 고백을 한 수은. 조심스럽게 시작된 수은과 수호와 첫사랑은 우리 삶에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생애 가장 아름다운 사랑으로 커져간다. 데뷔 후 처음으로 송혜교가 스크린 연기에 도전한다. 이 외에도 수십 년 동안 첫사랑의 비밀을 품고 살아온 수호의 할아버지 만금(이순재)과 수호의 어머니(김해숙)가 첫사랑의 깊이를 더해준다. 거제도에서 70% 촬영된 <파랑주의보>는 2.35 : 1의 시네마스코프 화면으로 천혜의 비경을 담아냈다.
<내 미국 삼촌 Mon Oncle d'Amérique> 감독 알랭 레네 | 출연 니콜 가르시아, 제라르 드파르디유 | 프랑스 | 개봉 12월 23일
어디선가 한번쯤은 듣지 않았을까? 하지만 친숙한 제목에 비해 <내 미국 삼촌>의 실체를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0대 영화 중 한편이며, 1980년 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이자 국제비평가협회상 수상작. 알랭 레네 감독의 <내 미국 삼촌>은 시공간의 상호작용을 표현해 낸 영상철학과 인간 존재에 대한 탁월한 식견이 함께하는 프랑스 뉴웨이브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내 미국 삼촌'이란 오래전 미국으로 이민간 친척이 갑자기 나타나 막대한 유산을 물려준다는 유럽의 대중 설화에서 나온 말. 영화 속에서는 막연한 희망과 기다림의 대상을 의미한다.
<카리스마 탈출기> 감독 권남기 l 출연 안재모, 윤은혜, 박슬기 l 한국 l 개봉 12월
카리스마는 만들어진다? 평범하고 소심하기 이를 데 없는 정한수(안재모)는 성지고로 전학오자마자 졸지에 학교 짱이 되고 만다. 자신은 아무리 부정을 해도 학생들은 그를 ‘짱’으로 떠받들고 여학생 '짱' 민주(윤은혜)와 원치 않는 로맨스까지 시작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카리스마를 갖게 된 한수는 평범한 학교 생활을 하기 위해 발버둥치는데 그게 뜻대로 되지만은 않는다. <카리스마 탈출기>는 한수의 평범한 학생되기를 가볍고 코믹한 터치로 끌고 간다. 가수에서 시작해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윤은혜의 영화 데뷔작. 드라마 <야인시대>의 성공 이후 조폭 이미지로 굳어져 누구보다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을 듯한 안재모가 카리스마에서 벗어나려 하는 역을 맡은 것도 의미심장하다.
<삼거리 무스탕 소년의 최후> 감독 남기웅 | 출연 강현중, 김병춘, 기주봉 | 한국 | 개봉 12월
한국판 <철남>이 온다 충무로의 미확인비행물체 남기웅 감독이 돌아왔다. 제목마저 요란한 <삼거리 무스탕 소년의 최후>는 SF와 액션, 블랙 코미디가 믹스된 변종 장르의 최전선이다. 백수 건태(강현중)는 동네 깡패인 힘줄 3형제에게 집단 린치를 당한다. 보다 못한 그의 여자 친구 향수(예수안)는 건태를 헬 박사(기주봉)에게 데려 가고, 박사는 건태에게 흥분하여 사정하면 정액이 총알로 변해 발사되는 성기총을 달아 준다. 복수를 마치고 다시 원래의 성기로 바꾸기 위해 헬 박사를 찾아가지만, 헬 박사에 의해 개가 되어 버린 기태(김병춘)가 그의 성기를 먹어 버린다. 매달 한 편 이상을 목표로 시작된 HD영화 제작 프로젝트인 ‘고릴라 머신’의 첫 작품으로 의심할 바 없는 ‘남기웅표’ 영화다. 제멋대로 번져가는 상상력과 저예산을 의심하게 만드는 세트와 액션 연출 등 한국의 로드리게즈를 꿈꾼다.
<눈부신 하루> 감독 김성호, 김종관, 민동현 | 출연 이소연, 시오타 사다하루, 김주령, 김동용, 정대훈, 최승환, 모리 유키, 서영화, 한받 | 한국 | 개봉 12월
독립영화의 눈부신 활약 광복 60주년 기념 디지털 옴니버스영화. 감독 3인에게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그리되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로 반드시 공항을 등장시켜야 한다는 세 가지 조건이 주어졌다. 한국영화계의 떠오르는 젊은 감독 3인의 개성이 눈부시다. 김성호 감독의 <보물섬>은 일본에서 태어난 소녀들의 짧은 제주도 여행을 통해 한일간의 정체성 문제에 접근한다. 단편 <사랑하는 소녀>, <폴라포이드 작동법>에서 섬세하게 10대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김종관 감독은 <엄마 찾아 삼만리>에서 일본으로 간 엄마를 찾으러 가려는 한 소년의 고단한 하루를 그려낸다. 민동현 감독의 <공항남녀>는 공항을 떠나지 못한 일본 남자와 한국여자 사이의 국경을 초월해 피어오르는 사랑 이야기로 다른 언어와 다른 세계에 있는 두 사람의 대화를 경쾌한 리듬으로 포착한다. 독립영화배급사 인디스토리가 제작에 참여했다.
<돈 컴 노킹 Don‘t come Knocking> 감독 빔 벤더스 l 출연 샘 셰퍼드, 제시카 랭, 팀 로스, 가브리엘 만 l 미국, 독일 l 개봉 12월
한 물간 할리우드 스타 하워드 스펜스(샘 셰퍼드)는 거만함과 이기심으로 모든 사람에게 배척당한 채 술과 마약으로 은퇴 후 생활을 보낸다. 그러던 중 갑자기 모든 것을 버리고 귀향한 고향에서 그가 알게 된 것은 어딘가에 자신의 핏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스펜스는 아이가 자신의 활력소가 되어줄 것이라는 생각에, 아이의 엄마인 옛 애인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미국 문화와 음악에 대한 열정을 주로 그려온 빔 벤더스 감독이 그리는 가족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이채롭고도 달콤하다.
<꿈꾸는 카메라-사창가에서 태어나 Born Into Brothels: Calcutta's Red Light Kids> 감독 자나 브리스키, 로스 카우프만ㅣ다큐멘터리 | 인도, 미국ㅣ12월
공동 감독인 자나 브리스키와 로스 카우프만은 홍등가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나눠주고 그들의 변해가는 모습을 다큐멘터리 문법으로 담아낸다. 이는 결과적으로 가장 비참하고 절망적인 세상을 살고 있는 어린이들 내부에 잠재되어 있던 천재적 예술성에 불을 붙여준 셈이 됐다. 예술이 한 인간을 해방시키고 실제적인 능력을 북돋워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
첫댓글 12월달은 대박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