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거울에 비추는 내 얼굴 노랗게 각인이 되어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다. 저 얼굴 생소하여 처다 보니. 그 도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너는 누구냐 한다. 나 ,나는 누군가 바로 네가 아닌가하니, 그도 나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바로 네가 아닌가 한다. 그는 나와 똑 닮았다. 그는 나만 처다 보지 다른 것을 보지 못한다. 내 하는 대로 한다.
그녀를 깊숙이 쳐다보면서 어디서 여기까지 흘러 들어왔는가 하고 가만히 그 속 눈 섶을 쳐다보니 희한하고 재미있다. 저게 그녀가 육십 평생을 이끌고 온 얼굴이란 말인가 싶었다. 찬찬히 들어다 보면서 찬찬히 뜯어보니 그런 대로 아직은 쓸 만하다고 생각을 하고 얼굴 표정을 지어 보았다.
십대에는 일부러 거울 앞에 앉아서 세상을 비웃는 듯 한 표정을 지어 건방진 표정을 짓는 연습을 하였다. 입은 약간 실그러지는 표정을 짓고, 눈은 내려 깔고 다녔다. 거울 앞에서 앉아 표정 관리를 하면서 학교를 다니었다. 친구들과 급우들이 “네가 뭐가 그리 대단하니” 놀려대던 생각이 난다.
미아리 고개를 넘으면 오른쪽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던 그 학교에 다닐 적에는 그런 표정관리를 하고 다녔다.
내 친구를 따라 다니던 다른 학교 남학생이 교실까지 따라 들어와 친구를 치근댔다. 나는 “얼굴도 못생겨 가지고” 하고 중얼거렸다. 사실은 그 남학생 되게 못생겨 보였다. 그러자 그 남학생이 금방 얼굴에 벌겋게 달아올라서, 앉아 있는 나의 뺌을 느닷없이 딱 하고 올려 부치니 나는 갑자기 얻어맞고 벌떡 일어나서, 그 남학생 얼굴을 한 대 올려 부쳤다.
공부시작 전이라 교실은 빈자리 없이 꽉 차고 담당 교수님을 기다리기 있는 중이다.
학생들은 어떻게 될까하고 호기심으로 자리에 앉아 주시하여 보고 있었다. 나는 교실 안에 가득한 학생들 보기에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어떻게 되겠지 하고 용기를 내여 한 대 먹이었다. 이남학생 얼굴이 벌겋게 달아서, 씩씩거리더니 의자를 들어서 내던지고 책상을 들어서 내던지는 것이다.
그제야 우리 반 남학생들이 일어나서 뜯어말리어 교실 밖으로 내 보내었다. 나는 한 동안 그 남학생을 피하여 다니면서, 되도록 혼자 안 다닌 적이 생각이 난다. 그만큼 얼굴이 문제인 것이다. 얼굴이 나를 표현하는 도구이니, 그 표정하나 가지가 그 사람의 인격을 내다보고 직업도 점치기도 하고, 무슨 용무가 있는지 짐작을 한다.
더러는 자기를 포장을 하고 위장을 하여 전혀 읽어 볼 수 없지만, 그런 것은 인생의 사기꾼이다. 언젠가 들어 날 자기 인격을 잘 포장을 하여 거룩한 척, 높으신 인격자처럼 보인다고 하여도, 그 사람과 대화를 몇 번 나누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것을, 포장 해 보았자 오십보백보 아닌가. 얼굴 표정을 읽지 못하여 더러는 황당한 일을 당하기도 할 때도 있다. 사모아에서 흑인이 아주 까맣게 보여 “저 사람을 아주 밤중이네” 하였더니
" 나 밤중 아닙니다." "아침입니다 " 하여 그 자리를 도망쳐 나온 적이 있다.
우리 집에서 보는 내 얼굴은 나 혼자 보아서 인지 그런 대로 보아 줄만 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공항 대합실이나 공중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고 내 얼굴을 보면 왜 그리 못생겼는지 보아 줄 수가 없다.
어디 늙어빠진 할망구가 서서 한심스럽게 나를 쳐다보면서 "왜 쳐다봐 늙은 것 처음 보아" 하는 게 아닌가, 나도 너 보고 싶지 않다. 얼굴을 돌리다가 다시 쳐다보면 굵은 주름살에 검어 죽죽 햇볕에 탄 얼굴이 서있다. 그 늙은 할망구에서 나는 도망쳐 나온다. 그래서 대합실이나 공중 화장실에서는 내 얼굴을 보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보기 싫어지는 거울이다. 거울 앞에 서면 거울은 내 심상도 뚫어 보는지 어디 또 불편하구나 하는 것 같다. 거울은 얼마나 영리한지 내가 감추려고 한 생각까지 지적하여 준다.
저 얼굴 나이 값을 하여야 할 텐데 하고, 거울을 보고 얼마 전부터 웃는 연습을 하여 보았다 .그게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분간이 안 되어 저녁에 퇴근하는 남편에게 써먹어 보려고 "여보 인제 오시오" 하고 씩 웃어 주니, 저 할망구 어디 아프나 하는 표정으로 "어디 아파" 한다. " 아니" 하면서 내 웃음 아직 합격이 아니구나 싶어 실소를 하였다.
내 친구는 남편에 바람을 피우고 나서 거울 앞에 앉아서 웃는 연습을 몇 달을 하고 나니 웃는 모습이 잘되어 지더라는 것이다.
평소에 눈두덩이 부석부석하고 얼굴이 길어 입을 다물고 있으면, 골이 나서 부어터진 여편네로 보여 오해를 많이 샀다고 한다. 못생긴 얼굴이 재미없어 바람을 피우나 싶어 부석부석한 눈을 쌍꺼풀 만들고 나니, 부어터진 얼굴 인상의 확 달라지고 선한 모습이 되고 눈이 예쁘다 소리 들어 안심을 하고, 거울보고 웃는 연습을 하고 남편 들어 올 때면 하늘하늘 봄바람 일 듯이 옷을 입고 씩 웃고 "여보 인제 오세요." 하니
남편 왈 “내가 바람피우기를 잘 한 모양이구나." 중얼거리면서 "응 알았어." 말을 맺지 못하고 방으로 들어가더라는 이야기를 오래 전에 들었다.
내 얼굴을 보고 있자니 늙기는 늙은 모양인데 늙은이가 성형수술도 못하겠고, 할 수 있는 것은 웃어 주는 것이다. 싶어 거울보고 씩 웃어 보는 연습을 하여 실행에 옮기어 보아도 영 어색하여 내 것이 아니 것 갔다.
막내딸은 "어머니 왜 그래요" 한다. 허파에 바람이 들어간 사람 같아 보이나 보다. 그렇게 연습하다보니 마음 편해진다. 화나고 짜증나는 일 잘 넘어 갈 수가 있었다. 늙어 가면서 다른 것은 할 것이 없고 본격적으로 환한 웃음을 내 것 만들려고 올 봄부터 연습을 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내 친구는 내 속셈도 모르고 주름살 늘어나는데 쓸데없이 "하하 호호 웃지 마 주름살 하나라도 더 늘어난다" 한다.
그라거나 말거나 교회에서나, 집에서나, 먼저 내가 씩 웃어 주면, 어디 고개를 돌리겠는가, 그러다 보면 내 안의 모난 부분이 깎이어 지겠지 싶어진다. 그러나 아직도 멀고 먼 길이다. 내 얼굴 책임지고 남은 인생 살아 보기로 작심하니 세상이 밝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