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숲과문화연구회 격월지인
'숲과 문화'에 게제된
김기원교수님의 오뉴월 달나무 글을
5, 6월로 나누어서
원문으로 게제합니다.
☆☆☆☆☆☆☆☆☆☆☆☆
5월에 드는 절기는 입하와 소만이다.
나무 이름과 꽃 피는 특징에서
입하 절기와 인연을 맺고 있는
이팝나무와 층층나무를
5월의 달나무로 선정한다.
입하는 일곱 번째 절기로 태양이
춘분점(태양이 적도에 있는 시기)을
지나서 좀더 북쪽으로 이동하여
태양 고도위치(황경)가 45도에
와 있는 때이다.
여름이 시작되는 날이며,
2023년은 5월 6일이다.
여름에 들어서는 날이라는 뜻이니
입하(立夏)이다.
이 때는 수목이 신록을 재촉하는
시기여서 왕성하게 생육하며,
새들이 사랑 찾고 보금자리를
마련하느라 분주하고,
솔밭에도 송홧가루가 뿌옇게 날린다.
더덕, 송순(松), 당귀를 섞어
술을 빚는 풍습이 있는데,
여름을 지내면서 마시는 술이라
과하주(酒)라고 부른다.
소만은 태양의 고도가 더 높아져
황경 60도에 도달한 때로 만물이
더욱 왕성하게 자라는 시기이다.
2023년은 5월 21일이다.
이 때 쯤이면 나뭇잎이 거의 만개하여
온산에 신록이 가득하다.
소만(小滿)이란 이처럼 산천초목과
농작물과 생명들이 점점 생육하여
세상을 충만하게 채운다는 절기이다.
누렇게 익은 보리를 베기 시작하고
모내기를 한다.
* 이팝나무
(Chionanthus retusus Lindl. &
Paxton, Chinese fringe tree)
밥때기나무, 쌀밥나무, 팥꽃나무 등의
이름이 있다.
이팝나무는 5월에 새하얀 꽃이
나뭇가지를 부러뜨릴 것처럼 풍성하게
수관을 뒤덮는 낙엽활엽수로서
남쪽지방 향토수종이던 것이
온난화로 전국적으로 많이 자라고 있다.
이팝나무라고 불리는 이유를
여러 갈래로 설명한다.
입하(立夏) 무렵에
꽃을 피는 특징으로 입하(立夏木),
입하나무, 이팝나무로 되었다.
꽃이 만발하였을 때 수관을 뒤덮은 모습이 멀리서 보면 마치 밥주발에 흰 쌀밥을
수북이 담아놓은 모습을 닮았다 하여
이밥나무, 이팝나무로 불렸다는
설명도 있다.
조선시대에는
쌀밥을 이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먹었으니 이밥나무, 이팝나무로
불렀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팝나무 이름의 유래는
조팝나무와 엇비슷하다.
조팝나무는 이팝나무 이상으로
꽃이 피면 잎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무를 온통 새하얗게 뒤덮는다.
그 탐스러운 모습이 마치 좁쌀을
펑 튀겨놓은 듯한 인상을 주어
조밥나무라고 부르다가 조팝나무었듯이, 쌀을 펑 튀겨놓은 듯하여
이밥나무 또는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이팝밥의 평안, 함경, 황해의
지역말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근술 · 최기호, 2001)
이팝나무의 꽃이 만발하면
벼농사가 잘 되어 쌀밥(이밥)을
먹게 된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못자리를 시작할 때 꽃이 한꺼번에
활짝 피면 풍년이 들고,
잘 피지 않으면 흉년,
시름시름 피면 가뭄이 심하다고 전해온다.
그런 연유로 농부들이 오랫동안 풍년을
점치는 나무로 삼기도 하였다.
입하 무렵(5월 5일 '어린이 날' 전후)에
함양 상림에 가면 꽃이 장관으로 핀
이팝나무숲을 볼 수 있다.
