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창령사(寧越蒼嶺寺)
나한상미소(羅漢像微笑)
천진난만무구안(天眞爛漫無垢顔)
선정삼매환희소(禪定三昧歡喜笑)
삼독번뇌진소멸(三毒煩惱盡消滅)
각면인인여불용(各面人人如佛容)
<和翁>
천진(天眞)
난만(爛漫)한
티 없는 얼굴은
선정(禪定)
삼매(三昧)에 든
환희소(歡喜笑)일세, 그려!
삼독(三毒)
번뇌(煩惱)가
다 소멸(消滅)되고 나면
사람마다
각각 얼굴이
부처님 용안(容顔)을 쏙 닮네, 그려!
갑진년 봄철 하룻밤 해인사 도반 모임 나들이에서 얻은 소득은, 크다. 땅속에 묻혀있던 미소를 보아서다. 대구 만불사 회관에서 동쪽 창문을 열자 나한상이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포근해지는 낯익은 나한상의 부처님 미소가 보여 놀랬다. 미소의 나한상은 강원문화재연구소가 2001년과 2002년에 두 차례에 걸쳐서 영월(寧越) 창령사(蒼嶺寺) 폐사지(廢寺址) 터에서 석조(石造) 나한상(羅漢像) 317구(具)를 발굴(發掘)하고, 2017년과 2018년에 춘천박물관(春川博物館)에서 오백나한상(五百羅漢像) 특별전시회(特別展示會)를, 가졌다고 한다. 발굴 당시 나한상들은 목이 부러지고 파괴가, 되어 땅속에 묻혀있어서 처참한 광경이었다고 한다. 창령사와 나한상은 폐사지에서 발굴한 것이기 때문에 옛날에 있었던 사찰이 폐사지로 남았는지는 그 사연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한상 석 재료는 단단한 화강암인데 머리가 부서진 나한상이 많은 것으로 보면 숭유배불(崇儒排佛)을 정책을 폈던 이조(李朝) 500년을 거치면서 수난사(受難史)가 어림, 짐작이 간다. 불교에서 나한은 사과(四果)를 증득(證得)한 아라한(阿羅漢)을 말한다. 부처님 당시 초기 교단에서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60명의 아라한이 전도단(傳道團)을 결성하여 인도 각 지방으로 펴견할 때 전도선언(傳道宣言) 전법선언(傳法宣言)을 한다. “나는 인간 사회(manussā)와 신성(神性 dibbā)으로부터의 모든 질곡(桎梏)과 구속에서 해방되었다. 그대들 또한 나와 같이 모든 질곡과 구속으로부터 자유롭다. 비구들이여!
그러니 이제 ‘인간과 신들(devamanussā)의 이익(attha)을 위해 세계에 대한 큰 자비심(lokānukampa)을 가지고 많은 종류의 대중의 복지(bahujana-hita)와 많은 부류의 대중의 행복(bahujana-sukha)을 위해 널리 돌아다녀라. 그래서 두 사람이 한 길을 가지 말라. 비구들이여,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마지막도 좋은, 조리 있고 적절한 표현으로 법을 잘 설하라. 그리고 안팎(내용과 형식)에 있어 무엇이 순수하고 완전한 행위와 삶의 완성인지를 보여주고 설명하라. 중생(sattā) 가운데는 아직 때 묻지 않아 법을 알아들을 사람도 많다. 그들이 법을 듣지 못한다면 구제받지 못하고 퇴보할 것이다. 그러나 법을 들으면 곧 이해하고 깨달아 나아가게 될 것이다. 비구들이여, 나 또한 법을 설하기 위해 우루벨라의 세나니 마을로 갈 것이다. 이같이 일체중생(一切衆生)에 대한 자비심(慈悲心)으로 아라한(阿羅漢)이 중심이 되어 대대적으로 펼쳐진 대 사회적(社會的) 교화(敎化) 활동(活動)은 불교(佛敎)의 사회적(社會的) 실천운동(實踐運動)의 핵심(核心)으로서 불교(佛敎) 역사상(歷史上) 가장 획기적(劃期的)인 사건(事件)이다. 개개인(箇箇)과 사회(社會)의 성중화(聖衆化)를 위한 가장 전면적(全面的)이고 본격적(本格的)인 대사회적(大社會的) 전법운동(傳法運動이다. 따라서 아라한(阿羅漢)은 가장 적극적(積極的)인 사회참여(社會參與)의 실천자(實踐者)로, 자리적(自利的)이기만 하고 이타적(利他的)이지 않았다는 인식(認識)은 재고(再考)할 필요(必要)가 있다. 아라한(阿羅漢) 가운데 한 명인 부르나(富樓那) 존자(尊者)는 죽음을 각오한 사회적 실천 운동의 모습을 보여줌은 초기 경전에 잘 나와 있다.”
