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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승용차에서 판매 비중이 제일 큰 준중형차 시장이 심상치 않다. 현대·기아차의 독주에 르노삼성이 뉴SM3를 내놓으면서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기아차의 포르테는 가지치기 모델인 ‘포르테 쿱’을 내놓았고, 준중형차 판매 1위 아반떼도 조만간 2010년형 모델을 내놓으며 ‘수성’에 나선다.
준중형차 구분은 한국에만 있다. 법적인 기준은 아니고, 자동차 업체들이 마케팅 차원에서 만든 개념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구희철 과장은 “가격·크기·편의사양 등이 소형차와 중형차급 사이에 위치하는 개념으로 소형은 작고, 중형은 비싸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차급”이라고 말했다.
현재 판매 중인 차량 기준으로는 아반떼, 포르테, 라세티 프리미어, SM3 등이 포함된다. 현대 i30와 기아 쏘울도 크기나 배기량·가격대는 준중형차급이다. 하지만 각각 해치백·크로스오버 차량으로서 개성이 강해, 세단 중심의 준중형차 개념에서는 빼는 경우가 많다.
소형과 중형을 이어준다는 자동차 업체들의 전략이 제대로 먹힌 덕인지 국내 시장에서 준중형차 판매 기세는 대단하다. 특히 지난해 말 이후 판매가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해 준중형차 판매량(i30 포함)은 16만9519대(내수 판매의 17.7%)로 중형차(25.1%)에 뒤졌다. 그러나 올 5월까지는 9만3719대(23.8%)로 가장 많이 팔렸다. 경제 위기 탓에 비싼 차가 덜 팔린 데다, 지난해 말 이후 포르테·라세티 프리미어 등 신차가 잇따라 나왔기 때문이다. 경쟁 치열한 준중형차 대표 모델들을 살펴본다.
르노삼성 뉴SM3 초대 모델 판매 7년 만에 등장하는 2세대다. 르노 메간 차체에 닛산과 공동 개발한 H4M 엔진, 엑스트로닉 무단변속기 등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기술이 고루 들어갔다.
눈에 띄는 것은 준중형차급을 뛰어넘는 크기다. 특히 2700㎜의 축거(휠베이스)와 1810㎜의 넓이, 뒷좌석 무릎 공간은 중형차급이라는 게 르노삼성 측의 얘기다.
각종 첨단·고급 사양도 대폭 적용했다. 중형차급 이상에 많이 쓰이던 버튼시동 기능 스마트키 시스템과 좌우독립형 풀 오토 에어컨, 6방향 전동 시트 등을 모델에 따라 고를 수 있다. 엑스트로닉 무단변속기도 포인트다. 이미 닛산 알티마·로그 등에 적용된 무단변속기는 변속 충격이 없고 연비가 좋은 게 장점이다. 연비(15.0㎞/L·무단변속기 기준)는 1등급이다.
기아 포르테·포르테 쿱
지난해 8월 데뷔한 포르테는 올 들어 아반떼에 이어 준중형차 판매 2위를 기록 중이다. 6월 7일 내놓은 2010년형 모델은 내부 디자인에 크롬 도금과 고급 소재를 많이 썼고 서스펜션 등을 튜닝해 승차감을 개선했다. 기존에는 없던 2.0리터급 가솔린 모델을 추가해 선택 폭을 넓혔다. 포르테 쿱은 포르테의 가지치기 모델이자, 스쿠프·티뷰론 등 ‘적절한 가격의 스포티 쿠페’의 맥을 잇는 차종이다. 차체와 엔진 등은 포르테와 공유하지만 쿠페답게 디자인은 물론 주행성능과 안전성을 높이는 데 신경을 썼다. 차체자세 제어장치(VDC)와 4륜 디스크 브레이크를 기본 장착했고 상체를 잘 감싸주는 스포츠 버킷 시트 등을 적용했다.
현대 아반떼
이 차는 1990년 선보인 엘란트라 시절부터 꾸준히 인기를 끌어 온 준중형차의 ‘원조’다. 현재 3세대(엘란트라부터는 4세대)모델은 2006년 데뷔해 현재 팔리는 준중형차 중 가장 오래됐다. 하지만 지난해는 물론 올 5월까지 한 번도 판매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7월에 내·외부 디자인을 손보고 옵션 등을 추가한 2010년형 모델이 나올 예정이다.
아반떼는 또 국내 최초로 일반 판매되는 ‘하이브리드’ 차라는 영예도 얻을 예정이다.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연소 효율이 떨어지는 액화석유가스(LPG)를 연료로 쓰면서도 17.8㎞/L의 연비를 자랑한다. 이미 예약 판매에 들어가 7월 초부터 출고될 예정이다.
GM대우 라세티 프리미어
지난해 11월부터 판매를 시작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GM의 글로벌 모델로서 기본 구조는 유럽에서 개발했고, 차량 엔지니어링과 디자인은 GM대우가 주도했다. 르노삼성 뉴SM3 이전에는 준중형차 중 차체가 가장 컸고 고급스러운 내장이 자랑거리다. 올 2월에는 2.0 디젤 모델을 추가했다. 준중형 모델로는 처음 적용된 6단 자동 변속기는 이 차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가속 성능은 물론 연비에도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직 현대·기아차는 준중형 모델에 6단 자동변속기 적용 계획을 잡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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