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들 사이의 그리스도 (1506)
알브레히트 뒤러
Albrecht Durer, Christ among the Doctors, 1506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 1471-1528)는
독일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탐구 정신이 풍부한 사상가였다.
뒤러는 아름다움과 추함, 소년과 기괴한 노인의 이미지를 캐리커처처럼 대비시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인물 연구를 연상시키는 작품을 그렸다.
그가 1506년에 그린 <학자들 사이의 그리스도>는
다양한 표정의 대비를 묘사한 대표적인 그림이고, 루카복음 2,43-47이 그 배경이다.
축제 기간이 끝나고 돌아갈 때에 소년 예수님은 예루살렘에 그대로 남았다.
그의 부모는 그것도 모르고, 일행 가운데에 있으려니 여기며 하룻길을 갔다.
그런 다음에야 친척들과 친지들 사이에서 찾아보았지만, 찾아내지 못하였다.
그래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그를 찾아다녔다. 사흘 뒤에야 성전에서 그를 찾아냈는데,
그는 율법 교사들 가운데에 앉아 그들의 말을 듣기도 하고 그들에게 묻기도 하고 있었다.
그의 말을 듣는 이들은 모두 그의 슬기로운 답변에 경탄하였다.(루카 2,43-47)
뒤러는 배경에 아무것도 넣지 않고 인물의 개성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이것은 아주 드문 표현이지만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그림의 중앙에는 열두 살의 소년 예수님이 있고,
예수님 주변으로 각각 풍부한 표현을 보여주는 여섯 명의 율법 교사들이 있다.
예수님의 손이 그림의 한가운데 있어 손 모양이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다.
예수님은 마치 자신이 율법 교사인 것처럼 손가락을 하나하나 꼽으며
온화한 모습으로 자기 생각을 설명하고 있다.
이마에 성경 구절을 붙인 율법 교사는 성경을 덮고 예수님에게 시선을 맞추고 있다.
그는 성경 구절을 이마에 붙여 율법대로 사는 사람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의 맞은편에 있는 수염이 긴 율법 교사는 성경을 뒤적이며 맞은편의 동료에게 성경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런데 그의 표정과 눈빛에서 불안과 우울이 느껴진다.
왼쪽 끝에 검은 모자를 쓰고 있는 율법 교사는 꼬투리라도 잡으려는 듯 성경을 펼쳐 뚫어지게 보고 있다.
흰 모자를 쓰고 있는 흉측한 얼굴의 율법 교사는 손을 꼬아 자신의 긴장과 혼란스러움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뒤쪽의 두 남자의 역할은 확실하게 설명할 수 없다.
왼쪽에 있는 한 남자는 경계하는 표정으로 관람자를 보고 있는 것 같고,
오른쪽 구석에 있는 남자는 두려워하는 시선으로 관람자들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여섯 명의 율법 교사들은 실제 인물이기보다는 여러 자세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들은 예수님의 슬기로운 말씀을 듣고 충격과 경악, 위기의식과 공포,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감동과 놀라움을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는 주님의 말씀 앞에서 어느 표정을 짓고 있는가?
주님의 말씀을 감동과 놀라움으로 듣는가?
아니면 충격과 경악, 위기의식과 공포로 듣는가?
우리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주님의 말씀을 감동과 놀라움으로 듣는 사람이 참 적다.
[출처] 학자들 사이의 그리스도 (1506) - 알브레히트 뒤러|작성자 말씀과 성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