대승불교권(大乘佛敎卷)에서는 아라한은 개인적이고 자리(自利)적인 수행자상(修行者像)이라는 편견(偏見)을 갖는 경우가 많다. 전법도생(傳法度)이 아라한(阿羅漢)의 사명이었다. 오늘날 한국 불교교단(佛敎敎團)은 성찰하고 각성해야 점이 많다. 창령사 폐사지에서 발굴된 나한상마다 보면 천진난만한 티 없는 미소에 매료되고 만다. 보면 볼수록 이웃집에 누나 얼굴도 있고, 아주머니 얼굴도 있고, 형님 닮은 미소도 있고, 마음씨 착한 마당쇠 얼굴도 있고, 마냥 어리광을 다 받아주던 우리 엄마 얼굴도 있어서 더욱 편하고 좋다. 다른 사찰 나한상은 접근하기 쉽지 않은 우락부락 굳은 얼굴들인데, 창령사 나한님들 상을 늘 상 보던 우리 이웃 얼굴을 닮아서 좋다. 창령사 절터가 세상에 발견된 것은 드라마 한편 같다고 한다. 이 절터의 소유자는 김병호씨 인데, 부인은 원주에서 지금도 무속(巫俗)에 종사하는 무녀(巫女)라고 한다. 무병(巫病)을 앓다가 꿈에 선몽(先夢)을 받고 이곳 절터에서, 기도(祈禱)하고 몸이 씻는 듯이 좋아져서 이곳 땅을 구매(購買)하여 집을 지으려고 땅 구덩이를 파다 보니, 돌덩어리가 많이 나와 파서 개울물에 깨끗하게 씻었더니 얼굴과 옷을 표현하는 모습들이 보여서 강원도 문화재연구소에, 신고를 해서 2001년과 그 이듬해에 두 차례에 걸쳐서 발굴하여 317구의 나한상이 발견되어서 현재 강원도 기념물 81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한 폐사지에서 이렇게 많은 수의 부처님상과 나한상과 미래불인 미륵불상과 과거불인 제화갈라보살(提華鞨羅菩薩)로 추정되는 불상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나한군상(羅漢群像)의 모습은 우리의 군상(群像)을 쏙 빼닮아서 보기만 해도 친밀감(親密感)과 친근감(親近感)이 든다. 그저 흔히 자고 나면 서로 만나 안부 묻고 인사하는 이웃들의 평범한 얼굴들이다.
보면 볼수록 누구, 누구 얼굴 같다고, 무궁무진(無窮無盡)한 이야깃거리(storytelling)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창령사 나한군상은 더욱 편하고 좋다. 아마 추측 추량컨대 옛날 창령사에서 나한전 조성 당시 시주(施主)하신 불자님들 얼굴을 그대로 본떠서 나한상으로 조성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저리도 우리 이웃들의 얼굴을 쏙 빼닮았겠는가? 강원도 겨울은 날씨가 추우니 머리에 망토를 쓴 누나 얼굴도 있고, 가을철에 미리 짜둔 털모자를 쓴 이웃집 아저씨 얼굴도 눈에 띄고, 신심 깊은 노보살님이 집에서 이불 덮어쓰고, 앉아 염불하는 모습도 보이고, 강릉 오일장 장터에 가려고 얼굴에 분 단장하고 입술에 빨갛게 립스틱 바른 할머니 얼굴도 있고, 선방에 단정히 앉아서 선정에 든 선방 수좌 상도 보이고, 얼굴은 잘려나가 앉은 자태는 저마다 수행하는 모습들로 조성이 되어서 많은 연구가 필요한 귀중한 우리 불교 문화자산인 셈이다. 내일 모래면 시집가려는 낯가림하는 옆집 누나의 빼꼼히 내다보는 얼굴에서는 무한 감정과 환희의 느끼는 나한상 단상이다. 화옹은 그래서 감동 감회가 하도 많아서 청량사 나한상을 보고 느낌을 칠언절구(七言絶句) 게송으로 지어서 얼 벗님들께 게시하여 봅니다. 얼벗님들! 천진난만한 창령사 나한상 미소를 닮아 가시면 하루, 하루가 행복한 삶이 될 겁니다. 찬찬히들 보고 한번 웃으시면 바로 걱정 없는 편안한 극락정토가 눈앞에 보일 겁니다. 나한상 미소 단상입니다. 여여 법당 화옹 합장,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