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문청'시대를 겪을 려고 그러는지, 요즘 부쩍 문학책이 땡깁니다. 그래서 아예 독서일기라는 것을 써보려고 합니다. 그 첫째 일기입니다. 완전 초보니 이해하고 읽어주세요. 그리고, 혹시 추천내지는 조언은 무조건적으로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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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미술, 건축, 만화, 철학, 영화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에 비해 읽기와 사유가 엉성하고 부족한 내가 필요로 했던 것은 체계를 갖춘 읽기와 연구를 시작할 수 있게 도와줄 만한 ‘한 권의 책’이었다. ‘한 권으로 이해할 수 있는 미술’류의 책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꼭 ‘한 권으로...’로 시작되는 이름을 가진 책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이름의 책은 지나치게 답답한 서술 형식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왕성한 호기심을 가라앉히기 일쑤였다. 나와 궁합이 맞는 ‘한 권의 책’이 필요했던 것이다. 현재까지 나와 선이 이어진 책은 이진경의 『철학과 굴뚝 청소부』(철학), 이명석의 『일본만화 편력기』(만화), 김영진의 『영화가 욕망하는 것들』(영화), 반이정의 『새빨간 미술의 고백』(미술) 등이다. 이 책들은 본격 연구서라기보다는 ‘대중교양’서로 분류될 수 있는 것들이다. 대중교양서의 최고의 미덕이 ‘쉽고 재미있게’라면 적어도 내가 볼 때 이 책들은 모두 그 미덕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각 필자들의 능력이 ‘쉽고 재미있게’라는 영역으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위의 언급된 필자들은 자신의 영역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지닌 내공의 소유자로 만만하게 볼 사람들은 아니다. ‘쉽고 재미있게’는 내공의 깊이가 뒷받침해줄 때 그 빛을 더욱 발하기 마련이다. 오늘 나는 이 목록에 한 권의 책을 추가한다. 최재봉의 『글마을 통신』. 이것은 내게 ‘문학’이라는 위치에 자리 잡는다(이로서 나는 ‘건축’에 관한 책을 남겨두게 되었다).
현재 <한겨레>신문 문학전문기자로 활동하는 그는 조선희, 고종석을 이은 3대(?) 한겨레 문학담당 기자이다. 『글마을 통신』에서 최 기자는 이 두 사람의 명성에 대해 부담을 표시하면서도 “두 사람의 장점을 조화롭게 결합시켜 내 것으로 만들자”는 포부를 밝히기도 한다.
이 책의 장점은 시기별로 깊이 있게는 아니지만 문학사 및 작가의 이력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그는 문학사에서 작가의 위치, 작가 개인의 이력 및 생활을 적절하게 조합하여 작품 및 작가에 대해 평하고 있다. 특히 <애정 혹은 편애>장에 속한 글은 이 책의 백미이다. 김소진-안도현-윤대녕-임철우-김정환-전혜린-기형도-이윤기에 대한 추도문, 편지, 에세이, 평론 속에서 우리는 각각의 작가들은 물론이고 최재봉이라는 한 문인의 문학적 지향을 읽을 수 있다. 그는 자신을 리얼리즘, 사실주의라는 곳에 위치 짓는다. “1980년대적 경직성에 나포되지 않는 동시에 1990년대적 경박성과도 거리를 두고서, 어디까지나 사실주의의 정도를 꿋꿋이 걸어”갔다는 김소진에 대한 평에는 그 자신의 문학관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하지만 그의 사실주의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미래로의 생성’쪽으로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구체적으로 이 책에서 ‘미래로의 생성’에 관해 언급하는 부분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지금 꿋꿋하게 문학작품을 꾸준히 읽고 기사를 쓰고 있다는 점이 그가 어디를 보고 있는지 말해주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생성일지는 내게 좀더 연구할 과제이다. 아직 내겐 그것에 대해 확실하게 말할 식견이 없다. 어찌되었든 소설과 시를 한 달에 한 권도 읽지 않는 나에게 적지 않은 독서 목록을 제공했다는 이유만으로도 난 이 책 덕을 톡톡히 봤다.
첫댓글 와~! 독.서.일.기. 너무도 부지런하고 열정적인 우공! 책을 통해 덕을 보는 사람은 참 멋지다. 기분 좋은 자극이 아닐 수 없네 그려.
좋은 글과 좋은 정보 감솨합니다~ 다독 다작 다상량에 다토론도 급필요한 반짝사과다! 우공처럼 부지런하게 시작해야겠다~~~ 뭐부터 하지?? --//
햄릿부터 읽으시라. 왜 책 안가져갔어?
글게요! 집에 와서 알았다니~ 어쩌나.. 햄릿 안가지구 왔으니 그거 가지러 맨발님네 또 가야겠다! 놀러 가는 게 아니구.. 책 가지러......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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