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사라지다 (2024 글로벌경제신문 시니어 신춘문예 대전 시 당선작)
-소영미
아버지 통로가 끊겼다
전화가 답답해 찾아가도 여전히 멍한 눈빛
읍내 금강보청기에 모셔갔다
전직 유도선수였다는 사장 무뚝뚝하게
노청입니다
노안과 같은데 안경은 당연하게 쓰고 보청기엔
인색하지요
귀가 안경 쓴 거와 마찬가지랍니다
삼백이 넘는다는 말에 입을 벌린 어머니와 나를
무심한 눈으로 쳐다본다
손을 내저으며 자꾸 나가시려는 아버지
무슨 일이 급한 듯
문밖이 바로 논인 듯 바깥으로 나가신다
그렇게 우렁차던 아버지가 소리하나 잡지 못하다니
소도 잡던 그 힘
가수보다 목청도 좋았는데
신바람도 잡아서 휘파람으로 날려 보내던 아버지
귀도 잘생겨 오래 살 거라고 흐뭇해하던 할머니
그런 귀가 사라졌다
대화가 달아난 아버지 늘 혼자다
어머니도 동네사람도
어떤 소리도 잡아다 주지 않는다
있어도 없는 듯 통로가 끊긴 채
남이 웃어도 눈치만 보며 너털웃음도 사라졌다
이명이 생기면 나중에 청력이 손상 된다
귀 먹이의 전조증상을 어쩌지 못한 채
시들어버린 음성
이명은 침묵보다 무섭다
귀바퀴에 사는 벌레들의 노래를 방심하다
어둠겹겹 텅 빈 속
소가 되어버린 아버지
무거운 귀를 달고 논둑길을 혼자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