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에요?"
"총 이만칠천칠백삼십원입니다, 손님."
"뭘 그렇게 많이 사~."
"네가 적게 산고야~."
".........쏠려."
"너 겨우 만팔천원치밖에 안샀잖아!"
'그게 겨우냐? 난 아주 살점이 뜯겨나가는 고통을 견디며 거금을 들여 산 물건들이라고! 네가 부자니깐 딴사람도 다 부자로뵈냐![버럭버럭]'
흐느적(?)거리는 하늘색 끈나시와 역시나 흐느적(?)거리는 하늘색과 파란색이 섞인 치마에, 끈으로 칭칭묶인 높은 굽 하이힐에 찰랑거리는 블루블랙머리를 한 진시애. 그 옆에 있는 청순한 허리까지 오는 검은 생머리에 민소매딸기무늬티, 그리고 구제청바지를 입은 민소유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말싸움을 하며 커다란 할인 대형매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출구에 다다랐을 때쯤, 소유가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이 났다는 듯이 시애를 붇잡으며 소리쳤다.
"야, 시애야! 오늘 점심 뭐 먹을꺼야?!"
"귀청떨어져...네가 사 줄꺼야? 응~고마워라."
"내가 뭐, 오늘만 특.별.히 사줄게."
"네가 점심도 다 사네? 해가 아마 동쪽으로 질 것 같아 오늘은."
"내가 순 구두쇠인줄아냐...[발끈]"
'...응...넌 바닷물+자린고비+구두쇠야...구.두.쇠... 그것도 보통구두쇠가 아닌 아~주 흔하지 않은...눈씻고 찾아봐도 정말 찾아보기힘든...부.자.구.두.쇠.'
시애는 갑자기 자기가 산 쇼핑백에 들어있는 찢어진 청바지와 낮은굽의 갈색구두, 그리고 민소매줄무늬티를 뒤적거리며 무엇인가를 찾는듯 하더니 다시 소유에게 고개를 획돌려 이야기 한다.
"이옷입고 어디 갈꺼야?"
"미안하지만..."
"...............?"
"아무곳도 가지 않을거야.."
시애는 화가 발끈 솟았는지 목에 핏기를 세우며 가만히 째려보았다. 점점 얼굴도 상기되는 듯 했다. 그런 시애를 보며 소유는 조용히 즐기는 듯 하면서도 미안하다는 듯한 이상야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
"...........들........"
"엉? 에엥~? 뭐라고?"
"너 파리냐? 사약을 들라고..."
"뭐냐? 나 다먹었어 간다."
"뭘다먹어...고기한조각 집어먹어놓고...요새 부자들은 그렇게 칼질하냐? 난 처음봤는데."
소유는 미간을 찌푸리며 시애를 잠깐 째려보았다. 활짝 웃는 시애의 얼굴을 보며 씁쓸..하기보다는 억지로 웃는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 다시 털썩 주저앉고 칼질을 한다.
....
......
...
"다먹었냐?"
"응. 덕분에 잘먹었다."
"야..저기 아이스크림판다."
"먹고싶어?"
"응."
"가서 사먹어."
'가서 사먹어'라는 시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소유가 시애를 획 돌아본다. 시애는 그 눈빛을 애써 피하려는 듯 하였으나 마지못해 소유를 다시 쳐다본다.
부담스러웠는지 시애는 다시 딴청을 피우며 다른곳을 구경하는듯 휘휘 고개를 내저었고, 소유는 그게 못마땅했는지 옆구리를 꾸욱찌르며 아이스크림 파는 상인앞으로 빠르게 후적후적 걸어나간다.
"....많이화났냐.."
시애는 아이스크림을 사고 돌아올줄 알았던 소유가 그냥 가버리자,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상기되며 때에 맞지 않는 뻘쭘함을 느끼며 자신도 혼자 버스에 올랐다.
.....
...
..
......
.....
..
...
시애는 역시나 집에 도착하자마자 대충 샤워를 하고 컴퓨터부터 한다.
'모니터를켜고~메신저를켜고~컴퓨터를 켜고~오예~.'
시애는 자신이 매신저를 켜자마자 나타나는 광경에 그로 경악을 금치못했다. 한참동안 얼이 빠진 듯 멍~하게 모니터를 쳐다보는 진시애의 앞에 있는 그 화면의 내용은...
{부재중 쪽지 42통}
'지금까지 온 쪽지가 42통씩이나? 내가 접속해 있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많은 쪽지를 보낸다면... 한가지 이유 뿐이지... 아주 급한일..'
우선 하나하나 떨리는 손가락을 움직이며 쪽지를 하나하나 볼때마다 시애는 더욱더 경악을 하고 만다.
