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명여중 이학년 칠반 일번 >
엄마, 담임이 공납금 밀린 거 내기 전에 학교 오지 말래...
새학기 첫날부터 조퇴당한 나는 방바닥에 엎드려서
새우깡을 먹으며 국어책을 읽었다
학교 언제 갈지도 모르는데 책은 뭐하러 봐...
공납금 못 내 학교 못 간지 며칠 된 작은오빠가
도화지에 만화를 똑같이 그리면서 말했다
큰오빠 공납금 납기일도 다가오고, 큰일이다
농사일은 푼돈이고 공사장에라도 나가려면 날이 풀려야 할 텐데...
흐린 전등불 아래로 아버지는 줄담배만 피워댔다
너희들 잘 들어라, 밥은 굶어도 공부는 해야지
가슴에 상처가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
콩나물을 다듬다 말고 엄마가 울먹이며 말했다
엄마 울지 마요, 이 돈으로 은희부터 학교 보내야지...
새벽마다 신문 돌리던 큰오빠가 신문보급소에서 받은 돈을
나에게 내밀었다
새우깡이 목에 걸려 넘어가지 않았다
철없는 동생이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 저리 돌리면서
빨리 밥 달라고 소리쳤다...
- by 지 중 해 (__)
- 제가 아끼는 詩 중의 하나입니다, 이 詩 쓸때 옛날 생각나서 펑펑 울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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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회색빛가을날,,해가지고 집집마다 굴뚝에서 연기가 풀풀올라갈때쯤...작은방안에 옹기종기모여 앞날을 걱정하는 그런 모습이 떠오르는,,,,가슴아픈얘기네요...........부모님의 이마에 잔주름이보이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