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년 사시사철 자연학교 2차 생태체험학습을 마치고
날이 참으로 화창한 날이었지요. 우리 자연학교 아이들이 아름다운 마음으로 자연에 드는 것을 축하라도 해 주는 선물을 주시듯 하늘은 그야말로 청명하였답니다.
오늘 일정은 공양왕릉에서 대궐약수터를 지나 박재궁 마을 습지와 숲을 거쳐 원당중학교까지 다니는 것이었지요. 고려 마지막 왕인 공양왕! 흔히 비운의 왕이라고 합니다. 전해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공양왕이 쫓겨 피신해 숨어들었다가 절간에서 몰래 밥을 해 나르며 지내다가 견디지 못해 연못에 빠져 죽은 후 이 곳에 묻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마을을 왕릉골이라 하고 절이 있었던 곳은 식사동이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제 공양왕릉은 강원도에 있다고 합니다.
이곳은 비록 망하는 나라의 왕이지만 왕이 찾아들 만큼 지금도 산세가 깊고 풍경이 아름다우며 아늑함과 평온한 느낌이 많이 듭니다. 주변에 옛적에 썼던 묘지들이 예사로운 분들이 아닌 듯 싶고 농사를 짓고 있는 분들이 살고 계셔서 논이 살아있어 흰뺨검둥오리, 백로류, 원앙, 삑삑도요, 오목눈이, 청딱따구리, 쇠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검은머리방울새, 붉은머리오목눈이, 찌르레기. 유리딱새, 꿩, 멧비둘기,해오라기 등 다양한 새들이 찾아드는 곳이므로 생태적으로 매우 우수한 곳이라 할 수 있답니다.
공양왕릉의 안타까운 사연을 달래기도 할 겸 능을 돌며 제비꽃, 흰제비꽃, 양지꽃, 조개나물, 각시붓꽃, 애기풀, 꿩의밥을 찾았지요. 붓꽃은 꽃봉오리 모양이 먹물을 머금은 붓 모양이라하여 이름이 붙여졌는데 그 중에서 새식시처럼 예쁘고 단아한 기품이 느껴지는 붓꽃을 각시붓꽃이라 하는데 핀지 며칠 만에 시들어 아쉬움이 남았답니다. 이를 두고 미인박명이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애기처럼 작은 풀이라 애기풀인데 아이들이 그 보랏빛 꽃술에 모두들 반한 모양이었답니다. 루페로 들여다보며 더욱 감탄하더군요.
이어서 모둠별 활동으로 쑥 뜯기, 책 만들기, 호패 만들기를 했답니다. 쑥이라는 이름은 ‘쑥쑥 자란다‘는 뜻에서 붙여졌다는 것을 3~$학년 아이들이 대답을 더 잘 합니다.쑥을 실제로 뜯어본 아이들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감기에 좋고 떡, 국, 전, 차, 방향제, 약재 등으로 쓰인다니 욕심내는 아이들도 있더군요.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필요한 만큼 오순도순 맛난 이야기도 나누며 열심히 손을 놀려 덤불 없이 깔끔하게 다듬어 뜯으라 했더니 다들 집에 가져가서 먹을 마음에 들떴습니다.
책 만들기는 바늘을 이용해 실고 엮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리 쉬운 활동이 아니었답니다. 그래도 모두들 자기 스스로 책을 만든다는 자부심에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한 권씩 야무지게 만들었지요. 이 책에는 앞으로 다녀온 소감도 쓰고, 활동하면서 새로 알게 된 내용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자유롭게 채워나갈 것입니다. 활동이 있을 때마다 가지고 다니면서 알찬 내용으로 채워서 좋은 책으로 자라나길 기대합니다.
뺏지 만들기를 호패 만들기로 이름 하였는데 하나씩 달고 온 가슴이 뿌듯해보였답니다. 앞으로도 잊지 말고 꼭 달고 오며 평생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을 표시하는 호패로 간직하길 바랍니다.
