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내 눈에는 저 사람의 문제점이 너무나도 잘 보이는데 주변사람들은
"어? 그런 문제가 있었어? 에이, 나는 잘 모르겠는데.." 이런 경우가 있다.
왜 유달리 내 눈에만 상대의 단점이 잘 보일까?
심리학에서는, 다른 사람의 단점이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것이 내 무의식 안에 그림자로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칼융>
어렸을 때 성장과정에서 부모나 주변사람들이 나의 어떤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모멸감을 주거나 창피하게 느끼게 하거나 '그러면 안 된다'고 자꾸 혼을 내거나 하면
나도 모르게 그런 싫은 모습을 자꾸 꾹꾹 눌러 감추게 되고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마치 그런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무의식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렇게 되면 '나에게 그런 게 있었나?' 할 정도로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하는데
그 인지하지 못하는 게 어떻게 드러나냐 하면 다른 사람이 그런 모습을 하고 있으면
신기하게도 그것이 내 눈에 비치게 된다. 이것을 심리학에서 투사(Projection)라고 한다.
나도 모르게 투사를 하면서 내 안의 그림자를 다른 사람의 모습에서 보게 되는 것이다.
예) 어렸을 때 엄마가 붕어빵을 사 왔는데 자기 몫을 먹고 하나를 더 먹으려고 하니까
엄마가 "아니, 넌 왜 그렇게 이기적이니? 그러면 안 되는 거야."라고 혼을 내고
자꾸 그런 식의 경험이 반복되면 나의 그런 면이 무의식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런 사람은 성장하면 소위 '착한 사람'이 되어서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하거나
원하는 것을 맞추어 주려 하고.. 이게 심해지면 '착한 병'에 걸리게 된다.
그런데 그가 살면서 주변을 보면 이기적인 사람이 너무 많아 보인다.
이것은 자신의 무의식에서 투사된 것인데 대부분 이를 알지 못하고
다들 '저 사람이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원인이 해결되지 못한다.
그러나 설사 이기심 때문에 그렇다 해도
이기심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고 헌신이 꼭 좋은 것만도 아니다.
너무 남에게 헌신만 하면 상대도 어느 순간부터 부담스러울 수 있고, 본인에게도 무리가 갈 수 있다.
그래서 만약 내 안의 그림자를 단점만 보지 말고 장점도 보면서..
자기 안에 있는 이기적인 면을 긍정적으로 따스하게 받아들이면
나 자신에게도 잘 하고 남에게도 잘 할 수 있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그런 사람을 보면 '아, 자기도 아끼고 남도 아끼려고 그러는구나' 하지
'저 사람은 너무 이기적이야'라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만약 주변에 성실하지 못한 사람이 많아서 불편하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그림자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고,
사실 불성실한 것의 또 다른 모습은 인생을 즐길 줄 안다는 것이기도 하다.
너무 쫓기듯 각박하게 살지 않고 좀 여유있게 낭만을 즐길 줄 아는 사람..
그래서 내가 내 안의 그림자를 부정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껴안는 것이 중요하다.
'아, 그래. 나에게 불성실한 면이 내재되어 있는 것은 주어진 책임만 아니라
내 삶을 여유롭게 즐길 줄 알고 우정도 나눌 줄 알고 사람들과 같이 어울릴 줄도 알고..
그런 좋은 점이 있구나~' 하고 받아들이고 가꾸어갈 수 있다면
좀 불성실한 사람이 있어도 내 눈에 그렇게 문제로 보이지 않고
내 마음이 편안해지고 대인관계도 좋아질 것이다.
미운 사람이 있을때.. 내가 분별하니까 저런 사람이 있는 것이지
원래부터 저런 사람이 있던 것은 아니다.. 라는 사실을 바로 알고
내 무의식의 그림자가 가진 장점을 찾아서 나 스스로 껴안아야 한다.
그러면 그동안에는 미웠던 사람이 '아, 그럴 수도 있지~' 이해가 되고
더 이상 예전처럼 내 마음에 괴로움을 주지 않게 된다.
부처님께서도 "내가 분별하는 마음 때문에 사람들의 장점과 단점이 보인다"고 하셨는데
이것은 내가 보는 세상에 어떤 사람들을 채워 넣을지..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희소식이다.
이 비밀을 모르면 세상이 원래 그렇다고 여기면서 자신을 피해자로 만들 우려가 있다.
그러니까 그럴 때는 내가 투사한 내 마음의 분별이라는 것을 깨닫고나서
그것을 반대로 나 스스로에게 '아, 이것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고마운 사람, 좋은 사람들 때문에 너무너무 감사하다'는 마음을 연습하는 것이 좋다.
-혜민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