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옛거리를 걷다
일제시대 가옥 및 사찰 등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는 역사의 현장
군산에는 일제 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의 풍광을 간직한 건물들이 즐비하다. 그래서 과거를 배경으로 한 영화촬영지로 인기가 많다. <8월의 크리스마스>, <타자>, <변호인> 등 많은 영화를 군산에서 촬영했다. 살아 있는 오픈세트장인 셈이다.
일본식 가옥이 많은 근대역사문화거리, 히로쓰가옥, 경암동 철길마을, 해망동, 군산 내항, 고군산군도의 섬 등은 여러 영화에 등장하였고, 1980년대 이후로 약 100여 편의 영화가 군산에서 촬영되었다. 영화 장면을 떠올리며 타박타박 군산거리를 걸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군산에는 현재 무려 170여 채에 달하는 일본식 가옥(적산가옥)이 남아 있다고 한다. 낡을 대로 낡아 손만 대도 바스러질 듯 위태한 집들도 있지만 주인의 손길이 부런히 닿아 지금도 원형을 잘 간직하고 집들이 많다. 낡고 눈에 익은 듯 보이지만 우리 주택과는 다른, 이색적인 느낌을 주는 집들. 근대문화역사거리에서는 관공서나 회사건물로 쓰이던 건물들을 박물관이나 전시관 등으로 잘 단장해 놓았다.
당시의 생활상이나 건축양식도 엿보고, 일제강점기 군산의 아픈 역사를 되새기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 최근에는 식당이나 카페, 전통찻집으로 개조한 집들도 생겨나고 있다.
일제는 쌀을 효율적으로 수탈하고 모아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해 1907년 군산항을 축조하고, 1908년에는 호남평야의 중심인 전주에서 군산을 곧장 연결하는 전국 최초의 포장도로를 냈다. 1912년에는 익산-군산 간 철도가 건설되면서 쌀의 집적이 더욱 용이해진 까닭에 연간 200만 석 이상의 쌀이 일본으로 반출되었다고 한다. 현재 근대문화역사거리에는 군산 내항과 해망로 사이로 붉은 벽돌과 화강암으로 지어진 옛 군산세관을 비롯해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 등 적지않은 일제의 잔재들이 남아 있다.
또, 군산여행에서 빼놓지말아야 할 곳 중 하나인 동국사는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일본식 사찰이다. 일제강점기에 군산에만도 5곳에 이르렀다고 하나 현재는 동국사가 유일하다.
1913년 일본인 승려 우치다가 '금강사'라는 이름으로 지은 사찰이었으나, 해방 이후 남곡스님이 '동국사'로 사찰명을 바꿔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사진에 관심이 있거나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유명한 '경암동 철길마을'도 빼놓을 수 없다.
골목 사이로 난 좁은 철길과 옹기종기 지붕을 맞댄 집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그야말로 빈티지한 멋이 있다. 오랜 이야기가 하나씩 풀려나올 것 같은 감성을 자극하는 곳이다.
군산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으로 짬뽕을 꼽는 이들이 많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짬뽕집들, 일명 4대 짬뽕집의 타이틀을 가진 중화요리집들인데 '복성루'는 그 중에서도 첫손에 꼽힌다. 복성루 짬뽕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짬뽕'은 군산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다.
복성루 만큼이나 유명한 곳이 또 있다. 바로 '빈해원'이다. 1952년에 문을 열어 군산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집으로 군산 기네스에도 오른 곳이다. 화교 출신 주인장이 여전히 건재하다.
군산에는 '이성당'라는 이름의 빵집도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라고 한다. 1920년대 일본인이 경영하던 화과점에서 1945년 해방 후 이성당 빵집이 시작되었다.
이성당을 대표하는 빵은 단팥빵과 야채빵이다. 주말이면 이성당 빵을 사기 위해 가게 밖으로 수십미터 줄을 설 정도이다.
군산 옛거리에는 고풍스런 카페도 많다. 특히 일본식 건물을 개조한 카페를 보면 일제 강점기 우리민족의 아픔이 되살아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카페 마리안느'는 1930년대에 지어져 창고로 쓰이던 건물이었는데 해방 후 주인장이 카페로 개조했다고 한다. 외관은 낡았지만 안에 들어서면 높은 천장에 짙은 밤색의 대들보가 훤히 드러나있는 시원스러우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주는 일본식 건물이다.
군산 골목길을 여기저기 돌아보는 것도 잔잔한 재미와 운치가 있다.
폐가 담벽을 수놓은 담쟁이덩굴과 버려진 문짝 등이 군산의 세월을 말해주는 듯 하다.
버려진 집들이 운치가 있다는 건 분명 역설이다. 왜정시대나 한국전쟁 후의 어려웠던 시기에 대한 회한의 감성인지도 모른다.(사진/임윤식)
* 위 군산소개 내용은 <군산여행 레시피>(김주미 저, 펴낸곳 즐거운 상상)에서 대부분 발췌인용하였으며, 사진은 필자가 직접 촬영한 것임을 밝혀둠.
첫댓글 군산이 은근 둘러볼데가 많은데 요소요소 다 가보셨네요.
일본 가옥이 그렇게나 많은지는 몰랐습니다.
전주 군산 익산 묶어서 여행지로 추천하고 싶은 고장인데
덕분에 잘 봤습니다^^
그린다님, 반갑습니다.
좋은곳 소개 감사합니다.
철길마을과, 복성루 친근 합니다.
철길마을은 촬영하느라 익숙해요.
일본식 사찰 궁금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일본식 사찰이지요.
내고향 군산을
아주 자세히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어릴때 저도 일본적산가옥에서 살았었답니다. ㅎ
잠깐 첨언하면
쌀약탈 당시 군산에서의 쌀 거래가격이
일본의 쌀값 시세를 좌지우지했다고 합니다.
얼마나 많은 쌀을 수탈해 갔는지 짐작을 할수 있죠,
또한 단팥빵으로 유명한 이성당 빵집은
서울 잠실롯데백화점 지하 2호선 지하철 입구에 분점도 있어요.
근데 제 기준으로는 다른 빵들이 더 맛있음. ㅎ
군산과 선유도쪽 여행은 1박2일은 해야 제대로 볼수 있습니다.
동네 사람들만 아는 맛집이 은근히 많이 있어요.
좋은 여행 되시기 바랍니다. ^^
최정관님, 군산이 고향이시라니 더욱 반갑습니다. 잠실분점도 종종 이용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