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순자님의 수필 등단을 축하해주세요.
삶시의 우수회원이시고 선린대학 문예창작과정을 함께 하시는
안순자님이
월간 조선문학에 응모작 '자존심 외2편'으로 신인당선되어
앞으로 수필가로 문학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건필하시고 아울러 문운이 함께 깃드시기를 바랍니다.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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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인작품 당선작 - 수필부문
자존심
안순자
어머님은 답답하다는 소리를 입에 물고 계셨다. 원래 성격이 급하기도 하지만 워낙 깔끔하고 부지런한 분인데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고부터는 부쩍 불평이 심해지신 것이다.
막내 출산이후 복막염을 모르고 오래 방치한 바람에 뇌막염까지 번져 한동안 병석에 누워 계셨고, 그 후유증으로 삼십 년 전부터 보청기로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고, 지금은 걸음을 지팡이에 의존해야 하는 1급 장애인이 되셨다. 급한 성격에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으니 갈수록 답답해하시는 모습이 안쓰러웠지만, 오케스트라연습과 연주에, 바이올린레슨에 교회사모일까지 늘 일정이 빡빡한 나는 어머님 곁에만 있을 형편이 못되었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고부터 집으로 모셔오긴 했지만 특별한 장애시설을 갖출 수 없는 집의 생활구조도 그렇고, 낮에는 거의 혼자 지내셔야하는 어머님이 안쓰럽기도 하고, 마주치기만 하면 있는 대로 불평을 늘어놓으시는 짜증을 달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고 때론 불쑥불쑥 화가 나기도 했다.
몇 년 동안 겪고 있던 우여곡절을 지켜보다 못한 시누이의 권유로 시설이 좋은 실버하우스에 모시기로 했다. 사실 우리로써는 경제 부담이 적지 않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어머님 생각은 다르셨다. 열악한 환경의 양로원으로 쫓겨 가는 기분이 드셨는지 며칠 밤을 설 잠으로 지내시다가 몇 차례 사전 답사를 하시고는 어렵사리 결단을 내리셨다. 일주일간 고향의 친척들을 만나고 오셔서 짐을 챙기라고 하셨다. 결코 가볍지 않은 결단에 마음이 무거웠지만 차로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에 새로 들어선 시설에 시스템이 잘 되어있어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누렇게 익은 황금 들녘을 지나 우람한 나무들이 빼곡히 둘러싸인 넓은 저수지를 끼고 양지 바른 언덕 위 소나무 숲 속에 멋지게 자리 잡은 실버하우스에 도착했다. 군데군데 주먹만 한 과일이 매달려 있고 가을꽃들이 피어 있었다.
호텔 수준의 깨끗하고 멋진 시설과 요양사들의 친절함에 차츰 맘이 녹으셨는지 며칠 후부터는 다른 내방자들에게 선전도 하시고, 함께 계시는 노인들에게 친절하게 전도도 하시고 신앙얘기로 인기를 모으신다고 한다. 다른 분들에게 방해가 되기 때문에 잦은 면회는 삼가 해달라는 당부가 있어서 일주일에 한번 찾아뵙고, 가끔은 모시고 나와 외식도 시켜드리고, 이곳저곳 드라이브를 시켜드리면 매우 좋아하셨다. 그곳 생활에 잘 적응하고 계시면서도 나만 보면 자주 오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시는 이유는 워낙 나들이를 좋아하시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며칠 전 미국에서 고모님이 오셨다. 어머님이 처음 시집을 오셨을 때 고모는 3살이셨단다. 남편과는 네 살 차이인지라 오누이처럼 키워서 시집까지 보냈던 시누이가 어머님을 뵙고 싶어 오시겠다는 연락이 왔다.
마침 경주에 벚꽃이 만발한 무렵이니 너무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도 절약 할 겸 울산에 머물고 계신 고모님과 부산 친척들 모두 일찍부터 경주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바로 어머님을 모시고 경주로 향했다.
모처럼 봄나들이도 시켜드리고, 그렇게 보고 싶어 하시던 고모님을 30여년 만에 만나게 해드린다는 것에 신이 날 정도로 즐거웠다.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안압지, 석빙고, 포석정, 오릉 등을 둘러보느라 다들 피곤할 터인데도 보문에서 벚꽃을 바라보며 저녁을 먹을 때도 다들 옛날이야기로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끝없이 쏟아지는 이야기들 속에 아쉬운 정을 나누며 헤어졌다. 이미 어두워진지 오랜 저녁, 한사코 집으로는 가지 않겠다는 어머님을 모시고 실버 하우스로 향했다.
그런데 오늘 하루만큼은 마냥 즐거워하시는 줄만 알았던 어머니께서 연거푸 한숨을 쉬고 계신다. 운전을 하면서 얼핏얼핏 백미러로 어머니의 표정을 살폈다. 돌아오는 내내 한숨과 원망의 눈초리를 보내시더니 도착 하자마자 차에서 내려드리려는 나를 향해
“왜 나를 경주로 데리고 갔어. 그냥 여기서 만나면 되지” 버럭 역정을 내셨다. 방으로 들어가서도 원망은 계속되었다.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망연자실인 나를 보던 남편이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밖으로 나가 버렸다. 이래저래도 맘이 다 풀리지 않으신 어머님을 보고 그냥 돌아 올 수밖에 없었다.
