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만대장경 밀반출 미수사건의 내막
- 일본으로 몽땅 넘겨질 뻔했던 팔만대장경의 수난사 [계명대신문 제945호, 2005년 4월 11일자] (정리: 2005.4.3., 이순우)
우리나라에는 유네스코의 목록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이 여럿 있다.
그래도 명색이 '세계문화유산'이라 하면 누구나 눈길 한 번 더 주는 것이 인지상정인지라,
분명 해당 유물의 존재를 널리 알리는 데는 이 이름이 참 그만이다.
그래선지 언제부턴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는 것을 큰 미덕이라 여기고,
너나 할 것 없이 여기에 열을 올리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 제도의 근본취지가 자연재해나 전쟁 등으로 파괴의 위험에 처한 유산을 보호하려는 것에 있는 것이지,
꼭 지명도를 올리는 방편으로 삼으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더구나 세계문화유산의 목록에 등재하는 것이 안전한 유물보존을 위한 최상의 정책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얘기이다.
어쨌거나 우리나라에 세계문화유산이 처음 생겨난 것은 1995년 12월의 일이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딱 10년 전이다.
서울의 종묘, 경주 석굴암과 불국사, 그리고 합천의 해인사 장경판전이 맨 처음 그 대상에 포함되었다.
이 가운데 석굴암과 불국사는 두 개를 묶어 하나의 유물로 등재되었고,
해인사의 경우도 우리가 익히 아는 '팔만대장경'이 아니라
정확하게는 그것을 보관하는 건축물인 '장경판전'이 등록 대상이 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넓게 보아 '팔만대장경' 자체도 당연히 등록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는 의견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구태여 이러한 세계문화유산이라는 굴레를 덧씌우지 않더라도, 팔만대장경의 존재를 모르는 이도,
더군다나 그것이 세계에 내세울 만한 귀중한 문화유산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역사를 훑어보면 95년 전에 참으로 아찔했던 순간이 있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대한제국의 패망 직전에 벌어졌던 이 사건의 내막은 이러했다.
1910년 3월경에 일본인 사토 로쿠세키라는 작자가
합천 해인사에 고이 보관되어 내려오던 팔만대장경을 마치 자기가 새로 발견한 보물인 양 떠들어댔고,
나아가 해인사 주지와 한통속이 되어 그것을 몰래 일본으로 몽땅 옮겨가서 불경을 출판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토라는 일본인은 우리 땅에 흩어진 알짜 고서적만을 골라 전문적으로 수집하던 인물이었다.
이러한 소식이 '황성신문'과 '대한매일신보'와 같은 주요 일간지를 통해 널리 알려지자
행정당국에서는 재빨리 팔만대장경의 반출을 저지하였음은 물론 관리를 직접 파견하여 실태를 파악하는 부산을 떨기에 이른다.
이곳을 관할하던 경남관찰사에게는 팔만대장경판의 무단 유출이 결코 이뤄 지지 않도록 잘 처리하라는 특명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러한 조치가 비교적 빨리 내려진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때는 그렇지 않아도 함경도의 북관대첩비와 경기도 풍덕에 있던 경천사 석탑이
일본으로 무단 반출된 사건이 불거져 국민들의 분노가 가뜩이나 아주 높아진 시기였다.
이러한 판국에 사토에 의한 팔만대장경 밀반출 시도가 이뤄졌으니
제 아무리 통감부 시절이었다 할지라도 공공연하게 나라의 보물인 팔만대장경을 빼내어 가는 것은 불가능했던 것이었다.
이로써 팔만대장경이 통째로 일본에 넘어가는 일은 간신히 막아낼 수 있었다.
만약 이 때에 밀반출 사건이 그대로 성사되었더라면 팔만대장경이
지금처럼 세계유산이 되는 일은 애당초 꿈도 꿀 수 없었거나 설령 그것이 이뤄졌다하더라도
엉뚱하게도 일본의 몫으로 귀속되었을는지 모를 일이다.
이 사건이 계기가 됐음인지 1915년에는 일제의 손에 의해 팔만대장경의 목록이 정리되어
경판의 총매수를 81,258장으로 확정하는 한편 경판 3부를 인쇄까지 하는 일이 벌어진다.
하지만 그중에 한 부는 특히 조선을 삼킨 일본 메이지천황의 업적(?)을 기념하는 뜻으로 교토 천용사에 헌납되었다고 하였으니,
그것이 팔만대장경에게는 참으로 욕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 해인사 대적광전의 벽화
1) 퇴전퇴지 - 한퇴지와 태전선사
불교 비방 당 헌종의 미움을 받아 조주자사로 임명된 한유(韓愈,호는 퇴지:退之)는
기생 홍련을 시켜 태전선사를 파계시켜라는 명을 내린다. 이에 태전선사의 답이 아래의 시와 같다.
十年不下鷲融峰(십년불하축융봉) : 축융봉을 내려가지 않기를 10년
觀色觀空色卽空(관색관공색즉공) : 色을 보고 부질없음 알았기에 형체가 곧 물거품이라
如何曺溪一滴水(여하조계일적수) : 어찌 法의 한 방울 물을
肯墮紅蓮一葉中(긍수홍련일엽중) : 홍련의 잎사귀 가운데 즐겁다 떨어뜨리겠는가
2) 설산동자의 수행
제석천이 설산동자의 수행을 점검하기 위해 나찰의 모습으로 나타나 다음과 같은 게송을 알려준다.
