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오름과 돌담과의 접속 제주의 길은 매끈하고 시원스럽다. 제주시 중심 부근만 제외하고는 별로 막히는 곳 없이 잘 닦여진 길들이 직 直과 곡 曲을 반복하며 나아간다. 매끈하고 시원스러운 길들은 제주의 많은 것들과 접속하게 한다. 섬을 일주하는 12번 도로 곳곳에서 빠져나온 해안도로는 안녕의 바다와 격동의 바다를 번갈아 보여주며 계통 없이, 간단없이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몸과 마음이 절로 들썩인다. 또 제주를 남북으로 잇는 산간 도로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길을 통과하게 해주며, 마을 어귀로 이어지는 소박한 길들은 세상에서 가장 유연하게 쌓인 돌담을 마주하게 한다. 국도 주변 처처에 웅크리고 있는 오름과 그 아래 펼쳐진 푸른 밭들의 조화도 멋들어진다. 제주시에서 서쪽으로 12번 일주 도로를 따라 약 20여 분 벗어나면 만날 수 있는 하귀~애월 간 도로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해안도로다. 9킬로미터 가량의 해안선을 따라 길이 뻗어 있으며 곳곳에 경치가 뛰어난 전망터와 관광지를 거느리고 있다. 무엇보다 언덕으로 올랐다가 내려가기도 하고 바다가 안 보이다가도 갑자기 나타나는, 해안도로의 굴곡이 묘미다. 맑은 날이면 삐죽이 솟은 추자도를 볼 수 있으며, 곳곳의 갯바위 낚시 포인트는 세월을 낚는 강태공들을 유혹한다. 도로의 중간 지점에는 제주에서 유일하게 한라산이 보이지 않는 동네로 유명한 고내마을이 있다. 산방산 앞 용머리 해안부터 송악산으로 이어진 해안 길은 기암과 꽃이 어우러진 곳이다. 유채밭 뒤편의 해안은 화산의 수중 폭발로 이뤄진 해벽이 기기묘묘하다. 바람과 파도가 교대로 후벼 놓은 절벽의 높이가 무려 20미터가 넘는다. 파도처럼 내려앉았다가 다시 튀어 오른 해안 도로 끝머리에는 제주 사람들이 일출과 일몰의 명당으로 손꼽는 송악산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한라산처럼 웅장하거나 산방산처럼 경치가 빼어나지는 않지만, 여러 개의 봉우리가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진 단아한 모양이다. 해발 180미터 높이의 야트막한 주봉을 중심으로 서북쪽은 넓고 평평한 초원지대인데, 서너 개의 봉우리가 있다. 해벽 아래는 일본인들이 연합군의 폭격을 피하기 위해 뚫었다는 굴이 남아 있는 전적지이지만 과거를 알 길 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Travel Tip 우도 성산에서 우도항까지는 불과 15분 남짓. 우도봉은 해발 132미터밖에 안 되는 작은 봉우리지만 우도 전체의 풍경을 남김 없이 보여준다. 물이 맑은 우도에서도 ‘투명에 가까운 블루’를 만날 수 있는 포인트는 하고수동해수욕장. 음식 물항식당(064-753-2731)은 갈치회, 한치물회로 유명하다. 진주식당(064-762-5158)은 해물뚝배기를 내놓는데, 함께 나오는 자리젓과 갈치속젓의 맛도 끝내준다. 성읍민속마을의 칠십리주막식당(064-787-0911)은 꿩감자국수가 일품이다. 숙소 티파니에서 아침을(064-764-9669)은 3층짜리 통나무집 두 채. 핀란드산 홍송만을 사용해 펜션 어디에서나 목향이 은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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