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동안 일상생활을 꼭 필요한 이동 시간을 제외하고는 앉기 눕기로 보내다가 올해 부터는 운동도 하고 이곳저곳 걸어다니는 것으로 취미 생활을 하고 있는데요.
헬스하는 곳이 쉬는 일요일과 공휴일은 동네 뒷산을 가곤 합니다. (왜냐하면 솔로니까요)
제가 가는 동네 뒷산은 서울 종로구와 성북구 사이에 있는 북악산 하늘길입니다.
1박2일 시즌1 막판에 나왔던 서울 종로 코스의 북악 서울성곽길 옆에 있는 코스인데, 서울성곽길보다는 등산 맛도 더 있고 숲에 더 둘러 싸인 길이라 더 좋아합니다. 물론 필받는 날이면 두 코스 이어서 가긴 하지만.
저는 성대 뒷문 쪽 종로구와 성북구가 맞닿은 와룡공원을 통해서 가는데, 처음에 갔던 때의 인상이 남습니다.
와룡공원이야 줄곧 심심하면 가던 곳이고, 슬리퍼 끌고도 갈 수 있는 곳이라 평상시처럼 컨버스 스니커즈에 츄리닝 바지에 후드 점퍼 입고 갔습니다. 가방 이런 것도 없고 그냥 맨몸으로.
와룡공원 정상에서 길을 빠지면 북악산 코스로 들어가는데 저의 행색이 약간 위화감이 들 정도로 등산복 일색이더군요.
마주 오는 사람들 중에 살짝 두툼한 등산가방에 개중엔 폴대도 보이고, 빡센 곳 타고 오셨나 하는 약간의 쪼는 감이 왔습니다.
그런데 결국 뭐 동네 뒷산이더군요.
살짝 숨이 찰 정도로 올라는 길도 있긴 하지만 깔끔하게 계단 깔려 있고, 발목에 무리 주는 바위길도 없고 무난했습니다.
어쨌든 산길이라 폴대는 나이든 분들에게 필요하다 싶기도 하고 그런데, 삼사십대 건강한 남자들도 북한산급 차림새로 돌아다니는 걸 보며 좀 의아했습니다.
저만 완전히 동네 백수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것 같고.
신발은 캐쥬얼 등산화를 신긴 하지만 여전히 어떤 날은 츄리닝, 어떤 날은 NBA 져지 차림으로 잘 돌아다니긴 합니다.
웃긴게 물넣고 가방 메고 올라가는 날은, 그 가방 때문에 목 마르다는 느낌이 --;;
컨퍼런스 파이널이 시작되기 전에 북한산을 올라갔던 적이 있습니다.
응원하는 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나름의 의식이라 생각하며 (-_-;) 상의는 P모 선수의 져지를 입고 갔었는데, 북한산이야말로 등산복으로 완전 무장하고 오는 분들 일색이라 제가 또 살짝 튀긴 하더군요.
사람들이 슬쩍 슬쩍 쳐다보는 느낌도 들고;
북한산은 적어도 등산화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 1학년의 풋풋했던 때는 그냥 털래털래 운동화 신고 잘 갔다 왔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 30 대 나이에 느껴보니 백운대 직전의 그 바위 코스도 그렇고 돌길이 제법 있어서 등산화는 신어주는 것이 안전할 것 같네요.
북한산에서 다른 등산객들 장비 중 다른 건 몰라도 등산용 장갑은 약간 갖고 싶다는 욕망이 일더군요.
5 월 1 일, 그러니까 노동절에 오후 두 시 쯤에 북악 성곽길로 올라갔던 적이 있습니다.
북악 성곽길은 웃긴 게 정상을 기준으로 한쪽은 부암동 창의문에서 시작하는 급급경사의 깔딱 고개 코스이고 (방송에서 나왔던), 한쪽은 삼청공원에서 시작하는 너울렁 너울렁 완만 코스입니다.
저는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좀 심함;) 창의문 쪽의 그 급경사 계단 코스는 내려가질 못합니다.
올라갈 때는 뒤를 안보면 그만이지만, 내려갈 때는 진짜 미치더군요. ㅜ_ㅜ
그래서 급경사 코스로 올라가서, 정상에서 허세의 감정을 느끼고 (SNS를 안해서 다행) 내려오려는 순간,
직장인 남녀 일행으로 추정되는 무리를 보게 됩니다.
딱 봐도 남자 상사가 점심 먹고 끌고 온 것처럼 보이는 견적이 나오더군요.