다음은 공양왕과 그 왕비가 마시러 다녔다는 대궐약수터로 향했답니다. 가는 길에 중대백로, 흰뺨검둥오리, 삑삑도요 나는 모습을 보았지요. 눈 밝은 이들은 얼른 찾아보는데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한참을 가리켜도 얼른 찾아내지 못합니다. 자주 다니다보면 눈과 귀가 트일 날이 있을 겁니다. 뒤로 온 친구들은 유리딱새, 산솔새, 딱따구리를 보았다고도 합니다. 논길을 걸으며 꽃다지, 냉이, 주름잎, 벼룩나물의 꽃을 보았답니다. 이백 살은 되었음직한 물가에 잘 자란다는, 귀하다는 귀룽나무가 베어진 아픔을 느끼면서 웅장한 옛무덤가로 오르는 길에서 철쭉나무 꽃을 보았답니다. 우리가 집 주변에서 보는 것은 대부분 철쭉의 개량종인 연산홍인데 우리 산에 자생하는 철쭉나무 꽃은 보기가 쉽지 않답니다. 진달래꽃보다 더 연한 분홍빛으로 환하게 피었답니다. 잎을 보면 진달래와 다르다는 것을 확연하게 알 수 있답니다. 아이들은 궁금한 것도 많구 새로운 것을 더 잘 발견합니다. 산벚나무도, 엉겅퀴도 묻고, 할미꽃도 묻습니다. 할미꽃이 져서 백발을 드리우고 있어 할미꽃을 못 알아봅니다. 꽃이 지면 허연 머리칼을 내리고 있는 늙은이처럼 보인다고 흰 백, 머리 두, 늙은이 옹 해서 백두옹이라고도 부른답니다. 어떤 ‘친구가 이건 뭐예요?’ 하고 보니 참 아담하게도 피어난 ‘구슬봉이’입니다. 하나를 찾고 나니 여기저기 있습니다. 혹시라도 밟힐까봐 조바심이 났습니다. 보랏빛 구슬을 담으려는지 연한 보랏빛을 띠고 있습니다.
산을 넘자니 자꾸 배가 고픈가 봅니다. 목도 마른가 봅니다. 언제 약수터에 도착하냐고 재차 묻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대궐약수터입니다. 물 맛이 좋아 공양왕과 왕비가 함께 찾았다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입니다. 그런데 아뿔사! 공사중입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다행히 아이들이 물을 가져왔다고 저를 안심시켜주었습니다. 목마르다하니 인심 좋은 공사하시는 아저씨께서 로얄디 두 병을 아이들에게 건넸습니다.
약수물 졸졸 흐르는 개울을 살펴보니 낙엽이 구명이 송송송 뚫려 있습니다. 바로 옆새우가 먹은 것입니다. 들춰보니 정말 많았습니다. 사람이 걸러서 마셔도 좋을 만큼 깨끗한 물에서 산다는 옆새우를 직접 관찰하는 아이들은 왜 옆새우라는 이름인지 저절로 알게 됩니다. 바로 옆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기 때문입니다.
아! 이제 즐거운 점심시간! 이런 좋은 날에, 이런 좋은 풍경에서 부모님이 정성스레 싸 주신 도시락을 친구들과 나눠먹는다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지요. 멋쩍어 혼자 돗자리 폈던 아이들도 선생님들의 함께 나눠먹는 것이 좋다는 말씀에 선선히 따라주어 오순도순 정겨운 점심시간이 되었답니다. 식후 소화를 시킬 겸 고라니 선생님이 ‘나무’ 노래와 ‘밥상’노래를 준비해 주셔서 자연과 어울리는 목소리로 재미있게 불러보았답니다. 나눠준 노랫말은 오늘 만든 책에 예쁘게 붙이기로 약속하였답니다.
자! 이제 듬벙 습지와 논 습지로 출발! 내내 언제 논에 빠지냐고 보채던 아이들! 기대 가득 싣고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갑니다. 지나다보니 잘려져 처참한 귀룽나무 모습만 보았던 귀룽나무 아카시꽃처럼 꽃차례가 달렸고 하얀 꽃을 볼 수 있었답니다. 듬벙과 논으로 출발!
2부는 시간을 두고 이어지겠습니다.
첫댓글 자연학교 모든 친구들이 다녀 온 소감을 올려서 두루두루 생각과 느낌을 나누는 것이 매우 소중한 일입니다. 부모님들께서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할 수 있도록 격려와 도움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부는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아님 다른 분이 올려도 좋구요!
너무 재미있고 좋았겠군요. 선생님들 노고에 마음으로 감사드립니다..
음...정말 좋은 글입니다...회장님...짱!!!
아 백두옹 지금 생각났어요<- 그리고 기억이 안나던 일들도 자세히 써주셔서 생각이 나요 'ㅁ'!
차에타자마자 얼마나 얘기하고 싶어하던지요..선생님 글을 읽으니 정리가 됩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