諸行無常 是生滅法(제행무상 시생멸법)
설산동자는 나머지를 들려주면 목숨까지 바치겠다고 하며 다음의 뒷 구절을 듣고 절벽에서 뛰어내림
生滅滅已 寂滅爲樂(생멸멸이 적멸위락)
3) 백거이와 조과선사
백락천(白樂天, 흔히 백거이:白居易로 부름)의 항주자사로 내려와서
나무 위에 있는 도림(道林, 흔히 조과선사:鳥窠禪師라고 함)을 만나서 “나무 위는 위험”하다고 하자
도림은 “당신이 두 발로 디디고 서 있는 땅 위의 탐욕의 불길이 더 위험”하다고 답을 하다.
이에 백거이가 가르침을 달라고 하자 도림은 “나쁜 짓 말고 착하게 살라는 게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함.
백거이는 “그건 세 살짜리 아이도 아는 말”이라고 하자
다시 도림은 “세 살 아이도 알지만 팔십 넘은 노인도 하기 힘든 일”이라고 답하다.
4) 사슴왕
베나레스 동산 500마리의 사슴 중 금빛으로 빛나고 늠름한 왕이 있었고, 인간의 왕은 사슴을 사냥하러 가다.
인간의 왕은 사슴왕은 죽이지 않기로 하였는데, 사슴왕은 우리는 순번을 기다려 자기 순번이 오면 나가서 죽자로 하였는데
임신한 사슴 차례가 오자 사슴왕이 대신 나가 죽음을 맞이하려 하였고,
인간의 왕은 사슴왕의 사연을 듣고 나라에 사슴 사냥을 하지 못하게 하다.
5) 무착문희(無着文喜)
당나라 무착(821~900)스님이 문수보살을 만나러 오대산으로 가다. 수행과 탁발 중 한 늙은이를 따라가다 절에 이른다.
노인이 “균제야!”라고 부르니 동자가 문을 열고 마중 나왔으며, 무착에게 차를 대접한다. 이어 노인과 무착의 문답
- 왜 오대산에 왔나? - 문수보살을 보러 왔다.
- 문수보살을 만날 수 있나? 자네가 살던 절의 대중은 얼마고 어떻게 살아가는가?
- 300명 대중이 경전을 읽고, 계율을 지킨다. 이곳은 어떤지?
- 전삼삼 후삼삼(前三三 後三三)이요, 용과 뱀이 뒤섞여 산다네.(龍蛇混雜 凡聖交參)
무착이 하룻밤 묵기를 원하나 애착이 남은 사람은 자고갈 수 없다고 하자 무착은 다시 동자에게 전삼삼 후삼삼을 묻다.
동자가 큰 소리로 “무착아!” 하고 부르고 놀라 “네!”라도 답하자 다시 동자가 “그 수효가 얼마나 되는고?” 라고 묻는다.
대답을 못한 무착이 동자에게 “이 절의 이름은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동자는 “반야사”라 한다며 가리키니
절이 사라지고 동자도 사라지면서 게송이 들려오다.
성 안 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面上無瞋供養具)
부드러운 말 한 마디 미요한 향이로다 (口裡無瞋吐妙香)
깨끗해 티가 없는 진실한 그 마음이 (心裡無瞋是眞寶)
언제나 한결같은 부처님 마음일세 (無染無垢是眞常)
무착은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못 알아본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탄하였으며, 수행 정진하여 대자유인이 되었다고 함.
벽화는 동짓날 팥죽을 쑤는데 죽에서 올라오는 김 속에 문수보살이 나타나
“무착은 그 동안 무고한가?”라고 하자 무착은 주걱으로 문수보살의 얼굴을 내리친다.
문수보살이 “야~ 나는 니가 그리 만나고 싶어하던 문수야, 문수!”라고 하자
무착은 “문수는 문수요, 무착은 무착이다. 문수가 아니라 석가, 미륵이라도 내 주걱 맛을 보여주리라”하였다고 함.
6) 육조혜능
- 대통신수의 시
身是菩提樹 육체는 지혜의 나무
心如明鏡臺 마음은 밝은 거울과 같으니.
時時動拂拭 항상 부지런히 털고 닦아
勿使惹塵埃 티끌 먼지 묻지 않게 하라.
- 육조혜능의 시
菩提本無樹 지혜는 본래 나무가 없고
明鏡亦非臺 밝은 거울 또한 대가 없노라.
本來無一物 본래 한 물건도 없거니
何處塵擬埃 어느 곳에 티끌이 일어나리.
7) 환적대사와 호랑이
손가락의 피맛을 본 호랑이는 동자를 잡아먹다. 다시는 가야산에 호랑이 없다.
첫댓글 ㅉㅉㅃ~(애들 같다해도 괜찮아요.
나이 먹음 애가 된다잖아요)
사는 동네 도서관에 없는걸 상호대차(책이 있는 다른 도서관에서 빌려주는 방법)
예약까지 해서 봤는데 거의 새책였어요.
잃어버린 문화재 사진과 설명, 목록, 전문 도굴범, 도적들,
비싸게 주고 산 유물이 가짜 등 얘기가 아주 짧은 수사반장 한 편을 보는 듯.
마음 비우면 밝게 보이는데.
팔만대장경 그 많은걸 갖으려는 욕심은
오히려 견고히 잘 지킬 수 있게 해줬어요.
찾아보고 읽어본 자료들....
오래 전에 해인사 자료라고 가지고 있던 걸 이번에 짜집기 한 거랍니다.
문화재 관련 설명은 너무 일반적이라 가급적 생략했구요.
@대동여지도 대동언니같이 예습하신 분이 답사에 오셔야하는디...
건강챙기기 연습 열심히 해서 답사에서 뵙기를 손꼽아 기다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