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민주당의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로 선출된 지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이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대장동 의혹이 터지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경선이 끝난 이후로는 경선 후유증에 시달렸다. 이 같은 악재가 겹치면서 이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 경선 과정부터 거론됐던 후보교체론이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꿈틀대고 있다.
-‘지지율 정체+대장동 의혹+실언 논란’ 총체적 난국 이재명
- 위기 상황 장기화될 경우 여권 분열, 후보교체론 대두 가능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달 10일 누적 득표율 50.29%로 아슬아슬하게 결선투표 없이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그러나 좀처럼 악재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덕이고 있다.
이 후보가 ‘용광로 선대위’를 출범시키며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한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 끌어안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아직도 경선 후유증의 여진은 남아있다. 여권 지지층 총결집도 장담이 안되는 상황에서 대장동 의혹은 아직까지도 해소되지 않고 여전히 이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다 이 후보는 각종 논란에 허덕이고 있다. 이 후보는 ‘오피스 누나 이야기’라는 웹툰 제목을 보고 “확 끄는데요”라고 말했다가 “성 인지 감수성 제로”라는 비판을 불러왔다. 또 “부산은 재미없잖아”라는 발언을 두고는 국민의힘에서 “부산 지역 폄훼”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음식점 총량제’ ‘전국민 재난지원금’ 등 정책 관련 발언도 논란에 휩싸였다. 이 후보는 여당 내 사전 조율 없이 ‘음식점 총량제’를 언급했다가 “전체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아이디어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진화했다. 이 후보는 또 전국민 재난지원금 카드를 꺼냈다가 당정 갈등으로 비화되자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한 합의가 어렵다면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에 대해서라도 시급히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사실상 철회했다.
‘이재명(31%)-윤석열(42%)’ 지지율격차 10%p 이상
이 같은 악재가 계속되면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답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직전 조사(10월 19~21일) 때보다 11%포인트 상승한 42%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3%포인트 하락한 31%로 나타났다.
한 달 전 조사 당시에는 이 후보(34%)가 윤 후보(31%)를 오차범위 내 앞섰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두 후보 간 격차가 11%포인트로 벌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7%,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5%였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 후보의 지지율 정체 상태가 장기간 계속된다면 여권의 분열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향후 나올 대장동 의혹 관련 검찰 수사 결과도 여권의 분열을 촉발시킬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여권의 분열은 ‘후보 교체론’으로 표출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면 과거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벌어졌던 ‘후단협(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악몽’을 겪은 여권이 쉽사리 후보 교체론을 공개적으로 꺼내들지는 못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후단협 사태’란 노무현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당내 반노·비노 의원들이 정몽준 전 의원과의 단일화를 촉구하며 집단 탈당한 일을 말한다.
이 후보가 자신이 장담하는 것처럼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어떤 비리에도 개입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대장동 사업의 결정권자로서 책임론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불안한 이재명, 사그라들지 않는 ‘후보교체론’
이 후보가 지지율 답보 상태와 대장동 의혹 관련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면 여권 내에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물밑에서 거론되던 후보 교체론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선 과정에서 이낙연 전 대표 경선 캠프 좌장이었던 설훈 의원은 이재명 후보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빗대며 이 후보의 구속 가능성까지 언급한 바 있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은 대장동 의혹 이외에도 이 후보의 ‘형수 욕설 논란’ 등 도덕성 논란이 민주당의 대선 승리를 발목잡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 같은 ‘이재명 비토’ 목소리가 향후 후보 교체론으로 분출될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 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비공식적으로 “저러다 민주당에서 후보 교체론이 거론되는 것 아니냐”, “이재명 후보가 끝까지 갈 수 있을까”라는 우려들이 오고가고 있다.
이 때문에 야당에서는 끊임없이 후보 교체론을 거론하며 민주당의 분열을 부채질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5년, 다시는 경험해 보고 싶지 않은 나라에서 민주당 정권의 거짓과 위선을 낱낱이 본 국민들이 또다시 가짜뉴스에 속아 이재명 후보를 찍을 것이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버리시고 하루빨리 후보를 교체하시는 것이 순리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후보 경선 캠프 공보실장이었던 이상일 전 의원도 최근 논평에서 “대장동의 진상이 드러나면 민주당엔 후회와 한탄이 가득할 것이며 후보 교체론이 분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에선 싸늘해진 민심에 불안감을 느낀 이들이 후보 교체론을 들고나와 이 후보 측과 충돌하고 당은 대혼란이 빠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물밑에서 조심스럽게 민주당 후보 교체론과 함께 제3후보가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만일 대장동 의혹으로 이재명 후보의 후보 지위가 박탈될 경우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 김두관 의원 등 기존 경선 출마자들과 새로운 인사들이 참여한 약식 재경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섣부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여당을 바라보는 야당의 관심 포인트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대장동 부패 게이트의 몸통인 이재명이 과연 끝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검찰 수사로 그가 대장동 부패 사건의 배임 공범이자 피의자로 결론나면 그를 대체할 새로운 대체후보는 과연 누구일까 하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벌써부터 여권 심층부(당과 당대표는 아님)에서는 ‘플랜B’를 준비한다는 소리가 들려 온다. 여기서 플랜B란 무엇일까”라며 “이재명 후보가 탈락될 경우, 그를 대체할 새로운 후보를 말한다. 지금 여권 핵심부에서 은밀하게 논의된 것으로 들려오는 얘기는 두 사람을 놓고 고심 중이라고 한다. 이낙연 전 총리와 김부겸 현 총리”라고 주장했다.
정치권 ‘이낙연.김동연.유시민’ 등 제3후보 설왕설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최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민주당 경선에서 2위를 기록한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해 “승부에 승복하고 당을 돕는다, 이런 쪽으로 나가는 게 자신한테도 좋다”며 “이재명 후보가 만에 하나라도 낙마를 할 때는 ‘플랜B’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 지지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는 못 간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제3후보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거론하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경제부총리를 지낸 바 있다. 제3지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 전 부총리는 “단순한 정권교체나 정권 연장의 틀을 뛰어넘는 세력과 정치판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선 완주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여권과 교집합을 형성하고 있는 김 전 부총리가 민주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구원투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도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유 전 이사장은 민주당 선대위 참여 가능성을 일축하며 정치와는 완전히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 후보 교체론이 제기되며 혼돈 상황이 도래할 경우, 유 전 이사장이 강성 친여 성향인 열린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돼 민주당과 단일화 이벤트를 모색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있다. 독자 대선후보를 내지 않고 있는 열린민주당은 현재 민주당과 통합 논의를 시작한 상황이다.
정치권에서 가능성이 낮아보이는 후보 교체론과 관련된 갖가지 시나리오들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이재명 후보의 처지가 불안정해 보이기 때문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최근 한 언론 칼럼에서 “문제는 본선으로 가는 길에서 이 후보의 악재들이 이어져 지지율이 하락할 경우 후보 교체론이 당 안팎에서 제기될 가능성도 살아있다는 점”이라며 “후보 교체론이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라도 대두되는 상황은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심각한 분열을 의미하는 것으로, 성사 여부에 관계없이 이재명 후보를 흔들 수 있는 아주 나쁜 상황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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