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의 또 다른 주역은 교사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꿈과 끼를 펼치기 위해 교사들은 수업과 평가를 바꿔야 하기 때문. 내신·진학 중심의 종전의 교수 학습과는 방향이 다른 만큼 새로운 수업이 필요하다. 교사 연구회가 주목받는 이유다. 특히 인천 북부 자유학기제 과학교사연구회(IBFS)는 탄탄한 교과 역량을 바탕으로 한 자유학기제 활동 프로그램을 선보여 주목을 끈다. 제도 도입 이전부터 활발히 진행해온 수업 연구·나눔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유학기제 아래에서 지역 중학 과학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사진 이현준
공부 안 해? 교과 수업 집중도 더 높아져
과학은 자유학기제에서도 수업 변화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교과다. 새로운 개념과 활용법이 계속 등장하고 기초부터 응용·융합까지 다양한 실험과 탐구로 수업의 형태를 변주할 수 있다.
반면 변화에만 집중해 수업의 내용은 부실해졌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가장 많이 받는 교과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IBFS의 인천 구산중 최선희, 부평동중 이선옥, 삼산중 백성하·오은정 교사는 고개를 저었다. 자유학기로 교과 수업의 중요성은 오히려 커졌다는 것. 오 교사는 “우리 과학 교과는 단계별 구성이다. 이전 개념을 숙지해야 심화·응용이 가능하다. 실험과 탐구 역시 교과 역량부터 갖춰야 한다. 빛의 굴절·산란·반사 개념을 먼저 배우고 삼원색을 활용한 그림자 실험으로 내용을 익힌 뒤 렌즈의 활용 원리와 굴절각 계산 등을 학습하는 식이다. 자유학기야말로 교과 수업을 소홀히 하면 진행이 어렵다”고 강조한다.
네 교사는 실제 학생들의 교과 수업 집중도가 이전보다 높아졌다고 말한다. 방학 직전까지 진도를 나가도 수업 태도가 흐트러지지 않는다고. 교사가 교과 내용을 재구성할 수 있게 된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최 교사는 “자유학기에서는 연계 개념을 다루는 단원을 묶거나, 같은 단
원 내에서도 내용을 나눠 타 단원에 붙여 수업을 한다. 효율적인 진행으로 학생들이 지루해하지 않는다. 자유학기 수업이 부실하다거나 학생들이 공부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못된 편견”이라고 강조한다.
수업·활동·진로 탐색은 따로 아닌 하나
특히 교과 수업에서 쌓은 역량은 자유학기 활동에서 탐구 과정을 거쳐 자발적인 동아리 활동과 진로 탐색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난해 부평동중 자유학기에서 자율 선택 프로그램으로 과학 동아리 AEIS를 선택한 학생들은 밀랍을 코팅한 벽돌을 발명, ‘2016 청소년적정기술경진대회’ 중학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 성과는 수업에서 출발했다. 이 교사는 수업에서 개발도상국의 삶의 질 향상과 빈곤 퇴치 등을 위해 활용되는 적정기술을 소개했다. 이어 자유학기 동아리 활동에서 간이 정수 필터인 ‘라이프 스트로우’ 등 시판 제품으로 적정 기술의 개발·적용 실태와 정수기의 과학적 원리를 살폈다. 기존 제품을 모사하거나 보완해보기도 했다.
흥미를 느낀 학생들은 외부 대회 참가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농가양봉에서 벌집을 구하기 쉽다는 점에서 착안, 빗물에 약한 황토 벽돌에 밀랍을 씌워 방수 처리해 우기가 긴 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해피 벽돌’을 만든 것. 실용성과 경제성을 인정받아 상을 거머쥐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재발견했고, 과학도로서의 진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교사는 “일반 교과 수업에선 가볍게 지나가는 적정기술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분야다. 교사가 수업 내용을 재구성할 수 있는 자유학기이기에 기초 개념부터 실사례 탐색, 산출물 제작 수업까지 단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이는 학생들의 자발적 진로 설계에도 도움이 됐다. 대회에 참가한 다섯 명 중 과학도가 꿈인 학생이 한 명에 불과했지만, 수상과 서울대 적정기술학회 초청 사례 발표를 계기로 네 학생이 과학 쪽으로 진로를 틀었다. 수업과 학생 활동, 진로 탐색이 교과 수업에서 시작해 하나로 이어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한다.
오랜 수업 연구, 자유학기제에서 빛 발해
이처럼 중요한 교과 수업은 교사의 역량이 좌우한다. 수업 개선을 위한 연구와 사례 나눔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교사 연구회도 주목받고 있다. 네 교사가 활동하는 IBFS는 지난해 수업 개선·운영 성과를 인정받아 교육부로부터 ‘2016년 자유학기제 교사 연구회’ 우수상을 받았다. 인천 북부교육청 산하 공립학교에 재직 중인 과학 교사 12인이 수업 개선을 위한 자유학기 주제 선택·동아리 활동, 수업과 평가의 연계, 학생 중심 수업 디자인 등을 연구 ·적용·협의한 결과.
특히 최근 강조되고 있는 과학 융합 창의 인재 육성이 가능한 ‘전기의 발견에서 interactive art까지’ ‘나눔과 배려의 적정 기술로 Level Up science’ ‘光, 끼 찾기 프로젝트’ ‘빛과 그림자’ 등의 주제 선택·동아리 활동 지도안은 지역 내 과학 수업의 질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호평을 받는다.
이는 오랜 수업 연구의 결과물이다. IBFS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전문학습공동체로 활동한 교사 동아리로 근래 7~8년간 학생 참여 중심, 실생활 적용 교과 수업을 위해 수업 개선을 모색해 왔다. 이를 통해 쌓은 노하우가 자유학기제 교사연구회 활동에 녹아들어 성과로 이어졌다.
네 교사는 자유학기제로 인해 교실 수업과 학생·교사의 변화가 시작됐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지원과 교사 업무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백 교사는 “개별 교사만으로 수업을 바꾸기엔 한계가 있다.
IBFS는 학교를 넘어 연구 협력과 수업 공개·참관을 통해 보편적이고 실질적인 보완·개선을 실현했다고 생각한다. 자유학기는 교사의 전문성 신장과 수업의 질적 향상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교사 연구회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위한 정부의 지원도 늘어야 한다. 명확한 비전에 따른 연계 학기 확대와 입시 제도 개선, 교사가 수업 개선에 집중할 수 있는 업무 환경 조성도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