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여행을 하고는 싶지만 막상 떠나지 못하는 큰 이유중의 하나가 ‘언어’일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낯선 곳인데 의사 소통까지 안된다면 불안한 것이 당연한 것이고
하여 자유여행을 망설이거나 아예 포기하게 됩니다.
자유여행에 대한 기대나 로망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기대와 로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언어 문제 때문에 평생 자유여행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많이 속상한 일입니다.
여행하면서 언어 문제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며
또한 언어 문제가 해결되면 여행이 훨씬 수월해지고 풍부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고 자유 여행을 못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용기가 필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베트남으로 가는 버스안에서
‘영어’라고는 ‘Thank’라는 말 밖에 할 줄 모르는 일본 여자를 만난적이 있었습니다.
일반 고속 버스는 아니고 소형 버스로
프놈펜에서 캄보디아국경까지 운행하고 국경을 통과하면
다시 베트남쪽 버스가 호치민까지 연결해 주는 여행사에서 운행하는 버스였습니다.
그 버스에는 아크릴로 대충 만든 좌석 표가 붙어 있었는데
몇 번이 창문 쪽이고 몇 번이 통로 쪽인지 구분 없이 덜렁 번호 두개가 나란히 적혀 있었고
심지어 번호판이 떨어 나가서 아예 없는 곳도 있었습니다.
저는 버스에 올라 제 차표에 적혀 있는 번호를 찾아서 일단 창문 쪽으로 앉았습니다,
창측과 통로 쪽 구분이 없는데다 아직 옆자리에 아무도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잠시 후 왠 젊은 여자(대학생인 듯했습니다)가 버스에 올라 내 옆으로 다가와서는
자신의 버스표, 버스에 붙어 있는 좌석표 그리고 내 자리를 번갈아 보더니 손짓으로 ‘차장’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버스표, 버스에 붙어있는 번호표
그리고 내 자리를 번갈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어-어 아-아-어-아…. 아-어-이-어….’ 그 상황이면 누구나 알 것입니다
‘내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있으니 비키라고 말해주세요’라고 하고 있다는 것을.
상황을 파악하고 제가 자리를 비켜주자
그녀는 저와 차장을 향해 연신 허리를 굽히며 너무나 일본인 발음으로
‘쌩큐’ ‘쌩큐’라며 몇번이고 정중하게 인사했습니다.
저는 처음 ‘My ticket - My sit - Change ’등 아주 간단한 영어 조차도 말하지 않고
어-어-어 아-아-어-아 아-어-이-어….라고만 해서 ‘농아’인 줄로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아주 기본적인 영어 단어조차 몰랐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깨달았습니다, 영어를 전혀 못해도 해외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남미에서는 큰 도시에서 조차도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곳이 아니면 영어가 통하지 않습니다.
저는 남미 여행을 하면서 주로 현지인 식당을 이용했는데
일단 제가 스페인어를 전혀 하지 못하고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식당 메뉴판에는 사진도 없고 영어도 없었습니다.
당연히 어느 것이 야채요리인지 육류요리인지도 모르고
어느 것이 음료이고 어느 것이 디저트인지도 전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이용 자체가 불가능 한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입니다.
대부분의 식당들은 커다란 유리문들로 되어있어 밖에서도 안이 환하게 보입니다.
하여 밖에서 안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의 음식을 살펴보고
내가 먹을만하다 싶은 음식이 보이면 안으로 들어가 그 음식을 주문하는 것입니다.
음식 이름도 모르니 당연히 먹고 있는 음식을 손가락으로 가리켜야 하는데
다행히 그 상황이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도 음식주문을 받는 식당 종업원도 불편해 하지 않고
재미있게 받아들여 주었습니다.
남미 여행하는 동안 주로 이런 식으로 식당을 이용했고 큰 불편은 없었습니다.
또한 ‘칠레’의 ‘발파라이소’에서는 숙소 주인이 영어를 전혀 못했는데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서 필요한 의사소통을 충분히 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거의 모든 숙소에 와이파이가 설치 되어있고
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구글번역기를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배낭여행하기 가장 힘들다는 인도의 바라나시에서 영어를 전혀 못하는 한국 사람을 만난적도 있었고
태국 ‘수상시장 현지 패키지’에서 만난 세명의 한국 사람들은
가이드의 간단한 영어도 못 알아듣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때 가이드가 ‘지금부터 자유시간이니 각자 시장을 구경하고 몇 시까지 다시 이자리로 모여라’라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다들 자유여행하는데 불편함이 없어 보였습니다.
위에서 말한것들 이외에도
언어 소통이 전혀 되지 않지만 여행하는 데는 큰 불편함이 없었던 경우를 많이 보았고
저 또한 여러 번 직접 경험했습니다.
한인 숙소 (한인 민박) 이용하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 문제 때문에 자유여행이 망설여지는 분은
차선책으로 현지 한인 숙소(한인 민박) 이용을 추천 드립니다.
일단 한국 사람이 주인이라 의사 소통이 되기 때문에
한국에서 여행 준비할 때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카톡 이용)
현지에 도착해서도 현지 명소를 찾아가는 방법,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방법, 맛집 등등
가이드북이나 인터넷에 나와 있지 않은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나 같은 한국 사람이고 한국 여행자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한국 여행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무엇을 어려워하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현지에서 곤란한 상황을 당했을 때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공항에서 숙소까지 택시 이용하는 것조차 두려우신 분들은
‘픽업’ 서비스를 하는 숙소를 택하시면 됩니다.
고급 호텔만이 아니라 저렴한 한인 숙소에서도
비용을 더 지불하면 공항에서 숙소까지 픽업해주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숙소에서 마음이 맞는 한국 사람을 만나게 되면 함께 일정을 보낼 수도 있어서
혹시 혼자가 외로운 사람은 즉석해서 ‘말이 통하는’ 동행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이집트, 프라하, 홍콩, 바르셀로나’에서 한인 숙소를 이용해 보았는데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언어가 통하면 여행이 쉬워지고 풍부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고 여행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여행이라는 것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각자 다른 경험을 하는 것임으로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만들어지는 여행의 경험 또한 나만이 가질 수 있는
나만의 소중한 추억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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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딱 맞는 말씀을 하셨네요. 무엇이든 처음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네, 뭐든지 처음이 어렵기도 하고 두렵기도하고....
그래서 처음 시작 할 때는 용기가 필요한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