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엔진은 키를 돌려 스타터 모터가 엔진을 움직여야 시동이 걸린다. 배터리에서 나온 전기가 시동키를 거쳐 솔레노이드에 전해지고, 스타터 모터가 크랭크샤프트에 연결된 플라이휠을 돌려 회전이 시작된다. 시동 불량은 배터리 전압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솔레노이드가 고장나거나 모터 브러시의 마모가 원인일 수도 있다. 시동에 문제가 있으면 운전이 힘들고 위험하므로 곧바로 수리해야 한다
스타터 모터가 느리게 돌아가거나 아예 돌지 않는다면 배터리가 방전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는 점프선을 연결해 시동을 건다
스타팅 모터
시동장치의 구성요소
자동차 역사 초창기의 사진이나 일러스트를 보면 낯선 풍경을 만나게 된다. 정장을 차려입은 신사와 부인이 뒷자리에 앉아 있고, 운전기사가 차 앞쪽에서 커다란 막대를 돌려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엔진을 움직이려면 큰 힘이 필요했기 때문에 여자들은 운전하기가 힘들었다. 1912년 캐딜락이 전기 모터를 이용한 스타터를 채용함으로써 여성과 노인도 차를 몰 수 있는 세상이 열렸다.
모터로 엔진 돌려 시동을 건다
스타터(starter)는 말 그대로 엔진 회전을 시작하는 역할을 한다. 자동차 엔진은 휘발유를 쓰는 불꽃점화와 디젤에 쓰는 압축착화 기관으로 나뉜다. 둘은 각각 혼합기 및 공기를 높은 압력으로 압축해 폭발을 일으킨다.
높은 압력을 만들고 무거운 부품을 돌리기 위해서는 큰 힘이 필요하다. 진동을 줄이고 아이들링을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플라이휠만 20kg이 넘는 쇳덩이여서 시동에 방해물이 된다. 시동장치는 오랜 세월 동안 꾸준히 개량되어 지금처럼 스위치 하나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스타터에는 네 가지 주요 부품이 들어간다. 전원을 공급하는 배터리와 시동키, 솔레노이드와 스타터 모터가 그것이다(그림1 참조).
배터리는 발전기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저장했다가 시동을 걸 때 필요한 전기를 공급한다. 차마다 배터리 크기가 다른 이유는 전기장치의 수와도 관계가 있지만 엔진을 돌리는 힘이 가장 큰 기준이 된다. 배기량이나 압축력이 높은 엔진에는 당연히 용량이 큰 배터리가 들어간다. 여기에 맞춰 전기를 만드는 발전기 용량도 달라진다.
시동키는 전원을 차단하는 OFF, 라디오와 몇몇 전장품에 전기를 공급하는 ACC, 엔진을 비롯한 대부분의 장치에 연결된 ON, 스타터 모터를 돌리는 START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타터 모터를 돌리는 데는 큰 힘이 필요하므로 ON 상태에서 START 쪽으로 키를 돌리면 계기판, 오디오 등 모든 전원을 차단하고 모터로만 전원이 공급된다.
스타터 솔레노이드(solenoid)는 많은 전류를 보낼 수 있는 릴레이(relay)다. 릴레이는 전자석의 원리를 이용해 전류가 흐르면 스위치가 작동하는 ‘전자기적 스위치’를 말한다. 일반적인 스위치만으로는 스타터 모터를 돌릴 수 있는 충분한 전류를 공급할 수 없어 별도의 솔레노이드를 달아 전기를 끊고 잇는다.
키를 ‘START’ 위치로 돌리면 솔레노이드에 전기가 흘러 코일에 자기장이 형성된다.
이 자력이 플런저 디스크를 당겨 배터리와 스타터 단자를 연결시킨다. 반대로 키를 놓으면 자력이 없어지면서 플런저 디스크가 떨어지고 전기가 차단된다. 스타터 솔레노이드는 배터리와 스타터를 잇는 일 외에 피니언 기어와 플라이휠의 링기어를 잇거나 끊기도 한다.
스타터 모터는 배터리의 전원으로 플라이휠을 돌려 엔진이 돌 수 있게 한다. 여기에 쓰는 것은 직류 모터로 전기만 넣어 주면 돌아가고 3마력 이상의 힘을 낸다. 모터 안에는 전류의 방향을 순간적으로 바꾸는 브러시와 커뮤테이터(commutator)가 달려 있어 한 방향으로만 회전하도록 만들어 준다.
