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ㅡ 질(質)의 시대로
조문부ㅡ 제주대 명예교수
제주대 前총장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헤겔의 변증법에 '양질(量質)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양(量)이 쌓이면 질(質)로 변한다는 것이다.
모든 생명체의 성장 과정에서 세포의 활성화를 양적으로 반복하여 단련시키면,
차원 높은 질적 기능을 향유하는 생명체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이 원리는
인간이 추구하는 대상인 사물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10월 27일 미국 워싱턴주 에버렛에서 열린 국제빙상연맹(ISU) 그랑프리 시리즈 1차대회에서,
한국의 김연아는 2007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일본의 안도 미키, 2008 주니어 세계선수권 1위인
미국의 레이첼 플랫들을 20점 이상의 점수차로 따돌리며 우승하면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11월 8일의 베이징 3차대회(컵 오브 차이나)에서도 20점 이상의 점수차로 1위를 차지했다.
김연아는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무대에서 연기의 품질을 안정궤도에 올렸음을 입증한 것이다.
김연아와 사실상 경쟁상대인 일본의 아사다 마오는 2008 세계 선수권자이자 세계랭킹 1위인데도
그랑프리 시리즈 4차와 6차대회를 위하여 비시즌 동안 러시아의 일류 지도자 타티아나 타라소바와 함께
약점보완에 진력하였다.
양적 축적을 통한 고차원의 질적 변화를 가져오는 원리는 스포츠나 교육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적 생산성 향상을 통한 사회 발전의 원리로도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양을 통한 질적 변화 추구의 중요 여부는 사회문화적 구조와 가치관 여하에 따라 달라진다.
일본 국민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양이라는 가치관을 생활화 해 철저하게 질(質)을 추구한 예가 될 것이고,
한국은 그 반대가 된다고 할 것이다.
1960년대 한일회담 당시 한국정부는 세계 3대어장의 하나인 북해도 연안에서 많은 양의 어획을 요구한 대신
일본정부는 제주도 연안에서 단백질이 풍부한 맛좋은 어족의 어획을 요구했다.
1960 ~ 1970년대에 한국은 식량 자급을 위해 통일벼니 유신벼니 하는 다수확 품종의 쌀로
품종 개량을 했는데, 일본은 전쟁 전 경기미의 맛(味覺)을 회상하며 맛있는 쌀 생산으로
쌀의 질을 추구했다.
또한 일본에서는 1970년대에 공업용 기기를 미국에서 사들여와 사용방법을 익히면서
생산재 기기나 소비재 제품도 일본인에게 맞게 생산 수출했으며, 그 결과
양보다도 질을 더 추구하게 됐다.
그래서 오늘날 수소배터리로 자동차를 달리게 하고 농업, 축수산 분야나 건축, 식품가공,
의류분야까지 건강과 환경, 그리고 경제적 소득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성질을 가진
FFC라는 물을 연구 개발해 실용화 단계에 들어갔다.
또한 사회문화적으로도 인간의 가치, 즉 인간의 질을 중시하는 사회가 되어,
가치창조 중시의 교육단체였던 창가학회(創價學會)를 종교단체가 되도록
신앙적 절대가치를 부여해 이에 대한 사상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하여 한국은 1960년대에 경공업화 단계 초기에 일본 등지에서 제조한 부품들을 조립해
수출하는 가공무역에 정책의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제품의 질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고나 할까.
그 후의 경공업이나 중공업 단계에서도 창조적 성격보다 모방적 성격이 농후했고,
저임금 경쟁을 통한 수출을 이어왔다는 점에서도 독창성과 품질을 논의할 필요가 없었다고 하겠다.
사회문화적으로도 아직까지 창가학회를 국경관(國境觀)의 색안경으로 보는 자가 있는 것처럼
국경을 초월해 인간에게 본질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보는 질적 문제를 경시한 채,
외형적 양적 허구성에만 현혹되는 현상이 농후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국 청소년의 18%가 "10억을 번다면 10년 동안 감옥에 있어도 좋다"라고
대답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고 할 것이다.
우리는 이제는 양을 중시하는 '양의 시대'에서 질을 중시하는 '질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인간의 평가 기준을 형식적, 양적으로 평가하기 쉬운 권력이나 돈, 지위나 명예의 외형적 허구성에 두지 말고,
신뢰성이나 봉사성, 도덕성과 같은 인간의 내적, 질적 가치에 두어야 한다.