+야+
+야 씹냐?+
+신발, 씹지마라?+
'내가 언제 씹었니..당신 메신저맹이오..난 분명 접속하지 않았다고.....'
+누군데?+
시애는 혹시 그 사람이 아직 접속해있는가 싶어 답쪽지를 보냈다. 그리고 한참동안 쪽지를 끄는데 열중하는 순간, 다시 그 답쪽지가 왔다. 시애는 얼굴을 찌푸리며 짜증내는 듯 하다 그 답쪽지인것을 확인하고 얼른 인상을 편 채 답쪽지를 봤다.
+시애! 나 소유! 모류술집가자! 거기 옆에 있는 골목으로 와!+
소유라면 시애에게 씹냐고 욕을 하지는 않았을...리는 없다. 소유는 사이버세상에서는 시애에게 막 욕을 해대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그런지 쉽게 의심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긴장을 푼 채 답쪽지를 보냈다.
진시희를 설명하자면 진시애보다 약 5분가량 빨리 태어났다고 언니노릇을 하고 있는 인간이었다. 잔심부름, 숙제등등... 그러니 시애가 미워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항상 자기에게 모든 일이 돌아오기 때문에 시희가 있는 날이면 피해다니거나, 친구집에서 외박하기 일쑤다.
꽤 어두운 밤이었으나 오늘 있었던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냥 모류로 길을 나섰다. 많이 불안했지만, 소유가 화난 것 때문에 그런거겠지 라는 마음에 그런 마음을 떨쳐버리려고 하면서 갔다.
".....왔네........?"
'저건...시희목소리도 소유목소리도 아닌데..'
"소유...가아냐...소유는...어딨어..?"
".....둔추야. 여기 없어. 분위기 보면 모르니?"
"아씨 재수없어. 사람 괜히 이유없이 놀래키지말고 내친구 사칭해서 나 끌어들이지도 마."
"씨팔, 죽이기 전에 아갈씨 묵념해라."
"......풋...날 이렇게까지 불렀다면...어떤 이유가 있어도 이유는 있겠지....?"
"......내애인....승호.....주승호가..."
갑자기 그 어둠속에서 시애에게 공포감을 한껏 만끽하게 해 주었던 시애의 또래쯤 되어보이는 아이가 바닥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훌쩍거리며 무슨 말을 이으려 입술을 달싹였으나 말이 나오지 않는 듯, 무슨 말이 목구멍에서 미쳐 빠져나오지 못하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야! 이수인! 어딨어!"
갑자기 간판의 조명으로 그나마 밝은곳에서 어떤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수인'이라는 이름이 들려오자 어둠속그녀는 그 이름이 들린 곳으로 고개를 획 돌린다. 언제 울었냐는듯이 짜증이 잔뜩 묻어나는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시애는 그런 이중인격으로 보이는 이수인으로 보이는 어둠속그녀에게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싶을 정도로 나는 화를 억누르는 듯이 그 이수인으로 보이는 여자를 한껏 째려보았다. 뒤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시선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에 질새라 더욱 더 강하게 그 이수인이라는 여자를 째려보았다.
"승호....니...?"
우리쪽으로 서서히 걸어오는 남자가 보였다. 그 남자의 얼굴이 누군지 확인이 될 만큼 빛이 비치자 그제서야 짜증이묻어났던 얼굴을 집어치우고 다시 여우같은 가면을 다시 써버렸다.
'저...얌생이같은년...'
"안녕, 승호야?"
그렇게 많이 훔칠 눈물도 없었다만 재빨리 눈물을 훔치며 활짝 웃으며 승호에게 인사를 했다.
"너....지금 너무 가식적인 거 알아?"
분위기가 싸~하게 식어버리고, 아까 때보다는 몇배 더 강해진 짜릿한 느낌의 시선을 받아야 했다.
이수인은 시애에게 '이사람만 없었으면 넌 벌써 죽었어.'라는 뜻으로 보이는 시선으로 진시애를 바라보았고, 승호라고 하는 사람이 수인이를 대리고 나가며 말했다.
"야, 너 너희집 가!"
"......어...어? 나?...어.."
진시애는 재빨리 그곳을 빠져나와 으슥한 눈에띄지 않는 곳으로 숨어들어가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
"~~~만..."
'쳇, 소리가 잘 안들리네? 가까이에 가봐야 겠다.'
발소리도 들릴새라 조심조심 뒤꿈치를 들고 천천히 걸어가 소리가 잘 들릴 만한 곳으로 가 숨어들었다.
"그치만.."
"오해라고 했잖아!"
갑자기 인기척이 들리는 것 같아 뒤로 돌아보았다.
엄청난 카리스마를 뿜고 있는 저 남정네는 눈이 필요이상 높은 시애가 보아도 한눈에 뿅갈만큼 멋있는 남자였다. 시애보다 조금 나이가 많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