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사월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오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울면
산지기 외딴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 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
삼월
방초봉 하나절
고운 암노루
아랫마을 골짝에
홀로 와서
흐르는 냇물에
목을 축이고
흐르는 구름에
눈을 씻고
열두 고개 넘어가는
타는 아지랑이
청노루
머언 산 청운사
낡은 기와집
산은 자화산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가는 열두굽이를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갑사댕기
안개는 피어서
강으로 흐르고
잠꼬대 구구대는
밤 비둘기
이런 밤 저절로
먼언 처년들...
갑사댕기 남끝동
삼삼하고나
갑사댕기 남끝동
삼삼하고나.
나그네
-술익 강마을의 저녁놀이여 -지훈.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달무리
달무리 뜨는
달무리 뜨는
외줄기 길을
홀로 가노라
나 홀로 가노라
옛날에도 이런 밤엔
홀로 갔노라
맘에 솟는 빈 달무리
둥둥 뛰우며
나 홀로 가노라
울며 가노라
옛날에도 이런 밤엔
울며 갔노라
박꽃
흰 옷자락 아슴아슴
사라지는 저녁답
썩은초가지붕에
하얗게 일어서
가난한 사림살이
자근자근 속삭이며
박꽃아가씨아
짧은 저녁답을
말없이 울자.
-아슴아슴:흐릿하고 몽롱한모양
-저녁답:저녁무렵.
길처럼
머언 산 굽이굽이 돌아갔기로
산 굽이마다 굽이마다
절로 슬픔일어....
보일 듯 말 듯한 산길
산울림 멀리 울려 나가다
산울림 홀로 돌아 나가다
...어쩐지 어쩐지 울음이 돌고
생각처럼 그리움처럼...
길은 실낱 같다.
가을 어스름
사늘한 그늘 한나절
저물을 무렵에
머언 산 오리목 산길로
살살살 날리는 늣가을 어스름
숱한 콩밭머리마다
가을바람은 타고
청석 돌담 가으로
구구구 저녁 비둘기
김장을 뽑는 날은
저녁밥이 늦었다
가느른 거느른 들길에
머언 흰 치마자락
사라질듯 듯 질듯 다시보이고
구구구 국구구 저녁 비둘기
연륜
슬픔의 씨를 뿌려놓고 가버린 가시내 는 영영 돌아오지 않고....
한해 한해 해가 저물어 질 고운 나무에는 가느른 가느른 피빛 연륜이 감기었다.
(가시내사 가시내사 가시내사)
목이 가는 소년은 늘 말이 없어 새까아만 눈 만 초롱초롱 크고..
귀에 쟁쟁쟁 올리듯이 차마 잊는 애달픈 애달픈 웃녘 사투리 연륜은
더욱 새빨개졌다
(가시내사 가시내사 가시내사)
이제 소년은 자랐다 굽이굽이 흐르는 은하수에 꿈도 슬픔도
세월도 흘렸건만,,,, 먼 수풀 질 고운 나무에는 상기 가느른
가느른 핏빛 연륜이 감긴다
(가시내사 가시내사 가시내사)
연륜 :나무줄기이나 가지따위 단면에 나타나는 둥근태.
귀밑 사마귀
잠자듯 고운 눈썹 위에
달빛이 나린다
눈이 쌓인다
옛날의 슬픈
피가 맷힌다
어느강을 건너서
다시 그를 만나라
실눈썹 길슴한
옛 사람을
산수유 꽃 노랗게
흐느끼는 봄마다
도사리고 앉은채
도사리고 앉은채
울음우는사람
귀밑 사마귀
춘일
여기는 경주
신라 천년...
타는 노을
아지랑이 아른대는
머언 길을
봄 하루 더딘날
꿈 따라 가면은
석탑 한 채 돌아서
향교문하나
단청이 낡은 대로
닫혀 있었다.
산이 날 에워싸고
-남령에게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며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며 살아라 한다
어는 짧은 산자락에 집을 모아
아들 낳고 딸을 낳고
흙담 안팎에 호박심고
들찔레처럼 살아라 한다.
쑥대밭처럼 살아라 한다,
산이 날 에워싸고
그믐날처럼 사워지는 목숨
그믐날처럼 살아라 한다
그믐날처럼 살아라 한다.
산그늘
장독 뒤 울밑에
모란꽃 오무는 저녁답
모고가목 새순 밭에
산그늘이 나려욌다
워이어임아 워이어임
길 잃은 송아지
구름만 보면
초저녁 별만 보며
밞고갔나
무질레밤 약초길
워이어임아 워이어임
후휘휘 비탈길에
저녁놀 곱게 탄다
황토 먼 산길이사
피 먹은 허리띠
워이어임아 워이어임
젊은도 안타까움도
흐르는 꿈일다
애달픔처럼 애달픔처럼 아득히
위이어임아 위이어임
워이엄임:경상도지방에서 멀리 송아지 부르는 소리.
임
내사 애달픈 꿈꾸는 사람
내사 어리석은 꿈꾸는 사람
날마다 홀로
눈물로 가는 바위가 있기로
기인 한밤을
눈물로 가는 바위가 있기로
어느날에싸
어둡고 아득한 바위에
절로 임과 하늘이 비치리요.