까만 머리카락이 새로 나온다는 90세, 나이가 드시니 어머님도 어쩔 수 없으신가보다 라고 잊어버리려 해도 무엇이 잘 못 되었을까? 갑작스런 그 역정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잠자리에 들어서도 내내 뒤척거렸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일어나고 있는 갖가지 노인문제가 곧 이순을 바라보고 있는 나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노후생활을 준비하기엔 이미 늦어버린 건 아닐까? 어머님처럼 되지나 않을까? 지금껏 분주하게 살아오면서 내가 이루어 놓은 건 과연 무엇일까? 늘 주님과 함께 그리고 평생 함께해 온 바이올린이 있으니 그나마 덜하겠지? 그런저런 생각 끝에 얼핏 스치는 것이 있어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래 그러셨던 거야! ’
아들 며느리에게 공경 받지 못하고 쫓겨난 양로원이 아니라 편리하고 깨끗한 현대식건물에서 잘 지내는 모습을 보이고 싶으셨던 것이라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았다.
다시 한 번 고모님이 한국에 머무시는 동안 일정을 잡아서 어머님을 뵙게 해드려야겠다. 이번에는 어머님이 계시는 실버하우스로 가서, 좋아하시는 바이올린 연주와 시낭송도 들려드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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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인작품 당선소감
새로운 사랑 배울 터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단짝 친구와 가위 바위 보로 책가방을 들어주기도 하며, 서로 집에 바래다주기를 반복하다가
어두워져버린 적도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 연주생활을 함께해온 동료 첼리스트가 제2의 인생길에서 시와 수필을 쓰는 문인이 되었고,
그가 쏟아내는 인생철학과 당당히 자기답게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그의 진정한 예술적 삶이 내 속에 잠자고 있던 감성들을 일깨워주었고, 그가 따뜻하게 잡아준 손에 이끌려
여기까지 왔습니다.
서로 손가락 걸어 약속을 하진 않았지만, 남은 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는 다정한 친구가 되었으면 합니다.
문인이 된다는 것, 바이올린에서 배웠던 것처럼 또 다른 인내의 짐을 보태어 지고 가야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평소에 돌아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사랑을 다시 배우겠습니다.
교수님들의 격려를 더 깊은 사람이 되라는 채찍으로 여기며. 좋은 글쓰기를 위한 끈을 놓지 않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안순자 약력>
・부산출생
・경희대학교 음악대학(바이올린전공)졸업
・포항시립교향악단정년퇴직
・서라벌대 기독교음악 출강
・글로리아오케스트라 악장
・포항여성합창단 및 성가대 지휘
・ 안순자 관인음악학원 운영
・선린대학 문예창작 수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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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인작품 당선작 - 수필 심사평
아름다운 예술혼 글속에 살아 있어
안 순자님의 수필 3편을 잘 읽었다. 음악가로서 평생을 살아오며 쌓아온 아름다운 예술혼의 내공이 글 속에도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첫째,「자존심」과 둘째,「매생이 칼국수」와 셋째,「그 추웠던 겨울」이 모두 한결같은 문장력으로 아름다운 수필작품의 형상화에 성공했다.
「매생이 칼국수」는 어렸을 적에 친구들과 바닷가로 놀러가서 매생이를 뜯어왔던 이야기를 적은 회고담이다. 그러나 주제는 어머니의 사랑이다. 흔한 소재를 담담하게 표현함으로써 주제를 잘 살려낸 수필이 되었다.
그리고「그 추웠던 겨울」은 한겨울 밤에 집밖에 버려진 어린애의 죽음을 제재로 삼아 쓴 글이다.
애잔한 지난 일을 잊지 못하며 멀리 이방에서 살고 있는 아들을 그리워하고 있는 모정이 잘 묘사되었다.
이렇듯 세 작품이 모두 좋았으나 한 편만 골라야 하므로 여기서는「자존심」을 추천작으로 밀고자 한다.
이 수필은 나이가 많아 병고에 시달리시던 어머님을 시설이 좋은 노인요양원(실버하우스)에 모시고 지내는 생활사를 쓴 글이다. 치밀한 짜임새로 개성이 드러난 문장으로 성공시킨 작품이다. 수필은 개인적으로는 지은이의 일상생활을 소재로 삼지만 사회적으로는 공동의 주제를 분명히 드러냄으로써 읽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문학이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작품은 인생을 생각해 보게 하는 수필로서 뛰어난 구실을 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걸작을 쓸 수 있기를 바라며 기쁜 마음으로 추천한다.
심사위원 : 이 상보 ㆍ 김 병권
첫댓글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고마워요 글속에서의 만남이 계속 이어져야지 답장 늦어 미안해요 그동안 사정상 카페에 못들어가서 ***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일찍답장을 못드려 죄송합니다.
축하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계속 열심을 놓치않도록 노력할께요
노인들의 부양이 걱정인 이시대에 살고 있는 저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되네요
수필등단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어머님을 뵈면서 내모습이 자꾸 보이네요 좋은글 쓰도록 노력할께요
축하드립니다. 늘 문운이 함께하시고 더불어 문명도 빛나시길 빕니다.
노력을 게을리 하지말라는 채찍으로 받아 드릴께요 감사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쓰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열심히 할께요!
안순자 회장님 축하드립니다. 더욱 건필하시길 빕니다
일찍답을 못드려 미안해요 사정상 까페에 못들어왔음을 용서하세요
축하드립니다. 저도 유진쌤 따라 강남 온 사람입니다^^. 건필과 문운을 빕니다.
일찍 답을 못올려 미안합니다. 바쁜핑계를 대려니 미안하네요 마음은 열심히 쓰고 싶은데 몸이 말을 안듣네요 ㅊㅊㅊ
수필가 탄생 축하드립니다. 좋은 수필 많이 보여 주십시요.^^*
머리가 잘 안돌아 좋은 글감이 안나오네요 ㅊㅊㅊ
일찍 답을 올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사는게 왜 이렇게도 바쁜지요 ㅌㅌ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