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질병을 연구하는 의사인 동시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있는 불자다. 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질병의 근원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면서 첨단 현대의학마저 극복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한계를 절감하는 동시에 진정한 치유를 위한 퍼즐의 다른 한 조각이 어디에 있는지를 늘 고민해 왔다.
나는 조직 진단을 담당하는 병리의사로서 주로 암환자의 진료에 참여해 왔으며 암의 병태생리에 대해 연구도 병행해 왔다. 암환자들이 질환 그 자체보다도 훨씬 더 큰 육체적, 심리적 고통을 겪는 모습을 많이 보아 왔고 그들이 좀 더 나은 임상 경과를 보일 여지도 충분이 있었음을 느낀 적이 많았다.
군의관 훈련 시절에 군법당에서 맺은 불연을 시작으로 나름의 공부를 시작하였고 3년 전부터는 청주 혜은사 덕산스님으로부터 염불선 지도를 받아 정진을 이어가고 있는 불자로서 암에 대한 의학적 식견과 아직 눈을 뜨지는 못하였지만 여러가지 경로로 듣고 익힌 부처님의 가르침을 토대로 진정한 치유로 가는 퍼즐의 완성에 대하여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암에 대한 연구를 하다 보면 통계적인 법칙을 벗어나는 경우를 가끔씩 본다. 췌장암 4기면 평균 기대 여명이 몇 년, 이런 식의 통계는 수많은 환자의 임상 경과를 관찰 및 기록하여 내려진 결론으로 대부분의 환자에게 잘 들어맞는다. 우리는 이것을 과학이라고도 하고 의학이라고도 한다.
같은 췌장암을 예로 들면 원격 전이가 없어서 수술이 가능한 경우는 근치적 절제를 시도하게 되고 그렇지 못하면 항암제에 의존하게 된다. 이런 치료적 접근 또한 오랜 경험과 관찰으로 입증되어 표준 치료로 자리잡게 된 부분이다. 그러나 가끔씩은 이런 법칙을 깨고 기적적으로 완치되거나 놀라울 정도로 좋은 임상 경과를 보이는 사례를 나는 접할 수 있었다.
그러면 이런 예외적인 사례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과연 우리가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의학 이외의 변수는 존재하는가? 만일 그렇다면 그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암환자 본인과 그 가족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생사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해답의 실마리는 이 글의 제목에 있다. 환자는 병원 문을 나서면 무엇을 하는가?
병원 진료실에서 암환자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다. 특히 ‘3분 진료’를 하지 않으면 병원 경영이 어려운 극도의 저수가에 시달리는 우리나라에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영상 검사 자료를 검토하고 상황 판단을 하여 환자에게 다음 단계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몇 가지 옵션을 제시하고 질문을 받는 데 3분 이상을 쓸 수 없다.
많은 진료실에서 의사가 환자와 눈을 맞추고 인사를 하는 아주 기본적인 정서적 교감조차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는 나의 기대 여명이 어느 정도 되고 지금 가용한 선택지는 무엇이 있는지 정도의 냉정한 정보만 얻어서 진료실을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환자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에 좌절하고 절망하며, 분노를 느끼거나, 현실을 부정하기도 하고 자포자기에 빠지기도 한다. 대부분 부정적인 감정의 수렁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상담의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돌아다니는 소위 ‘healer shopping’ 을 하기도 한다.
다행히 환자가 현재의 상황을 차분히 받아들이고 치료를 시작하더라도 집에 와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지는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부분, 즉 환자가 병원 문을 나서면 무엇을 하는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모른다. 심지어는 많은 암 전문의들도 그러하다.
△ 김지훈 교수는1999년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2009년부터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교수로 재직 중인 병리전문의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2년간 하버드 의대 부설 다나파버 암연구소에서 박사 후 연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법우회장 소임을 맡고 있다.
[불교신문 제3750호 / 2023년 1월 1일자]
첫댓글 김지훈 교수 불자님
경이롭습니다
부처님 심성으로
치료 하시니 결과는
대성공으로
호평이 자자할듯해요
좋은글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