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 부산영화제 3박 4일 일정 후기

[컷님]

부산영화제 후기 작성에 사진은 체론님이 아래 별도로 올리셨네요.

아래는 일정에 따른 보고서 양식이라 지루하실 겁니다.

그래도 못 가신 분들 염장 지르고 내년에 같이 가자고 해야하기 때문에 작성합니다.

올해 미리 구입한 예매권이 5장 남아서 내년에도 가야합니다.

아직 잘 적응을 못하겠네요.

영화, 바다 그리고 전국의 영화광들과 보낸 3박 4일이란 시간이 참 그리워집니다.

매번 영화제의 마지막 영화 관람을 마치고 좌석에서 일어서는 기분은 참 씁쓸합니다.

나는 왜 영화제에서 영화를 계속 볼 수 없는 것일까? 욕망은 꿈틀거리고 현실은 참 냉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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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영화제 1일째.

올해 영화제 참석자는 4명이었습니다.

운영진 3인 (컷, song, 체론)과 song님의 어여쁘신 외사촌여동생 은정님이 참석하셨습니다.

2008년, 2009년의 카페 융성기에 10명 이상 가서 모텔방 4개를 예약했던 시절은 이제 다시 오지 않겠지만,

영화 카페로서 아직 영화제 참석을 할 수 있는 인원이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 행복이라 생각합니다.

숙소는 미리 컷의 부산 친구분의 도움으로 해운대 바다가 조망되는 한화리조트 24층에 머물렀습니다.

예상보다 좁은 침대방 1개와 거실로 이루어져 있어 다소 불편했지만,

아침마다 일어나면 창밖으로 부산 앞바다가 보이는 쾌감으로 대신할 수 있었습니다.

10월 3일 전원 KTX 기차로 부산에 1시에 도착.

바로 song님이 지극히 선호하시는 남포동 저가한식집 "숟가락 젓가락"으로 택시 타고 직행했습니다.

거의 매년 방문하는 곳이라 친숙해졌고, 주인에게 물어보니 18년된 식당이라고 하더군요.

맛집이 없기로 소문난 부산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좀 나은 정도의 식사라고 평가해둡시다.

신기하게도 우리가 식사하는 앞자리에 체론님의 친척 분이 계셔서 우연한 만남을 가지게되었습니다.

이후 체론님은 어머님에게 "같이 간 사람 무슨 관계냐?"라는 채근을 문자로 수회 받으시게됩니다.

여기서부터 체론님의 영화제 광폭-우울증이 시작됩니다.

곧바로 옮긴 곳은 전국 5대 제과점이라는 "남포동 B&C"입니다.

서울 나폴레옹 제과, 대전 성심당, 군산 이심당, 광주 궁전제과와 더불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지방 빵집이지요.

여기도 영화제때마다 들려서 새롭진 않았고, 2층에는 너무 북적거려서 편하게 앉아 빵을 음미할 수 없었습니다.

카운터를 담당하는 여주인이 빨리 자리 빼주지 않는다고 노려봐서 체론님의 기분이 상하셨지요.

영화제 숙박지 리조트를 빌려주신 컷의 친구분이 친히 남포동까지 와서 일행을 태워주겠다는데도

체론님은 굳이 혼자서 지하철을 타고 개막식이 열리는 해운대 센텀시티로 이동하겠다고 고집하여 먼저 가시고

컷과 두 여성 분은 자가용 뒷좌석에 파묻혀 단잠을 주무시는 사이 해운대 숙박지에 도착하여 짐을 풀었습니다.

리조트의 시설이 협소하다며 불만을 표하셔서 몇번이나 데스크에 호실 교체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하자,

song님은 그 분풀이로 리조트 물품인 생수와 커피 믹스 등을 사실상 절도하는 만행을 보이셨습니다.

그 전에 일차 컷에게 생수를 조달해오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하셨지요.

잠시 휴식을 가진 이후 저녁 6시경 해운대 밤바다를 거닌 3명 일행은

방파제 근처에서 하수구 냄새가 난다며 질색하셨지만, 컷은 무시하였습니다.

동시간 체론님은 인파에 밀려 개막식 레드카펫 근처에서 괴상한 여자스님 관객의 난동으로 인해 짜증이 나 있었습니다.

그나마, 옆 여자관객에게 친절하게도 잠바를 빌려주고 다음날 저녁 식사를 같이하기로 하는 작업을 수행하셨습니다.

역시 모든 여자에게 잘해주시는 체론님의 놀라운 역능은 주체할 수가 없네요. ^^

컷과 song, 은정 일행은 유명한 개미집 낙지볶음 해운대 분점에서 저녁 식사를 하였으나.

기대했던 매운맛보다는 단맛이 강한 음식에 실망하였습니다.

해운대 바다 커피집에서 체론님을 만나 숙소 근처의 주점에서 개막식 상황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숙소 귀환. 새벽 1시에 취침. 영화제의 하루가 저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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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4일 영화제 2일째.

이 날 관람한 영화 3편은 일행 4인이 모두 같이 봤으나, 좌석은 2인씩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컷은 체론님과,  song은 은정님과 같이 관람하였습니다.

