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황소개구리
작년 봄 근무지를 옮겨온 이후 출퇴근길은 단조로운 편이다. 그 이전 5년간은 창원천변을 따라 걸어 다녔다. 반송공원 북사면 수변 산책로를 따라 걸었기에 철따라 달라지는 가로수 모습과 생태하천으로 바뀐 창원천의 천변 식생을 관찰하며 걷는 재미가 쏠쏠했다. 도심에서 출퇴근하면서 계절이 가고 옴을 바로바로 알게 되었다. 그러던 천변 풍경은 근무지를 옮겨 볼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운전도 할 줄 모르기에 짧은 거리는 무작정 걷고 먼 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근무지까지 십 리 남짓 되어도 당연히 걸어 다닌다. 집 앞에서 학교 근처로 가는 버스를 타면 10분이면 닿는데 걸어가면 50분 정도 걸린다. 서둘러 걸으면 40분이면 되는데 천천히 걷는다. 버스를 타는 경우는 드물다. 비가 내리거나 무척 덥거나 추울 때는 버스를 이용한다.
내 출근길 동선은 도심 보도를 따라 걷고 폴리텍대학 구내를 관통한다. 대학 구내를 벗어나면 교육단지 보도를 따라 한동안 걸으면 내가 근무하는 학교다. 출근길 동선에서 신호등을 네 군데 건너게 된다. 아파트단지를 나서 보도로 내려서면 메타스퀘어 가로수가 우뚝한 보도를 따라 걷는다. 버스정류소에는 등교하려는 학생이나 출근하는 시민들을 볼 수 있지만 나는 뚜벅뚜벅 걷는다.
거리에는 차를 몰아 출근하는 사람들도 있고 회사 통근버스들도 만난다. 이른 아침이라 요일별로 달리 출발하는 산악회 전세버스들도 지나쳤다. 거리에는 환경미화원이 집게를 손에 쥐고 밤새 떨어진 담배꽁초나 휴지조각을 주워 치우는 모습도 본다. 내가 사는 동네가 아파트 밀집 지역이라 버스정류소가 아닌 몇 곳에 회사 통근차 정류소에는 출근하려는 회사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반송중학교로 향하는 횡단보도를 건너면 생태하천으로 바뀐 소하천이 나타난다. 트리비앙아파트 동문에서 신호를 한 번 더 기다려 황단보도를 건너 창원실내수영장 맞은편에서 원이대로 횡단보도를 건넌다. 아침 출근길 보도에서 그나마 보행자를 만날 수 있는 구간은 그곳까지다. 이후 창원스포츠파크 롤러스케이트장을 지나 약수터에서 신호등을 건너면 창원폴리텍 대학 후문에 이른다.
폴리텍대학 구내와 교육단지를 거쳐 갈 때까지는 나와 같은 방향으로 걷는 사람도 맞은편에 걸어오는 사람도 없다. 자전거를 타고 회사로 가는 사람이 드물게 있긴 했다. 내가 사색에 잠겨 산책하기 좋은 구간이다. 대학 캠퍼스는 차량이 다니질 않아 조용했고 교육단지 차도는 차량이 통행하긴 하나 매연이나 소음이 그렇게 심한 편은 아니다. 나는 빨리 걸을 일 없이 천천히 걷는다.
보름 전 출근길 아침이었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보도를 따라 걸어 반송중학교 앞둔 횡단보도를 건넜다. 회사 통근버스가 서는 임시 정류장 근처였다. 회사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는 아니었다. 한 사람이 반송소하천을 내려다보면서 무엇인가를 뚫어지게 살피고 있었다. 왜가리가 길이 60센티미터 정도 될 장어를 잡아 삼키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나는 처음엔 뱀인 줄 알았다.
그 사람이 이르길 바닷장어라고 했다. 아마도 봉암 갯벌에서 창원천을 거슬러 명곡로터리를 지나 반송소하천으로 들어 막다른 데서 왜가리 눈에 띄었던 모양이었다. 왜가리는 길고 굵은 장어를 단번에 삼키질 못하고 한참 쪼아댔다. 나는 그 승부를 다 관찰하지 못하고 가던 길 따라 학교로 출근했다. 이후 며칠 뒤 반송천은 노랑꽃창포를 제외하고 무성했던 풀들을 말끔하게 잘라졌다.
오월 하순 월요일 아침 출근길이었다. 여는 때와 마찬가지로 횡단보도를 건너 반송소하천 곁을 지났다. 전번 왜가리가 장어를 잡아먹던 곳을 조금 지난 지점이었다. 개울바닥에서 ‘끄러렁! 끄러렁!’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하천은 수초를 잘라 바닥이 훤히 드러났다. 세상에나! 황소개구리가 마른 검불을 뒤집어쓰고 울음주머니를 씰룩거렸다. 덩치가 커도 너무 큰 황소개구리였다. 17.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