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제를 모으고 있는 TV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회문(回文 • Palindrome)이 자주 등장해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기러기, 스위스, 토마토, 역삼역 등 바로 읽으나 거꾸로 읽으나 글자도 같고 뜻도 똑같은 글자나 문장이 회문이다.
올해가 2022년이니, 앞으로 200년이 더 지나면 2222년이다. 거꾸로 읽어도 마찬가지로 2222년이다. 2222년 2월 2일도 반드시 온다. 숫자로만 보면 매우 상서로운 날이 아닐 수 없다.
“여보, 안경 안 보여”, “소주 만병만 주소”가 그렇다.
앞으로 읽으나 뒤에서 읽으나 마찬가지기는 영어의 경우도 그렇다. 서양 사람들도 ‘마담(Madam)'처럼 거꾸로 읽어도 같은 단어를 역시 회문(Palindrome)이라고 부른다. ‘간호사들이 뛰어가네요(Nurses Run)'하면 그저 그런가보다 하겠지만, 철자와 단어를 하나씩 살펴보자. 앞에서 보나 뒤에서 읽으나 ‘간호사들이 뛰어가기’는 마찬가지가 아닌가.
서기 12년 12월 12일도 있었을 것이다. 1111년 11월 11일은 어땠을까. 그냥 ‘빼빼로 데이’수준이 아닌 ‘왕 빼빼로 데이’다. 33년 3월 3일은 진짜 ‘삼겹살 데이’다. 정월 초하루(1월 1일)를 시작으로 삼월 삼질, 오월 단오(음력 5월 5일), 유월유두(6월 6일), 칠월 칠석(7월 7일) 등 명절은 대체로 달과 날을 맞춘다. 기억하기도 쉽고 모양도 좋다. 북한은 소위 건국 기념일이 ‘구구절(9월 9일)’이고, 중화민국 건국기념일은 10월 10일 쌍십절이다.
굳이 문자를 쓰자면 ‘순역동의(順逆同意)’이다. 바로 읽으나 거꾸로 읽으나 같은 뜻으로 되는 순역동의 문장이 이를테면 회문(回文)인데, 몇 가지 소개해 본다.
다 큰 도라지일지라도 큰다
다시 갑시다
생선 사가는 가사선생
영어의 회문(Palindrome)에도 그럴싸한 것들이 보인다. 누가 지어냈는지, 수준 높은 말장난이라고나 할까.
"Was I saw" 전생에 톱(鋸)이었나
Madam I 'm Adam 나 아담이요, 마담
A man, a plan, a canal, Panama!" 인류 대 역작(大力作) 파나마 운하
회문시(回文詩)라는 것도 있을 수 있다. 역시 머리에서부터 내리읽으나, 아래에서부터 올려 읽으나 뜻이 통한다.
고려시대 문장가 이규보(李奎報)의 ‘미인원(美人怨)’ 첫줄을 제 순서대로(順讀) 읽으면
腸斷啼鶯春 꾀꼬리 우는 봄날 애간장 타는데,
거꾸로 읽어도(逆讀) 역시 아름다운 시(詩)의 세계는 마치 한가지.
春鶯啼斷腸 봄 꾀꼬리 우는 소리에 애간장 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