첫 영화 <도모구이> 관람을 위해 영화의 전당 하늘연 극장으로 무사히 이동.

예매한 영화 발권에서 잠깐의 혼란이 있었으나, 10시 영화 관람 이후 편안하게 발권 성공.

<도모구이>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않음. 설명조의 서사에 지루함과 졸음이 반복.

두번째 영화 <마지막 군주 레오>는 영화의 전당 시네마떼끄 소극장에서 관람.

1970년 깐느 감독상 수상작이나 역시 시대의 장벽을 넘어서지 못한 당대성에만 유효함.

일행 중 다수가 전날의 음주 등으로 인해 졸아버리는 영화제 특유의 현상 발동.

유일하게 컷만 영화의 엔딩에 대해서 찬송을 보냄.

세번째 영화 <죽음의 행군>은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에서 관람.

영화 사이의 휴식 시간에 결국 다시 간식을 흡입한 song, 체론, 은정 일행.

저녁까지는 아무 것도 먹지 않겠다는 컷은 끝까지 단식 투쟁.

지극히 실험적이거나 조악한 연출에 의해 다들 좀비영화를 본 듯한 느낌으로 당일 관람 종영.

영화에 해박하신 은정님은 이 감독의 다른 작품을 보고싶다는 의견 표명.

저녁 식사를 위해 컷, song, 은정 3명은 광안리 횟집 타운으로 이동.

호객꾼들의 꼬임수에 빠져 바닷가 2층 거제횟집에서 바가지에 가까운 회 시식.

기본 반찬이 박하다는 불평부터 맥주를 연신 들이키는 능력까지.

체론님은 전일 잠바를 빌려준 초면의 여자 관객 2명과 같이 같은 횟집에 도착.

다른 상에서 즐거이 대화를 나누다가 연령 얘기에서 실수하여 파탄나서 결국 불쾌한 종점.

체론님의 영화제 우울증 연작 상영중임.

9시 30분경 광주에서 오신 바다도시님에게 <설국열차> 상금을 전달하고

해운대 유흥가 포장마차에서 역시 완전 바가지라고 할 조개구기와 해물을 각각 4만원씩(8만원)에 음주.

바다도시님과 헤어진 이후 숙소로 복귀. 영화제 둘째날이 저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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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5일 영화제 3일째.

전날 음주로 인해 밤 1시 30분경 취침의 여파가 큰 아침.

8시 30분까지 이부자리에서 나오지 못하신 체론님.

이 날은 예매의 실패로 인해 4인이 각각 다른 조합으로 영화 관람.

song님과 체론님은 <호수의 이방인>을 보기 위해 CGV 센텀시티로 가셨으나.

정작 상영장이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인 것을 9시 51분에 발견,

잘못 말해준 컷을 원망하며 제각각 발광하며 그 짧은 거리를 택시를 타고 이동.

결국 영화 상영 전에 입장, 10분만에 7층 승강기에서 내려와서 다른 건물로 이동하는 신기를 과시.

<호수의 이방인>은 게이 스릴러물로서, 체론님의 표현에 따르면 평생 볼 소세지를 다 봤다는 평.

컷와 은정님은 <빅+플로>를 롯데시네마에서 관람.

은정님은 음주와 짧은 수면 시간으로 영화를 통째로 취침에 맡기심.

디테일에도 불구하고 영화적 분위기 조성에 실패했음을 안타까워한 컷. 

첫 영화 종료 후 소향 뮤지컬센터 앞에서 파트너 체인지.

체론님은 약속 장소가 달라졌음에도 통지가 없었다고 광폭 흥분. 우울증 연작 상영중임.

컷과 song님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CGV 대형 극장에서 관람.

사운드와 스크린 등 시설에 대한 찬탄을 늘어놓으신 song님.

게다가 영화 중간중간 훌쩍훌쩍 울기까지하신 감성의 소유자

컷은 무덤덤. 의외의 작품의 재질 때문에 역시 불만제기.

체론님과 은정님은 올해 깐느의 1등 선택작인 <아델의 이야기> 관람.

특별한 의견 표명없이 3시간 동안 졸지는 않았다는 말씀.

음료 핫식스의 능력을 상찬하시는 song님의 잔소리.

세번째 영화 <그리그리>는 4인 모두 관람, 좌석은 2인씩.

너무나 간단한 영화의 줄거리에 관객들 실소를 금하지 않음.

오직 컷만이 감독의 새로운 시작이라며 특유의 알레고리론을 펼침.

나머지 3인은 이를 무시함. 감독의 전작들을 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음.

다시 광안리 해변으로 이동. 예약한 시사이드 부페.

창가 자리 임에도 실내 조명이 너무 밝아서 밤바다가 보이지 않고 광안대교의 조명만 살짝 보임.

토요일 저녁 식사 시간인데도 손님이 거의 없는 상황.

방사능 공포인가, 식당 자체의 문제인가 설왕설래.

체론님과 은정님은 간단한 3접시 식사 종료.

song과 컷은 끝까지 10접시 사수. 컷은 소화제도 복용. 9시 식사 종료.

