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웅기목사 우리말 겨루기 출연 후기(3)
정말 초를 다투는 그 순간의 긴박감은 소름 끼칠 정도였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불연 듯 ‘본디’라는 용어가 섬광처럼 떠 오른 것은. 3단계에서 번연히 아는 문제도 갈팡질팡, 4단계
에서도 ‘버지다’ ‘깐지다’ ‘다그다’는 분명히 공부한 단어임에도 손도 못 대고 방황했던 저로선 믿지 못할 현상이었습니다. 그건 총명의 회복이 아니라 초자연적 계시임에 틀림없습니다.
엄지인 아나운서로부터 ‘정답’이라는 신호가 떨어지자 녹화 장소는 환호성으로 뒤덮였습니다.
그 음량의 75%는 우리 가족 4인이 내지른 함성이었습니다.
탈락의 위기에서 단숨에 500점을 얻어 1인 우승자가 된 순간인 만큼 가족들이 까무러칠만했을 것입니다.
달인 도전을 앞둔 잠시간의 휴식시간에 아깝게 탈락한 진정한 실력자인 이유진(32) 님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딸 같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달인에 도전하게 된 게 목회자로서 정말 못할 짓이었습니다.
그러나 ‘기회를 잡았으니 꼭 달인이 되시라’고 웃으며 기원해준 그녀의 마음씨는 정말 천사였습니다.
그때 연출자 한 분이 다가와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기쁘세요? 우리는 그 환호소리에 달인이 탄생하는 줄 알았습니다.”
저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달인 예감지수가 급상승했습니다. ‘
아, 주님께서 영광 받으시려고, 초반의 고전과정을 허락하셨구나!”
라는 확신 감으로 가슴이 벅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말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cafe334.daum.net%2F_c21_%2Fpds_down_hdn%3Fgrpid%3DNowI%26fldid%3D_album%26dataid%3D191%26fileid%3D1%26regdt%3D20040215234539%26realfile%3DDSC00095.jpg%26ln%3D7%26grpcode%3Dcafemnc%26dncnt%3DN%26.jpg)
2004년 2월 필리핀 선교지 마갈량교회에서 (남웅기목사와 김영희사모의 다정한 모습)
저는 사실 달인의 칭호보다, 상금 3천만원 보다 더 중요한 출연목적이 있었습니다.
오직 달인소감 발표였습니다. 그 목적이 달인에 있었다면 그 과정이야 어떻습니까?
1단계부터 모든 문제를 만점으로 맞히고 달인 되면 제 영광 밖에 더 드러났겠습니까?
1-4단계는 최후 1인을 선정하기 위한 과정일 뿐입니다.
하나님은 최후의 1인이 되게 하시는데 숱한 아슬아슬한 과정을 삽입하셨습니다.
이유진 님이 4단계에서 두 번이나 엉뚱한 자음을 선택함으로 인해 저는 남은 빈칸을 메워 의외로 쉽게 답을 맞혔는데 한 번이라도 그녀가 맞혔다면 저는 500점 이상 차이로 "밑절미" 문제 앞에서 주저앉았어야 할 판이
었으니깐요.
그런데 5단계 달인도전 문제풀이에선 정말 기적 같은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한 문제라도 틀리면 그냥 달인의 꿈은 끝나는지라 하나님이 특별히 간섭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나온 용어는 갈래, 콧노래, 노파심, 발싸심, 발숫물, 제물땜, 제 눈에 안경, 에누리, 여리꾼, 여줄가리, 가위손, 손방, 한동안, 엠한 나이, 코숭이 등 15문제였습니다.
도움말이 없었다면 제물땜과 제 눈에 안경, 여줄가리, 한동안 등 4개의 용어는 얼른 생각이 안 났겠지만 나머지 11개는 도움말 없이도 알 수 있는 단어들이었습니다.
‘그래도 공부를 많이 했으니깐 그랬겠지’ 생각되시겠지만 그 후 3주일간 472, 473. 474회 달인도전 문제
에선 늘 2~3문제를 못 맞혔으니 말입니다.
마지막 문제 잎에선 가슴의 벅참과 만일의 경우를 생각한 절박감으로 숨이 막힐 것 같았습니다.
곁눈질로 가족석을 보았더니 모두가 손을 모은 채 기도만 하고 있었습니다.
울컥하는 마음으로 시편 40:1 -2절을 암송하며 대비했습니다.
15번째 문제가 출제되자마자 정답 ‘코숭이’가 바로 떠올랐습니다.
이럴 수가! 꿈이 현실화되는 순간입니다. 가슴은 미어지고, 눈앞은 이미 오색 종이가 내리고
귓가에는 할렐루야 대합창이 퍼지고 있었습니다.
아나운서의 정답확인과 함께 준비해간 달인소감을 발표했습니다.
손을 번쩍 들며 “할렐루야!”라고 외치자 방청객 중에선 눈물을 글썽이며 환호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습니다.‘목사님인데 이 말도 못하냐?’며 엄지인 아나운서까지 항변했지만
편집의 칼날은 피해갈 수가 없었습니다.
이처럼 기적 같은 영광은 23살 때 이어 두 번째의 경험입니다.
비록 가능성은 희박하더라도 꿈이 100%라면, 그 꿈, 노래하는 게 맞습니다.
애옥살이 목회 25년, 거지 나사로의 삶을 재조명하며, 절망 속에서도 꿈을 노래하던 제게 하나님이 베풀어주신 위로임에 틀림없습니다.
축하전화와 격려문자로 함께 기뻐해주신 수많은 지인들께 감사드립니다.
상금은 아직 받지도 못했는데 9월 14일 결혼을 앞둔 아들 녀석은 제 신혼 전세방부터 도와달라니 원....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