안쪽 샤프트의 끝에는 피니언 기어가 있고, 기어에는 시동이 걸렸을 때 모터가 과회전하는 것을 막는 오버러닝 클러치가 달린다. 스타터 모터는 솔레노이드가 피니언 기어를 당겨 플라이휠에서 직접 떼어내는 일을 하는 것과 전류의 단락만 제어하는 것 등 두 가지가 있으나 요즘 차에는 솔레노이드 일체형이 많다(그림2 참조).
트러블 있을 때는 배터리, 모터 순으로 점검
시동 트러블은 위에서 적은 부품이 문제를 일으킨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배터리의 전압이 약하면 스타터 모터가 충분한 힘을 만들지 못한다. 키를 끝까지 돌렸을 때 모터가 느리고 힘 없이 돌아간다면 배터리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이때는 수동기어 차일 경우 3단 기어를 넣고 차를 밀어서 시동을 걸고, 자동기어 차는 다른 차의 배터리에 연결해 힘을 빌려 오는 방법을 써야 한다.
일단 시동을 건 다음 배터리가 방전된 원인을 확실하게 찾는다. 전기장치를 켜놓은 채 밤을 새웠거나, 배터리에 전기장치가 직접 연결되어 전원을 잡아먹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본다.
전기장치 불량에서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트렁크등이다. 트렁크를 고정하는 고리에 스위치가 달려 문이 열렸을 때만 불이 들어오게 되어 있지만 접촉상태가 좋지 않으면 항상 불이 켜져 있다. 이런 상태로 며칠이 지나면 배터리가 힘을 잃는다. 전기장치를 하나씩 꼼꼼하게 점검했는데도 원인을 찾지 못했다면 제네레이터를 교환하거나 자동차 배선을 모두 바꾸는 대수술을 해야 한다.
오너가 소홀하기 쉬운 것 중 하나가 배터리 단자 점검이다. 충전 상태가 아무리 좋아도 전력을 보내는 단자가 지저분하거나 제대로 조여지지 않았다면 쓸모가 없다. 주기적으로 단자를 분리해 철 브러시로 닦아내고, 녹 방지 스프레이를 뿌린 다음 꽉 조여 준다.
접촉이 불량하면 불꽃을 일으켜 전기장치에 충격을 주기도 하고, 충전 불량 등 여러 가지 말썽의 원인이 되므로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한다.
키를 돌렸을 때 ‘딸깍’ 소리만 나고 스타터 모터가 돌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솔레노이드가 작동하면서 플런저가 붙는 소리로, 스타터 모터에 전기가 공급되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모터를 돌릴 충분한 힘을 만들지 못하거나 모터의 브러시나 커뮤테이터가 닳아 접촉이 좋지 않아도 모터가 돌지 않는다. 이때 배터리가 정상이라면 차를 약간 흔들거나 스타터 모터를 드라이버 등으로 톡톡 두들기면 시동이 걸린다. 하지만 이것은 임시방편일 뿐이므로 반드시 모터를 교환해야 한다.
세 번째는 스타터 모터는 돌지만 크랭크샤프트가 돌지 않는 경우다. 이때는 스타터 모터에 달린 솔레노이드가 피니언 기어를 플라이휠의 링기어에 밀어붙이지 못하는 것이다. 키를 짧게 여러 번 돌리면 시동이 걸리지만 이것 역시 임시방편이다.
스타터 모터를 교환하면 신제품은 10∼30만 원, 중고품을 쓰면 5∼10만 원이다. 중고부품을 써도 문제가 없지만 트러블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수리 품목이 적힌 영수증을 반드시 챙겨 둔다. 그래야만 2∼3개월 뒤 트러블이 생겼을 때 보상받을 수 있다.
시동 계통은 고장이 잘 안 나고 부품 교환으로 간단하게 수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시동 불량의 원인은 단순한 시동 계통 고장이 아닌, 전반적인 전기계통이나 연료 라인의 문제일 가능성도 있으므로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전기부품의 수리나 교환은 전문업소에 맡기는 것이 좋다.
저녁에 주차장에 잘 세워뒀던 차가 다음날 아침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 이것만큼 황당한 일이 없다. 어렵게 시동을 걸었다고 해도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 마음 편하게 운전을 하려면 주기적으로 시동장치를 점검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는 바로 고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