복장이 하나 같이 평상복이더라구요.
나름 근로자의 날에 회사 나온 것도 짜증나고 산까지 따라나온 것이 짜증나 보이는 표정들이 보이더군요.
그런데 그 중 한 젊은 여자의 발을 보는 순간 제 눈이 띠요옹~ 했습니다.
스타킹에 슬리퍼.
그 여자들 신는 나일론 스타킹에 삼선 슬리퍼.
완만한 코스 쪽은 경사는 완만해도 길이 흙길에 바위도 듬성듬성 있는 길인데 저 상태로 왔다는 것이 이해가 안가고, 이 사람들이 혼자 온 나의 스피드를 바로 따라 왔을 리는 없다고도 생각돼서 꽤 심경이 복잡했습니다.
결국 젊음이 깡패인가 생각이 들더군요.
십년 전 쯤에 친구랑 남한산성 갔을 때도, 다 내려왔을 무렵 마주오는 한 남녀를 봤는데 여자의 차림새가 스커트에 하이힐인 것을 보고 상당히 의아해 했던 기억이 있네요.
막 심하게 산타는 곳은 아니어도 나름 경사에 평탄치 않은 흙길 코스였던 곳이라 말이죠.
다들 자가용이 있어 마음내키는 대로 아무데나 갈 수 있는 시대라 하지만, 상황은 좀 가립시다.
저도 국립공원 산들도 가보고 해서 느낀 점이 절벽 타는 산악인들이 아니라면 빵빵하게 복장 장비 챙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회원분들이 대부분 20~40 대 나이라 생각하면요.
등산화는 준비해두면 좋겠지만, 나머지는 글쎄요죠.
적어도 닦여진, 정해진 등산 코스로 곱게 올라갔다 내려 오실 분들에겐 등산화 정도면 충분하다 생각됩니다.
NBA 카페 회원분들이니 스포츠 의류 하나 정도는 있을테죠?
개인적으로 청바지는 비추. 특히 새것이라면 더욱.
허벅지 쓸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미칩니다.
(목포 여행 중 유달산에서 이런 상황에 닥쳤는데, 마침 가방에 있던 츄리닝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다행히 사람이 없어서 취했던 행동이었죠 -_-;)
그리고 여성과의 만남을 기대하는 분들에게: 산에 가서는 ASKY.
산에 있는 여자들은 세 부류: 아주머니, 애인 따라 나온 혹은 부모님 모시고 온 미혼녀 or 아빠가 데리고 온 초등학생.
첫댓글 ㅎㅎ 등산복에 대해서는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만 농구할때 제 장비를 보면 고글에 프로컴뱃 패드 세트에 발목테이핑 발목보호대 암슬리브까지 덕지덕지 붙이고 하는데 (체중에 115킬로다 보니 보호차원이라고 변명할게요 ㅋ) 농구 안 하시는 분들이 볼땐 그깟 공놀이 하는데 장비가 과하다 생각할 수도 있을거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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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브랜드들이 모조리 고가이고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너도 나도 사서 산에서 패션쇼를 한다는 인식이 생겨서 등산복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겼지만 사실 자주 등산하면 등산복이 편리합니다 웃옷이든 바지든 3만원선 이상의 옷을 사본적이 없지만 ㅎㅎ 충분히 좋습니다 물론 면티나 면바지 입어도 금방 올라 갔다가 내려오는데 문제는 없죠 근데 젖은 땀이 금방 날라가지도 않고... 아직 무지 하게 젊지만 완전 정점일때 보단 조금이라도 편안한걸 찾게 되더라구요 설악산 한라산 모두 그냥 운동화신고 정상에 잘만 올랐지만 이년전부턴 등산화를 신네요 평지보다는 험하니 일반운동화들이 많이 상하기도 하고요
근데 등산이 취미가 아닌 사람이 나 이번주 지리산가는데 설악산가는데 등산화 등산바지 필요하냐? 라고 물으면 아냐 그냥 갈만해 라고 대답하긴 하겠네요
등산용품이야말로
우리나라 냄비성향의 절정을 보여주는것이죠
우리가 학교에서 농구할때도 보듯이 그냥 지나가다가 농구하거나 자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청바지에 면티 그리고 컨버스나 조깅화 슬리퍼도 신고 하는 반면 농구를 즐기고 자주하는 분들은 농구화에 농구복장 그리고 각종 농구용품들을 갖추고 하죠 이게 편하기도 하고 안전하고 그리고 경기력을 더 향상시켜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