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조사심의관 코너에서는 서여정 조사심의관이 판례공보 이외에 법원도서관에서 편찬, 발간하는 자료들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읽어보신 분들은 상당히 여러 가지 자료가 발간되고 있다는 것을 아실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법원도서관에서 발간하는 자료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판례공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법원도서관은 ‘판례·법령·문헌·사료 등 정보를 조사·수집·편찬하고 이를 관리·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법원조직법 제22조), 이러한 정보 중 ‘판례’는 법원도서관을 통해서 1차적으로 편찬되고 있고, ‘판례공보’가 판례를 편찬하는 가장 기본적인 통로이기 때문입니다.
판례공보는 왜 편찬하는 것일까요?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선례 구속의 원칙(Stare Decisis) 때문에 판례가 법원(法源)이 되는 관계로 법률과 동일한 정도로 공개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선례가 될 만한 판례의 편찬은 당연히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판례가 곧바로 법원(法源)이 되지 않는 대륙법계 국가에서도 판례는 편찬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판례가 편찬될 필요가 있다는 것에 관하여 의문이 제기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국민의 알권리가 근거가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판례공보는 법원도서관의 조사심의관실과 조사위원실을 중심으로 편찬되고 있습니다.1)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후 2주 이내에, 대법원 재판연구관실에서 조사심의관실로 ‘판례공보 자료’와 함께 선고된 모든 판결문(심리불속행 기각된 판결문 등은 제외)을 보냅니다. ‘판례공보 자료’에는 판례공보 편찬·발간에 필요한 자료를 적도록 되어 있는데(법원도서관규칙 제11조의2 제2항), 가장 중요한 것은 판결의 ‘등급’ 선별표시입니다.
판결의 등급은 크게 A급, C급, D+급, D급, X급이 있습니다(B급은 왜 없느냐고요? 아무도 아는 분이 없다고 하시네요. 혹시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급은 전원합의체 및 대법원판례집에 실을 만한 매우 중요한 판결, C급은 선례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례공보에 실을 만한 중요한 판결, D+급은 매우 중요한 법리이기는 하나 약 3년 정도 이전에 이미 기존 판시가 있었던 판결, D급은 판시 법리가 과거에 수차례 반복된 것으로 3년 이내에 공보에 동일 판시가 수록된 적이 있는 판결 등입니다. A급과 C급으로 분류된 판결은 판례공보에 싣고, D+급은 종합법률정보에 외부 공개 대상으로 등록되고, D급은 내부용으로 종합법률정보에 등록됩니다. X급은 참조할 만한 내용이 없는 것으로 종합법률정보에 등록되지 않습니다. 재판연구관실의 등급 선별표시를 최대한 존중하여 조사심의관실에서 등급분류를 확정하는데, 동일 판시의 판결이 근접한 시기에 선고된 경우 등 조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재판연구관실과 협의를 하여 등급을 조정하기도 합니다. 선별표시가 없는 상태로 온 경우에는 조사심의관실에서 등급을 분류합니다.