식사를 마치고 광안리 해변 놀이기구에서 갑자기 바이킹을 타자는 체론님의 제안에 당황.

컷을 제외한 3인이 결국 탑승.

컷은 놀이기구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소년원 제자를 우연히 발견, 서로 눈인사를 나눔.

열심히 일하고 있는 제자의 모습에 나름 흐뭇해짐.

문제는 바이킹 이후. 체론님은 급 안색이 안 좋아지면서 겨우겨우 택시 탑승하여 부산역으로 이동.

체론님의 영화제 우울증의 최종 도착지로서 매우 안타까운 상황.

은정님 역시 속이 매우 메스꺼워지는 상황 발생.

체론님의 부산역 도착 전화를 받고 다소 안심. 나머지 3인은 숙소 안착. 영화제 세째날 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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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6일 영화제 4일째.

컷의 실수로 날려버린 song님의 10시 영화 예매를 위해 조금 일찍 숙소에서 출발.

앗, 길가에 보이는 해운대 해변 하프 마라톤 대회로 인해 택시가 움직이지 않음.

결국 중간에 내려서 지하철을 탔으나, 건너편으로 내려와서 다시 건너감. 컷의 조급증 발생.

센텀시티 지하철 내 물품 보관함은 완전히 꽉참.

반환표를 구하기 위해 song님 먼저 출발.

컷의 기지로 가방 등을 일단 백화점 내 지하 1층 보관함에 넣음.

첫 영화 <호수의 이방인>을 보기 위해 컷과 은정님은 승강기 탑승.

그러나, song님이 표를 구하지 못했다는 연락에 컷은 영화 포기.

발권처에서 서성이는 song님을 만남.

10시 표를 판매하려하자 몰려두는 인파들.

자원봉사자가 그들을 가위바위보 시켜 판매.

그 중 한 중년남성이 악착같이 구매자에게 다가가 다시 재구입함.

컷은 다음 영화인 코엔 형제의 신작 역시 포기하고

song님과 동일한 <또 하나의 가족>을 현장 매입.

코엔 형제의 신작 티켓은 젊은 여성분이 구매함.

다음 영화 상영시까지 컷과 song은 백화점 주변을 서성거리며 조식 해결.

마침 비가 오고 있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가 불편함.

<호수의 이방인>을 보고나온 은정님과 만나서 백화점 옥상 공원으로 이동.

은정님의 전언에 따르면, 컷의 표를 구매한 중년남자가 옆자리에 앉아서

영화 내내 다리를 떨며 게이 성애 장면이 나오자 소리를 지르거나 노래를 해서 관람 포기 상황 발생.
그나마 한칸 너머 자리에는 과자를 부스럭거리며 먹는 관객까지 출현.

그 중년 남성이 게이일거라는 컷의 기이한 성적 차별 발언을 지적하는 song님의 현명함.

1시간 남짓 이야기를 마치고 은정님과 이별.

은정님은 코엔 형제의 영화를 보고 곧바로 광주로 이동.

컷과 song은 <또 하나의 가족> 관람. 예상했던대로 사회드라마의 아쉬운 전형에 머뭄.

마지막 식사로 복국과 돼지국밥 사이에서 실갱이를 벌이던 컷과 song은 결국 백화점 내 분식으로 직행.

비가 내렸고 교통편이 다소 불편해서 해운대 해변으로의 이동을 포기함.

식사 이후 구포역으로 이동, 조금 빠른 출발 기차를 예매하려 했으나, 불발.

구포역에서 낙동강을 바라보며 1시간 남짓 보냄.

컷은 대전역에서 내리고, song은 서울역으로 감.

관사로 복귀하는 발걸음이 무척 무거워진 컷.

버스 정류장 앞 바나나를 파는 늙은 아저씨는 술 취한 채 드러누워 노래만 부르는 영화같은 장면을 보임.

부산영화제의 일정 종영. 보지 못한 영화들이 떠오름.

예매부터 계획하고 출발하여 도착까지 시간은 정말 빨리 흐른다. 다시 영화제에 갈 수 있을까.

[체론]

호수의 이방인, 아델의 이야기 다 재미있었습니다.
놓치시다니
여러가지 많이 챙기시느라 고생많으셨어요~

[컷님]

고생이야,,,어디 머리 어지러운 체론님만 하겠어요...그래 <컨저링>은 즐겁게 보셨나요? 이 참에 연애 전선으로 뛰어드시길

[바다도시]

쭉 읽으면서 많이 웃었네요.
광주 '궁전제과' 대목에서는 컷님의 얼굴을 다시 떠올려 보았답니다. ^ ^
여튼, 영화제는 마약인 것 같다는...

[컷님]

빵이나 한번 주시고 그런 말씀을....

[frost]

긴 후기 재밌게 잘 읽었네요~

[컷님]

저희들만 가서 죄송하군요.

[일루미나타]

워크샵 파동만 아니였어도 ㅠㅠ

[컷님]

저도 영화표 없어서 영화 한편 놓쳤다는...

[올랭피아]

내년에는 같이 갈수있길..

[컷님]

에이미랑 몰리 외가집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