교육에서도 재능적 가치만이 아니라 정신적, 도덕적 가치가 세계적 경쟁에서 탁월할 만큼
질적으로 우수한 인재를 육성해야 하고, 산업현장에서의 작업과정과 생산품에도 질적 가치를 기준으로
인간의 건강과 환경, 그리고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평가해야 한다.
진정한 서민의 리더
귀하는 법화경 일부를 색심이법(色心二法)에 걸쳐서 행한 몸이고 보면
부모, 육친, 일체중생 마저도 구제하실 몸이니라. (어서 1213쪽)
통해
정말로 당신은 법화경 일부를 색심의 이법에 걸쳐 믿고 실천하신 분이기 때문에
부모, 육친, 일체중생도 구제할 사람이다.
◇ ◇
'색심의 이법에 걸쳐서'란 몸도 마음도 어본존을 믿고 올바른 실천에 사는 것을 말한다.
마음속으로는 믿는 것 같아도 실제로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완전한 신앙이 아니다.
반대로 형태상으로는 분명 실천하는 것 같아도 마음속으로 믿지 않는 상태,
정말로 강하게 투쟁하는 일념이 타오르지 않는 상태는 진짜 신심(信心)이라고 할 수 없다.
창가학회원으로서 몸도 마음도 밝고 상쾌하게, 강한 신심을 관철하는 사람이야말로
니치렌(日蓮) 대성인 정통의 신앙자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대성인 불법을 진지하게 실천하고 체현하는 사람이야말로 이 혼미한 사회에서
많은 민중의 리더가 되어 존경 받을 수 있는 사람이다.
말만 잘 하는 사람인가, 관념의 사람인가.
그렇지 않으면 실행하고 실증을 보이는 사람인가.
양자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과연 자신은 어느 쪽인가.
광선유포(廣宣流布)를 진심으로 생각하고 광포에 몸을 바치고 있는가.
시원하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지역의 벗에게 존경 받는
지용의 보살, 진정한 서민의 리더다.
아무쪼록 장마(障魔)와 번뇌(煩惱)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실천하는
영예로운 혁명아가 되기 바란다.
한국은 문화 대은의 나라
오늘은 한국SGI 여러분도 참석하셨습니다.
사이 좋은 전진을 진심으로 치하하고자 합니다.(큰 박수)
한국에는 소중한 우인이 많이 계십니다. 내가(이케다 선생님) 일찍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참으로 성실하게 진심으로 맞아 주셨습니다. 깊은 존경과 감사를 담아 잠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약 2백 년 전 한국의 사상가 정약용 선생은 이런 말씀을 남겼습니다.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귀하게 여기는 것은 성의며, 결코 속임수가 없어야 한다."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할 말씀입니다. 또 이렇게 말합니다.
"스승을 얻어야 비로소 배울 수 있다."
대단히 심원한 사상입니다.
이어서 16세기 한국의 여성 서예가 신사임당 선생의 가르침입니다.
"나쁜 벗과 사귀면 나중에 반드시 괴로움을 겪을 것이며,
성숙한 사람과 사귀면 유사시에 서로 도울 수 있다."
그렇습니다. "어디를 가더라도 상대에게 신뢰받고 또 필요한 사람이 돼라."
이것도 신사임당 선생의 말씀입니다.
신사임당은 대학자 이이의 어머니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대단히 유명한 여성입니다. (한국 멤버가 "예, 유명합니다!"라고 응답)
일본인은 참으로 한국에 관해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일본이 중국과 한국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는지 모릅니다. 문화 대은(大恩)의 나라입니다.
20세기 한국 여성화가 나혜석 선생은 호소하셨습니다.
"아무리 외면적으로 행복해도, 아무리 외면적으로 행복하지 않아도,
행복의 샘인 자신의 마음만은 잊지 말아야 한다."
행복의 샘. 이것은 신심(信心)입니다. 신심만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나혜석 선생은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우리 여성의 힘은 위대하다. 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그 문명을 지배하는 자는 전적으로 우리 여성이다."
참으로 광선유포의 위대한 힘은 여성 여러분입니다.
최대의 찬탄을 담아 큰 박수를 보내고자 합니다.
근대 간호의 어머니 나이팅게일은 이렇게 술회합니다.
"나는 이제까지 선두에 서서 일함으로써, 무엇인가 타인에게 영향을 끼쳐왔습니다."
존귀한 삶의 자세입니다. 지역에 희망을 넓히는 창가의 여성과 마찬가지입니다.
<신시대 제4회 본부간부회 신시대 제1회 전국청년부간부회, 2007년 2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