판례공보에 싣기로 결정된 판결에 대하여는 판시사항, 판결요지, 참조조문, 참조판례를 작성하고, 판례공보 형식으로 자료를 전환합니다. 이를 기초로 몇 차례의 교정 작업 후 조사심의관들이 비실명 처리 작업을 합니다. 민사소송법 제163조의2, 형사소송법 제59조의3에 따른 판결서 열람2)을 위해 법원행정처 재판사무국의 ‘판결서 비실명화 및 전자소송사건 스캔업무지원 사업소’에서 비실명 처리 작업을 하고 있으나, 이는 모든 확정 민사·형사 사건의 판결서를 대상으로 관련 예규에 따라 비실명 처리 대상을 ‘A’, ‘B’ 등으로 변환하여 표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판례공보 등에 대하여는 편찬물인 성격을 고려하여 법원도서관 내규에 따라 ‘소외인’ 등으로 표시하는 방식으로 비실명 처리가 이루어지고 있고, 판례공보 발간 일정의 촉박함 등으로 인하여 조사심의관들이 비실명 처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비실명 처리 및 상호 확인이 완료된 원고에 대하여 도서관장님이 결재를 하시면, 매월 1일, 15일에 코트넷 ‘지식광장’의 ‘최신판례·법령’ 중 ‘판례공보·속보’ 아래 ‘대법원 판례공보’ 게시판에 판례공보 전체 파일과 판시사항·판결요지만 담은 요약본 파일이 게시되고, 동시에 인쇄에 들어가 며칠 후 약 3,300부의 판례공보가 배부되어 받아보시게 됩니다(저희는 이미 다음 호 판례공보 작업을 한창 하고 있을 때입니다. 매월 10일에 발간되는 각급법원 판결공보도 비슷한 절차를 거쳐 발간됩니다). 종합법률정보에 등록되기 위해서는 외주업체를 통한 xml 형식 변환 작업이 필요하므로, 판례공보에 실린 판결은 게시 며칠 후부터 종합법률정보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종합법률정보에 D+급으로 등록하기로 결정된 판결은 판례공보에 실리는 판결과 거의 동일한 작업을 거쳐 등록되고(판결요지만 작성하지 않습니다), D급으로 분류된 판결은 참조조문만 작성하여 종합법률정보에 등록됩니다.
1) 조사심의관은 그 외에도 도서관장의 업무를 보좌하며, 도서관 업무에 관한 계획의 입안, 연구·조사, 심사·평가, 업무의 종합조정과 도서관장이 지정한 업무를 분장하고 있습니다(법원도서관규칙 제3조의2).
2) 저는 법원도서관에 와서 관련 업무를 하면서 정확히 알게 되었는데, 현재 확정된 모든 민사·행정·특허·선거특별·형사 사건의 판결서에 대하여 인터넷을 통한 열람이 일정한 조건 아래 가능합니다. 그리고 현재 확정되지 않은 판결서도 열람 대상으로 추가하고, 임의어 검색이 가능한 형태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입니다(의안번호 2005780호, 2005782호). 임의어 검색이 가능한 형태로 모든 판결서를 공개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파급효과가 있을 수 있는 바, 판결서를 작성하는 법관들께서 관심을 가지실 필요가 있는 주제로 생각합니다.
종합법률정보에 등록된 판결이 판례공보에 실린 것인지, D+급인지, D급인지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종합법률정보에서 어떤 판결을 보았을 때 상단에 ‘[공2017상, 1268]’과 같은 표시가 있으면 판례공보에 실린 판결입니다(그 앞에 ‘< … >’와 같은 사건의 설명이 포함된 경우는 매 판례공보마다 민사·특별·형사 분야별로 한 건씩 선정되는 ‘화제의 판결’로 선정된 경우입니다).
반면 위쪽과 같이 ‘[미간행]’이라고 표시된 경우는 D+급 또는 D급일 수 있는데, 말씀드린 대로 D급의 경우에는 참조조문만 작성하므로 아래와 같이 판시사항, 참조판례까지 있는 경우에는 D+급임을 알 수 있습니다.
종합법률정보에서 검색하면서 판례공보에 실린 판결만 대상으로 검색하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아래에서 보시는 것처럼 검색범위 중 ‘판례등급’에서 ‘간행판결’을 선택하시고 검색하시면 됩니다.
보신 것처럼 종합법률정보와 판례공보는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모든 판결문을 편찬하려는 것이 아니라, 선례적 가치가 있어 알릴 필요가 있는 판결들을 선정하여 참고자료와 함께 좀더 쉽게 접근가능하도록 제공하려는 도구들입니다. 종합법률정보가 없었던 시절(종합법률정보 서비스가 개시된 것이 1998년 7월이므로 내년이면 20주년이 되네요)에는 판례공보가 판례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에는 판례공보를 보지 않는 법조인은 있어도, 종합법률정보를 이용하지 않는 법조인이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판례공보가 없어지는 일이 당분간은 없겠지만, 정보를 관리하고 접근하는 방법이 디지털화된 도구 중심으로 옮겨간 것은 이미 오래되었고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므로, 종합법률정보 서비스도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의 기술들을 수용하면서 계속 진화할 필요가 있고, 그렇게 되면 이용하시는 분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글_이기리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