포항 흥해 향교산에는 650여 년 전
고려말 충숙왕 때 향교를 건립하고,
기념 식수한 나무에서 번식한 5~6백년생
이팝나무 노거수 50여 그루가 자라고 있어
매년 5월 중순에 이팝꽃 축제를 한다
(임주훈 외, 2018).
* 층층나무
(Cornus controversa Hemsl.
ex Prain, Giant dogwood)
물깨금나무, 말채나무, 꺼그렁나무,
등대수(燈臺樹)라고도 부른다.
층층나무는 마디생장을 하는
소나무처럼 곧게 뻗은 줄기에서
가지가 마디마디 수직으로 층층이 층을
이루어 돌려나는 낙엽활엽수이다.
활엽수림에 산생하는데 5~6월에
자잘한 흰 꽃들이 모여 산방화서를
이루며 수관을 덮는다.
낙엽이 진 겨울에는 작은 가지가
붉은색으로 물들어 그 자태를 뽐낸다.
5월 울릉도 성인봉을 오르며 보는
모습은 장관이다.
천연기념물 지정된 원주시 신림면
성남리의 성황림의 우점종이다.
고로쇠나무의 수액 채취가 끝나는
3월 중순 이후에 수액을 분출하여
수액 채취 기간을 한 달 정도 연장함으로써
산촌소득증대에 기여한다
(임주훈 외, 2018).
층층나무는
5월이 한층 무르익은 소만 즈음에
산자락 여기저기 흰빛의 꽃을 피워
녹음백상(綠陰白裳)의 미를 연출한다.
잘 자란 층층나무는 정이품송처럼
가지가 층층으로 뻗어 자태가 정갈하고
단정하며 분위기가 고요하고 정숙하다.
국립민속박물관 곁의 층층이와
횡성숲체원의 층층이가 그렇다.
조선여인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복장으로 다소곳이 앉아있는
모습이거나 5층 탑과 같은
모양새가 그러하다.
가지마다 흰꽃을 피운 채 가지런히 층을
이루며 오층탑처럼 정갈하게 서 있는
층층나무가 바람에 흔들거리는
모습을 바라보자.
위층으로부터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짧은 가지, 점점 긴 가지들이 뻗어있는
수형이 마치 하얀 부챗살을 층층이
펼쳐놓은 탑처럼 보인다.
바람불 때마다 하얀 긴치마를 입은
여인들이 너울너울 부채춤을 추는 듯이
가지들이 하늘거린다.
가지에 붙어있는 잎들이 태양빛을
고루 받을 수 있도록 위아래로 겹침 없이
수평으로 어긋나게 배열한 모습에서
자기 몸에 달린 다른 잎들을 배려하는
사랑스러움도 엿볼 수 있는 나무이다.
겨울, 잎을 모두 떨군 채 서 있는
층층나무는 붉게 보인다.
잔가지가 팥빛 수피로 덮여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려앉으면 장관이다.
오뉴월은
신록의 계절이고 녹음의 계절이다.
숲이 가장 아름답고 울창하게
보일 때이다.
봄날에 한데 아울려 온 산천을
꽃대궐로 화려하게 장식하던
수 많은 풀꽃, 나뭇꽃들이 사라지고,
이제 5월, 신록의 5월, 계절의 여왕 5월,
숲은 바야흐로
'녹음방초 승화시'(綠陰芳草 勝花時)의
장관을 이룬다.
꽃이 핀 시절보다
백목만엽의 녹음과 향기로운 풀들이
자아내는 신록이 더 아름답고 화려함을
표현하는 사설이다.
초록으로 짙어가기 시작하는
담록빛 5월의 숲길을 걸어가다
수줍게 핀 철쭉과 만나면 녹음 속
한 폭의 그림과 마주하는 기분이다.
녹의홍상(綠衣紅裳)이
바로 이런 풍경이 아닐까!
이 시절에만 맛볼 수 있는 숲의 멋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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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교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