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 임영조
하늘나라에는 요즘
달포째 忌中이다
검은 베일로 만면을 가린 채
억장이 무너지는 天帝의 슬픔
그 주체못할 눈물이
온나라에 주룩주룩 빗금을 친다
날개가 촉촉히 젖은 꿈들이
지루한 후렴으로 다시 젖는다
폐하, 그만 고정하소서
억조창생이 조아려 애도하고
읍소를 거듭한들
저 통한의 곡성은 막을 수 없다
이따끔 역정을 내듯
뇌성벽력으로 천하를 일갈해도
혼자 잘난 자들은
아직도 그 까닭을 모르고
내 이제 禁足令을 선포하노니
너희는 모두 독 안에 든 쥐
괜히 허튼 수작 마!
함부로 날뛰면 무차별 난사
누가 어디를 가든
조준한 총구는 백발백중이므로
아예 射線을 넘을 생각 마!
이미 교통은 두절되고
전화도 불통 연애도 불통
오늘도 視界는 제로라니까
해는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간다고 믿어도 좋다
다만 고성방가나 외출을 삼가고
일체의 집회도 자제하도록
잠시 관뚜껑에 못질소리 그치고
서풍에 쓸리는 검은 베일 사이로
문득 喪主가 보인다
한여름 더위에 뜨고
오랜 탈수증에 시달린 天帝
수척해진 얼굴이 더 눈부시고 반갑다
그리운 것은 왜
저렇게 서럽고 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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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송하는 詩
장마 - 임영조
미선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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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6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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